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 이동의 위기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6
전현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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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지배하는 도시의 현주소!

이동에의 열망과 그로 인해 야기된 기후위기 시대를 향한 엄중한 경고!

 

 

 

 

  아주 고약한 우화 하나를 꺼내볼까 한다길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지를 변형하고이렇게 변형된 대지를 활용해 부를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다그들이 밀고세우고부서뜨리고높아 쌓아올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사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더 빨리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그렇게 더 높은 도시와 더 빠른 길을 향한 사람들의 갈망이 극에 달했던 어느 날그들을 보호하던 고치가 무너져 내리고 이제껏 내밀쳐 있던 자연은 그제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사람들을 몰아내기로 합심했다가지고 있던 자원을 무한히 확장하는 데 써버린 파멸적 후과로 사람도물건도에너지의 흐름도 멈춘 도시는 존재의 이유를 잃고 마멸되어 사라졌다이것은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소멸되어간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다.

 

 

 

이동의 위기로부터 납치된 도시 구하기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는 기후위기의 시대 속에서 도시와 인간의 삶을 사유하기 위한 시도로 쓰인 책이다그 중심에 이동’ 즉 교통이 있다교통철학 연구자인 저자는 어째서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에의 욕구를 실현하려 하는지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는 어떠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그로 인해 야기된 기후위기의 문제점과 극복방안을 모색해본다도시계획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한국 현대사인간의 이동 욕구를 반영한 서양철학자동차 지배 시대의 도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각종 통계와 보고서에 이르기까지이동의 위기로부터 납치된 도시를 구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아주 특별한 저작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자동차가 우리 삶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자동차 지배라고 이름한다.

자동차 지배가 관철되고 있는 도시에서

우리는 납치된 처지다. / 18p

 

 

 

  우리가 이동하거나 멈추기 위해서는 여러 차원에 있는 존재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저자는 이 존재자들을 크게 세 차원으로 분류하며 이들이 일정한 체계를 이루어 교통하는 과정 속에 우리의 교통도 존재한다고 설명한다첫 번째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이동성이다각 개인은 자신의 목적에 알맞은 수단과 경로를 구성하고 이동을 수행한다이는 각각 이동할 수 있는 범위이동에 동원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나 지불 능력 등의 자원이동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에 대응한다.

 

 

 

  두 번째는 물리적 차원에서 물질과 에너지 흐름이다인간은 근육을 넘는 대규모의 동력을 통해 교통 체계의 변화를 가져왔다수로를 만들어 고대 제국을 성립했고범선을 통해 대양을 넘는 항로를 개척했다철도는 증기기관의 동력에서 시작되었고자동차는 내연기관의 확산과 함께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이에 사용되는 대규모의 금속인 철알루미늄구리 등은 교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문명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세 번째는 사회적 차원에서 마련한 이동 시스템 구성과 사용 권리 보장이다이동은 개인의 과업을 넘어서 사회적 과업과 다름없게 되었다과거 보다 더 효과적인 이동 수단과 경로를 개발하고 제시하는 사회적 차원의 도움이 없다면적극적인 이동에의 목표를 실현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이처럼 우리가 계획하는 모든 이동은 세 차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현실에 구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이동에의 열망과 교통 개발의 결과는 사람들의 몸과 생각이 뻗어갈 가능성의 공간을 넓혔지만앞선 200년 동안 팽창한 이동은 인류를 역설적인 상황 속에 데려다 놓았다자동차 지배 시스템지구적 항공망이 번영하는 사이 기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도리어 도시를 무너뜨릴 조짐을 보인다더 많은 교류를 위해 이동을 활성화하면 더 많은 탄소 배출이 유발될 것이고길은 결국 무너질 것이다이동의 힘을 확대하는 것이 곧 인간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며 교통수단을 무한히 확장한 결과우리는 2100년의 문명을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때문에 전 세계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다른 분야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저자는 교통만큼은 사실상 요지부동이라 지적한다기후 대응 문제에서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가진 유럽조차 에너지 변환산업건물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상당량 감축해 냈음에도 교통은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1가구 2자동차 시대대규모 주차장을 요구하는 건조 환경더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은 탄소 절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조차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신도시 개발의 역사적 변천의 결과 형성된 혼종을 나는 신도시의 도시 조직이라고 부르고 싶다이는 대규모 주차장을 확보한 아파트 단지 그리고 신도시를 둘러싼 고속도로망을 두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지배의 세포라고 규정할 수 있다. ‘재개발’ 과정지속적인 시가지 내부 도시고속도로와 간선도로 확장지하 고속도로의 개통을 통해 기존 시가지 속에도 이 조직이 유입되면서자동차는 시가지를 녹여 자신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변형하고 있는 중이다. / 98p

