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그림 - 그림 속 속살에 매혹되다
유경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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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표지그림만 보면 야한 누드화 모음집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림속 여인의 아름다운 몸매와 백마에 올라탄 자태는 참으로 고혹스럽다.


 


그렇지만 이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감동적인 사연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된다.

11세기 중세의 영국 코벤트리시의 영주, 레오프릭 3세는 악독한 탐관오리로 과도한

세금 징수와 폭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영주의 부인 고디바는 남편에게 선처를 부탁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자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나체로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겠다고 협박한다.

설마 그러랴 싶었던 영주는 시장을 알몸으로 지나갈 수 있다면 청을 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래서 이 그림이 탄생했다. 

겨우 열 여섯의 고디바 부인의 알몸 행진은 문을 열지 않고 쳐다보지 말자는 백성들의

약속으로 민망하지 않게 끝이 났던 모양이다. 단 한 사람 궁정 소속 패션디자이너 톰이

몰래 훔쳐보긴 했지만.


 


같은 주제를 두고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은 좀더 관능적이다. 아마 말을 붙들고 있는 사람은 여시종이 아닐까. 그림 한 점속에 깃든 스토리들이 참으로 흥미스럽다.


 


고대 그리스의 프리네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당대 최고의 헤타이라였단다.

일종의 매춘부이긴한데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고 정치, 철학, 예술등을 논할 정도의 교양을 갖춘

고급 매춘부였던 프리네가 자신의 사랑을 거절당한 고관대작에게 모함을 당해 재판장에 섰다가

알몸을 드러내야 했던 사연도 기가 막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죽여야만 합니까'라고 외치던 변호사의 기지로 무죄를 선고받을만큼

그녀의 몸매는 아름다웠다고 하는데 조각상을 보면 그닥 신비로울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하긴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풍만한 여인의 몸매가 더 사랑받았다고 하니 저정도의 비율이 최고

였을수도 있겠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도 인어의 전설이 있지만 오랜 고전속에 등장하는 인어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인어들이 배를 침몰시키기도 하고 물에 빠진 어부들을 유혹하여 바다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단다.

그림 속 인어정도의 아름다움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제목인 '나쁜 그림'은 사실 그림속에 등장한 여인들의 관능적인 모습이나 사악한 이미지때문에 붙인 것 같다.

하지만 전설이나 역사속에 등장한 나쁜 여인들의 사연들 듣다보면 나쁘다기 보다는 매력적이라는 것이 더 어울린다. 여자들의 인권이랄 것도 없던 시대에 저항하고 세상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야 했던 시간들에서도 이렇게 그림속에 남은 여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림을 그린 화가들에 의해 질기게 살아남았다.  진심으로 그림 속 여인들의 속살에 매료당하고 말았다.

그저 눈으로만 훑었던 맹과니에서 조금쯤은 그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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