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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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지만,

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외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일지도!

 

 

 

  ‘나도 모르는 사이 흘러나온 똥을 뭉개고 앉아서 엄마를 기다린다.’

  황시운의 산문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대변이그러니까 똥이내 인생을 뒤흔드는 이유가 될 거라고는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기억은 어느 날 느닷없이 세상으로부터 뚝하고 부러지고 만 그때로 돌아간다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들어갔던 십 년 전 봄그녀는 문학상 수상과 기다리던 첫 책의 출간이라는 기쁨에 빠져있다 숲길에서 추락하고 말았다물이 사납게 흐르는 계곡 위에 놓인 난간 없는 작은 다리였는데추락하면서 바위에 허리가 찍혀 척추가 부러져버린 것이다그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그녀는 남은 평생 척수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되었다짧은 순간에 벌어진 사소한 실수였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악취가 진동하는 인생을 뭉개고 앉은 것 같은 수치심과 좌절감엄마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십여 분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그녀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절망했을까.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과도 같다. / 74p

 

 

 

  소설가 황시운은 자신의 산문집을 통해 장애로 인해 한 순간에 부러져버린 세상과 그로 인해 시시때때로 마주해야 했던 아픔그 속에서 안간힘을 써야했던 순간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방광과 소변주머니를 연결하는 관이 꼬인 채 막혀버리는 바람에 소변이 배출되어 옷이 젖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고대부분의 사람들은 폴짝 뛰어넘으면 그만인 고작 십여 센티미터의 틈을 휠체어로는 넘을 수가 없어 번번이 세상으로 나가는 일에 주저하게 되는 서러움을 토로한다이삼일에 한 번꼴로 계단참에서 관장을 해야 했던 수치스러운 기억이 고작 두 단짜리 파티션으로는 가려질 리가 없는 것처럼그녀의 현실은 일상의 곳곳에서 자신의 미약한 처지를 너무나도 쉽게 대면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흉수 손상의 후유증으로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되었다이 고약한 통증은 손상된 신경계의 교란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통증을 뇌에서 잘못 인지하면서 일어나는 통증이다그러니까나는 실체 없는 통증을 밤낮없이 겪어내고 있는 셈이었다실존하지도 않는 통증이 어떻게 이렇게나 생생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어쨌든 그 통증과 함께 십일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얼마나 될지 모를 세월 동안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 37p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엄이 너무 자주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무너져내린다사람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세상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장애에서 오는 고통과 곤란함안정망과 시스템의 부재만큼이나 힘겨운 건 사회가 장애인들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 드는 데서 오는 참담함이라고 고백한다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병이라 진단하는 일에만 몰두할 뿐그들의 정체성과 고유의 자질을 대면하는 일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록을 남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나에게 이런 일이 끝도 없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가능하면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일그것은 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녀처럼 마지막 존엄마저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덕분에 자신의 글을 통해 당신과 같은 내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려주고 손을 흔들어주어 긍정의 신호를 전하려는 그녀를 나 또한 응원하게 된다.

 

 

 

통증은 양상을 달리하며 파도를 타듯 끝도 없이 밀려왔다이제 내 일상에 통증이 끼어들지 않는 시간은 없다아프지 않길 기다려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고 말 터였다그러지 않으려면 아프건 말건 약이라도 털어먹고 뭐라도 해야 했다잠시 숨을 고르며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소설그리고 소설오로지 소설늘 그렇듯 떠오르는 건 소설뿐이었다. / 17p

 

 

이제는 사고 전처럼 있는 힘껏 달려 골목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하지만 오늘의 통증은 어제의 통증과는 달랐다어제의 통증은 침대에서 맞았지만오늘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견뎌냈다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달랐다어제의 나는 집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오늘의 나는 집밖으로 나와 이제 막 잎이 돋기 시작한 철쭉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그러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달라진 나는 달라진 통증을 점점 더 익숙하게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럴 수만 있다면오래전 편한 운동화를 신고 골목을 누비던 때의 나처럼 내가 잘해내고 싶은 오직 한 가지 일인 소설을 쓰면서 내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 23p

 

 

예전처럼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을 수는 없겠지만내게는 튼튼한 휠체어가 무려 석 대나 있으니까휠체어로 가기 벅찬 거리라면 지하철이나 저상버스를 타면 된다물론 아직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도록 세상과 싸우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스스로 넘지 못할 턱을 만나면 망설이지 않고 당당하게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며세상은 지금껏 내가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곳일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삼십 년 넘게 살아온 이 도시를 천천히 다시 걸을 것이다. / 293p

 

 

 



 

 

 

 

  어쩌면 이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지만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외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그래서 더욱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일지도무덤덤하게 읽고 넘기기가 힘겨워 자주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 무지했고 무관심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은 아닐까그래서 나는 이러한 경험들이 더 많이 쓰이고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오늘도 부러진 세상과 높은 턱을 넘어서기 위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을 모든 존재들에게 감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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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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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정취가 오롯이 내 안에 스미는 듯한 느낌을 선물하는 책!

