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 대한민국 부모 멘토 조선미 교수의 자녀교육 명강
조선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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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강한 아이시련에 강한 아이가 양육의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깊이 공감하고 반성하게 한 책!

 

 

 

 

  행복한 삶에 공식이 있을까엘리트 중에 엘리트하버드 대학교 최고의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해 40년 이상 연구를 해온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이것을 꼽았다고 한다바로 고통에 얼마나 성숙하게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었다좋은 학교에 가고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일을 잘 견디는 게 행복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무엇보다 내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그래서 비싼 사교육에 힘을 쏟고명문대를 보내려 애쓰며안정적이거나 번듯한 직업으로 하여금 부족함 없이 살기를 원한다하지만 그런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청소년들의 행복 지수와 삶의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위험한 선택을 하고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며사는 게 힘들다고 부르짖는다최선을 다해 최고의 교육을 받도록 아낌없이 지원했음에도 정작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아이들이에 대해 대한민국 대표 부모 멘토 조선미 교수는 사는 게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예전보다 고통의 총량이 늘어서가 아니라그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따라서 조선미 교수는 이제 양육의 키워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혼이 강한 아이시련에 강한 아이가 양육의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행복한 삶은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조지 베일런트

 

 

 

영혼이 강한 아이는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한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의 좌절내구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좌절을 잘 견디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자녀교육서다조선미 교수는 상처와 고통실패 역시 성공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할 삶의 경험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그러면서 실패를 해석하는 능력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달랠 수 있는 방법문제해결 능력을 확장하고 적응력과 유연성 있는 태도를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시련을 딛고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우리가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아이를 키웠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모두가 환호하는 큰 성공을 이루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가 될 것이다. / 31p

 

 

 

  가장 먼저 조선미 교수는 내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면아이의 행복은 아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행복하다는 느낌도 아이의 것이고무엇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지를 결정하는 것도 아이 몫이기 때문이다이는 아무리 간절하게 바란다 해도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아이 주변의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해주고아이의 욕구를 들어주다 못해 앞서 모든 것을 채워주려 하고아이가 해야 할 일을 부모가 대신 해주다보면 아이는 점점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고 좌절내구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특히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주어지지 않으면 자율성은 성장하기 어렵다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열정과 도전 대신 안전과 권태를 선택하며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수동적인 자세로 삶을 대할 수 있다행위의 결과를 직접 경험하고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모두 겪어 보아야 역경을 견디려는 용기와 내 삶을 이끌어가는 주도성이 생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이들의 현 위치는 뭔가를 잘하는’ 때가 아니다. ‘뭘 잘할지 분명히 보여주는’ 나이도 아니다심지어 미래의 목표를 위해 열정을 다해야 하는 시기는 더더구나 아니다지금 아이들의 현주소는 탐색과 방황의 시기이다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고세상을 탐색하는 과정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이다다양한 활동에 참여해보고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충분히 경험하고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견뎌봐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 52p

 

 

클리포드는 후속 연구를 통해 실패 반응의 개인차는 각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실패 내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실패 내성이 높은 사람은 비록 실패를 했더라도 이로 인한 좌절과 실망을 극복하고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이런 결과는 실패를 겪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며사람은 실수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58p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좌절내구력을 기를 수 있을까책에서는 세상에는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일이 있음 가르쳐라고 설명한다또 경고와 불안을 이용해 동기화하기보다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기대로 움직이게 하라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은 자기애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거나 나이에 맞지 않으면 자기 중심성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기억하라고 한다아울러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다양성에 대한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길러주고다툼과 갈등 앞에서도 서로의 주장과 요구를 조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어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갈등을 다루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제안한다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애착을 통해 세상은 나를 환영해주는 곳이고모험으로 가득 찬 흥미로운 곳이라고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격려해주고기쁨과 고통을 함께 해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그리 두렵지 않도록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반드시 새겨두어야겠다.