 

 

경부고속도로·고속도로망과 신도시의 도시 조직이 진행한 자동차의 도시 지배는 SUV를 필두로 하는 변화에 의해 한 단계 더 심화되었다. 2000~2010년대 SUV 시대의 개막과 동시에 세컨드 카즉 한 가구에서 용도에 따라 두 대 이상의 차량을 구입하여 활용하는 경우도 늘었다이에 따라 정부는 도로만이 아니라 추가 주차장까지 공급해야 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신도시 주변의 교통축을 따라 생긴 난개발’ 지역고속도로와 주차장에 의존하는 대규모 몰 같은 혼종들 또한 나타났다. / 101p

 

 

 

  공간은 더욱 귀해지는데 차량과 건조 환경은 자동차에 더 많은 공간을 할당해 달라는 요구는 여전히 높은 지금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동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까저자는 이 역시 도시의 삶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오늘의 교통은 도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이에 우리는 먼저사람들이 이동을 선택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그리고 그 가운데 어떤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어떤 부분은 애써 극복해야 하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개인에게 참조할 수 있는 숫자와 계산방법을 제안하여 개인이 탄소 배출량을 점검할 수 있게 하고전 사회의 탄소 지출을 줄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더불어 사회는 탄소 흡수(수입)를 늘리는 방법을 개발하고이 방법과 정합하는 선택을 개인에게 장려해야 한다또한 공공교통이 저소득층을 위한 분배에만 쓰이는 열등한 수단에 머물지 않도록 만들면서, ‘걷기를 장려하는 도시를 만드는 수많은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걷기로 돌아오자시민들이 도시를 이루는 자발적 질서를 창출하는 기반이자탄소 배출은 물론 토지 소비량에너지 소비량 또한 매우 적은 수단인간이 지금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종인 이상 결국 걷기가 이동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도시를 이루고 살기 위해서는 자동차에만 의존할 수 없고 결국 걷기를 장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그리고 이렇게 걷기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은 비로 미흡하거나 왜곡된 형태일지라도 우리의 도시 속에 살아 있는 아이디어다. / 171p

 

 

현실의 교통수단에서 반드시 필요한 균형감은 이것이다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없다면그것은 위험한 상황이다이 위험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더라도적어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멈춤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보다 우선이다그렇게 하지 않으면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는 반드시 찾아온다브레이크 먼저이동의 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 교통 기술을 계속해서 일종의 모형으로 활용하려 한다면속도감에 취할 것이 아니라 이 균형감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 231p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치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삶과 이유 속에서기후위기와 이동의 위기를 곱씹을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교통개발로 야기된 이동의 위기납치된 도시의 현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맥락 속에서 정보를 적용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작업은 결국 개인이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이다기후위기에 관한 경고를 자각한다고 해서 그간 습관처럼 해왔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이러한 글을 부단히 읽고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연속된 경험들은 곧삶의 방향성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기후 위기의 격변 사태를 불러일으킬 마지막 탄소 1kg이 바로 나의 배출일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말자나의 편의를 앞세워 인류의 미래에 눈감지 말기를 되새기고또 되새기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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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피아 2 : NEW 잡학 상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 팩토피아 3
케이트 헤일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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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피아를 외쳐 봐그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세상의 모든 팩트를 담은 신개념 어린이 백과사전!

 

 

 

  아이의 머릿속에 콕 박혀 있는 그 이름팩토피아!

  처음 팩토피아』 1권을 읽을 때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던 것을 기억한다과학사회역사상식 등 세상의 온갖 지식을 맛볼 수 있는 이 팩트의 세계로 몰입하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무엇보다 지식 습득호기심 자극재미 요소를 두루 갖춘 팩토피아의 구성은 엄마도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백과사전이었다그렇게 워크북까지 빠짐없이 풀고 다음 2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어느 날드디어 팩토피아』 2권이 도착했다.

 

 

  “팩토피아 왔다!”

  8살인 아들과 4살인 아들이 함께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고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가는 재미난 구성에 흠뻑 빠져들며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팩토피아. 2권도 단숨에 고고!

 

 

 

팩토피아에 다시 온 걸 환영해!

점선으로 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변기가 아이스크림으로아이스크림이 고추로고추가 고대 이집트로다시 올림픽을 이어지지아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할 거야!

참참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네팩토피아의 길은 한곳으로만 이어지지 않아.

가끔 샛길로 빠져서 아주 엉뚱하지만 신기한 사실로 이어지지팩토피아만의 웜홀이라고나 할까?

