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역사서라고 봐야한다.

마술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상상이나 해봤던가.

오래전 유명한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자유의 여신상을 없애기도 하고 만리장성을 통과하기도

하는 마술을 선보여 그 당시 모자에서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에만 익숙하던 우리들을 경악시켰다.

빤히 보이는데 도대체 마술로 이같은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마술이 아니고 사기가 아닐까.

하지만 TV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중계되는 곳에서 카메라 조작이나 단순한 눈속임이라고만 보기에는

그 스케일이 너무나 컸었다.


이 마술이 전쟁에서 독일군을 교란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멋진 위장술로 거듭나다니 실화라는데

믿을 수가 없다.


 


대를 이어 마술사가 된 영국의 인기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입대를

자원한다.

서른 여덟이라는 많은 나이에도 오로지 충성심의 발현으로 자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전쟁에 활용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바로 마술이었다.

적군을 모아놓고 비둘기가 나타나는 마술로 정신을 흐뜨려놓고는 뒤에서 공격하겠다는 뭐 그런

아마추어같은 전술이 아니었다.


독일공군의 시야를 흐리게 해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숨긴다거나 탱크를 트럭으로, 철도 차량을

잠수함으로 폐선박을 대형 전함으로 바꾸어놓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수많은 적군의 눈을 속일만큼 완벽한 마술쇼를 펼친 것이다.


 


그의 '마술단'에는 위장술 교육을 담당했던 프랭크를 비롯해서 전직 목수에 만화가, 화가들이

포진해있다.  그러고보니 이 '마술단'에 대한 보도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엄청난 사단이 주둔해

있는 야영지를 꾸미는 사진이 있었고 심지어 쌓아놓은 보급품이며 수많은 병사들의 발자국까지

찍혀있는 정말 거대한 야영지가 눈앞에 있었다. 그야말로 인류 최대의 '마술쇼'가 실제했던 것이다.

각자의 재능을 살려 위장하고 마스켈린은 빛과 그림자의 위치를 이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끌어낸다.

마술이라기 보다는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은 작업들이 그의 머리와 부대원들의 노력으로

탄생된 것이다.


 


실제 마스켈린의 마술쇼는 독일군을 허둥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전투력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사기를 꺾었고 심리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마스켈린은 완벽한 승리를 위해 회심의 '한방'을 기획한다.

단순한 눈속임이 아닌 위장술과 심리전에서의 우위를 선점하는 두뇌의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서.


 


실제로 히틀러는 마스켈린의 존재에 대해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위협이 되는 사람이었다.

이제 마술이 진화하여 상상이상의 멋진 쇼를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래전 전쟁에

마술을 선보여 승리를 쟁취했던 마스켈린의 이 역사서는 마술과 마술사의 위대함을 말한다.

그리고 그의 능력보다 더 위대했던 것은 조국의 승리를 향해 전장에 뛰어든 그의 용기였다.

길었던 10월 연휴를 보람되게 마무리하게 해준 마술쇼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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