 

 

 

선과 악의 흑백논리에서 다양성에 대한 수용으로의 성장은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에서 시작된다부모가 합리적으로 아이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어쩔 수 없이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부모에 대한 관점을 전적으로 좋은 사람에서 대부분 좋지만 항상 좋지만은 않은 사람으로 전환시켜준다요구를 거부당한 아이는 일시적으로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를 느낄 수 있다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좌절감을 수용하고합리적인 규칙을 제시하며일관성 있게 같은 원칙대로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는 부모를 나를 거절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경계를 제시하는 사람으로서 재조명하게 될 것이다. / 116p

 

 

아이들은 스스로 환경을 통제하고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나쁜 짓을 하는 아이와는 어울리지 마라라고 말하는 대신 친구가 좋지 않은 행동을 하면 네가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할 때 아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행동을 할 것이다좋지 않은 영향력에 대한 내구력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주변 환경이 우리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한 치 앞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우리는 삶과 세상을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다. / 191p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깊이 공감하고 반성한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보호라는 이름을 앞세워 아이들의 환경을 통제하기에 급급하진 않았는지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아이를 믿고 맡기기보다 먼저 판단하고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는 않았는지상처 받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최대한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않았는지나의 태도를 돌이켜보게 되었다상처는 아이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고 그것을 딛고 넘어섬으로써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두고두고 기억해야겠다시련을 긍정으로 회복하고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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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스콜라 창작 그림책 69
윤여림 지음, 최미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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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에 숨겨진 초능력을 발견해 봐!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유쾌한 그림책!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윤여림 글최미란 그림의 그림책 초능력의 주인공인 초록 아이는 이상한 나라로 이사를 온다비행기에서 내려 낯선 도심으로 들어서기까지잔뜩 설레어 보이는 엄마아빠와 달리 아이는 내내 뾰로통한 표정이다.

 

 

 

친구들이랑 억지로 헤어져서 말도 안 통하고

으스스해 보이는 나라로 끌려온 내 마음 같은 건 관심도 없다.’

 

 

 

  아빠와 엄마는 서둘러 학교에 갈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지만학교로 향하는 초록 아이는 말도 못 하는 나랑 누가 놀아줄까 벌써부터 걱정이 한 가득이다아니나 다를까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얼굴 빛깔이 제각각인 교실 속에서 잔뜩 주눅이 든 초록 아이에게 옆에 앉은 친구는 말도 못하는 바보라 놀린다미술 시간에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아이들 셋이서 혀를 날름거리고콧구멍을 벌룽거리고마구 약을 올린다참다못해 친구의 귀를 잡아당기고 책상보를 가위로 잘랐더니 날아오는 건 부모님의 꾸중이다. ‘으아학교 싫어!’

 

 

 




 

 

 

 

  그렇게 학교에서 외톨이가 된 초록 아이는 우연히 창밖 담벼락에 붙은 검은 괴물을 보게 된다괴물은 매일 아침마다 초록 아이의 눈앞에 나타나더니급기야 창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와 초록 아이의 얼굴을 혀로 쓱 핥고 사라진다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혹시 괴물이 나한테 초능력을 준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초능력 덕분에 초록 아이는 조금씩 학교 다니는 일이 즐거워진다초능력을 쓸 줄 아는 또 다른 분홍 아이를 만나 친한 친구가 되고다른 아이들과도 점점 말이 통하기 시작하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그렇게 낯선 나라에 점차 적응을 하게 된 초록 아이는 더 이상 외롭지도슬프지도 않다.

 

 

 




 

 

 

 

  이렇듯 초능력은 낯선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하느라 두려운 아이들에게 초능력이라는 신비한 힘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주는 유쾌한 그림책이다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묻게 된다과연 괴물은 무엇이었을까괴물은 왜 초능력을 준 걸까어쩌면 그건 낯선 곳에 훌쩍 내던져진 듯한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커지다 못해 괴물로 변한 건 아니었을까또 어쩌면 초능력은 자기 안에 내재된각자가 품고 있으나 이제껏 발견하지 못한 힘일지도 모르겠다그러니 삶은 매순간이 낯설고 도전의 연속일 테지만 사람은 누구나 초능력을 한 가지씩은 타고나는 법이라고두렵고 불안할 때마다 자신 안에 숨겨진 힘을 믿고 앞으로 한 발짝씩 더 내딛어보라고 말해주어야지아이들이 자기 안의 초능력을 꺼내 쓰며 힘껏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해주어야지.

