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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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틈달'은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온난화 영향으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가요?

꽃이 지는 봄이 아쉬운 것처럼 겨울로 달려가는 11월의 시간은 조금 두렵기도 하고 아깝기도

합니다. 샘터 11월의 표지를 보니 어려서 우리동네에서 제일 먼저 샀던 우리집 TV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14인치였는지 20인치 였는지 가물하긴 한데 별모양이 찍혀있던 두툼한 TV앞에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여로'라는 드라마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술단지같기도 하고 바보상자같기도 한 TV.

시간이 그립네요.


 


제게도 지금 군복무중인 아들이 있습니다만 제대후 진로에 대해 온가족이 걱정입니다.

공부를 계속해야할지 직장을 찾아야 할지 그것도 안된다면 알바인생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할지

정말 젊은이들의 미래가 암담합니다.

피끓는 젊음과 패기를 어둠과 싸워야 하는 청춘들이 '고함20'이란 언론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하면 홧병이 될테니 우리도 그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겠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바닷가쪽이라 단풍이 별로 없습니다. 염분이 많은 곳에서는 단풍이 잘 안든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가을의 정취는 높은 하늘을 보고 느끼곤 하는데 '그곳에 가고 싶다'에서 소개한 전남 영광 불갑산의 선홍빛 가을을 보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 극단의 선택으로 우리곁을 떠난 마광수교수와 인연이 있었던 이대앞과 홍대앞 바에 대한 기사를 보니 윤동주를 세상밖으로 끌어낼만큼 능력있던 교수가 선정적인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사회적 매장을 당해야 했던 문화무지의 사회가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왜 소설을 소설로만 봐주지 못했을까요. 우리모두 가해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도 서재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편하게 독서하는 방을 만들었는데 이제 책이 넘쳐 골치거리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었는데 '민립중앙도서관'기사를 보니 눈이 번쩍 뜨이네요.

저도 두번 읽었던 책이 별로 없는지라 간직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닌데 민립도서관에 기증하고

크레딧을 쌓으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라 꼭 회원이 되어야겠습니다.

내 책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달하고 다시 내게로 행복을 되돌려주는 도서관 아이디어가 어찌나 좋은지.


특히 이번 달 특집이었던 집 없는 민달팽이들의 집 이야기는 가슴이 찡해집니다.

저 역시 어린시절 5남매를 이끌고 세를 얻어다녔던 부모님의 절절함을 기억하기에 집없는 설움을 알고 있습니다.

요즘 집을 장만하려면 20년 이상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하는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사를 해야하는 생활이 얼마나 고단할까요. 어린시절 집없는 설움을 이야기한 독자들의 이야기를 보니 가난했던 과거의 지단함이 느껴져 울컥했습니다.


이제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어른들은 겨울을 날 걱정을 하곤 했는데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이는 요즘에도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11월호를 보니 다가올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듭니다. 이 가을 샘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겨울을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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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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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의 조금 가벼운 뜻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맑은 샘터앞에 모여앉은 몇 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동심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가 너무 일찍 우리와 이별한 정채봉작가,

그리고 여전히 맑은 시를 쓰고 계신 이해인 수녀님.

역시 이 책의 저자는 후기에 내가 떠올린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세상을 살면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알아봐주고 함께 한다면 참 행복한 일인데

그냥봐도 넉넉하지 않은 화가의 일상을 이렇게 책으로 꾸며 세상에 나오게 해준

샘터의 안목에는 情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정도로 깊은 소명같은 것이

느껴진다. 참 좋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샘터다.


 

 


예술을 해서 밥을 버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하긴 부자가 멋진 작품을 남겼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소 치열한 삶을 살아야 멋진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조금쯤은 가난한 삶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통장잔고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는 삶 또한 애잔하기만 하다.

어쨌든 현실과 타협하느라 그런건지 시골에 홀로계신 아버님을 위한 배려였는지 이 화가는 지금 농부 흉내를 내면서 시골에 살고 있다. 삭막한 도시의 작업실보다 뷰좋은 시골집이 창작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런데 문제는 창작에만 열중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데 있는 것 같다.

구순의 노인이 땡볕에 김을 메고 있는데 에어컨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풍기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자면 양심이란 놈이 따끔따끔 시비를 걸어오곤 하니 농부 흉내라도 내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나 역시 남해의 섬에서 텃밭이나 가꾸면서 소일하지만 무서운 풀들의 공격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작가처럼 잔디를 깐 정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한 달에 몇 번씩 깎아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니 텃밭확장을 선택한 내 결정이 자랑스럽다.


 


비료 넣고 땅을 잘 골라서 씨앗을 심으면 새가 와서 먹어버리는 통에 몇 번이나 다시 심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이 작가는 지구 평화를 위해 일하는 비둘기를 과감하게 용서하겠단다.

참 너그럽기도 하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넉넉해지고 실실 웃음이 나고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맑은 책이다. 샘물처럼.


