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트리거 - 나를 이끄는 뇌, 생각을 이끄는 나
김진우 지음 / 리드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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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책이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린다고 한다. 도파민은 참 긍정적인 호르몬이라고 생각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양면의 날을 지닌 검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성호르몬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지만 도파민의 경우는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급격한 신체, 환경의 변화같은 것들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말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도파민 생성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중독이나 불안, 회피같은 자포자기로 이어지기도 한다니 우리 삶의 정말 중요한 물질이 아닐 수 없다. 부족증의 증세를 보니 행동이 느려지거나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저자처럼 알콜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단다. 나도 도파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최근 몹시 우울하고 의욕도 줄었으며 입맛도 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시절의 아픔을 극복하고 잘 이어지던 삶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점차 무너졌고 아내의 죽음은 알콜중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슬픔과 아픈 기억들을 술로 잊고 싶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 홀로 남겨졌을 무렵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그 노부인은 아마도 운명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전생에 덕을 쌓았던지 죽은 아내의 보살핌 덕분이 아니었을까.


도저히 일어설 기미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노력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보였기에 가능했을 기적이었다.

다행스럽게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알콜도 멀리 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럽다.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술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게 더 많았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였다면 시큰둥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치열하게 도파민과의 전쟁을 벌였던 사람이었기에 정말 공감이 되었다.

아마 누군가에게 이 책이 도파민 트리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도파민 부족증을 겪었던 사람들, 그래서 불안과 중독에 이미 망가져가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처럼 다시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힘을 얻을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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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 2015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선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박하령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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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이다. 승리한 사람이 대체로 살아남고 성공했다는 평가는 받는 그런 냉혹한 공간이다. 가진 것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많지 않은 자리를 차지해야만 살아남아야 했던 기억이 유전자속에 새겨져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도 그렇게 키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내가 만약 쌍둥이를 낳았다면? 그것도 말 더럽게 안듣는 똑같이 생긴 +아들녀석이 둘이나 있었다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안다. 그래서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부모가 쌍둥이중 한 아이를 할머니집으로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키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모정을 넘어서는 탐욕이 진짜 이유임을 알고 경악했다. 그러니 할머니집으로 보내졌던 은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서울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쌍둥이 동생 지우가 몹시 부러웠고 몹시 서러웠다.

버려진 아이같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은오는 6학년 때 잠시 일탈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인신매매의 덫을 간신히 빠져나왔고 할머니의 재산이 어디론가 빠져나갈까 걱정했던 외삼촌 가족들까지 더해진 좁아터진 할머니집에서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 언제나 지우가 우선이었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던 부모가 살던 서울이 낯설었다.


하지만 계속된 불행으로 또 어쩔 수없이 지우와 한 여고에 다니게 된 은오는 지우와 쌍둥이라는게 너무도 싫다.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 부산 할머니집에 살 때 우연히 알게된 선집이라는 남자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같이 밴드활동까지 하게 되면서 선집이가 은오의 마음에 들어오는데 은오는 지우가 첫사랑이라면서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다. 눈치가 없는거니. 염치가 없는거니.


원하는 노래공부까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은오는 다시 탈출을 감행한다. 불과 삼일천하로 끝나긴 했지만 난 이 장면에서 은오를 잡아준 펜션의 그 아줌마가 몹시도 존경스러웠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준 진짜 어른이 아니던가.

항상 지우에게 양보만 하고 살아야 했다고 생각한 은오의 '의자 뺏기'는 작가의 말처럼 경쟁사회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아니고 자존감을 갖고 자기 몫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났는데 글을 참 잘쓴다. 호두과자속에 호두가 들어있듯 진심이 들어있다.

슬픔과 아픔, 외로움같은건 거의 누구나 다 경험한다. 그래도 은오가 '지우세이'를 빌려 얘기했던 날숨으로 밖으로 내보내보자. 바람으로 흩어져 버릴 수있게.

누군가를 이겨야하고 늘 빼앗기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 아니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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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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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인류를 '위대한 존재'라고 하지 '사소한'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고고학을 전공하고 인류학 교수를 하는 분이 '사소한'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졌고 비슷하게 진화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금의 우리, 내가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살아남아 종족을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왜 저자가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를 하게 되면서 조금 우울해진다.


대학을 다녔지만 그 사회에 대해서, 특히 우리보다 더 우월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교수들의 세상은 잘 알지 못했다. 일단 학문을 하는 전당을 이끄는 사람들이기에 대체로 더 공정하거나 어쩌면 순수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없애주었다. 역시 인간은 계급사회를 형성하는데 탁월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 대학은 여성 교수에 대한 편견이 없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이미 그런 편견을 가졌다는 걸 증명한다.

고작 육아휴직 3개월이 비슷한 남자교수들과 6~7년을 뒤처지게 만들었다니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수만년의 진화를 거친 위대한 인류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소한'이 붙었지.


어쩌면 인류를 구했다고 믿어지는 늑대-개로 진화한, 누군가는 늑대와 개의 유전적 차이가 있다고도 하지만-가 더 많은 진화와 계급상승을 누리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외갓집에서 기르던 쫑쫑이가 아닌 멋진 이름을 붙여주는-요즘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집안의 귀염둥이를 넘어서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집도 그렇다-

누군가가 그러던데 현대의 계급은 개, 어린이, 노인, 그리고 여자, 그 다음이 남자라고.

