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인간의 뇌는 얽히고 설켜 복잡한 기관이다. 저자의 말처럼 복잡한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카오스'는 '혼돈'의 뜻이다. 인생 자체가 카오스가 아니던가.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시작은 작은 차이였더라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게 인생이다. 물리학자을 전공한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이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알콜중독자와 약물중독자인 부모를 두는 일이 평범하지는 않다. 데이비드는 하필 그런 가정에서 태어났다. 두 살 위 누나 에스터역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결국 두 아이는 친척들에 의해 보육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50년전의 보육원 환경이라는게 그닥 기대감도 없지만 정말 최악이었다. 폭력과 무관심이 난무했고 그저 먹고 자는 일만으로도 감사한 처지였다.


보육원에 가기전 허접한 동네에 살 때 만났던 샤일로는 데이비드와 동갑으로 처지도 비슷했었다.

자질구레한 도둑질도 같이하고 게임도 즐기면서 즐겁게 보냈었다. 보육원으로 오게 되면서 헤어진 샤일로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된다. 

데이비드는 보육원을 나와 무료기숙사 시설이 있는 학교로 진학하여 계속 공부를 했고 대학입학의 꿈을 키웠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전액 장학금을 받아 대학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샤일로는 거리의 노숙자가 되어 있었다. 그에게는 미래로 나아갈 꿈이 없었던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영하의 온도에서 얼음으로 존재하다가 정확하게 섭씨 0도에서 갑자기 물로 변하는 현상을 '상전이'라고 부르는데 아주 미세한 온도차이로 물질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생물학적 뇌 같은 신경망에서도 '카오스의 가장자리'라고 부르는 '상전이'현상이 나타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현상은 미세한 차이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인생에 대비한 것이다.


소년시절의 또 다른 친구였던 오마르는 샤일로처럼 포기할 뻔 했지만 역전에 성공했다.

작은 변화가 그의 삶을 건져올렸던 것이다.

데이비드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누나 에스터는 부모가 밟았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술과 마약. 그리고 결국 삶을 포기했다.

이제는 성공한 신경과학자는 자신의 삶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유년과 복잡한 뇌의 구조를 따라가며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데이비드가 공황장애를 겪고 상담사와의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성공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지인들의 관심과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 길을 잃고 포기하려할 때 손을 잡아주거나 등만 두드려주어도 삶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묵직한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특수지구 사건처리반 2 - 생명공학 ‘폐연구소 괴담’, 어린이를 위한 공학 동화 과학특수지구 사건처리반 2
선자은 지음, 송효정 그림, 송지준 감수 / 가나출판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시험은 늘 어려웠다. 외워야 할 공식도 많았고 이론도 어려웠다. 그 때 과학을 잘하고 재미있게 느꼈더라면 과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루가 다르게 과학이 발전하는 세상이 되고보니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생명공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봉구는 늦게까지 연구를 하다가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한다.

그러다가 아무도 없는 폐연구소 2층에 불이 켜진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무심코 고개를 돌린 봉구는 새하얀 귀신 같은 형체를 보았고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귀신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요즘 연구소내에서 도는 괴담때문에 겁이 난 것이다.

연구소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졌고 연구원이 하나 둘 병으로 죽으면서 귀신이 되어 밤마다 연구소를 떠돈다는 괴담이었다.


겁쟁이 봉구를 놀려주기 위해 연준이 펼친 장난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소에는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늦게까지 연구소에 남는 석태의 행동이 수상했다. 증거는 없었지만 계속 맘에 걸린다.

생명공학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벌레가 싫어하는 옥수수를 만들기도 하고 어른 모기가 되기 전에 사라지는 모기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 GMO로 만든 식물들과 생선은 이미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모자라는 식량을 대체하는 연구에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 위험도 따르기 때문에 약속을 정하고 실험을 거쳐 진행되어야 한다.

유전자 조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키가 작은 봉구도 실험중인 약을 먹고 싶었지만 공학자로의 양심을 따르기로 한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과학자도 있었다.

