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의미
임주혜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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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게 왜 좋았을까. 책도 귀하던 시절인데 읽을거리도 많지 않았는데 어쩌다 읽게 된 책속에 멋진 세상이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혹은 상상도 못하던 세상이 그 책속에 있었다. 책을 읽는동안 나는 현실이 아니라 책속 세상에 머물 수 있었다.


여기 나처럼 읽기에 행복해하고 쓰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작가가 있다.

작가 박범신은 말했었다. '쓰지 않으면 옆구리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마치 무명을 앓는 사람처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예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쓰기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읽기를 잘한다면 더욱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산문집의 작가는 자신이 읽은 책중 마음을 두드린 책들을 등장시킨다. 게중에는 내가 읽은 것도 몇 권 있었는데 나는 그 책을 읽었을 때 작가처럼

심쿵했던 기억이 있었나? 가물하다. 감성이 예민한 누구에겐 책 한권, 글 한줄에도 영혼이 반짝거리고 결국 자신도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글쓰기란 누구에겐가 음악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겠다. 자신의 내면을 흔드는 그 어떤 자극을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작가는 마음의 넓이는 눈동자 크기와 같다고 했지만 나는 또 다른 비유를 하고 싶다.

책을 읽는 크기만큼 마음의 넓이가 넓어지고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치도 커진다고.

그런점에서 나는 '읽기의 의미'라는 제목이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삶을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이 돈일 수도 있겠고 명예일 수도 있지만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작가들에게 글이란 생계의 수단이면서 운명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게 쓰여진 글들은 민들레 꽃씨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살고자 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지친 일상을 위안하는 벗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글쓰기의 힘'은 위대하다. 그런점에서 이 한 권의 산문집도 꽃이고 열매이다.

'임주혜'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자. 아마 다음 작품은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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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어른, 서른입니다
이해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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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어른'이란 단어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적의미로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다 자랐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체적으로야 스무살정도면 다 자랐다고 해야겠지만 정신적으로 다 자랐다는걸 어떻게 알아보나.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라 함은 온전하게 몸도 마음도 자립이 가능해야 하고 스스로 살아갈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정도의 시기정도가 '어른'이 아닐까 정의해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 '어른'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미국식 어른이라면 만 18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독립하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게 좀더 길어져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고 스스로 벌이가 되어야 가능하니 적어도 스물 다섯 정도? 혹은 서른은 되야 어른 소리를 듣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서른이, 서툰 어른이라고 표현한다.

치료사라는 직업을 구하고 잘 버티었지만 기면증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절망이 다가온 스물 후반의 어느나이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돈을 벌게되자 신나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뭔가를 사들이면서 어른놀이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같다.

수시로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시작되고 '기면증'진단을 받으면서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비된 몸을 치료하는 치료사로서 자부심도 분명 있었겠지만 자신의 병이 서서히 깊어지고 있음은 자각하지 못했다.

기면증이란 병은 치료제도 없고 불치의 병으로 평생 고생할 수도 있는 증세란다.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그 증세를 이기고 이 책을 썼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따돌림받지 않기 위해 어울리기 싫은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척 해야했고 베풀어야 했던 시간들. 사람정리에 나서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면서 외로워졌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책을 읽기 시작하고 스스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들을 찾아나섰을 때 이미 저자는 어른이 된 것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야하는 현실이 버겁지만 가능하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직업이 되면 좋겠다. 치료사라는 직업은 평생 장애를 지니고 살지도 모를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아니던가.

사명감없이, 자부심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느껴도 좋을 것같다.

그리고 불치병을 스스로 이길만큼의 정신력이 있으니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상황이 오든 멋진 어른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거란 믿음이 들었다. 더불어 이렇게 멋진 자서전도 나왔으니 책 말미에 감사하다는 그 사람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지금을 즐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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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길 위에서
이선영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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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면서도 깔끔한, 군더더기가 없는 여행에세이집이다.

책을 읽다보면 만난적 없는 작가의 얼굴이나 성격, 됨됨이들을 상상하게 되는데 아마 이 에세이를 쓴 작가는 깔끔하면서도 단정하고 어쩌면 단호한 면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맞나요?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을 잘 하다가 지치고 도망치고 싶었다는 그 3년!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안다. 3년차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그걸 잘 넘기면 10년도 채우지만 대체로 3년의 고비에서 퇴직이나 이직을 감행하는 사람이 많다. 어쨌든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너무 젊고 선택의 순간들은 많을테니까.


