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클래식 1포옹 - 하루를 껴안는 음악의 힘 1일 1클래식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이석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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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에 음악의 다채로움과 경이로움이 모두 담겨 있다!

음악을 통해 인생이 주는 상처에서 회복할 수 있는 원천을 얻을 수 있기를!

 

 

 

  지난 2022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 느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세미파이널에서그것도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들고 나와 연주 내내 숨 막히는 전율을 불러일으킨 그의 모습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어디 쳐볼 수 있으면 쳐보라는 듯이 만들어낸리스트가 아니면 결코 완벽히 재현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거장의 유산을 오롯이 건반 위에 써내려간 임윤찬 군을 보며 나는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그때 내가 느낀 것은 뭔가에 빠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이면 된다는 거였다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활기와 거대한 광휘흥분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의 입구를 나는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던 것뿐이라고그런 의미에서 1일 1클래식 1포옹은 아직 그 입구를 발견하지 못했거나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손짓한다음악이라는 경이에 몸을 맡겨보라고당신의 하루를 끌어안아줄 음악에 기꺼이 안겨보라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곡을 쓴다는 사실을 내가 쓰는 음악과 내가 음악에 다가가는 방법에 아마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관객과의 소통연주자와의 소통학생들과의 소통친구들과의 소통그리고 나아가 더 큰 사회와의 소통이 말이다곡을 연주하는 일에는 그 어떤 다른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교감이 있다음악은 말하지 않고도 매우 실제적이고 큰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된다.” / 무언가 제2: ‘노래’_ 앤 코스 164p

 

 

 

음악과 사람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는 무한한 행위의 연속

그 안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과연 바흐다저자는 새해 첫날의 음악은 반드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여야만 한다며 그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다른 모든 음악의 원천이 되는 유일무이한 천재이자 대부모든 것을 말하고 모든 것을 품으며 모든 것을 드높이고 모든 것들로부터의 안식처가 될 수 있게 하는 바흐그래서인지 책 속에는 바흐의 음악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소개된 <칸타타 예수님이제 찬미받으소서’, BWV 41번 제1합창>은 지나간 해에 겪은 곤경과 위기를 뒤로 하고세상과 인생을 희망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나아갈 길에 내내 빛이 들기를 바라는 염원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내게 있어 유독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이 있다면 프란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단조, D. 821 1악장알레그로 모데라토>저자는 아르페지오네를 사용한 작품 중에 음악사에 중요하고 지금까지 남아 전해지는 유일한 작품이 바로 슈베르트가 1824년에 지은 이 기함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요즘은 아르페지오네 역할을 첼로나 비올라로 대신한다)이라고 설명한다서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이 소나타를 쓰던 당시 슈베르트는 4년 후 그의 목숨을 앗아갈 매독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듣든 모르고 듣든 연약하면서도 섬세하고서글프지만 감동적인 이 곡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피아노 연탄용 환상곡 F단조작품 103>에 얽힌 일화 역시 인상적이다슈베르트가 깊이 짝사랑한 연인 카롤리네가 슈베르트에게 왜 자신에게는 아무 음악도 헌정하지 않느냐며 나무라듯 물었을 때 그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어차피 모든 음악을 당신에게 바치는 심정으로 쓰고 있는데.” 아아슈베르트!

 

 

 

그의 음악을 뚫고 나오는 빛이 곧 본질적 진실이라고 나는 믿는다. 2005년에 작곡된 이 매력적인 합창곡에서 랭은 전도서」 서두의 몇 행을 자유롭게 차용했다전도서의 화자인 예언자(히브리어로 코헬렛이라고 부른다)는 수확의 행위자다랭은 이렇게 설명한다. “코헬렛은 계절의 순환부터 자연과 인간의 무한한 순환을 단호하게 오가며 희망과 덧없음의 기묘한 균형을 창조한다. (나는 이 모든 무한한 순환의 권태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내가 집중한 지점은 거듭또 거듭 반복되는 것들의 무게였다.” / 어게인(전도서를 따라)_ 데이비드 랭 42p

 

 

샤메유-내게 오늘 이 곡을 소개해줘서 감사하다-는 음악적으로 무척 익숙한 자장가를 사소한 음악 장르로 치부하는 경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장가를 본격적으로 탐구할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그리고 나는 그의 이러한 시도가 십분 정당하다고 믿는다.

