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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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를 중심에 먼저 둘 때 소통이 더 편안해지고 관계가 안녕해진다!

나를 우선 지키면서 상대와 잘 지낼 수 있는 ‘이기적 소통법’에 대하여!






  서로 뜻이 잘 통하는 것을 일컬어 ‘소통’이라 부른다. 그런데 소통이란 단어 앞에 ‘이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다니 아이러니 하다. 이 책은 어째서 이기적인 소통을 강조하는 것일까? 화법과 소통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 박보영은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소통하고 잘 지내고 싶다는 우리의 욕구는 나의 생존과 연결된 삶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타인과 잘 지내고자 하는 목적과 본질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우선 지키면서 상대와 잘 지내는 방법을 찾는 ‘이기적 소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죽을 때까지 홀로 살 게 아니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잘 지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그 중심에는 반드시 ‘나’가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이며, 내 마음의 건강 지표인 자존감이 바로 서 있을 때 상대를 배려하면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뒤틀린 마음이 뒤틀린 표현을 낳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외부의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에너지, 즉 자존감을 지키는 연습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책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 중 하나는 ‘자기규정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규정 효과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해 놓으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내 아이를 위해 화가 나도 흥분하지 않는 사람이야.”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격려를 잘하는 사람이야.”와 같이 자신이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문장을 만들어 반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무도 보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옳다고 선택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자존감은 높아진다고 한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나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내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열심히 칭찬해주는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여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해내는가.’를 알아내고,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것을 반복해서 성취감을 끌어올리면 자존감도 따라서 올라간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나’의 존재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 순간 매우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가 온전히 평온하고 힘이 있어야만, 타인과의 관계도 행복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자존감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나를 지켜내는 에너지이다. 스스로 자신이 있으면 공격적이거나 비난하는 말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가 부끄럽고 자신이 없으면 상대가 하는 단순한 질문에도 예민해질 수 있다. 본능적으로 나를 방어하고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대와의 소통에도 실패한다. 그런 이유로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켜내려면 자존감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 45p










  이 외에도 책은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먼저 치유하는 방법, 얽히고설킨 타인과의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공감 표현법,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여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 언어만큼 중요한 비언어적 소통 요소 활용법 등 감성 지능(EQ-마음 지능지수)을 활용해 실패를 겪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다잡으며 행복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방법들을 소개한다. ‘적어도 세 마디 기법’ 활용하기, 감정이 위태로운 순간에는 비유를 쓰는 대신에 사실(fact)만 말하기, 거절이나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는 ‘네… 그런데’로 거절과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그래도 수긍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네… 그러면’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상대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표현하기 등 소통에 관한 다양한 팁들도 배울 수 있다.





이기적 소통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함께하기’ 위해서 ‘뱀의 뇌’로 말하지 않기 위함이며, ‘소통이란 모름지기 자신의 감정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으려면, 나를 관조(조용한 마음으로 대상의 본질을 바라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명상 등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은 ‘이기적 소통’을 위해 필요한 훈련이 될 것이다. / 90p



누구를 위한 감정 조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성껏 감정을 조절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과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소통도 흥분된 감정 상태에서는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선 감정 조절, 후 설득 소통’의 순서를 선택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 200p











  여느 책과는 달리 ‘공감의 본질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며, 나를 돕도록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좋아하는 상대는 물론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의 삶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의 기술을 발휘하여 결국엔 ‘나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도록 하게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껏 공감이라 하면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에 무조건 내가 ‘맞춰주어야 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왔기에 이러한 이기적 소통법, 즉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를 중심에 먼저 둘 때 소통이 더 편안해지고 관계가 안녕해질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기적’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내 마음 상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결국엔 내가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때 타인과 유연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면 외부의 상황이나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집중해볼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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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우화 - 4천년 전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우화
얄와츠 우랄 지음, 에르도안 오울테킨 그림, 이희수 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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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우화집!

수천 년의 이야기가 전하는 삶의 지혜와 교훈들!







  ‘이솝 우화’가 있기 전에 ‘수메르 우화’가 있었다!