 

 

 

  5세와 초등 2학년인 아이들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얘는 얼굴이 초록색인데다른 친구들은 색깔이 다달라.” 5세인 아이는 눈이 즐겁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림체에 유독 관심을 보이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었다초등 2학년인 아이는 새 학년새 학기낯선 곳으로 이사 왔던 감정을 떠올리며 공감하는 듯했다그러면서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초능력이 있다면 못된 짓 하는 친구들을 골려줄 수 있을 텐데하고 자신이 갖고 싶은 초능력을 말해보기도 했다이 책을 읽고 내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두려움을 잊을 수 있는 나만의 주문이나 행동을 만들어보는 등 아이와 다양하게 책을 즐겨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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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사사키 아이 지음, 양하은 옮김 / 모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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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청춘엔 어떤 마법이 필요한가요?

잊고 있었던속절없이 뜨거웠던 청춘의 한 페이지 같은 소설!

 

 

 

 

  불안하지만 순수했고서투르지만 풋풋했고무모했지만 솔직했던 푸른 젊은 날의 우리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는 유난히 뜨겁고 찬란하게 시렸던 청춘의 어느 시절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집이다누군가는 햇살 가득 쏟아지는 도서관에서 속살거리며 주고받았던 쪽지와 은근한 마음을 떠올릴 수도소중한 바람을 담아 만든 부적 따위를 남몰래 품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동경했던 동아리 선배같은 대학에 가자고 다짐했던 첫사랑좋아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해버린 마음들까지사사키 아이의 소설을 읽다보면 잊고 있었던속절없이 뜨거웠던 청춘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련하고도 아름다웠던 나의 그 시절

 

 

 

프루스트 효과라는 게 있어.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관련된

추억이 떠오르는 현상이야.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유명한 소설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주인공이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먹을 때

옛날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야.”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중에서 9p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를 맛보여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훗날 사람들은 냄새와 맛이 기억을 자극해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감정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여 이를 프루스트 효과라 불렀다표제작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속 주인공인 는 오가와의 제안에 따라 입시 공부와 프루스트 효과의 관련성을 실험해보기로 한다도쿄의 사립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데다 실험 동지가 되기로 한 두 사람은 이때부터 선생님 몰래 도서관에서 몰래 초콜릿을 먹으며앞으로 둘이 함께 할 여러 계획들을 세워나간다그러던 어느 날오가와는 청춘 영화의 한 대사처럼 이렇게 말한다. “첫 키스는 상상도 못할 곳에서 하자.”

 

 

 

이 안에 도쿄 공기를 넣어왔어.”

() “도쿄 어디의 공기야?”

그렇게 묻지 오가와는 주저하며 좀처럼 가르쳐주지 않았지만이윽고

당연히 네가 지망하는 학교 정문 앞이지.” /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중에서 21p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가 한때 내 온 마음을 흔든내 마음에 온갖 찬란한 빛의 자국을 남긴 아름다운 첫사랑 같은 이야기라면 봄의 미완은 미완으로 남아 늘 마음 한 구석에 공터처럼 남아 있는 청춘의 뒷 페이지를 떠올리게 한다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아카사카로 하여금 성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 누구로도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오가와에게는 나인데그것만큼은 자신과 확신이 있었는데확실히 알고 있었는데오가와의 프루스트 효과 이론을 같이 실험한 사람은 나뿐인데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시간과 규칙과 대화와 선물과 웃음과 걷는 속도와 펜을 놀리는 소리와 입 안의 죽순마을과 버섯산이 녹아 섞이는 맛그런 것들이 새로운 것에 이토록 쉽게 추월당할 리가 없는데. /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중에서 35p

 

 

아오야마같이 뛰자하지만 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빨리 봄을 따라잡기 위해서 뛰고 싶어.”

봄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한 대사였다어디를 향해 달리면 도망칠 수 있는지혹은 따라잡을 수 있는지왠지 아카사카는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잠시 생각하다 제정신으로 돌아왔다어디로 달리든 봄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리도따라 잡을 수 있을 리도 없다너무 엉뚱하고 논리적이지도 않은공상 그 자체였다그런데도,

달릴까?”