그동안 수상한 그림자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임상도 끝나지 않은 비만치료제로 인해 환자들이 연이어 발생하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이상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사이에 정리해놓은 과학 상식이 쉽게 설명이 되어있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질병을 고치고 식량을 늘리고 이로운 학문에도 지켜야 할 약속이 필요하고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어린이를 위한 공학 동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르네상스의 대화
이케다 다이사쿠.루 매리노프 지음 / 중앙일보S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류는 진화했고 가난을 이겨냈으며 엄청난 과학의 발달을 일구어냈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분명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풍요로운 시대가 될 수록 이상하게 정신은 더 가난해지고 공허감이 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이 이런 시대일 수록 더 가까이 다가온다. 삶의 의미를 잘 모르고 헤매게 될 때, 어떻게 살아야 정답인지를 찾아야 할 때 우리는 철학을 찾는다.

세계적 불교 철학자 '이케다 다이사쿠'와 철학 카운슬링의 선구자 '루 매리노프'의 대화가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1928년에 태어나 거의 100년 가까이 살다간 철학자와 20년 정도 어린 철학교수의 대화에서 우리는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고민 없는 인생은 없다. 겉으로 행복해보이는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왜 이토록 위로가 되는 것일까.


어떤 학문에도 재능이 없었고 학창시절에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던데다 특히 '철학'이라는 단어만 봐도 어렵다고 느꼈던 나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같은 철학자들의 조언이 그닥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죽음까지 선택하지 않았는가. 철학이 뭐라고.

'정의롭고 위대한 철학자는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박해조차 영예로 바꾸어 갑니다'라는 말에서 철학에 대한 신념이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는게 지금도 의아스럽긴 하다.


100세 시대, 아니 120세 시대가 왔다고 하니 어느새 반 정도는 살아온 셈인데 좋은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죽음을 맞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이케다 다이사쿠는 이미 좋은 죽음을 맞아 저 건너편의 세상으로 떠났으니 물어볼 재간은 없다. 정말 좋은 죽음이라는게 있는 것인지.

'동물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은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삶은 비록 초라했을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죽음을 맞고 싶다.


'인류가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을 만큼 발전했으면서도 여전히 작은 지구에서 서로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우주비행사의 말이 가슴을 치지 않는가.

인류는 어리석은 전쟁을 반복했었고 지금도 여기저기에서는 이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존재들이다.

과학의 발달로 우주로 날아가고 수명은 길어지고 AI로 정답을 찾아가는 시대가 왔지만 어리석은 역사는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철학이란 학문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쩌면 정답이 없는게 인생이지만 이런 질문의 시간이라도 없다면 더 어리석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좁은 지구에서 치고 받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우리에게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보라는 조언이 위로와 겸손의 마음을 선사한 인생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부 사이를 풀어 주는 관계 회복법 - 마음을 다시 잇는 42가지 지혜
김미혜 지음 / 북스고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 사이는 로또라는 말이 있다. 너무 안 맞아서 나온 소리다.

내 속으로 나온 자식과도 매일 티격태격인데 남남 사이인 부부가 어떻게 딱 맞을 수 가 있겠는가.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사람끼리 한 집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겠는가.

나는 밤잠이 없고 남편은 일찍 자는 편이어서 아예 침실도 따로 쓰고 있다.

이제야 뜨거운 열정보다는 동지같고 친구같은 사이가 되어 오히려 편해졌다.


부부 사이가 틀어지는 이유는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돌이켜보면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싸움이 시작되고 친정이니, 시집이니 하는 문제로 이혼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냥 똑같이 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리 예민하게 내 것만 챙기려고 했는지 후회스러웠다.

그래도 같이 나이가 들어가니 자식보다 내 편이 되어주는 짝이 최고란걸 알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왜 나만 하는거야? 집안일을 좀 나눠서 하면 안되나?

불꽃같은 사랑을 할 때에는 이런 문제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안하면 금방 티가 난다. 입맛 까다로운 가족들 반찬 해대는 일도 버거워진다.

그럴 때 남편이 '뭐가 그렇게 힘들어? 다들 그렇게 살아'라고 하면 바로 앞치마 벗어 던지고 가출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많이 힘들었구나'하고 다독이는 말 한마디 해주면 스르르 마음이 녹지 않을까.