  이솝 우화는 삶과 인간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해결책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생각하고 성찰하는 고결한 개인을 양성하기 위해 쓰인 기원전 6세기, 구전설화 시대의 초기 우화였다. 그래서 오늘날 우화의 뿌리를 이솝 우화에 두고 있지만, 튀르키예 아동문학의 권위자인 얄와츠 우랄에 따르면 이솝보다 무려 천 년 전에 수메르 우화가 있었다고 한다(수메르 필경사들에 의해 설형문자(쐐기문자)로 쓰인 수메르 우화가 점토판 형태로 니푸르에서 발견되었다). 그리스-로마 문화와 아동문학의 금자탑으로 여겨지던 이솝 우화가 수메르 우화에 뿌리를 두었으며, 우리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많은 부분들도 수메르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수메르 우화』는 원전에 충실하면서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46편의 수메르 우화를 재구성한 책이다. “우화는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게 만들어야 한다”던 기원전 1세기의 시인 파이드로스의 말처럼, 도덕적 교훈과 고결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지혜와 원칙 같은 중요한 메시지들을 담은 우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에르도안 오울테킨의 의해서 완성된 감각적인 그림들이 수메르 우화만의 특별한 분위기와 느낌을 가득 전한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엔릴 신이

여우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너의 하나하나를 고유한 모습으로 창조했다.

나는 필요 이상 주지 않았고, 부족함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넌 내가 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뿔 달린 동물이 네 자신보다 강하다고 여겼지.

네게 가장 큰 무기는 영리한 무리인 것을 깨닫지 못했다!” / 46p



“이봐! 거북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재능, 능력을 말야.

넌 손톱과 발톱이 있는 육지 거북이 아니라,

민물 거북이잖아.

엔릴 신은 네가 헤엄칠 수 있도록

발톱이 있는 손과 발이 아니라 물갈퀴를 주셨어.

어떤 생물도

다른 생물의 삶을 부러워해서는 안 돼.” / 65p





  수천 년 전에 지어진 우화가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전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오록스의 멋진 뿔을 탐냈던 여우의 이야기 ‘오록스의 뿔을 가진 여우’, 새처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던 ‘민물 거북이와 고원’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가 가진 재능과 능력을 탐하기만 하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숲과 초원의 왕이라 으스댈 줄 만 알지 정작 염소 한 마리도 잡아먹지 못하는 사자의 이야기 ‘사자와 꾀 많은 염소’에서는 실속 없는 허세의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 온 오록스 두 마리’에서는 백성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국가란 그저 허울일 뿐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유연하게 행동해야지. 온 힘을 다해 짖어!

한데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짖어야 하는지 알고 짖어야지!

사자가 오늘은 밀치기만 했지만,

내일은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여우는 충고했다. / 101p



“봐, 내 말이 맞잖아. 넌 그런 들소야.

수메르에 이런 말이 있지…….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자에게는 보금자리가 없다’고 말이야. / 125p












  잠자리 독서로 이 책을 두 아이들에게 한두 편씩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매일 밤 의미 있는 가르침을 나눌 수 있어 우리 가족에겐 더 특별한 책이 되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좋은 책인 만큼 이 책을 두고두고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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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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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까지 읽었는데, 4권이 또 기대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한 유쾌한 소설!





  어쩌다 킬러로 오해받은 싱글맘 작가 핀레이와 수상한 베이비시터 베로 콤비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담은 ‘어쩌다 킬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돌아왔다. 그저 평온한 일상을 꿈꾸는 이들이지만 어쩌다 보니 남자 네 명이 살해된 사건에 연루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피아 보스에게 협박을 받는 신세까지 된 핀레이와 베로. 전작에서는 남편을 죽이려 했던 킬러이자 마피아 보스가 쫓고 있는 ‘싹쓸이’이란 인물이 경찰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끝이 난다. 그렇게 이어진 3권,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에서는 ‘싹쓸이’라는 자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경찰 아카데미에 잠입하게 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화끈하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액션을 선사한다.





걸스 파워의 매력이란 이런 것!




  시리즈 중 세 번째라고 하면 은근 재미가 떨어질 만도 한데, 이번 작품은 단연 최고다. 경찰로 의심되는 킬러 ‘싹쓸이’를 잡기 위해,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경찰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가해 여러 명의 경찰들 중 싹쓸이로 의심되는 이를 색출해나가는 과정이 일단 흥미진진하다. 겉보기엔 직업 정신이 투철하고 동료애도 끈끈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구석이 있는 경찰들, 더 나은 결말을 내달라고 독촉하는 출판사, 핀레이의 정체를 오히려 미심쩍게 바라보는 조이 경찰, 핀레이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던 전 남편 스티븐의 느닷없는 잠수, 거기에다 빨리 싹쓸이의 정체를 알아내라고 종용하는 마피아 보스의 협박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게 없지만 핀레이와 베로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기지를 발휘하여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간다.