 


뒤에서 몇등하던 아들이 앞에서 몇등할 정도로 성적이 오르자 여기 저기 괜히 전화해서 자랑하고

싶었다는 대목에서 얼마나 행복한 마음이었을까 싶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비어져나온다.

그게 부모 마음이지 싶고 팔불출이라고 절대 흉보지 않겠다고 위로를 건네면서.


 


구순의 아버지는 일곱 자식을 두었다. 그 시대엔 그게 보통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참 고단하게 자식을 키웠겠구나 싶어 안스럽고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땅을 가꾸는 모습에서 자식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일곱개의 마늘 꾸러미, 일곱개의 참기름 병...그거 자식에게 먹이려고

여름내내 밭을 누볐을 마음을 아는 자식들은 받으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이겠지.

그래도 주고픈 마음이 부모마음이다. 그 마음을 닮은 자식은 그림속에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그림을 볼줄은 모르지만 천진스런 아이들의 표정이며 따뜻한 느낌들이 잔뜩 들어있다고 느껴진다.


돈이 없어도 책 세권쯤은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줘야겠다.

분명 나처럼 행복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근데 이 화가 그림만 잘 그리는 화가는 아닌 것 같다.

글을 이렇게 잘쓰면 작가들이 은근 시기좀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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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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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역사서라고 봐야한다.

마술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상상이나 해봤던가.

오래전 유명한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자유의 여신상을 없애기도 하고 만리장성을 통과하기도

하는 마술을 선보여 그 당시 모자에서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에만 익숙하던 우리들을 경악시켰다.

빤히 보이는데 도대체 마술로 이같은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마술이 아니고 사기가 아닐까.

하지만 TV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중계되는 곳에서 카메라 조작이나 단순한 눈속임이라고만 보기에는

그 스케일이 너무나 컸었다.


이 마술이 전쟁에서 독일군을 교란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멋진 위장술로 거듭나다니 실화라는데

믿을 수가 없다.


 


대를 이어 마술사가 된 영국의 인기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입대를

자원한다.

서른 여덟이라는 많은 나이에도 오로지 충성심의 발현으로 자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전쟁에 활용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바로 마술이었다.

적군을 모아놓고 비둘기가 나타나는 마술로 정신을 흐뜨려놓고는 뒤에서 공격하겠다는 뭐 그런

아마추어같은 전술이 아니었다.


독일공군의 시야를 흐리게 해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숨긴다거나 탱크를 트럭으로, 철도 차량을

잠수함으로 폐선박을 대형 전함으로 바꾸어놓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수많은 적군의 눈을 속일만큼 완벽한 마술쇼를 펼친 것이다.


 


그의 '마술단'에는 위장술 교육을 담당했던 프랭크를 비롯해서 전직 목수에 만화가, 화가들이

포진해있다.  그러고보니 이 '마술단'에 대한 보도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엄청난 사단이 주둔해

있는 야영지를 꾸미는 사진이 있었고 심지어 쌓아놓은 보급품이며 수많은 병사들의 발자국까지

찍혀있는 정말 거대한 야영지가 눈앞에 있었다. 그야말로 인류 최대의 '마술쇼'가 실제했던 것이다.

각자의 재능을 살려 위장하고 마스켈린은 빛과 그림자의 위치를 이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끌어낸다.

마술이라기 보다는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은 작업들이 그의 머리와 부대원들의 노력으로

탄생된 것이다.


 


실제 마스켈린의 마술쇼는 독일군을 허둥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전투력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사기를 꺾었고 심리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마스켈린은 완벽한 승리를 위해 회심의 '한방'을 기획한다.

단순한 눈속임이 아닌 위장술과 심리전에서의 우위를 선점하는 두뇌의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서.


 


실제로 히틀러는 마스켈린의 존재에 대해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위협이 되는 사람이었다.

이제 마술이 진화하여 상상이상의 멋진 쇼를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래전 전쟁에

마술을 선보여 승리를 쟁취했던 마스켈린의 이 역사서는 마술과 마술사의 위대함을 말한다.

그리고 그의 능력보다 더 위대했던 것은 조국의 승리를 향해 전장에 뛰어든 그의 용기였다.

길었던 10월 연휴를 보람되게 마무리하게 해준 마술쇼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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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마츠오 유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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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스파이크'란 이름은 좀 너무하다 싶었다.

배구에서 날카롭게 내리꽂는 공격이 떠오르기도 하고 체육시간에 신었던 운동화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름인데 아무리 조금 못생긴 비글이라도 '스파이크'라니.


 


어쨌든 그 스파이크란 이름을 붙여준 비글과의 만남도 아주 희한하다.

절친인 야스코의 할머니가 그 개는 반드시 혼자사는 여자에게 주어야 했다나 뭐라나.

결국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채 '꼬마'라고 불리던 비글은 운명처럼 에조에 미도리에게로 왔다.


 


그렇게 에조에와 스파이크는 3년을 같이 살았고 어느 날 길에서 '스파이크'와 똑같은 비글과

산책을 나온 남자와 만나게 된다. 더구나 그 남자의 비글도 '스파이크'라니. 요즘 개에게

'스파이크'라는 이름이 대세였나.

