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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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했던 개를 키우면서 생명을 들여다보는 것이 크게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저 시끄럽고 위험한 존재인줄만 알았던 개나 고양이들에게도 소중한 생명이 있고

사랑을 주면 그만큼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냥 지나가는 강아지조차

소중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대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발생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일본!

6개월이 지났지만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떠나 고생을 하고 있다.

가즈마사 역시 알바를 하며 지내던 중 대지진이 일어났고 알바자리마저 없어지게 된다.

이후 고등학교 선배인 누마구치밑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되었는데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개 한마리! 너무 말라 죽을 것 같이 보이던 개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돌보기 시작한다. 목걸이에 적힌 메모에는 '다몬'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름이 특이하긴 했지만 가즈마사는 외로움을 덜어줄 친구로 다몬을 키우기 시작한다.

형펀이 어려운데다 어머니마저 치매로 고생중이라 돌보고 있는 누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누마구치의 불법적인 일을 거들게 되었고 이번에는 보석상을 털 계획이 있는 강도들을 태워주고 망까지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한 두번 성공했지만 결국 꼬리가 잡혀 도주중 가즈마사는 사망하고 만다. 같이 타고 있던 다몬은 강도들의 일행이었던 미겔이 맡아 키우게 된다.



가난한 나라에서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살던 미겔은 우연히 주운 총을 팔았다가 부모님마저 죽게 되자 일본으로 건너와 강도일을 벌이고 있고 돈만 벌면 고향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 역시 강도짓한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사망하고 만다. 이후 다몬은 다시 다른 사람들의 삶에 섞이게 되는데..등산을 즐기던 남자에게 발견되어 키워지다가 남자가 벼랑아래도 떨어지는 현장을 보기도 하고 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냥꾼 노리쓰네가

다른 사냥꾼의 총에 숨지는 현장도 보게 된다.

'다몬'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있는 것만 같았다. 예의바르고 훈련이 잘된 것 처럼 보이는 다몬은 항상 남쪽의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과거 처음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준 주인인걸까.

왜 다몬을 만나는 사람들은 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대지진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된다.

사필귀정이라는 공식때문인지 이러저러 다몬을 키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결국 다몬은 남쪽의 도시 구마모토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다몬을 발견한 우치무라는 다몬을 집으로

데려가는데 이번에도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마는 것일까.

다몬의 긴 여정의 비밀이 드러나고 마지막까지 충성을 발휘하는 다몬!

가슴이 저렸다. 정말 사람보다 훨씬 나은 강아지들이 얼마나 많은지 감동스럽다. 하지만 우리집 상전 토리가 떠난다는 생각은 정말 하기가 싫다.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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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안부를 묻습니다
상담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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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관계'가 아닐까.

최근 '데이트 폭력'이나 '묻지마 살인'이 잦은 이유도 역시 이 인간관계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서로 잘 지내면 되지 않을까. 불편해도 참아주면 되지 않을까. 고민이 있지만 묻기가 민망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집착에 대해, 외로움에 대해, 지루한 인간관계에 대해, 심지어 은밀한 성(性)에 대한 거침없는 주제에 대해 아주 솔직한 해답이 들어있어 속이 시원해진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서는 여자들에게 할례를 시행한다고 한다. 성에 대한 기쁨은 남자에게만 해당되어야 한다고 믿는 어리석은 믿음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낮에는 숙녀가 되고 밤에는 요부가 되라는 말이 있다. 성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요구대로, 순종적이기 보다는 평등하게 즐기는 그런 성생활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연애도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처럼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는 시대는 아니겠지만 여성 상위시대라 해서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요구하고 표현하는 것이 건전한 관계의 시작과 유지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주저하고 표현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오호 이런 적극적이고 세심한 표현들이라니...같이 보기에 민망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오래 살다보니 이런 적극적인 성생활이 지루한 삶에서 오아시스같은 구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데서 제발 저자의 말을 참고하기를 주장한다.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헤어지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다.

