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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평점 :
고요한 밤의 정취가 오롯이 내 안에 스미는 듯한 느낌을 선물하는 책!
단 한 권의 매력적인 필사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오랫동안 세계문학과 대중을 연결해온 민음사가 19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시인선 필사책을 출간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작이 수록되어 있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중에서 한 번 더 읽고, 쓰고, 숙고해보면 좋을 시들이 엄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바이런을 제외하면 소설 작품이 더 친숙한 이들이지만, 시적 언어만의 문학적 광휘를 체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선별되어 특별히 소장가치가 있다.
에밀리 디킨슨(1830~1886)_ 19세기 미국 시인, 거의 매일 시를 쓰며 2000편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지만, 세상에 발표한 작품은 일곱 편 정도에 그친다. 책에 수록된 <소박하게 더듬는 말로>,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 등에서는 섬세하게 조각화 된 슬픔과 죽음, 허무와 영원 등의 주제가 담겨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_ 포르투갈의 모더니즘을 이끈 시인.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엄청난 양의 글이 담긴 트렁크가 발견되어 현재까지도 글의 분류와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평생 70개가 넘는 이명으로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한 그답게, 책에 수록된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에서는 내 안의 수많은 나를 감각하는 시인의 시선이 도드라진다. 시는 이렇게 말해온다. 우리는 단 하나의 모습으로 줄곧 나를 정의하려 들지만,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삶이 다채로워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_ 제임스 조이스,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현대문학을 열었다. 필생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산책>, <꿈으로서의 삶>, <달빛에 비추는 것처럼>과 같이 물결치는 몽상처럼 유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심정을 나타내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_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19세기 영국의 대표 낭만주의 시인으로 괴테와 스탕달 등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오오, 아름다움 한창 꽃필 때>,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등 자유와 반항, 열정의 정서가 드러나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한 편 한 편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시가 없다.
작은 불빛 하나 등지고 앉아 시 한 편에 마음을 기울이다보면 고요한 밤의 정취가 오롯이 내 안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저 쓸 만한 만년필 하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볼펜으로도 한 글자, 한 글자 단단하게 눌러써지는 종이의 두께감(120g)과 질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단 한 권의 매력적인 필사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