그리고 결정한 유럽여행도 참 잘한 일이다. 귀한 자식일 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이토록 와닿을 수가 없다. 저자가 맞닥뜨린 여러 상황에서 분노나 후회보다는 나쁜 상황에서도 좋은 걸 발견해내려는 마음가짐이 너무 기특했다. 누구나 그런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건 아니다. 좋은 인성과 긍정의 사고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여행이 다 좋을 수는 없다. 때로 차를 놓치고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다려주고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감사하고 여행의 기쁨을 더 누릴 수 있다. 유람소 매표소 직원의 작은 호의로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고 다정함을 나누고 싶었다는 말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래도 이건 아니다.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크로아티아에 그런 무례한 카페 직원이 있다니.

분명 인종차별이었을 그 무시를 견디고 그냥 나왔다니. 혼을 내줄 일이지.

그래서 또 생각한다. 그 한 사람의 불친절과 무시가 그 국가의 이미지를 얼마나 훼손할 수 있는지. 명동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에게 더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또 배우는 거지.

여행이 다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분명 얻는 일들이 많다. 조금 고단하고 때로는 위험에 빠지기도 하는 그 여정. 그래서 여행은 인생을 닮았다.

새로운 직장을 찾든, 다시 공부를 시작하든 이 여행이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 많이 성장하고 단단해져서 인생의 여정이 달콤해지기를.

그 여정을 함께한 윤동주의 시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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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4월의 자살 산책
최하늘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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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란 단어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흔들린다. 오래전 내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때,

제법 책도 많이 읽고 나름 어른스럽다는 자부심을 내보이면서 한 얘기가 '오는 것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가는 건 선택하고 싶어'였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사랑받지 못하고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였을까.

다소 치기어린 그 결심(?)은 단테의 신곡을 읽으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일단 겁이 많이 나서였을 것이다. 살다가, 지치기도 하고 멈추고 싶을 때가 왜 없었을까.

여기 이 에세이의 주인공 친구였던 J가 왜 기어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울증을 앓았다기엔 평소 너무 활달하고 모험적이라고 했다. 우울증의 또 다른 증상이 과도한 즐거움을 카피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들키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더 살고 싶다고 암시하고 싶었을테니까. 자살은 어쩌면 죽고 싶은 마음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야 가능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죽음은 온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명대로 잘 살아도 오고 갑작스런 사고로도 오고 꽤 긴 고통을 겪으며 병사에 이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짐작해본다. J는 여러번 자살시도와 자해를 하면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랐을지 모르겠다.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짐작되니까. 그럼에도 그런 여러번의 시도는 살고 싶었다는 반증일 수 있겠다.

결국 성공했고 남겨진 사람들은 이렇게 아픈 기억으로 살아가겠지. J가 아무리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유서를 남겼다지만 남은 이들의 슬픔과 고통은 지워지지 않는다.


왜 하필 4월이었을까. 벚꽃이 찬란하게 핀 계절이라면 덜 두려웠을까. 아님 화려한 꽃비처럼 낙하하고 싶었을까. 남은 이들은 4월이 오면, 벚꽃을 보면 또 힘들어지겠지.

그렇게 떠나서 자살에 성공했다고 행복해할까. 아님 남은 이들의 아픔을 보면서 후회할까.


아팠다. 내가 너를 조금 더 많이 안아주고 얘기를 들어주었다면 너는 살아있었을까.

저자의 말처럼 나도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었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남동생을 떠올리면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남은 첫 째 누나는 사는내내 후회와 그리움과 자책으로 시달리다 어느 날 세상 떠나 너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하겠지. 그리고 그 때 못해준 얘기들을 하지 않을까.

'많이 아프니?'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미안해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무슨 소용인가.

이 에세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고 떠나보내고 어쨌든 남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의 사과편지이고 스스로를 일으켜세우려는 처방전같은 고백서이다.

이렇게라도 J와 나누었던 말들, 모습들을 기억하고 붙들고 싶은 마음으로.

하지만 제 선택으로 떠나간 친구, 더 이상 잡지 말고 잘 보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래야 남은 우리도 살아갈 수 있을테니.

소풍 끝내고 떠나 다시 만나는 날, 그 때 등짝을 후련하게 때려주자.

하늘씨, 오늘 하루, J가 버리고 간 오늘 하루, 누군가가 간절히 살고 싶었던 어느 하루였음을 떠올리고 잘 살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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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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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까 인류의 미래는 멸망인걸까 엄청난 우주의 비밀과 방대한 프로젝트에 입을 다물수가 없다. 소설이 그저 소설이기만 기대한다. 현실은 너무 잔혹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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