하고 대답하고 있었다. / 봄은 미완」 중에서 75p

 

 

 



 

 

 

 

  당신의 청춘엔 어떤 마법이 필요한가요?

  한때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맨홀 뚜껑의 무궁화를 밟으면 행운이 온다던 근거 없는 주문을 쫓아 쾌활한 성격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며 길거리를 돌아다닌 적이 있다그때의 나처럼수록작 악보를 못 읽는다」 속 주인공인 ’ 역시 비록 얼굴은 잘 생기지 않았지만 우연히 음악하는 모습에 반하게 된 뽀글머리로부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주문을 알게 되고그때부터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자신의 못난 부분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상처 입히고 상처 받기도 쉬운 10대 시절무엇이 되고 싶은지무엇이 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어 마냥 흔들리기 쉬운 이 시절엔 누군가의 한 마디가누군가가 부른 노래 한 마디가 마법의 주문이 되어줄 때가 있다그러니 무엇이든 네 청춘에 마법을 걸면서 살아보라고그것이 위로가 되어줄 때가 있을 거라고훗날 내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나는 나에게 마법을 걸면서 살아

노래하고 싶어 언젠가 나만 읽을 수 있는 악보로 노래할 거야

언젠가 그 스크램블 교차점에서 밤 아홉 시 마법은 꼭 걸릴 테니까

그 스크램블 교차점에서 언젠가 멈춰 서

아무도 멈추지 않지만 혼자 멈춰 서

그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그 사람이 말했으니까 악보를 못 읽는다」 중에서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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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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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내면을 집요하게 응시하여 이야기로 완성해낸 작품!

거듭 되뇌지 않고서는 무너지고 있는 자아를 구할 길 없는 한 예술가의 처절한 고통과 비애!

 

 

 

  과연 신비주의적 풍경화의 표상답다노르웨이의 풍경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대표작 티스베르에서’(1865)와 보르그외이섬’(1867)을 감상하다보면 빛과 어둠환희와 우울이 동시에 매만져지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에 그만 넋을 놓게 된다그러다 어느 순간이면저 희뿌연 연기와도 같은 구름 속에서 어느 고독한 자의 음울한 뒷모습을 언뜻 본 것 같은 착각이 일기도 한다노르웨이의 거친 풍경 속에 환상성을 담아 낸 것으로 유명한 화가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후원자를 만나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하며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으나동료 화가들의 냉대를 받으며 정신병을 얻었다는 라스 헤르테르비그.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는 자신의 대표작 멜랑콜리아 -Ⅱ』를 통해 사후 12년 뒤에야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이 실존 화가의 불안한 내면을 집요하게 포착한다.

 

 

 

빛과 그늘과거와 현재현실과 망상 속을 떠돌던 한 예술가의 음울한 고백

 

 

 

  1853년 늦가을 오후독일 뒤셀도르프노르웨이 동부의 도시 스타방에르에서 독일로 유학을 온 화가 지망생 라스는 아주 멋진 보라색 코드류이 양복을 입은 채로 하숙집 침대에 누워 있다오늘은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의 교수인 한스 구데가 아틀리에에 방문해 그림을 보러 올 예정이다하지만 라스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그는 오늘 아틀리에로 가지 않을 생각이다아틀리에에서 자신만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한스 구데가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림이 형편없다거나 아예 그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그렇게 라스는 침대 위에 누운 채 돌연 비관과 망상불안과 의심에 사로잡혀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다 짝사랑하는 헬레네로부터하숙집으로부터동료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고야 만다.