정신이 없을 테니 책을 단단히 붙잡고 있으라고! / 7p

 

 

 




 

 

 

 

  1권은 책 페이지를 따라 순차적으로 읽어보았다면 2권은 책에서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바로 170쪽으로 점프해보기! 170쪽에는 청개구리두꺼비황금독화살 개구리 등 개구리에 관한 다양한 상식이 담겨 있다그런데 황금독화살 개구리는 몸집이 고작 병뚜껑만 한데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맹독을 품고 있다고무려 사람 열 명은 거뜬히 죽일 수 있을 정도라니황금독화살 개구리는 반드시 주의해야겠는데이제 점선을 따라 다음 쪽으로 넘어가보면 깡충거미를 만날 수 있는데놀랍게도 깡충거미는 한 번에 자기 몸길이의 최대 40배까지 뛸 수 있다고사람으로 따지면 테니스장 세 개의 길이를 단숨에 점프하는 것과 같다고 하니너의 점프력 인정 인정!

 

 

 

엄마와 아이가 함께 꼽은 재미있고 유용한 상식들

 

 

중세 시대 성의 화장실은 똥이 성 밖으로 떨어지게 설계되었어.

으악요리조리 피해 다니지 않으면 건물 위에서 떨어지는 똥 테러에 당할 수도 있겠어냄새~~

 

미국 텍사스주의 브랙큰 동굴에는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쥐 무리가 살아매일 밤 2,000만 마리 정도가 동굴 밖으로 나가는 데 네 시간이 걸려.

: 2,000만 마리가 산다고여긴 배트맨만 갈 수 있겠다배트맨은 박쥐랑 친하잖아.

 

상어 피부는 아주 매끈해 보이지만만지면 사포처럼 거칠어방패 비늘이라는 이빨처럼 생긴 작은 비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지.

어차피 나는 못 만져물려 죽을지도 모르거든.

 

인간의 뇌에서는 작은 전구에 불을 켤 정도의 전기가 발생해.

지릿지릿내 머리에서 전기가 나온다지릿지릿엄마머리로 내가 이 불을 켜 볼게!

 

홍해파리는 나이를 거꾸로 먹지몸을 다치면 어른에서 아기가 돼그래서 별명도 불멸의 해파리.

이건 엄마가 제일 갖고 싶은 능력인데부럽다~

 

새똥에서 하얀 부분은 똥이 아니야새의 오줌이지.

아하새똥을 자세히 보면 새하얀 부분이 있지그게 오줌이었구나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네?

 

비행기 안에서는 음식의 맛이 달라져객실의 건조한 공기와 높은 비행 고도 때문에 혀의 맛봉오리가 단맛과 짠맛에 30퍼센트 정도 둔해지거든.

정말그래도 엄마는 기내식 꼭꼭 챙겨먹었는데입맛이 둔해져도 먹는 건 놓칠 수 없지.

 

고대 로마인은 오줌으로 이를 하얗게 만들었대.

으악그냥 노란이로 살래.

 

사람의 발가락 사이에 사는 세균으로 치즈를 만들기도 했어.

뭐라고으으더러워치즈에서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 건 설마??

 

 

 




 

 

 

  무엇보다 팩토피아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제작된 백과사전답게 커다랗고 사실감 넘치는 사진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림다채로운 컬러가 읽는 즐거움을 준다다 읽고 나면 워크북을 통해 아이와 함께 읽어본 내용을 점검해보는 재미도 있다팩트력이 쑥쑥 올라가는 초성 퀴즈와 알쏭달쏭 OX 퀴즈팩트 꼬리 물기단어 찾기와 빙고 게임낱말 퍼즐까지다양한 퀴즈 놀이에 참여하다보면 어느 새 교과 연계 학습까지 가능해지니 참 기특한 책이로다다음 팩토피아』 3권에서는 엽기 상식이 기다리고 있다는데과연 어떤 내용일지 무척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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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 - 진화생물학 권위자 장이권의 20가지 동물의 리더십 이야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1
장이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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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물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진정한 리더십이 부재한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핵심 지침서!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의 명강의를 담은 인생명강 열한 번째 시리즈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은 ‘20가지 동물에게서 발견한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다진화생물학의 권위자인 장이권 교수는 집단생활을 하는 개인들이 결속을 유지하며 공통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사회적 조정 과정을 리더십이라 정의하며이는 구성원의 협력과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촉진하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것으로 분석한다다시 말해리더십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고유의 기능은 동물 사회와 인간 사회 모두 큰 차이가 없으며우리가 동물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리더십의 기원과 기능본질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에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것이다이제껏 수많은 리더십 서적들이 사회과학적 관점으로만 분석되었다면이 책은 다양한 동물의 사례를 통해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생명체의 한 형질로 리더십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지금-여기 리더들이 주목해야 할 동물 리더십의 비밀