단 한 권의 매력적인 필사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오랫동안 세계문학과 대중을 연결해온 민음사가 19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시인선 필사책을 출간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페르난두 페소아마르셀 프루스트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작이 수록되어 있다민음사 세계시인선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중에서 한 번 더 읽고쓰고숙고해보면 좋을 시들이 엄선되어 있다개인적으로 바이런을 제외하면 소설 작품이 더 친숙한 이들이지만시적 언어만의 문학적 광휘를 체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선별되어 특별히 소장가치가 있다.

 

 

 

에밀리 디킨슨(1830~1886)_ 19세기 미국 시인거의 매일 시를 쓰며 2000편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지만세상에 발표한 작품은 일곱 편 정도에 그친다책에 수록된 <소박하게 더듬는 말로>,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등에서는 섬세하게 조각화 된 슬픔과 죽음허무와 영원 등의 주제가 담겨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_ 포르투갈의 모더니즘을 이끈 시인.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엄청난 양의 글이 담긴 트렁크가 발견되어 현재까지도 글의 분류와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평생 70개가 넘는 이명으로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한 그답게책에 수록된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에서는 내 안의 수많은 나를 감각하는 시인의 시선이 도드라진다시는 이렇게 말해온다우리는 단 하나의 모습으로 줄곧 나를 정의하려 들지만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삶이 다채로워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_ 제임스 조이스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현대문학을 열었다필생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산책>, <꿈으로서의 삶>, <달빛에 비추는 것처럼>과 같이 물결치는 몽상처럼 유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심정을 나타내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_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19세기 영국의 대표 낭만주의 시인으로 괴테와 스탕달 등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오오아름다움 한창 꽃필 때>,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등 자유와 반항열정의 정서가 드러나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한 편 한 편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시가 없다.

 

 

 



 

 

 

 

  작은 불빛 하나 등지고 앉아 시 한 편에 마음을 기울이다보면 고요한 밤의 정취가 오롯이 내 안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저 쓸 만한 만년필 하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볼펜으로도 한 글자한 글자 단단하게 눌러써지는 종이의 두께감(120g)과 질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단 한 권의 매력적인 필사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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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쓰담 지음 / 달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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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나의 하루를 쓰다듬는 쓰담의 에세이!

따뜻한 언어가 건네는 온기에 잠시 마음을 맡기고 고생한 나를 보듬어보는 시간!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면 내 마음에 순풍을 불어다줄 글귀가 담긴 책을 찾아본다거창한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나를 밀어붙이기보다 위로와 지혜의 한마디로 덩이졌던 마음을 다독이는 데서부터 출발하려 한다그런 의미에서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정한 응원을 건네주는 쓰담의 에세이 당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속의 따뜻한 글귀들은 한 해를 갈무리하며 읽기에 참 좋은 책이었다나지막이 읊조리듯 읽어나간 하나하나의 글귀들은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기를나의 행복을 삶의 최우선에 두기를 제안하며 어제보다 더 단단해질 나를 응원한다.

 

 

 

나는 나만의 향기를 오롯이 전할 것이다

 

 

  올해도 100여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매년 몇 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나 욕심 같은 건 없기에 권수는 나에게 큰 의미가 없지만그에 따라 나름 성실하게 리뷰를 써온 데에 대한 수고로움 만큼은 특별하게 여기려 한다가시적인 성과를 누릴 수 있는 업도 아니고굳이 일상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면서까지 지속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쉼표와 쉼표라는 공간 사이에서 뭔가를 채워나가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다만 나는 왜 이렇게 쓰지를 못하지?’ ‘재능 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평범해 보이는 나의 글에 대한 검열의 시간 앞에선 여전히 부끄럽다나만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한 글을 써야하는 건 아닌가그래서 글을 쓰는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든다.