에조에는 누군가를 첫눈에 반하게 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남자 뭔가 끌린다.

이름은 '하야시 미키오', 나이는 에조에와 동갑. 이상한 인연도 다 있다.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 두 사람은 다음 토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설레이며 약속장소로 나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미키오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채인 것일까.


이 소설은 '평행이론'이나 다른 차원에 대한 믿음이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것이다.

왜냐하면 에조에가 만난 미키오가 바로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청년이었으니까.

이곳 세계와 똑같은 세계가 건너편에 존재하고 아주 우연히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막이

약해져 '스파이크'들이 뚫고 나왔단다. 더구나 말을 하는 개라니.

갑자기 에조에에게 말을 걸었던 '스파이크'는 사실 미키오의 '스파이크'였다.

막을 뚫고 나오면서 갑자기 말을 하게 되었고 사람처럼 사고하고 지능을 가진 개가 되었다.

그리고 평행세계에 존재에 대해, 미키오란 남자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건너편 세계에 살고 있는 미키오는 평행세계가 존재하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왜 약속장소에 나오지 못했을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에조에와 스파이크는

미키오의 잠적에 대해 추적해 나간다.

그렇게 시작된 추적에서 미키오가 허리를 다친 선배대신 일을 맡게된 사연과 같은 선배가

이곳에도 존재함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일을 대신하다가 사라진 후배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참 희한하게도 이쪽에서 일어난 사건이 건너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니.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같은 혹은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믿는다.

차원이 다른 세상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별에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사람이 지금 나처럼 살 수도 있고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허무맹랑하다기 보다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일지도 모른다.


이쪽 세계와 건너편 세계를 이어주는 멋진 소설이다. 그리고 말하는 개 '스파이크'의 활약도

재미있다. 어쩌면 저쪽 세계에서 건너와 말을 하는 개가 된 '스파이크'처럼 몰래 이쪽 세계로

넘나드는 사람도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위대한 인물들이 떠오른다.

분명 나는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작가로 혹은 과학자로 위장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죽어가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준 재미있는 소설로 잠시 즐거운 상상에 빠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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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이미령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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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책이 안팔리고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 대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사람들만 넘치는 요즘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속시원한 답이 필요하다면 이 작가의 필력을 보면서

그 답을 찾기 바란다.

어려서 신문을 읽는 아버지 옆에서 스스로 글을 깨쳤다는 작가는 일찍부터 책을 읽었단다.

어린시절부터 책을 읽어왔다니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읽고 자양분을 쌓아왔을 것이다.

불교를 전공하면서 종교의 깊은 세계를 경험한 작가가 보는 책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장 첫편에 등장한 함민복의 시 '눈물은 왜 짠가'를 보면서 누구든 코끝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업으로 물려받은 시 쓰는 일은 돈이 되지 않아서 가난한 노모조차 모시지 못하고 시골 이모댁으로

보내드리던 날 평소에 전혀 먹지 않았던 고깃국이 먹고 싶다면서 아들을 데리고 설렁탕집에 들어선 노모가

소금을 많이 넣었다고 주인에게 다시 국물을 청해 아들에게 부어주는 애틋한 모정에서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모르는 척 깍뚜기를 놓고 가는 주인의 마음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인정을 느끼고 그 사실도

모른 채 자꾸 국물을 부어주는 어머니의 모습. 시인의 눈물은 그래서 더 짰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를 읽고 코끝 시큰해지는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준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모든 모습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두 만날 수는 없다.

물론 지나온 시간속에 사라져간 인물들도 전혀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책을 읽기만 해도 우리는 닿지 못한 수많은 세상과 만나지 못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조그맣던 내 마음이 널찍해지고 몽골인처럼 눈이 갑자기 밝아지기도 할 것이다.


 


나는 아직 읽지 못한 그 유명한 '그리스인 조르바'는 호쾌하고 당당한 늙은 그리스인의 이야기라는데

왜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지 알게되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나는 내 운명을 데려왔네. 운명이 나를 데려온 것은 아니네'

아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정해진 길이 있다고는 믿었다. 그래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조르바는 자신이 운명을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명을 데려왔다니.

이런 멋진 현자가 또 있을까. 아 기어이 이 책을 만나야 할 시간이 되었구나 생각한다.


고작 100년의 삶을 살면서 우리는 너무나도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그 사람들이 경험했던 일들과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들, 그리고 현명한 지침까지 다 들여다보는데

책만한 것이 있을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이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지금 잘못된 길을 가는 내게

책이 뒤통수를 툭 쳐줄지도 모르지 않은가.


마음이 많이 허전하고 삶이 공허하다고 느낄 때 일수록 책으로 채워야 함을, 그리고 나를 제대로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나보다 책을 더 많이 더 깊이 읽은 작가가 조언해주었으니 나는

적어도 그녀가 인용한 책만이라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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