안전이별이란 새로운 단어가 생긴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찌질한 남자가 얼마나 많은지 연애하기가 겁이 나는 시대가 되었다는게 슬프기만 하다.

그럼에도 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저자의 조언대로 상처없이 깔끔하게 이별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상대를 잘 알아보고 제대로 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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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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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날 때 이기적인 유전자가 더 강할까 이타적인 유전자의 영향이 더 강할까.

나는 이기적 유전자의 영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살아남을테니까. 우선은 자기를 보호해야 하는게 먼저일테니까.



하지만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어울려지내야만 공존할 수 있는 세계에서 이기적으로만 행동하면 결코 무리에 속할 수가 없다. 주변에 배려심이 많고 공감이 잘 되는 사람들 곁에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기적인 사람은 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고났든 노력하든 한계가 있고 절망의 순간들은 수시로 오게 된다.

이달 말까지만 근무를 하고 그만두겠다고 사표를 낸 우리 딸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근무하는 내내 너무 힘들어했었다. 체력적인 소모가 심한 직종이긴 했지만 그 이상 힘들었던 것은 감정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거의 모든 날, 딸은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출근했었다. 결국 우울증이 왔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사직서를 내는 일도 쉽지 않아 그동안 참고 참다가 결국은 힘겨운 직장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어느 시대, 어느 세대이든 이기적인 인간들은 꼭 있다. 그 이기심이 상대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모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인간들 사이에 아무리 공감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해도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기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런 인간들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실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진작 그 지옥같은 현장을 빠져나오라고 주장하지 못한 것이 더 후회스럽다.

이제라도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고 이기적 주장만을 나열하던 인간들에게 벗어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이런 이기적 인간들은 너무도 많아 보기 싫다고 견디기 힘들다고 다 도망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현대의 감정대전에 필요한 손자병법과도 같다고 해야할까. 저자의 이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내 속에 숨은 이기적 유전자를 활용하여 이타적인 소통에 성공하자!

성격이 여려서 남에게 강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참기만 하는 사람,

내가 노력하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소극적 대응을 해오던 사람들 모두 이 책에 주목하자.

할 말은 하되, 그것도 진심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이 결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사랑하라는 말에 코끝이 찡해진다. 가장 먼저 딸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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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구틈틈 씨의 매일 - 틈틈이 그리고 쓰고 키우며 발견한 오늘의 행복
구틈틈 지음 / 청림Life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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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오랫만에 실컷 웃고 눈물도 흘리고 마음 정화를 했다.

이렇게 다정하고 유머가 넘치고 행복한 그림이라니..



글을 쓴다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것 모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재능도 있어야 하고 감각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지극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구틈틈씨는 이 모든걸 다 갖춘 작가이고 엄마여서 자꾸 응원의 마음이 앞선다.



남자들이 제일 무서워 한다는 말, 오래전엔 밤에 샤워하는 소리라고 했지만 "나 뭐 달라진 거 없어'라고 하더니, 아내가 꺼낸 이 말을 듣는 남편의 머리털이 곤두서지 않았을까. 어떻게 해서라도 위기를 헤쳐나가보겠다는 기지를 발휘할 기회마저 놓치다니..

그럴 줄 알았다. 그나저나 틈틈씨 패션이 너무 일정해서 본인 그림 그리기가 제일 쉬웠죠?



나는 비교적 운이 좋은 엄마였다. 큰 아이도 번잡스럽지 않고 말썽도 거의 없어서 힘들게 키운 기억이 없다. 그리고 터울이 많이 지는 둘째 역시 엄마가 육아를 다 해줘서 틈틈씨의 이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공감꾹을 누를 것만 같다.

그렇다고 틈틈씨네 아이들이 유별나게 번잡스럽다는 뜻은 아니니 속상해하지 마시길.