 

 

  저자는 리더십이야말로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 사회에서만 발견되는 뚜렷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혼자서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한다면 리더십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동물은 포식자 방어와 먹이 활동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집단을 형성한다하지만 여기에는 먹이 배분과 감염구성원의 각기 다른 요구와 같은 단점을 포함하고 있다또 이것이 두드러지면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심각하면 집단이 와해될 위험이 있다그래서 집단이 제대로 잘 유지되려면 우선순위공통의 목적 설정 등 사회적 조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이때 사회통합을 능숙하게 이끌어줄 리더와 그런 리더에 맞춰 자기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팔로워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때 사회 조정 과정이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집단은 안정적 유지와 번성을 이끌 수 있다.

 

 

 

리더는 다른 이즉 팔로워에게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 공통의 목적을 달성한다그 영향력은 힘일 수도 있고아니면 다른 수단가령 설득일 수도 있다.

이때 공통의 목적이 중요한데보통 공통의 목적은 리더의 욕구일 수 있다혹은 지금 무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등 서로의 합의에 따라 공통된 목적을 결정할 수도 있다또 리더가 무리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공통의 목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공통의 목적은 생물종이나 집단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결정하는 주체도 집단마다 다를 수 있다이 부분은 각 생물종의 리더십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22p

 

 

 

  1부에서는 다양한 동물 사회를 소개하며 저마다 다른 독특한 리더십을 소개한다동물 사회는 구성원의 수혈연관계관계의 지속 시간이익의 분배 구조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조정의 문제점이 다르며 이를 해결하는 리더십 스타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를 테면 가모장 사회를 형성하는 코끼리는 경험이 많은 나이 많은 가모장일수록 생존과 직결되는 판단을 내리는 데 유리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이들이 절대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이들은 절대 군림하지 않고구성원이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반드시 필요한 존재존경받는 리더로 자리한다.

 

 

 

  늑대들의 리더인 알파 수컷은 성공적인 사냥에 기여함에도 사냥감을 먼저 차지하지 않는다이런 배려심은 자신이 항상 무리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전체 구성원에게 안정감을 준다자신이 구성원 위에 군림하기보다 구성원에게 헌신하는 것이 곧 리더의 성공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여왕벌과 여왕개미는 집단의 모든 번식 이익을 독점하지만 가장 성공적인 벌목 사회를 유지하고 번성한다는 큰 특징이 있다여왕벌은 대규모이고 체계적이며 고도로 분업화된 조직을 이끄는 리더다많은 수의 알을 생산해 조직을 키울 수 있는 능력여왕 페로몬을 생산해 구성원의 노력이 조직의 목표로 일치하게끔 통제한다반면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혈연과 비혈연 개인으로 구성된 침팬지 사회에서는 동맹이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왜 리더가 필요한가동물 사회에서 리더가 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를 비교해보면 거의 예외 없이 리더가 있는 사회가 없는 사회보다 더 성공적이다경험이 풍부하고 지혜 많은 리더가 있는 코끼리 무리나 동맹관계를 잘 유지하는 리더가 있는 침팬지 무리처럼 훌륭한 리더가 이끄는 사회는 번성한다그리고 능력이 좀 부족한 리더가 이끄는 사회라도 리더 없이 무정부적인 군중의 집단에 속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 59p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카리부(순록)와 새를 통해 집단 사회의 유지·번성이 오로지 리더십에 달려있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이들은 뚜렷한 리더가 없어도 무리 전체가 특정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카리부와 새 집단은 각각 군중 심리와 집합 행동을 이용해 집단의 복잡한 행동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다시 말해 개인의 간단한’ 행동 규칙은 전지전능한 리더나 복잡한 신호가 없어도 자기 조직을 형성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는 곧 한 개인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팔로워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며사회 통합이 유지되려면 리더와 팔로워 모두 궁극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팔로워는 리더만큼의 이익은 얻지 못하지만혼자 사는 개인보다는 높은 이익을 누려야만 집단에 남는다동물 사회에서도 인간 사회에서도 집단이 와해되는 시점은 팔로워가 더 이상 집단에서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 때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포식자의 존재먹이의 장소 또는 이주 경로와 같은 필수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바로 이 점이 많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팔로워가 되려는 이유다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알파 수컷이라 하더라도 포식자의 정보가 없을 때는 팔로워가 되어 정보가 있는 리더를 따라야 한다정보가 부족하거나 불확실한 상태일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정보가 있는 개인을 따르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는그리고 모든 동물은 팔로워로 태어났다. / 81p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동물 집단이 리더와 팔로워로 구성되어 있을 때 공통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어느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반드시 수행할 일이 있고같이 수행하면 이익일 때 그 집단의 구성원들은 리더와 팔로워로 사회적 조정이 일어나기 쉽다다시 말해 리더십이 진화하게 된다. / 86p

