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나는 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가 '연명치료 거부신청서'를 작성해두었다.
아무 의식없이 그저 숨만 쉬는 삶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삶은 선택이 없었지만 그나마 살아있는 것도 아닌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것만은 내 선택이고 싶었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게 고통을 남겨두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라도 붙들어두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삶은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미리 결정을 한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그런 결정을 해두지 않으면 남은 가족들에게 선택의
고통을 남겨줄 뿐이다.
하필 엊그제 '국민아버지' 최불암의 별세소식이 들렸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에도 TV에서는 그가 열연했던 '전원일기'가 '한국인의 밥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몇 달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스러웠는데 별세 소식에 마음이 어두워졌다.
직접 만난적도 없는 그저 남일뿐인데도 슬픔이 밀려왔다. 김수미의 별세도 안성기의 별세도 그랬었다. 같은 시대에 만나 어느 시간 같이 살아온 인연뿐임에도 이런데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장례식에 가서 '호상이다'라거나 '시간이 약이다'같은 말은 하지 말라는 조언도 떠올랐다.
그저 가만히 안아주거나 토닥거리는게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란 부제가 마음에 확 닿았다. 언젠가 내가 갈 길이기에...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삶은 절대 깊을 수가 없다. 이 책으로 잠시 죽음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