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어른, 서른입니다
이해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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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어른'이란 단어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적의미로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다 자랐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체적으로야 스무살정도면 다 자랐다고 해야겠지만 정신적으로 다 자랐다는걸 어떻게 알아보나.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라 함은 온전하게 몸도 마음도 자립이 가능해야 하고 스스로 살아갈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정도의 시기정도가 '어른'이 아닐까 정의해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 '어른'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미국식 어른이라면 만 18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독립하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게 좀더 길어져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고 스스로 벌이가 되어야 가능하니 적어도 스물 다섯 정도? 혹은 서른은 되야 어른 소리를 듣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서른이, 서툰 어른이라고 표현한다.

치료사라는 직업을 구하고 잘 버티었지만 기면증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절망이 다가온 스물 후반의 어느나이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돈을 벌게되자 신나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뭔가를 사들이면서 어른놀이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같다.

수시로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시작되고 '기면증'진단을 받으면서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비된 몸을 치료하는 치료사로서 자부심도 분명 있었겠지만 자신의 병이 서서히 깊어지고 있음은 자각하지 못했다.

기면증이란 병은 치료제도 없고 불치의 병으로 평생 고생할 수도 있는 증세란다.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그 증세를 이기고 이 책을 썼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따돌림받지 않기 위해 어울리기 싫은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척 해야했고 베풀어야 했던 시간들. 사람정리에 나서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면서 외로워졌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책을 읽기 시작하고 스스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들을 찾아나섰을 때 이미 저자는 어른이 된 것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야하는 현실이 버겁지만 가능하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직업이 되면 좋겠다. 치료사라는 직업은 평생 장애를 지니고 살지도 모를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아니던가.

사명감없이, 자부심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느껴도 좋을 것같다.

그리고 불치병을 스스로 이길만큼의 정신력이 있으니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상황이 오든 멋진 어른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거란 믿음이 들었다. 더불어 이렇게 멋진 자서전도 나왔으니 책 말미에 감사하다는 그 사람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지금을 즐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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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길 위에서
이선영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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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면서도 깔끔한, 군더더기가 없는 여행에세이집이다.

책을 읽다보면 만난적 없는 작가의 얼굴이나 성격, 됨됨이들을 상상하게 되는데 아마 이 에세이를 쓴 작가는 깔끔하면서도 단정하고 어쩌면 단호한 면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맞나요?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을 잘 하다가 지치고 도망치고 싶었다는 그 3년!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안다. 3년차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그걸 잘 넘기면 10년도 채우지만 대체로 3년의 고비에서 퇴직이나 이직을 감행하는 사람이 많다. 어쨌든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너무 젊고 선택의 순간들은 많을테니까.


그리고 결정한 유럽여행도 참 잘한 일이다. 귀한 자식일 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이토록 와닿을 수가 없다. 저자가 맞닥뜨린 여러 상황에서 분노나 후회보다는 나쁜 상황에서도 좋은 걸 발견해내려는 마음가짐이 너무 기특했다. 누구나 그런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건 아니다. 좋은 인성과 긍정의 사고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여행이 다 좋을 수는 없다. 때로 차를 놓치고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다려주고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감사하고 여행의 기쁨을 더 누릴 수 있다. 유람소 매표소 직원의 작은 호의로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고 다정함을 나누고 싶었다는 말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래도 이건 아니다.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크로아티아에 그런 무례한 카페 직원이 있다니.

분명 인종차별이었을 그 무시를 견디고 그냥 나왔다니. 혼을 내줄 일이지.

그래서 또 생각한다. 그 한 사람의 불친절과 무시가 그 국가의 이미지를 얼마나 훼손할 수 있는지. 명동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에게 더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또 배우는 거지.

여행이 다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분명 얻는 일들이 많다. 조금 고단하고 때로는 위험에 빠지기도 하는 그 여정. 그래서 여행은 인생을 닮았다.