 

 

 

  이 외에도 책은 흰동가리와 미어캣을 통해 불평등과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아프리카 들소와 개미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지집단의 의사결정이 나의 이익과 충돌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벡스타인박쥐로 하여금 통찰한다이 중 정찰벌들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여왕벌이 한발 비켜서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여왕벌은 평생 딱 한 번 어쩌면 두 번 정도 벌통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대해 아무런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그래서 여왕벌은 새집을 찾는 일에 절대 나서거나 참견하지 않는다새집을 찾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그 분야에 가장 현장 경험이 많은 정찰벌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여왕벌은 정찰벌들의 독립적 의견을 취합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한다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리더의 독단이 집단의 성공에 얼마나 방해되는지를 이 자그마한 벌의 세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을하물며 왜 우리 인간은 하지 못하는 걸까이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미어캣 리더는 무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팔로워가 비협조적인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처벌한다개인적인 행동으로 발생하는 이익보다 처벌받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더 크게 만들면 협력이 가장 좋은 전략이 된다개인은 처벌로 인한 비용이 많이 들면 남의 행동과 상관없이 협력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렇지만 처벌만으로는 팔로워의 무리 이탈을 막을 수 없다팔로워는 혼자 살아갈 때보다 무리에서 살아갈 때 생존확률이 훨씬 높다또 팔로워는 지금은 무리를 위해 희생하지만 미래에는 자신이 무리의 주인이 되어 번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미어캣 리더는 팔로워들이 무리를 위해 협력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해 팔로워가 무리에 남도록 한다. / 148p

 

 

불평등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절대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첫째하급자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비협조적인 하급자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셋째엄격한 서열 상승 기준이 있어야 한다.

넷째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 154p

 

 

조직의 크기가 커질수록 모든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개인은 집단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다그리고 결국에는 개인의 이익을 좇아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따라서 동물의 이합집산 사회처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도언제든지 조직의 열린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사회구조가 가장 유연하다. / 210p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동물의 리더십과 그 리더십이 잘 작동하는 사회 환경에 대한 이해는 곧 복잡다단한 인간 사회에 따른 최적의 리더십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동물사회는 한 집단의 리더십 스타일은 절대 완벽하지 않으며리더십이 잘 작동하는 집단에서는 리더와 팔로워 모두 번성한다는 것을 일러준다또한 리더십의 기능은 집단의 사회적인 조정과 관련된 문제 해결이며가장 중요한 리더십의 역할 역시 사회 통합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이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진정한 리더십이 부재한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핵심 지침이 아닐까리더십의 방법론만을 강조하는 현실 속에서 리더십의 본질을 먼저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우선되기를 바라며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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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포옹 - 하루를 껴안는 음악의 힘 1일 1클래식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이석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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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에 음악의 다채로움과 경이로움이 모두 담겨 있다!

음악을 통해 인생이 주는 상처에서 회복할 수 있는 원천을 얻을 수 있기를!

 

 

 

  지난 2022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 느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세미파이널에서그것도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들고 나와 연주 내내 숨 막히는 전율을 불러일으킨 그의 모습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어디 쳐볼 수 있으면 쳐보라는 듯이 만들어낸리스트가 아니면 결코 완벽히 재현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거장의 유산을 오롯이 건반 위에 써내려간 임윤찬 군을 보며 나는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그때 내가 느낀 것은 뭔가에 빠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이면 된다는 거였다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활기와 거대한 광휘흥분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의 입구를 나는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던 것뿐이라고그런 의미에서 1일 1클래식 1포옹은 아직 그 입구를 발견하지 못했거나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손짓한다음악이라는 경이에 몸을 맡겨보라고당신의 하루를 끌어안아줄 음악에 기꺼이 안겨보라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곡을 쓴다는 사실을 내가 쓰는 음악과 내가 음악에 다가가는 방법에 아마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관객과의 소통연주자와의 소통학생들과의 소통친구들과의 소통그리고 나아가 더 큰 사회와의 소통이 말이다곡을 연주하는 일에는 그 어떤 다른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교감이 있다음악은 말하지 않고도 매우 실제적이고 큰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된다.” / 무언가 제2: ‘노래’_ 앤 코스 164p