 

 

 

  그런 나에게 책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건당신이 아니라 당신 곁의 다른 사람들뿐이다.” 사람은 누구도 자신의 향기는 제대로 맡지 못한다조금 더 좋은 향기를 풍기기 위해 열심히 씻고향긋한 로션을 바르고 향수를 뿌려도 결국 그 향기를 우리는 느낄 수 없다금세 무뎌져 버리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그들의 향기를 부러워하고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선 왜 그런 향이 나지 않을까 침울해한다어쩌면 나는 내가 가진 것에 익숙해져버려서 내가 가진 가치와 매력을 잘 알아보고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오랜 세월에 거쳐 너무나도 익숙해진 것이라 특별하다고 생각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기억해야지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좋은 향기를 풍기는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다른 사람의 향을 부러워하며 힘들어할 필요도 좌절할 이유도 없다고나의 글은 나름의 이유로 가치가 있을 거라 믿어보는 거다어쨌든 오늘 쓴 나의 글은 지금의 내가 가장 열심히 아로새긴 나의 흔적일 테니까.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이기적인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며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다자기 자신을 배제시킨 채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다 보면 내 삶은 껍데기만 남고 공허해질 뿐이다.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살다 보면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 때도 있고이타적으로 살아야 할 때도 있다우리 모두는 그 둘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이기적으로 살든 이타적으로 살든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인생에서 나를 놓치는 것은 모든 것을 놓치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마음속에 감정이 쌓이게 되면 힘이 세진 감정이 나를 휘두르게 된다하지만 그때그때 감정을 적절히 해소하게 되면 감정의 크기가 작아지고 힘도 약해져서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무엇이든 잘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그러니 감정 표현이 부끄럽다는 이유로 도전을 주저하지 말자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표현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게 된다. / 22p

 

 

 



 

 

 

 

  책은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귀한 조언들나를 괴롭히는 관계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지금 충분히 행복할 것과 오늘의 고단함에게서 내일의 감동을 발견하는 방법들을 제안한다포기한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배짱을 가질 수 있길진짜 실력이 느는 것은 뜻밖에도 우리가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으로 비로소 자신을 바라볼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보기를 격려하기도 한다그리고 저자는 말한다스키선수들은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통과하면서 나무에 부딪치면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그러면 시야에 나무밖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대신 길을 따라가자라고 생각하면 시야에 나무는 사라지고 길만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그러니 성공을 방해하는 요인들에 관심을 두거나 하지 못하는 일어쩔 수 없는 일에는 신경 끄고 성공 그 자체에만 집중하라는 저자의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에 비해 내향적인 사람은 신중하고 입이 무겁기에 외향적인 사람보다 신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나가기에 맡은 일을 착실하게 잘 해낸다는 인상을 주기도 좋다특히 내향적인 사람 중에 섬세하고 예민한 이들은 눈치가 빠르고 예리하기에 상대방의 기분을 빠르게 파악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내향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사회생활에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내향적인 사람이 가지는 장점이외향적인 사람이 가지는 장점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내향적이라 고민이라면굳이 애써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려 애쓰기보다는 본인이 가진 장점을 조금 더 살려 보는 게 좋을 것이다. / 75p

 

 

우리는 어느 순간 성장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더 잘하고 싶은데 나아지지 않고주변의 더 나은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그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고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좌절감이 찾아온다.

사실 진짜 실력이 느는 것은 우리가 답답함을 느낀 그 순간이다좌절했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겼다는 것이고더 나은 실력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처음 시작할 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대단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기에 더욱 암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208p

 

 

 



 

 

 

 

  2022년의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거창한 계획과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몰두하기보다 따뜻한 언어가 건네는 온기에 잠시 마음을 맡기고 고생한 나를 보듬어보는 건 어떨까그리고 바로 그 때 이 책의 다정한 글귀에 기대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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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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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빗속에서도 춤추는 일이다!

어둡고 질척했던 유년의 풍경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뼘쯤은 더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반짝이는 기억들 그리고 또 다른 생을 완성시키는 이국의 시간들!