새로운 직장을 찾든, 다시 공부를 시작하든 이 여행이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 많이 성장하고 단단해져서 인생의 여정이 달콤해지기를.

그 여정을 함께한 윤동주의 시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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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4월의 자살 산책
최하늘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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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란 단어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흔들린다. 오래전 내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때,

제법 책도 많이 읽고 나름 어른스럽다는 자부심을 내보이면서 한 얘기가 '오는 것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가는 건 선택하고 싶어'였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사랑받지 못하고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였을까.

다소 치기어린 그 결심(?)은 단테의 신곡을 읽으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일단 겁이 많이 나서였을 것이다. 살다가, 지치기도 하고 멈추고 싶을 때가 왜 없었을까.

여기 이 에세이의 주인공 친구였던 J가 왜 기어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울증을 앓았다기엔 평소 너무 활달하고 모험적이라고 했다. 우울증의 또 다른 증상이 과도한 즐거움을 카피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들키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더 살고 싶다고 암시하고 싶었을테니까. 자살은 어쩌면 죽고 싶은 마음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야 가능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죽음은 온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명대로 잘 살아도 오고 갑작스런 사고로도 오고 꽤 긴 고통을 겪으며 병사에 이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짐작해본다. J는 여러번 자살시도와 자해를 하면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랐을지 모르겠다.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짐작되니까. 그럼에도 그런 여러번의 시도는 살고 싶었다는 반증일 수 있겠다.

결국 성공했고 남겨진 사람들은 이렇게 아픈 기억으로 살아가겠지. J가 아무리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유서를 남겼다지만 남은 이들의 슬픔과 고통은 지워지지 않는다.


왜 하필 4월이었을까. 벚꽃이 찬란하게 핀 계절이라면 덜 두려웠을까. 아님 화려한 꽃비처럼 낙하하고 싶었을까. 남은 이들은 4월이 오면, 벚꽃을 보면 또 힘들어지겠지.

그렇게 떠나서 자살에 성공했다고 행복해할까. 아님 남은 이들의 아픔을 보면서 후회할까.


아팠다. 내가 너를 조금 더 많이 안아주고 얘기를 들어주었다면 너는 살아있었을까.

저자의 말처럼 나도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었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남동생을 떠올리면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남은 첫 째 누나는 사는내내 후회와 그리움과 자책으로 시달리다 어느 날 세상 떠나 너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하겠지. 그리고 그 때 못해준 얘기들을 하지 않을까.

'많이 아프니?'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미안해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무슨 소용인가.

이 에세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고 떠나보내고 어쨌든 남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의 사과편지이고 스스로를 일으켜세우려는 처방전같은 고백서이다.

이렇게라도 J와 나누었던 말들, 모습들을 기억하고 붙들고 싶은 마음으로.

하지만 제 선택으로 떠나간 친구, 더 이상 잡지 말고 잘 보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래야 남은 우리도 살아갈 수 있을테니.

소풍 끝내고 떠나 다시 만나는 날, 그 때 등짝을 후련하게 때려주자.

하늘씨, 오늘 하루, J가 버리고 간 오늘 하루, 누군가가 간절히 살고 싶었던 어느 하루였음을 떠올리고 잘 살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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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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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까 인류의 미래는 멸망인걸까 엄청난 우주의 비밀과 방대한 프로젝트에 입을 다물수가 없다. 소설이 그저 소설이기만 기대한다. 현실은 너무 잔혹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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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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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엄청난 속도와 재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예원제와 에번스가 경험한 것처럼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고 환경을 파괴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죄하지 않았다.

결국 인류의 종족중 누군가는 이런 인류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원제는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문화혁명당시 제자였던 홍위병들에 의해 살해되자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유배당했다. 하지만 그녀의 과학적 재능을 알아본 정부의 비밀조직에 의해 발탁되어 우주에 존재할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 메신저를 보내는 비밀기지인 홍안에서 몰래 외계인에게 자신만의 메시지를 보낸다. 결국 그 메시지는 삼체에 있던 감청원에게 닿게 되고 삼체는 지구의 문명에 대해 알게된다. 그리고 결국 열악한 자신들의 공간에서 벗어나 지구문명을 획득하기 위해 함대가 지구를 향해 떠나게 된다.