그게 지혜로운 부부의 대화법이다. 돈도 들지 않는다. 그저 진심어린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오래전 보증 잘못서주고 파산했다는 얘기가 참 많았었다. 지금은 몰래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를 했다가 쪽박찬 배우자 얘기가 많이 돈다. 외벌이를 하든 맞벌이를 하든 가정경제는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남편도 자신이 번 돈이니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자신의 부모나 형제, 친구들에게 돈을 건네면서도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데 서로 의논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부부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방식이나 교육에서도 서로 의논하고 지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가정도 기업이나 나라의 경영처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가족경영!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일들이 많아진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현실치료전문사의 조언대로 가족경영을 하면 차곡차곡 정이 쌓이고 화목함이 따라올 것이다.

이혼이 흠도 아닌 시대이긴 하지만 특히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라면 이 책으로 회복의 기회를 가져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리의 모험 : 열두 개의 저승 바다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소담주니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리데기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참 좋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저승까지 가서 불사약을 구해오는 효녀의 이야기가 아닌가. 이런 자식을 가진 오구대왕은 버린 자식이 자신을 살리는 약을 구해왔으니 딸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은데 동화에서는 그런 것까지 얘기해주진 않았다.


용왕이 여자라는 설정이 참 재미있다. 긴 산고끝에 태어난 딸은 낳자마자 죽었다. 아니 죽었다고 버렸더니 다시 살아나 뭍으로 가 공덕의 딸로 키워진다. 아기 바구니안에는 '벼리'라고 적힌 종이가 있었으나 글을 모르는 공덕은 바리라고 이름지어 키웠다.

아이는 연보라색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이 구해준 조랑말 몽생이와 바닷가를 달리며 논다. 아이들은 바리를 괴물이라고 놀리며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


공덕은 젊어서 잘 생긴 서방을 만나 혼례를 하고 귀여운 딸 오름이와 뚱냥리 고넹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었다. 하지만 태풍이 몰려와 모두 쓸어가버리고 혼자 남겨졌다.

외롭게 살던 공덕이에게 벼리가 왔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천방지축 고집만 센 바리였지만 소중하게 키웠다. 하지만 용왕이 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바리는 12층 저승바다로 향한다. 공덕은 바리를 혼자 보낼 수 없어 남은 혼을 끌어모아 바리가 향한 저승으로 뛰어든다.


12층 저승 바다는 곳곳이 지옥이다. 이불바다, 풍류바다, 서당바다, 이름은 무섭지 않은데 특히 6층바다에는 절대 가면 안된다. 저승 바다의 서열 2위인 마고 선비가 있기 때문이다.더러워진 이불을 빠는 일을 하는 마고 선비는 수수께끼를 내서 맞히지 못하면 혼을 빼앗는다.

요 부분이 아주 재미있다. '밥 먹고 찾아오는 거지는?', '눈으로 못보고 입으로만 보는 것은?' 요건 나도 맞혔다. 쉽네 뭐. 하다가 마지막 문제는 못맞힐걸.


젊은 모습의 공덕이와 바리, 몽생과 계란이도 용왕을 살리기 위한 해골꽃을 찾기 위해 저승 바다를 하나씩 거치지만 저승 사자들이 그들을 쫓아오고 죽을 위기에 처한다.

바리는 마법의 하얀 꽃잎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마지막 꽃잎을 자신을 쫒는 풍산개대장을 위해 쓰고 만다. 이제 더 이상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저승 바다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공덕이가 이미 세상을 떠난 서방과 오름을 만난 것이었다.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늘 공덕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에 눈물이 차 오른다.

오래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내 동생들도 어쩌면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까.

전래동화처럼 바리공주는 해골꽃을 구해 용왕을 구해낼 것이다.

하지만 이 동화에서는 좀 더 아름다운 결말들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살릴 해골꽃이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지 꼭 지켜보기를...아는 얘기 같지만 좀 더 스펙터클하고 현란하다.

지금도 제주 바당에는 용왕이 살고 있을 것같고 바리는 제주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것만 같다. 혹시 바다궁에서 잔치가 벌어지면 나도 좀 초대해주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