 

 

 

 

  어쩌면 이민자들의 삶이란떠나온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떨어져나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고향과 이국의 시간이 부딪히는 마찰음을 견뎌내야 하는 지난한 과정 속에 존재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그러고 보면 정착에의 희망과 배척이라는 현실의 틈에서 온전히 머무르지 못하는 그들의 처지가 바다와 얼마쯤 닮은 것 같다그렇게 나는 통영에서 나고 자란 뒤 캐나다의 해안 도시 밴쿠버로 이민을 간 저자의 이야기에서 이민자들의 애환을 엿본다하지만 산다는 것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빗속에서도 춤추는 일이다.”던 책 속의 글귀처럼부딪쳐도 부서지진 않을 거라는 믿음을 따라 회복가능한 것에 괴로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을 그네들을 어루만져보기도 한다덕분에 나는 바다를 닮았다는 건실은 행복한 노마드적 삶을 살고픈 저자의 바람이 담긴 말일지도 모르겠다고 긍정하게 된다.

 

 

 

멀리 떠날 것그리고 돌아올 것.

힘껏 돌아올 것.

그것은 오래되고 익숙한 리셋의 방식이었다. / 163p

 

 

 

  “거긴 통나무집이 많으니까 일자리도 많을 거야.”

  그것은 이민을 오기 전에 품었던 무수한 오해와 편견과 근거 없는 희망의 일부였다고 한다하지만 이주자로소수자로주변인으로 정착은 기대 이상으로 고달팠고동양인 이민자를 향한 차별과 모멸 속에서 마음에도 없는 땡큐와 쏘리를 남발하며 늘 자신을 낮추어야만 했다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덜 쉬고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되 필요할 땐 늘 거기 있어야 겨우 인정받을 수 있었다그게 이방인이 살아남는 방식임을 알게 된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언어의 한계 때문에 어중간한 이해와 오해의 상태에 익숙해지는 것이 영어에 능숙해지는 것보다 쉬울 때도 있어서 그냥저냥 손해를 감수하는 편리함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나오는 언어라는 게 있어서 마냥 휘청거리지만은 않을 수 있다일 년에 한 번도 제대로 된 눈이 내리지 않는 통영에서 운전을 배운 탓에 벤쿠버의 눈 앞에서 쩔쩔매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눈에 덮인 내리막길에서 차가 핸들의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아 저절로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이대로라면 남편의 차를 박을지도 모를 아찔한 상황이었다다행히 브레이크를 밟으면 드라이브 웨이 중간에 차를 세워둘 수 있었지만 학교에 등교해야 할 아이가 걱정이었다마침 옆집 중동 남자의 아이가 아들과 같은 학교여서 가는 길에 데려다주겠다 했다평소에 한마디도 해본 적 없는 남자에게 아이를 맡기다니불안이 많은 성격을 생각하면 너무도 이례적인 날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지나가던 트럭 한 대가 앞에 서더니 초라해 보이는 외모의 한 백인 남자가 도와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어머어마한 할부금을 안고 산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새 차인데 그가 타고 달아나면 어떡하지돈을 요구하면 어쩌나고민하던 것도 잠시 남자는 친절하게도 삽으로 눈을 치워주기까지 했다민망하게도 그는 그녀가 주섬주섬 내미는 20달러를 거절하며 삽을 선물로 주었다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뒷마당에 보관하고 있는 삽은 모든 게 낯설었을 이국에서 처음으로 선명하게 느낀 선의였을 것이다가슴으로 쓴 선의라는 언어 덕분에 그녀는 이곳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갈 마음을 얻고타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를 배울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눈이 오는 날이면 괜스레 남자의 쇠삽으로 마당의 눈을 밀어보곤 한다그 남자는 내게 왜 그랬을까나의 논리로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선의와 여태도 터무니없이 선명한 나의 두려움이 떠오른다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쩜 논리가 아니라 용기일지도 몰라선의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가슴으로 느끼는 게 맞을지도 몰라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 31p

 

 

도둑맞은 물건보다 도둑맞은 친절이 더 억울하다던 그녀가 아들에게 배운 영어 욕을 제대로 써봤는지는 모르겠다.

부디 이 땅의 이민자들이 마음에도 없는 땡큐와 쏘리를 더 이상 남발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 45p

 

 

 



 

 

 

 