지구에 닿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릴 예정이고 그 전까지 지구의 문명이 더 발전하는 것을 막기위해 삼체세계는 자신을 추종하는 지구반군들에게 과학자들을 없애라는 명령을 보낸다.


나노 연구 프로젝트를 맡았던 과학자 왕먀오는 눈앞에 이상한 숫자가 카운터되는 현상을 겪으면서 서서히 삼체세계의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결국 지구반군의 정체가 드러나고 더불어 지구를 구하려는 우주군의 도움으로 지구반군의 총사령관인 예원제를 체포하고 그 모든것을 지휘한 에반스를 제거한다.

그럼에도 삼체세계는 여전히 지구를 향하고 400백년 후면 지구는 멸망에 이르리라는 공포가 밀려온다.


인류는 삼체세계에 대항할 면벽자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4인의 면벽자를 선발한다.

그저그런 천문학 교수인 러쥐드 면벽자중 하나가 된다. 그는 자신이 왜 면벽자로 선발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면벽자중 한 명은 자살하고 한 명은 돌에 맞아 죽는다.

그들은 인류보다는 자신의 이기주의에 더 집착했다는 의심을 받고 면벽 프로젝트는 해체된다.

돈많은 사람들은 혹시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미래를 꿈꾸며 동면에 들어가고 러쥐역시 동면에 들어간다. 러쥐를 위험에서 구하던 유능한 경찰 스창역시 동면에 들어갔다가 185년만에 해동된다.


1부가 왕먀오의 시간이었다면 2부는 러쥐, 3부는 청신의 시간이다.

면벽자들의 계획으로 간신히 인류가 희망을 이어가고 과학도였던 청신역시 그녀의 연인인 윈톈밍의 뇌만 우주선에 태워 보내진 후 동면의 시간에 들어간다.

그녀가 일궜던 헤일로 그룹을 웨이드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하나의 약속을 받아낸다.

언제든지 인류가 위험해지면 그녀를 다시 깨우겠다는.

청신은 여러번의 동면과 깨움을 경험하면서 지구가, 우주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결국 인류는 거의 멸망에 이른다.

이 삼체라는 방대한 소설자체가 바로 우주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류츠신의 머리가 바로 우주이고 삼체라는 소설로 그 존재를 드러냈다.

8년 연속 중국 과학소설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SF 은하상을 수상한 그의 과학적 지적수순과 무한한 상상의 세상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로 탄생한 삼체의 세상은 그저 게임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삼체세계는 현실이었고 인류를 위험에 이르게 한다. 삼체세계가 경계했던 인류의 과학발전 속도는 결국 멈추지 않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진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거의 모든 인류가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왕먀오, 러쥐, 윈톈밍이 남긴 희망의 씨앗들이 우주 어디에선가 살아남아 또 다른 인류가 탄생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인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진화와 멸을 경험하면서도 살아남았던 종족이다. 우주의 그 끝도 없는 공간에 인류의 뿌리가 어딘가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을거라는 기대를 절대 저버릴 수 없는 이유이다.

과학적, 특히 천문학이나 물리학에 젬병인 사람들이라면 읽기가 편하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읽기를 멈출수 없었던 것은 몇몇 선지자들이 미래의 인류를 위해 나아가는 발걸음의

끝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류츠신은 거의 마지막에 남은 두 사람, 청신과 관이판,

그리고 뇌만 살아 어디엔가 존재하는 윈톈밍이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될거란 기대를 심어놓고 막을 내린다. 물론 청신과 관이판, 그리고 삼쳬세계에서 온 지자의 존재가 또 다른 우주의 어떤 세상으로 나아가는 장면으로 삼체, 그 이후의 세상, 혹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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