 

 

 

음악과 사람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는 무한한 행위의 연속

그 안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과연 바흐다저자는 새해 첫날의 음악은 반드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여야만 한다며 그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다른 모든 음악의 원천이 되는 유일무이한 천재이자 대부모든 것을 말하고 모든 것을 품으며 모든 것을 드높이고 모든 것들로부터의 안식처가 될 수 있게 하는 바흐그래서인지 책 속에는 바흐의 음악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소개된 <칸타타 예수님이제 찬미받으소서’, BWV 41번 제1합창>은 지나간 해에 겪은 곤경과 위기를 뒤로 하고세상과 인생을 희망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나아갈 길에 내내 빛이 들기를 바라는 염원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내게 있어 유독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이 있다면 프란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단조, D. 821 1악장알레그로 모데라토>저자는 아르페지오네를 사용한 작품 중에 음악사에 중요하고 지금까지 남아 전해지는 유일한 작품이 바로 슈베르트가 1824년에 지은 이 기함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요즘은 아르페지오네 역할을 첼로나 비올라로 대신한다)이라고 설명한다서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이 소나타를 쓰던 당시 슈베르트는 4년 후 그의 목숨을 앗아갈 매독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듣든 모르고 듣든 연약하면서도 섬세하고서글프지만 감동적인 이 곡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피아노 연탄용 환상곡 F단조작품 103>에 얽힌 일화 역시 인상적이다슈베르트가 깊이 짝사랑한 연인 카롤리네가 슈베르트에게 왜 자신에게는 아무 음악도 헌정하지 않느냐며 나무라듯 물었을 때 그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어차피 모든 음악을 당신에게 바치는 심정으로 쓰고 있는데.” 아아슈베르트!

 

 

 

그의 음악을 뚫고 나오는 빛이 곧 본질적 진실이라고 나는 믿는다. 2005년에 작곡된 이 매력적인 합창곡에서 랭은 전도서」 서두의 몇 행을 자유롭게 차용했다전도서의 화자인 예언자(히브리어로 코헬렛이라고 부른다)는 수확의 행위자다랭은 이렇게 설명한다. “코헬렛은 계절의 순환부터 자연과 인간의 무한한 순환을 단호하게 오가며 희망과 덧없음의 기묘한 균형을 창조한다. (나는 이 모든 무한한 순환의 권태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내가 집중한 지점은 거듭또 거듭 반복되는 것들의 무게였다.” / 어게인(전도서를 따라)_ 데이비드 랭 42p

 

 

샤메유-내게 오늘 이 곡을 소개해줘서 감사하다-는 음악적으로 무척 익숙한 자장가를 사소한 음악 장르로 치부하는 경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장가를 본격적으로 탐구할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그리고 나는 그의 이러한 시도가 십분 정당하다고 믿는다.

모든 존재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친밀감과 안도감을 우선한다바로 그 지점에서 기쁨과 불안의 샘이 솟아난다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바로 이렇게 서로 겹치는 감정의 합류점이다. (자장가만큼 이를 잘 전달하는 음악 장르는 달리 없다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지만자장가는 인간 영혼의 정소를 표현하는 음악이다자장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만큼이나 우리 어른의 껍데기 아래에 잠들어 있는 순수성을 다시 일깨우기 때문이다.” / 미오셰리작품 126, 13번 가장 어린아이가 잠들다’_ 멜 보니스 118p

 

 

 



 

 

 

 

  흔히 클래식 음악은 과거에 매몰된 예술 형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현재의 삶과 유리된반짝거리는 콘서트홀에 화석화된 유물처럼 가두어놓곤 한다저자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불리는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은 그것을 이해한다고 공언하는 사람들그러니까 행운과 특권이력의 조합으로 인해 그것을 누릴 여유가 주어진 사람들그리고 그것에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한다때문에 그녀가 소개하는 클래식 리스트들을 쭉 살펴보면 우리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베토벤슈만쇼팽브람스 등의 거장들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곡가나 제3세계 작곡가혹은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거나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이를 테면 유명한 팝 스타 빌리 조엘우리에겐 영화 음악으로 더 친숙한 류이치 사카모토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고 영화 <위플레쉬프로듀서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니컬러스 브리텔 등이 그러하다특히 1910년 발표 당시 열세 살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장난기 넘치는 리듬이 인상적인 콘 에스프레시오네의 <피아노삼중주 D장조작품 1번 1악장알레그로 논 트로포>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고 심지어 재미있다.