  모두가 모두를 안다고 생각할 만큼 노출과 관음이 일상적이었던 통영의 유년시절과일집도채소집도대장간도참기름집도난전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선술집 과부와 과부의 자식들은 막 대해도 좋은 상대라 여겼던 동네 사람들토사물과 똥오줌이 나뒹구는 곳이어서가 아니라그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규정지어진 내 팔자를 참을 수 없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노라 저자는 고백한다하지만 오랜만에 들른 고향은 거리도 바다도 카페도 모두 관광객의 차지가 되어버렸고낯설다 못해 그 속에서 길을 잃어야했다고향이 낯설어지길 바랐지만그토록 떠나고 싶었지만 실제로 그런 날이 오자 어찌된 일인지 거절당한 사람처럼 당황스러워지는 것이었다하지만 죽음이 바짝 다가온 순간에도 영영 애비 없는 삶을 살게 될 아홉 살 딸을 위해 붕어빵에 하얀 설탕을 뿌려주셨던 아버지의 마음 같은 게 고향이 아닐까몸에 좋을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이따금 선물처럼 다정했던 달달함이어둡고 질척했던 유년의 풍경을 한 뼘쯤은 더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반짝이는 기억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면 우리는 늘 그렇듯 고향을 떠올리게 되니 말이다.

 

 

 

우리는 동네 골목골목에 발자국을 새기듯 천천히 걸었다대학 졸업 후 줄곧 고향에서 살고 있는 친구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위안이 되었던 그 마을이 이방인의 거리가 되어가고 있다고 속상해했고나는 오래 이방인이 되어 살았던 바다 건너의 삶을 떠올리고 있었다이제 내게 너무 익숙해진 이국의 시간과 손님처럼 어색한 고향이 시간이 서걱거리며 부딪혔다. / 90p

 

 

 

  저자에게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나는 내가 뭘 못하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아그래서 못해도 재밌어그런데 못하는 걸 잘 못 견디는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잘해도 시도하고 싶어하지 않더라.” 좀 모자라거나 벙어리일지도 모른다는 수군거림을 듣고척추측만증 때문에 열 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술을 두 차례 한 아이다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는 게 내내 두렵다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고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쉽게 절망하지 않는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나보다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다보면 사소한 것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는 것을 배운 아이에게서 엄마는 도리어 위안을 얻는다덕분에 잘 해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못해도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그 귀한 마음을 나 또한 배우게 된다.

 

 

 

그러니 회복 가능한 것에 너무 괴로워하지 마.”

나는 딸에게 말했다그건 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물론 내일쯤은 생과 사의 거대한 담론은 잊어버리고 또 사소한 것들로 스스로를 들들 볶아대겠지만. / 156p

 

 

 




 

 

 

 

  역마살이 끼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딘가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날 때면 스스로에게 환기가 필요한 시점임을 직감한다멀리 떠나되 돌아올 것아니 힘껏 돌아올 것을 약속하는 그녀에게서 다시 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법을 배운다또한 그것이 생을 인정하는 방법임을 배운다한 번씩 마음이 고달파지는 날에는 그녀의 약속에 내 마음도 걸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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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 미디어 환경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3
김아미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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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단단한 시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우리 아이들과의 건강한 대화의 장을 열어가기 위한 미디어 환경 탐구서!

 

 

 

 

  “엄마잼민이가 뭐야?”

  한창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던 아이가 질문해왔다잼민이나로서는 생소했지만 온라인상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임이 분명했다아이에게 듣자하니로블록스 게임 대화창에서 잼민이는 가라.”라는 말을 누군가가 자꾸 하더라는 것이었다아이는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기분 나쁜 느낌을 감지했던 게 분명했다아니나 다를까 검색창에 잼민이를 검색한 결과 어린이가 꼽은 어린이 비하 표현 1로 잼민이가 뽑혔다는 기사글이 올라와 있었다.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다잼민이는 개념 없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단어로성인들이 온라인 공간에 어린이와 공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혐오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경험상 상대가 나보다 지적으로 열등하거나 어리다고 단정 지으며 위계질서를 형성하고자 할 때 이 단어를 쓰면 된다는 것을 학습하고그토록 꺼리던 혐오표현을 스스로 재생산한다.” 이처럼 잼민이라는 은어는 온라인에서 어린이들이 겪는 혐오와 차별을 짐작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온라인 세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른도,

조금은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온라인 세상에 발을 들인 어른도,

이제 막 성인들과 섞여 들어 온라인 세상을

경험 중인 아이도 모두 온라인 구성원이다. / 20p

 

 

 

  지금 우리 아이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있다현재 동일한 미디어를 사용하는 어른들과 비교했을 때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이 훨씬 더 여러 겹으로 이어져 있다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가 스스로 온라인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활동하기 전부터 부모나 보호자들은 아이의 성장 과정을 담은 게시물들을 온라인에 공유한다일찍이 유튜브 시청태블릿 학습 등을 통해 디지털 일상을 접해온 우리 아이들은 이후 다양한 계정 활동과 확대된 영역 속에서 능숙하게 디지털 존재감을 형성한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매일같이 정보를 찾고