순서가 한 두개 뒤바뀐다 해도 인류를 먹여살렸다고 믿어지는 사냥꾼 남자는 이제 맨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아직 어딘가에서는 여성들보다 대체로 상전으로 군림하는 모양이다.



인류학 교수가 쓴 책이니 뭐 고루한 인류학이나 고고학이 등장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 그런 전문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정도에

민족성에 따라 의미를 많이 줌으로써 명성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이다.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로 보면 멀지 않아 은퇴할 시기가 올 것 같은 인류학 교수의 에세이는 그나마 여성교수로 살아남기 조금 괜찮은 나라에서도 전사로서 살아온 투쟁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편견과 더불어, 임신, 출산, 육아, 가사까지 수만년 전의 여성들이 짊어진 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나도 몇 년전까지 '여류~~'하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었다. 하지만 어느 작가가 그랬다던가. 왜 '여류'라는 수식어를 붙이느냐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있다. 여의사, 여약사는 왠지 신뢰감이 덜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달려와서 편견을 깨부수고 '여교수''여류'라는 타이틀을 떼어내준 수많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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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이 머문 정원의 속삭임 - 추억과 사유, 사랑으로 엮어낸 이야기
이형하 지음 / 작가와비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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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다시 어둠이 찾아오면 달이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달은 진 적이 없다.

해에 가려져 잠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낮에 나온 반달은~'하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모든 생명을 키워내는 해도 중요하겠지만 캄캄한 밤을 밝히고 별과 별 사이의 중력을 담당하는 달이 더 귀하지 않을까. 우리는 강한 것만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문득 시간에 맞춰 몸이 변화되고 부드러운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달의 감사함이 더 느껴졌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에서 근무했다는 저자의 삶은 치열해보이면서도 푸근하게 다가온다. 일단 이런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품이 넉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와 같이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기억할 것 같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신하에게 하사했다는 계영배! 술을 너무 많이 먹지말고 이 잔에 넘치게 따르지 말라는 배려로 만들어진 계영배를 그 신하는 오히려 넓게 펴서 큰 잔을 만들었다는데 과학적인 이론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술이 일정량이 넘어서면 오히려 다 사라질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동서고금 이런 술잔이 있다는 걸 몰랐을테니 계영배의 실체를 본 외국인의 놀라움이 오죽했을까. 하긴 고 정주영회장은 거북선이 새겨진 지폐 하나로 거금을 대출받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대단한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니라'를 제대로 보여준 술잔이다.


뒤돌아보니 나 역시 후회할일 천지이다. 가보지 못했던 곳들, 이러저러 늘어만 가는 약들을 보며 챙기지 못했던 건강, 먼저 떠난 동생들을 더 많이 안아주지 못했던 일들, 인생이 이렇게 짧다는 걸 젊을 때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청춘이 그립다.

그럼에도 이렇게 늙어가는 혹은 익어가는 시간을 다시 젊은 시간으로 되돌리기는 싫다.

그만큼의 잘못된 선택과 실수와 번민과 아픔같은 것들 역시 나를 따라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하지 않은 정원에서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을 읽은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라라고 타박하지도 등을 떠밀지도 않는게 좋다. 그냥 이렇게 나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온 누군가의 삶이 나와 닮았음이 신기했고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음이 부러웠다.

바람이 시려서 어느새 베란다 문을 닫는 계절이 왔다. 아마 내일쯤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전을 부치고 술한잔 걸치면서 둥근 보름달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정신없을 명절 전 잠시 마음을 다독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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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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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로섬이란 뜻은 게임이나 경제이론에서 한 사람이 이익을 얻는 만큼 반드시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구조를 말한다고 한다.

인생은 대체로 이 제로섬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사랑'도 제로섬 게임의 전형이라는 저자의 발상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넘어선다.


현대문학작품이라고 해서 저자가 상당히 젊다고 생각했었다. 작품도 전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이 신선했다. 하지만 거의 구십에 가까운 작가이고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다는 이 작가의 단편선은 평범하지 않다. 특히 여성에게는.


M교수를 사랑했던 것일까. '제로섬'의 화자 K는 겨우 M교수의 파티에 초대를 받는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집, 환경, 가족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다.

우연히 다른 방에 있던 M교수의 딸에게서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다른 누구와 사랑을 나누고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한 셈이니까. K는 진심인지 아니면 이간질을 하고 싶었는지 그의 딸에게 M이 어떤 사람인지를 고자질한다. 그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자기 아버지를 낯선 사람으로 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적 거짓말일 수도 있다.


치매증상이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딸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는 '참새'란 작품은 마지막에 반전이 숨어있다. 그녀의 어머니가 밝히는 비밀은 진실인걸까.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집밖에 외로워 보이는 참새 한 마리가 바닥을 쪼고 있다. 참새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베이비 모니터'란 작품은 가장 많이 몰입되었던 단편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여자가 힘든 임신과정과 출산을 겪고 얻게 된 아기.

베이비 모니터를 통해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 한다.

거의 집착이나 분리불안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지나친 관심이 그녀 자신도 버겁다.

하지만 모정이라는 것은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아도 그냥 절로 나오는 것 아닌가.

숨이 막힐 것 같았던 현실에서 벗어나 베이비 모니터가 없는 먼 공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며 자유를 느낀다.

질투, 죽음, 추억, 모정등 여자의 눈으로 바라본 여러 여자들의 삶이 이채롭다.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는 작품들도 있다. 놀라운 점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현실의 모습들은 대체로 비슷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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