 

 

 

대체 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건 우리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일까? ‘클래식 음악이라는 명칭은 엘리트주의의 함의로 가득하여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사실 클래식 음악 그 자체는 온갖 짜릿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중이다과거의 걸작을 향한 나의 존경심과 경외심은-여러분에게도 분명히 전달되었길 바란다!-예전부터 더할 나위 없이 지극했지만나는 또한 클래식 음악이 그 고루한 이미지와 달리 생생히 살아 숨 쉬며 진보하는 예술 형태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클래식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새로운 관객들을 사로잡고 그들에게 흥분을 안겨줘야 한다우리는 이러한 문제와 목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곡을 쓰고 있는 작곡가들을 목청껏 응원해야 한다. / 자장가스벤 헬비히 72p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과거를 회고하는 작품이 아니라 미래와 죽음을 내다보는 작품이지만그런데도 음악에는 거대한 평화와 고요가 깃들어 있다. <9>의 마지막 부분슈트라우스가 선택한 악기 편성을 보면 마치 그가 평생 사랑한 세 가지 음악적 대상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만 같다소프라노(그가 평생 사랑한 아내 파울리네는 소프라노였다)와 독주 호른 파트(그의 친애하는 아버지 프란츠는 호른 연주자였다), 그리고 전체 오케스트라가 그것이다이들을 위해 그가 그려내는 음악의 풍경은 너무도 생생한 색감과 풍성한 이야기의 힘이 깃들어 있어 듣는 이의 숨이 멎을 지경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나는 내가 지금껏 들은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이 곡을 꼽는다. / 네 개의 마지막 노래 ‘9’_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301p

 

 

 




 

 

 

 

  이처럼 1일 1클래식 1포옹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계 공통의 고통 속에서 음악이라는 아주 강력하고도 아름다운 위로의 힘을 전하고자 한다인간은 폭정과 공포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예술을 창조함으로써 희망을 간직해왔던 것처럼음악을 통해 인생이 주는 상처에서 회복할 수 있는 원천을 얻기를 바란다. “내 음악은 백색광에 비교할 수 있다백색광은 모든 색을 다 품은 빛이지만그 색깔들을 분리해 눈에 보이게 하는 건 프리즘의 몫이다음악을 듣는 이의 정신이 곧 내 음악의 프리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던 아르보 페르트의 말처럼어떤 정해진 해석이나 정답을 따르지 않고 오늘의 공기와 기분느낌에 따라 음악과 자유롭게 연결되어보는 건 어떨까. QR코드만 찍으면 수록된 전곡을 들을 수 있으니 책을 읽으며 음악까지 꼭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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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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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가 살의를 낳는 게 아니라 간절하게 지켜야 하는 것들이 살의를 선택하게 할 때가 있다!

잔잔하면서 먹먹한 슬픔에 가슴이 차오르는 아름다운 미스터리!

 

 

 

 

와라괴물아.” 그가 외쳤다. “따라와라내 그 거대한 배를 채워주겠다.”

나는 따라간다그리고 먹는다이후 베서니는 그림을 그리고나는 글을 쓰려고 리클라이너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그가 설거지를 한다.

완벽한 아침완벽한 남편완벽한 딸완벽한 거짓말. / 8p

 

 

 

  ‘나는 죽고 있다.’

  『고스트 라이터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헬레나 로스는 열아홉 살에 출간한 첫 책 이후 열다섯 편에 이르는 소설이 발표되기까지 쭉 함께 해왔던 출판 대리인에게 전화해 느닷없이 은퇴를 선언한다그러고는 곧 발표 예정이었던 작품은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의 작품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수년을 공들여 쓰려고 계획해왔던 마지막 소설을 쓰겠노라 통보한다그건 사실몇 십 년이 지난 후에 실력이 쌓이고 쌓여 자신의 재능이 보다 더 완성되었을 때 쓰려고 계획했던 책이었다지난 4년 동안 언젠가 세상에 공개되기를 벼르고 벼렸던 이야기여느 평범한 원고와는 다른누구보다도 자신과 가장 닮은 여자의 이야기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이야기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하루에 2천 단어이미 줄어들기 시작하는 석 달이라는 시간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토악질에 복부가 뒤틀리고 공황발작 증상이 심해져도 그 자체는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그녀는 자신이 삶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소설이 될 이 작품에 쏟아부을 여력과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게 고통스러울 뿐이다하는 수없이 그녀는 출판 대리인인 케이트에게 대필 작가를 구해달라고 요청한다출판계의 스타 중에 스타하필이면 서로의 글을 헐뜯다 못해 라이벌 관계인 작가 마르카 반틀리를.