 

 

 

  이렇듯 <멜랑콜리아 >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기에 가깝지만역사에 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혀 정신 착란의 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느끼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사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독자인 나조차도 심리적 공황 상태에 이를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특별한 서사가 없이 특정한 리듬과 운율을 지닌 문장이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반복-강화되는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이른바 거듭된 읊조림환상적 독백의 열거에 가까운 실험적이고도 시적인 문체는거듭 되뇌지 않고서는 무너지고 있는 자아를 구할 길 없는 한 예술가의 처절한 고통과 비애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천은 유혹하듯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나는 천을 걷어 내기 위해 손을 입술 위로 가져갔다나는 입속에서 천을 걷어 내야만 했다천 때문에 숨 막히면 안 되니까나는 입속에서 천을 빼내야만 했다나는 손을 입으로 가져갔지만천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나는 천을 걷어 내고 싶었지만 벌써 그것은 내 손에서 빠져나와 자취를 감추었다내가 천을 거머쥐려 할 때마다 천은 내 손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다천이 나를 죽이려 했다. / 34p

 

 

나는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여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천은 곧 내 눈을 뒤덮을 것이고 내 입속까지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천이 내 입속을 가득 채우면 나는 사라질 것이다나는 희고 검은 천이 되어 이곳을 맴돌다가 어디론가 사라질 게 분명하다. / 123p

 

 

 




 

 

 

 

  한편치매에 걸려 망각의 기억 속에서 라스 헤르테르비그를 떠올리는 누이 올리네의 이야기 <멜랑콜리아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올리네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지 않으면 걸을 수도 없고어부 스베인이 준 생선이 아니고서는 끼니도 해결할 길이 막막한 노인이다가장 건강했던 동생 쉬버트가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그녀는 당장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어쩔 줄을 모르는 자신에 대한 비참함과 계속해서 과거로 침잠해 들어가는 기억 속에서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이렇듯 욘 포세는 지독한 망상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라스와치매로 기억을 잃어 일상조차 제대로 건사할 수 없는 누이 올리네를 통해 회색지대를 부유하며 떠도는 고독한 자아의 내면을 생생하게 구현한다덕분에 우리는 끝끝내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도망쳐 그림을 그릴 거라던 라스가 그러했던 것처럼집으로 가야한다고발이 아픈 건 참아야 한다고오직 앞으로앞으로 걷는 수밖에 없다고 되뇌었던 올리네의 담담한 걸음에서 마침내 인간의 어둠을 밝히는 찬란한 빛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빛도 사라질 것이다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 266p

 

 

나는 그 그림이 우울할 때의 라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물론 그림 속의 산과 나무배는 눈에 익은 실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그럼에도 나는 그 그림이 가끔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때의 라스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거뭇거뭇하고 어두운 그림은 어둠에 빠져 있는 라스였던 것이다그것은 어둠이었다생명을 머금은 어둠빛을 발하는 어둠이라고 해야 할까.

이 그림은 너를 닮았어. / 416p

 

 

 



 

 

 

 

  한 사람을 내면을 집요하게 응시하여 이야기로 완성해낸 작품어쩌면 이건 욘 포세만의 특별한 문학적 성취가 아닐까 싶다여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간결하고유연하게 읽힌다는 점도 이 작품의 남다른 점일 수 있겠다욘 포세만의 미학을 사유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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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좋은 시간
김재진 지음 / 고흐의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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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돌고 돌아 헤매어도 별이 빛나고 있는 한 나는 돌아올 수 있어!

 

 

 

  비애의 그림자가 밟히는 계절이다. ‘꽃들의 체온이 그리움의 온도로 바뀌’(수상한 계절)낙하하던 잎사귀의 마른자리가 지천에 가득할 즈음이면온 세상이 상실의 내음으로 코끝을 먹먹하게 채운다그러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란’ ‘기쁨과 아픔이 절반씩 몸을 섞는 일’(회상)이라던 김재진 시인의 시처럼 이왕이면 상실이나 소멸이 아닌헤어지기 좋은 시간이라 달리 쓰고 싶다한낮의 뜨거운 열기로 애끓던 시끄러운 마음들과 작별하고 이제는 차분하게 내려앉은 그림자와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좋은 계절이 아니겠느냐고그렇게 말하고 싶다.

 

 

 

떠나는 모든 것이 상처인 듯 아리다 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대에 진학했다 방송사 피디로 젊은 시절을 보낸 뒤 40대 초홀연 직장을 떠나 바람처럼 떠돌다 지금은 아틀리에에서 책 쓰고 그림을 그리며 명상하는 삶을 살고 있다던 시인그래서인지 김재진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눅눅한 사연을 실어 나르는 바람’(바람의 시·1)을 맞으며 유리조각 밟듯 살아왔던 지난날’(여름의 안부)을 떠올리는 어느 고독한 자의 옆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생의 뒤편으로 물러나 존재의 비애를 마주하고울음과 고독 속에 놓여본 이라면그런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의 시가 가득 와 닿을 것이다.