“그렇겠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모두 당신을 좋아하니까. 나도 좋은 사람깨나 만나봤고, 좋은 사람은 항상 구린 데가 있죠.” / 118p


“법집행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인은 도저히 견디지 못할 험한 일들을 감당하지만, 보상은 크게 따르지 않죠. 좋은 사람으로 살기가 늘 쉬운 건 아니에요. 악당이 되는 편이 차라리 쉽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 162p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모든 상황이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다고. 내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다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 모습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을 왜곡하지 않을 거라고. 내 탓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한 결말을 부정하지 않을 거라고. / 325p











  세 편의 시리즈를 쭉 읽다보니 뭐랄까… 극중 주인공인 작가 핀레이가 성장해갈수록 이 책을 쓰는 작가 엘코시마노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다. 1권에서는 그냥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3권에 다다르니 장편을 이끌고 가는 힘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로맨스와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잘 활용하여 상당히 능수능란해진 것 같다. 여기에 반전에 반전의 연속으로,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 4권에 대한 기대감까지 한층 높인 마무리까지!




  걸스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한 데다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한 유쾌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꽉 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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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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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긍정하기 위해 필요한 다채로운 영감들!

가볍지만 무례하지 않고,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툴러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이것은 아주 개인적이면서 무척 보편적인 한 청년의 독백, 아니 ‘나’를 비롯한 ‘당신’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내야 하는 삶 속에서 때로는 거짓으로 나를 포장해가며 매순간 치열하게, 그러나 최대한 느슨하게 살아가길 희망하는 대도시의 젊은이라면 이 날것 그대로의 기록에 속수무책으로 공감 당하게 될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이 책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고백한다. 인생은 수많은 가능성을 좇는 기나긴 여정이기에, 덕분에 우리 삶의 이런 가능성과 저런 가능성을, 나아가 나의 가능성들을 가늠해본다. 그 안에서 가볍지만 무례하지 않고,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툴러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며….





저는 이 책이 지저분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다가 어떠한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언제든 볼펜으로 끄적댈 수 있는

그런 일기장 같은 책, 대화 같은 책이요.

저 또한 제 생각이 적힌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저와 끝없는 논쟁을 하게 될 테니까요.

모든 게 다 그렇잖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죠. / 4p





  쨍한 주황색 표지가 시선을 압도한다. 배경보다는 텍스트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감각적인 연출에 한 번 놀라고, 뒤이어 누가 봐도 알만한 명사들의 추천사에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으니, 대체 작가가 누군지 정체가 궁금해진다. 임승원, 그는 <원의독백>을 통해 독보적인 영상미와 차별화된 연출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놀랍도록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마이너한 감성과 삶의 철학,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녹여내는 능력까지 탁월해서 콘텐츠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관람(?)했다. 이 책은 그의 콘텐츠와 연결지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발견’과 ‘영감’ ‘그리고’라는 키워드를 통해 창작이 시작되는 지점과 취향, 사회와 자기 내면으로 향하는 시선들을 공유한다.





인생 역시 똑같다. 세이브 기능이 없는 게임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해야만 한다. 기록하지 않는 인생은 항아리 게임과 같다. 성공한 기억, 실패한 기억, 당시 나의 선택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 머릿속의 아이디어, 모든 성과와 교훈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휘발되어서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가슴 아픈 교훈일지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쌓아야 한다. / 43p



배달 음식의 단점으로는 너무 비싸다는 것. 살찌게 한다는 것. 양 조절이 힘들다는 것. 엄청난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 있겠다. 그러나 가장 나쁜 점은 편리하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는 먹는 행위, 그 자체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신중하게 채소를 고르는 일. 고기를 손질하는 일. 레시피를 공부하는 일. 세심하게 계량하는 일. 불을 조절하는 일. 정성을 들여 접시에 담는 일. 그러니 배달 음식을 먹는다는 건, 무수히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취하는 것. / 47p