 

 

 

  얼마 뒤헬레나의 요구를 절대 수락할 리가 없는 마르카 반틀리가 헬레나를 찾아온다엄밀히 말하자면 로맨스 소설 계 금발의 요부일 거라는 대중의 상상과는 너무도 다른나이가 제법 든 상남자 스타일의 마크 포춘이다헬레나는 그가 자신의 뜻을 받아들인 저의가 궁금하지만그것을 헤아릴 겨를조차 없을 만큼 시간이 절박했기에 이제껏 누구도 들이지 않았던 자신의 영역으로 그를 받아들인다지난 4년 동안 내내 드러낼 수 없었던 비밀을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 쏟아 부으려는 시한부 작가와 그것을 완성시켜줄 대필 작가 마크 포춘그렇게 절대 한 데로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헬레나가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으로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한다상사병에 걸린 소녀처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고온 영혼을 다해 증오했던 남편 사이먼을 죽여버린 그때로.

 

 

 

나는 지난 4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려왔다느슨해진 실밥 하나를 누군가가 잡아당겨 주기를한 번의 가벼운 잡아당김으로 많은 것들이 풀려 나오기를우리의 비밀이 온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모든 것이 풀려버리기를 바라고 바라왔다나의 이야기는 미디어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올해 최대의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고나의 시한부 삶에 힘입어 그 화제성은 더욱 크게 증폭될 것이다. / 78p

 

 

하지만 해야만 한다이 책을 쓰지 못한 채이 진실들을 내 뼈 사이사이에 묻어둔 채로 죽을 수는 없다책이 나와야 한다누군가는 진실을 알아야만 한다. / 103p

 

 

 



 

 

 

 

  이처럼 고스트 라이터는 유독 타인과의 관계 앞에서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남다른 기벽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하는 한 여성이 죽음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하는 모습을 담은 휴먼 드라마이자, 4년 전에 은폐된 남편과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미스터리 장르 소설이다늘 딸 베서니를 향한 헬레나의 사랑을 의심했던 심리상담가인 엄마세계적인 부와 명성을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 아내에게서 금전적인 욕망을 채우는 남편우울증에 걸린 정신 나간 공주님 취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로지 글쓰기에만 몰두하고 싶었던그 안에서 유일하게 해방감을 느꼈던 헬레나소설은 초중반부까지 그녀가 어째서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데 그토록 거부감을 느끼는지죽음을 목전에 앞두고서도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시키겠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지 차분하게 서사를 쌓아간다그렇게 다소 느슨한 전개와 여전히 흐릿하기만 한 진실에 감감해지려는 찰나몰아치듯 마주하게 되는 충격적인 진실과 긴박한 위기감이 중후반부를 꽉 채운다.

 

 

 

물론 헬레나도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그저 본인이 원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고요 몇 년 새 기벽이 점점 심해졌고부탁하던 것들이 요구로 변해왔을 뿐이다오래 전 커피숍에서 만났던 그 상냥한 소녀는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케이트와 출판사들을 피하면서 그 누구와 어떤 소통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그 대신 새로운 헬레나가 등장했다함께 대화하는 것이 지뢰밭처럼 느껴지는 사람. / 31p

 

 

늘 낯선 장소에서무작위의 상황에서 찾아왔다한 번은 베서니가 인형의 집 모서리에 손을 베인 적이 있었다그런데 아이의 상처를 닦아주는 동안 혈액 속에 사는 군생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우리 혈류에 사는 미세한 크기의 사람들그 사람의 삶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감기나 혹은 베서니의 상처 같은 작은 사건들로 끊임없는 격변을 겪는다그 아이디어가 너무도 강렬하고 이미지까지 생생해서 나는 응급처치를 하다가 돌연 멈추고 서둘러 계단을 달려 내 작업실로 들어갔다순간적으로 떠오른 장면을 종이 위에 간략하게 썼다그 장면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기 전바로 그 때 써야만 했다. / 213p

 

 

 




 

 

 

 

  나는 줄곧 악의가 살의를 낳는다고 믿어오면서도어쩌면 간절하게 지키고 싶다는 욕망과 절박함이 살의를 선택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물론 타인의 목숨을 앗는 일에 그 어떤 변명이나 핑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되지만헬레나의 선택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하고도 절박한 방법이었으리라그래서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그 동기를 설명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이해받고 싶으면서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 유독 애달팠던 작품이다삶이 조각조각 나더라도 기어코 펜은 놓을 수 없었던 작가라는 불가항력의 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잔잔하면서 먹먹한 슬픔에 가슴이 차오르는 아름다운 미스터리로 내내 기억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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