 

 

 

가을이 내게 쓴 몇 줄의 편지

 

 

(중략)

늘 안에서만 아픈 이빨과

이빨 대신 아프지 못해 질근거리는 세월과

언제나 바깥을 떠돌기만 하던 나의

오래되어 힘 잃은 바람기야,

늙어서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문 밖의 저 계절을 보아라.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며

투덜거리며 지나가는 아픈 날들의

수고하고 무거운 나의 짐들아,

하늘 향해 열어놓은 저 창문 좀 보아라.

바람 불면 덜커덩거릴

여려서 자주 아픈 마음 좀 보아라. / 42p

 

 

 




 

 

 

 

  또 한편으론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날아가는 새와 마찬가지로생의 이별 앞에서 나는 그저 저 별에서 이 별로 여행하러 온’(새의 이유것이라 초연히 마음을 가다듬는 자의 뒷모습을 엿보게 되기도 한다시 문지리 천사의 시에서 진짜라는 말에 속지 말라 너는 언제나 내게 부재의 존재라 단언했던 것처럼내 안에 의미의 세계를 비워냄으로써 단단해지려는 시인의 여문 마음이 시집 곳곳에서 느껴진다.

 

 

 

뻐꾸기

 

 

나는 째깍거리고

너는 두근거리지.

나는 늙었고

너는 젊다는 말이야.

그냥 그것뿐이야.

벽에 걸린 저 시계가 우리를

똑같이 만들 거야. / 16p

 

 

 

  그러나 아무리 초연해지려 해도 기어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온 마음을 다해야만 간신히 가 닿을 수 있는 존재들을 향한 절박한 마음이란 것이 있기에그것을 헤아리는 시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너를 향해 다가가는 나의 보행은직립이 아니라 반직립이다./ 허리 숙여 바닥에 닿는키 작은 꽃잎처럼낮춰야 흐를 수 있는 시냇물이다./ 네게로 가지 뻗는 나의 나무는뿌리째 무릎 꿇는 투항이다.” 시 투항은 미처 온전한 마음으로도 다 전할 수 없어 뿌리째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애타는 마음들을 들여다보게 한다그렇게 시는 우리에게 물어온다기꺼이너는누군가에게 네 온 마음을 바쳐본 적이 있느냐고.

 

 

 

일생

 

 

한 평생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겨울 아침

들판에 눈보라 휘몰아치는 소리

바람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때리고 가는 소리

낙엽이 서로 살 비비는 소리

추락하는 고드름이 쨍그랑거리며

햇살과 부딪히는 소리

누가 혹시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리라.

아무것도 없으면서 가득한 항아리를

아직 비우지 못했다고. / 150p

 

 

 




 

 

 

 

찌르고 또 찔리며 연명하는

삶이라는 형벌은 누가 쓰는 무기인가

 

 

  발문에서 윤일현 시인은 이렇게 쓴다. “세상을 살아보면 안다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어가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초롱불을 들고 마중 나와 주고두렵고 먼 미지의 곳으로 떠날 때괜찮다고잘될 것이라고 말해주며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 주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다.” 김재진 시인은 상실과 비애생의 파고를 넘어 절망과 죽음을 통과한 언어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약한 것들과 연결된 마음과 우리를 품어 안는 더 큰 우리’(연결)를 감각케 한다는 점에서 삶이란 마냥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나는 다시 돌아올 거야./ 뭔가를 그린다는 것은 어딘가로 돌아간다는 말이지./ 별이 어디에서 빛나건그것이 카페 테라스에서 빛나건고갱의 머리 꼭대기에서 빛나건빛나고 있는 한 돌아올 거야.”(고흐의 별아무리 돌고 돌아 헤매어도 별이 빛나고 있는 한 나는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기를바로 그래야만 내 안에 드리워진 오랜 비애의 그림자와 작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김재진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에게 깊이 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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