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마츠오 유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개에게 '스파이크'란 이름은 좀 너무하다 싶었다.

배구에서 날카롭게 내리꽂는 공격이 떠오르기도 하고 체육시간에 신었던 운동화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름인데 아무리 조금 못생긴 비글이라도 '스파이크'라니.


 


어쨌든 그 스파이크란 이름을 붙여준 비글과의 만남도 아주 희한하다.

절친인 야스코의 할머니가 그 개는 반드시 혼자사는 여자에게 주어야 했다나 뭐라나.

결국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채 '꼬마'라고 불리던 비글은 운명처럼 에조에 미도리에게로 왔다.


 


그렇게 에조에와 스파이크는 3년을 같이 살았고 어느 날 길에서 '스파이크'와 똑같은 비글과

산책을 나온 남자와 만나게 된다. 더구나 그 남자의 비글도 '스파이크'라니. 요즘 개에게

'스파이크'라는 이름이 대세였나.

에조에는 누군가를 첫눈에 반하게 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남자 뭔가 끌린다.

이름은 '하야시 미키오', 나이는 에조에와 동갑. 이상한 인연도 다 있다.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 두 사람은 다음 토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설레이며 약속장소로 나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미키오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채인 것일까.


이 소설은 '평행이론'이나 다른 차원에 대한 믿음이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것이다.

왜냐하면 에조에가 만난 미키오가 바로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청년이었으니까.

이곳 세계와 똑같은 세계가 건너편에 존재하고 아주 우연히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막이

약해져 '스파이크'들이 뚫고 나왔단다. 더구나 말을 하는 개라니.

갑자기 에조에에게 말을 걸었던 '스파이크'는 사실 미키오의 '스파이크'였다.

막을 뚫고 나오면서 갑자기 말을 하게 되었고 사람처럼 사고하고 지능을 가진 개가 되었다.

그리고 평행세계에 존재에 대해, 미키오란 남자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건너편 세계에 살고 있는 미키오는 평행세계가 존재하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왜 약속장소에 나오지 못했을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에조에와 스파이크는

미키오의 잠적에 대해 추적해 나간다.

그렇게 시작된 추적에서 미키오가 허리를 다친 선배대신 일을 맡게된 사연과 같은 선배가

이곳에도 존재함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일을 대신하다가 사라진 후배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참 희한하게도 이쪽에서 일어난 사건이 건너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니.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같은 혹은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믿는다.

차원이 다른 세상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별에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사람이 지금 나처럼 살 수도 있고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허무맹랑하다기 보다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일지도 모른다.


이쪽 세계와 건너편 세계를 이어주는 멋진 소설이다. 그리고 말하는 개 '스파이크'의 활약도

재미있다. 어쩌면 저쪽 세계에서 건너와 말을 하는 개가 된 '스파이크'처럼 몰래 이쪽 세계로

넘나드는 사람도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위대한 인물들이 떠오른다.

분명 나는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작가로 혹은 과학자로 위장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죽어가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준 재미있는 소설로 잠시 즐거운 상상에 빠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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