우리는 특별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특별함에는 정답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신발, 좋은 옷, 좋은 차. 그 외의 것들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마치 1월 1일의 해돋이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른 날들의 해돋이는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1월 1일은 특별한 하루지만, 진짜 재밌는 일들은 나머지 날들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기. / 85p










  흥미롭게도 저자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 창작물을 절대 독창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는 믹서기에 시청각물과 감정과 감각들을 넣고 마구 섞어서 만든 어떤 스무디’라 표현한다. “GARBAGE IN, GARBAGE OUT.” 개발자들이 격언처럼 여기는 이 말처럼, 그는 창작이란 건 내가 나라는 믹서기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생각으로든, 말로든, 글로든, 음악으로든, 비디오로든 되도록 좋은 걸 보려고 노력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건강한 영감을 골라서 섭취할 때 내게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지. 삶의 태도 역시 그러한 긍정적인 영감들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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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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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달이 뜨면 달코가 생각날 것 같다!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






  “저건 뭐지?”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보미와 다움이는 공원에서 정체모를 무언가를 발견한다. 잔뜩 웅크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하얀 덩어리 같은 그것을 보고 분명 강아지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추위에 얼어 죽었나보다 하고 여기던 찰나, 살짝 만져본 몸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지자 두 아이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노력으로 강아지가 깨어나고, 마침 집으로 돌아온 엄마와 함께 강아지의 상태를 살펴보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는 데다,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아서 이제껏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다름 아닌 코끼리였던 것!





“어?”

강아지라기엔 생김새가 이상했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고,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여서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부드러워지니 움츠렸던 코가 길게 늘어졌다. 코 주름은 털에 가렸지만 길쭉한 코 모양과 둥글납작한 커다란 귀는 꼭 작은 코끼리 인형 같아 보였다. / 22p












  『달코끼리』는 아기 코끼리를 둘러싼 좌충우돌 소동극이자 인간과 동물의 우정, 생명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동화책이다. 추위에 죽어가던 아기 코끼리를 구한 보미는 새벽에 우연히 깨어나 본 아기 코끼리의 모습이 달과 닮아서 ‘달코’라 이름 짓고, 이후 둘은 소중한 가족이 된다. 그리고 달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달코에게는 무척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코가 다가가면 메말랐던 식물이 살아나고, 아팠던 할아버지가 건강을 되찾는 등 신기한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것이었다.





“코끼리 이름을 ‘달코’라고 할래.”

“달코?”

정민 씨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미를 쳐다보았다.

“새벽에 봤는데 동그란 달처럼 빛났어. 달을 닮은 코끼리라니깐, 달코!” / 37p





  하지만 달코의 존재를 알게 된 호반시 시장인 강해라는 보미로부터 달코를 빼앗아 동물원에 가두고, 그 인기를 이용해 차기 시장직을 노린다. 부시장은 달코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성장억제제를 놓도록 지시한다.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달코를 차지하려다 못해 못된 짓을 저지르는 탐욕스러운 어른들, 이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보미와 다움이 그리고 엄마…. 과연 이들은 달코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이 녀석도 한때 써먹고 나면 끝이거든.”

부시장이 바쁘게 일하는 강해라 시장을 곁눈질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인형 코끼리 달코.’

달코의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면을 내세운 홍보 문구였다. 호반시는 달코에 대한 만화, 광고, 캐릭터 상품 등을 빠르게 준비했다. 동물원 측도 달코를 위한 공간 마련에 속도를 올렸다. 동물원을 새롭게 개장하는 날, 달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 88p














  신비로운 동물 ‘달코’와 그런 달코를 구출해내려는 아이들의 분투를 통해 『달코끼리』는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한다. 강해라 시장은 도심에 인공 수로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안전성과 적합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동의한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과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된 도심 속의 나무들은 말라가고, 귀엽다고 신비롭다는 이유로 달코는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거나 그에 부응하기 위해 강제로 성장억제제를 맞기까지 한다.





  김태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 냅니다.’ 달코가 지닌 생명을 되살리는 신비한 능력은 어쩌면 자연의 모든 존재가 지닌 회복의 힘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그건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과 발전을 좇느라 때때로 인간성을 잃어버릴지라도, 우리에게도 회복의 힘이 있다는 것을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존의 경계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처한 곤경과 현실에 보다 마음을 쓰고, 돌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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