특히 한별이의 뛰어난 재치와 엄마와 동생을 위하는 배려심을 보니 훔쳐오고 싶을만큼 귀한 꽃같다고 생각했다. 어찌 아니 부러우랴.



읽다가 웃다가 이 장면에서 울컥해졌다. 이게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닐까. 가끔 이상한 부모도 있긴 하지만. 홍연2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느 동네에 있지 하고 검색도 하게 되고 결국 연희동이

등장하자 맞지 맞지 하면서 왜 기뻐했을까. 너무 멀지 않은 곳에 귀한 꽃들을 키우는 아름다운 엄마가 있어서 그랬을까.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렇게 밝고 씩씩하고 일도 잘하다니..장하다 장해!!

마음이 뽀송해지고 머리가 개운해지고 얼른 좋아요 눌러주고 싶은 웹툰 칭찬해 칭찬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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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와 함께 걷는 청와대, 서촌, 북촌 산책 - 도시 산책자를 위한 역사 인문 공간 이야기
김영욱 지음 / 포르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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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변해가는 것들이 있다. 외적인 요소야 말할 것도 없고 나의 내면, 성격이나 입맛, 취향같은 것들도 나이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젊어서는 먹지 않았던 나물들이 달게 느껴지고 맛도 모르고 먹었던 설렁탕의 그 슴슴한 맛이 깊에 다가온다. 사는 곳들도 그렇다. 판자집 비슷한 곳에서 살았던 어린시절이 지긋지긋해서 그런지 세련된 콘트리트 건물들이 로망이었지만 지금은 낮으면서도 넉넉한 한옥이 좋아졌다.



서울이라는 곳이 과거 한성, 한양이란 지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지면서 였다고 한다. 눈 설(雪)이 변해서 서울이 되었다고도 하고 그 이름의 어원의 정확함은 모르겠지만

과거의 서울보다 지금의 서울은 10배쯤 커진 것 같다.

도심이 확장되면서 구도심이 남게 되고 지금은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이 구도심을 찾는 것이 트랜드가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북촌은 통행금지 시간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오버투어리즘이

생긴 것이다.




삼각산이라고 해야하나? 인왕산이라고 해야하나 그 산자락 밑에 자리잡은 청와대는 대한민국에 대통령이라는 통수권자가 생기면서 함께 해온 건물이다.

말 그대로 푸른 기와집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저자는 서울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았다고 하지만 지도를 놓고 보면 서울의 중앙에 자리잡은 것이 아닐까.

가깝고도 아주 멀었던 청와대는 이제 관광지로 남게되었고 그 비밀의 문을 열게 되었다.



청와대터가 과거 어떤 곳이었는지, 세계의 리더들이 일하는 집무실과 관저는 어떤 장소, 어떤 모양인지 비교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대체로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이거나 지척인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24시간 비상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청와대도 그렇긴 했지만 일반인에게는 너무 먼 곳이었다.

다우닝 10번가처럼 그저 길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절대 아니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청와대는 오랜 침묵을 깨고 열린 셈이다.



광화문 근처 정동이나 삼청동, 인사동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북촌이나 서촌을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확실히 너무 많은 관광객때문에 한적함을 누리기는 힘든 것이 아쉽다.

구불 구불 오래된 골목길에는 우리가 아는 예술인들이 살았던 집도 있고 과거 친일파들이 점령했던 동네들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학생이었을 적에 벌써 도서관이 되어버린 정독도서관은

지금 가도 가슴이 설렌다. 아기자기한 모습도, 많은 책들도 추억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건축에 전문가가 아닌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저 풍경만 본다. 가끔 맛집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흘깃 한옥 너머를 기웃거리는 재미로 나들이를 한다.

하지만 건축가가 보는 북촌이나, 서촌은 분명 다를 것 같다.

그들의 눈에는 건축의 시작과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까지 겹쳐보이는 모양이다.

그저 스쳐갔을지도 모를 그 곳들을 하나씩 짚어주는 매력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다음 나들이에는 더 분명하게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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