의견과 생각을 정립해가는 온라인 환경의 진짜 모습은

표지판 하나 없이 햇빛도 들지 않는 무성한 정글 같다. / 116p

 

 

 

  하지만 24시간 지속되는 온라인 괴롭힘온오프를 가로지르는 평판 관리의 어려움쏟아지는 정보와 게시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여야 하는 온라인 환경은 지금 어린이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이다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에서 드러나는 온라인 속 어린이 청소년들은 생산자이자 소비자이자 향유자이지만 피해자이자 가해자이자 목격자이자 공모자가 되는 복잡한 위치에서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놀랍게도 아이들은 어른들과 떨어져 있는 공간보다는 성인과 공존하되 그 안에서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를 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을 디지털 네이티브라 명명하며 완전히 새로운 세대로 바라봤던 사회 담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고군분투를 간과하고 있다이에 저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디어 환경에서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은 없는지보다 현실적인 담론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닐지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보기를 제안한다.

 

 

 

온라인 괴롭힘을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누구에게 말하고 어떻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대처 방법을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온라인 세상의 행동 지침을 알려 주는 교육도 거의 없다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는 무력감을 느끼고가해자들은 권력감을 느낀다가해자가 할 수 있으니까편을 들어줄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온라인 괴롭힘을 시작한다고 아이들은 지적한다. / 38p

 

 

다른 사람의 타임라인을 찾아가서 글을 쓰거나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는 등 상대의 게시물에 반응을 손쉽게 남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온라인 소통의 색다른 재미다그런데 가까이에서 본 아이들은 어느새 재미보다 서로의 게시물에 반응을 주고받으며 온라인 세상에서 좋은 평판을 쌓는 일에 몰두해 있었다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은 아이들의 또래 문화를 형성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소통 구조는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유도하는 요소로 작동하고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좋아요를 주고받는 피상적인 관계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 84p

 

 

 

  “정말 기본적인 기준 하나만 있어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알아서 온라인 세상에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한 줄기를 굳건히 세우는 것을 돕고그걸 기준으로 앞으로 발생할 다양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한 아이의 인터뷰는 신호등이 없는 온라인 환경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판단 기준을 세우고 분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부모는 아이를 단속하고 절제하기를 강요하기보다아이가 온라인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향유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대화를 나누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상황의 심각함을 직시하며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건강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이를 위해서는 기성세대에게 자신이 어린이 청소년일 때의 상황과 지금 어린이 청소년이 경험하는 환경은 여러모로 다르다는 것부터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 역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또한 아이들의 문해력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이를 비판하며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려는 보호주의적 태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미디어 교육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디지털 도구나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혹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평가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는 좁은 의미가 아닌소통과 표현의 자원과 맥락을 확장한 뉴 리터러시’ 대한 사회적인 논의 역시 필요할 듯하다.

 

 

 

아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마주치는 위험에도 굴하지 않는다. ‘잼민이라며 자신들을 배척하는 어른들의 말에도또래 사이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에도숫자 놀음에 빠져 아이들을 범죄로 내모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 방기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의 구조적 문제들을 모두 떠안은 채로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모이고이야기하고서로를 듣는다. / 98p

 

 

아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익명의 사람들을 접하면서 혐오표현이나 불필요한 논쟁 과열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댓글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거나 악플이 이어질 때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댓글을 다는 등의 대처 요령은 아이들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적극적인 개입이다. / 104p

 

 

 




 

 

 

 

  얼마 전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기 시작한 첫째 아이를 보곤 서둘러 댓글 보기와 작성하기를 차단했다시청하는 채널의 유해성 정도만 판단할 수 있게 지도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댓글에서 유입되는 불건전한 대화나 은어 사용타인 비방글이 그간 아이에게 노출되고 있었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 것이다하지만 부모가 무작정 댓글보기를 차단하는 것이 댓글을 다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주먹구구식 해결로 그치지 않으려면 건전한 온라인 문화를 이용하는 방법타인의 댓글에 상처받지 않고 긍정적인 댓글 문화를 수용하는 방법온라인 문화 규범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우고 분별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의 계속된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과 같은 미디어 환경 탐구와 토론의 장이 폭넓게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온라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름다운 온라인 예스키즈존을 가꾸기 위한 노력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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