모든 존재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친밀감과 안도감을 우선한다바로 그 지점에서 기쁨과 불안의 샘이 솟아난다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바로 이렇게 서로 겹치는 감정의 합류점이다. (자장가만큼 이를 잘 전달하는 음악 장르는 달리 없다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지만자장가는 인간 영혼의 정소를 표현하는 음악이다자장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만큼이나 우리 어른의 껍데기 아래에 잠들어 있는 순수성을 다시 일깨우기 때문이다.” / 미오셰리작품 126, 13번 가장 어린아이가 잠들다’_ 멜 보니스 118p

 

 

 



 

 

 

 

  흔히 클래식 음악은 과거에 매몰된 예술 형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현재의 삶과 유리된반짝거리는 콘서트홀에 화석화된 유물처럼 가두어놓곤 한다저자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불리는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은 그것을 이해한다고 공언하는 사람들그러니까 행운과 특권이력의 조합으로 인해 그것을 누릴 여유가 주어진 사람들그리고 그것에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한다때문에 그녀가 소개하는 클래식 리스트들을 쭉 살펴보면 우리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베토벤슈만쇼팽브람스 등의 거장들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곡가나 제3세계 작곡가혹은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거나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이를 테면 유명한 팝 스타 빌리 조엘우리에겐 영화 음악으로 더 친숙한 류이치 사카모토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고 영화 <위플레쉬프로듀서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니컬러스 브리텔 등이 그러하다특히 1910년 발표 당시 열세 살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장난기 넘치는 리듬이 인상적인 콘 에스프레시오네의 <피아노삼중주 D장조작품 1번 1악장알레그로 논 트로포>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고 심지어 재미있다.

 

 

 

대체 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건 우리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일까? ‘클래식 음악이라는 명칭은 엘리트주의의 함의로 가득하여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사실 클래식 음악 그 자체는 온갖 짜릿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중이다과거의 걸작을 향한 나의 존경심과 경외심은-여러분에게도 분명히 전달되었길 바란다!-예전부터 더할 나위 없이 지극했지만나는 또한 클래식 음악이 그 고루한 이미지와 달리 생생히 살아 숨 쉬며 진보하는 예술 형태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클래식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새로운 관객들을 사로잡고 그들에게 흥분을 안겨줘야 한다우리는 이러한 문제와 목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곡을 쓰고 있는 작곡가들을 목청껏 응원해야 한다. / 자장가스벤 헬비히 72p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과거를 회고하는 작품이 아니라 미래와 죽음을 내다보는 작품이지만그런데도 음악에는 거대한 평화와 고요가 깃들어 있다. <9>의 마지막 부분슈트라우스가 선택한 악기 편성을 보면 마치 그가 평생 사랑한 세 가지 음악적 대상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만 같다소프라노(그가 평생 사랑한 아내 파울리네는 소프라노였다)와 독주 호른 파트(그의 친애하는 아버지 프란츠는 호른 연주자였다), 그리고 전체 오케스트라가 그것이다이들을 위해 그가 그려내는 음악의 풍경은 너무도 생생한 색감과 풍성한 이야기의 힘이 깃들어 있어 듣는 이의 숨이 멎을 지경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나는 내가 지금껏 들은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이 곡을 꼽는다. / 네 개의 마지막 노래 ‘9’_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301p

 

 

 




 

 

 

 

  이처럼 1일 1클래식 1포옹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계 공통의 고통 속에서 음악이라는 아주 강력하고도 아름다운 위로의 힘을 전하고자 한다인간은 폭정과 공포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예술을 창조함으로써 희망을 간직해왔던 것처럼음악을 통해 인생이 주는 상처에서 회복할 수 있는 원천을 얻기를 바란다. “내 음악은 백색광에 비교할 수 있다백색광은 모든 색을 다 품은 빛이지만그 색깔들을 분리해 눈에 보이게 하는 건 프리즘의 몫이다음악을 듣는 이의 정신이 곧 내 음악의 프리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던 아르보 페르트의 말처럼어떤 정해진 해석이나 정답을 따르지 않고 오늘의 공기와 기분느낌에 따라 음악과 자유롭게 연결되어보는 건 어떨까. QR코드만 찍으면 수록된 전곡을 들을 수 있으니 책을 읽으며 음악까지 꼭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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