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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둥근 달이 뜨면 달코가 생각날 것 같다!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
“저건 뭐지?”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보미와 다움이는 공원에서 정체모를 무언가를 발견한다. 잔뜩 웅크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하얀 덩어리 같은 그것을 보고 분명 강아지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추위에 얼어 죽었나보다 하고 여기던 찰나, 살짝 만져본 몸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지자 두 아이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노력으로 강아지가 깨어나고, 마침 집으로 돌아온 엄마와 함께 강아지의 상태를 살펴보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는 데다,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아서 이제껏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다름 아닌 코끼리였던 것!
“어?”
강아지라기엔 생김새가 이상했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고,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여서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부드러워지니 움츠렸던 코가 길게 늘어졌다. 코 주름은 털에 가렸지만 길쭉한 코 모양과 둥글납작한 커다란 귀는 꼭 작은 코끼리 인형 같아 보였다. / 22p
『달코끼리』는 아기 코끼리를 둘러싼 좌충우돌 소동극이자 인간과 동물의 우정, 생명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동화책이다. 추위에 죽어가던 아기 코끼리를 구한 보미는 새벽에 우연히 깨어나 본 아기 코끼리의 모습이 달과 닮아서 ‘달코’라 이름 짓고, 이후 둘은 소중한 가족이 된다. 그리고 달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달코에게는 무척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코가 다가가면 메말랐던 식물이 살아나고, 아팠던 할아버지가 건강을 되찾는 등 신기한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것이었다.
“코끼리 이름을 ‘달코’라고 할래.”
“달코?”
정민 씨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미를 쳐다보았다.
“새벽에 봤는데 동그란 달처럼 빛났어. 달을 닮은 코끼리라니깐, 달코!” / 37p
하지만 달코의 존재를 알게 된 호반시 시장인 강해라는 보미로부터 달코를 빼앗아 동물원에 가두고, 그 인기를 이용해 차기 시장직을 노린다. 부시장은 달코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성장억제제를 놓도록 지시한다.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달코를 차지하려다 못해 못된 짓을 저지르는 탐욕스러운 어른들, 이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보미와 다움이 그리고 엄마…. 과연 이들은 달코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이 녀석도 한때 써먹고 나면 끝이거든.”
부시장이 바쁘게 일하는 강해라 시장을 곁눈질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인형 코끼리 달코.’
달코의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면을 내세운 홍보 문구였다. 호반시는 달코에 대한 만화, 광고, 캐릭터 상품 등을 빠르게 준비했다. 동물원 측도 달코를 위한 공간 마련에 속도를 올렸다. 동물원을 새롭게 개장하는 날, 달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 88p
신비로운 동물 ‘달코’와 그런 달코를 구출해내려는 아이들의 분투를 통해 『달코끼리』는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한다. 강해라 시장은 도심에 인공 수로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안전성과 적합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동의한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과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된 도심 속의 나무들은 말라가고, 귀엽다고 신비롭다는 이유로 달코는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거나 그에 부응하기 위해 강제로 성장억제제를 맞기까지 한다.
김태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 냅니다.’ 달코가 지닌 생명을 되살리는 신비한 능력은 어쩌면 자연의 모든 존재가 지닌 회복의 힘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그건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과 발전을 좇느라 때때로 인간성을 잃어버릴지라도, 우리에게도 회복의 힘이 있다는 것을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존의 경계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처한 곤경과 현실에 보다 마음을 쓰고, 돌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