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 이동의 위기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6
전현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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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지배하는 도시의 현주소!

이동에의 열망과 그로 인해 야기된 기후위기 시대를 향한 엄중한 경고!

 

 

 

 

  아주 고약한 우화 하나를 꺼내볼까 한다길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지를 변형하고이렇게 변형된 대지를 활용해 부를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다그들이 밀고세우고부서뜨리고높아 쌓아올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사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더 빨리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그렇게 더 높은 도시와 더 빠른 길을 향한 사람들의 갈망이 극에 달했던 어느 날그들을 보호하던 고치가 무너져 내리고 이제껏 내밀쳐 있던 자연은 그제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사람들을 몰아내기로 합심했다가지고 있던 자원을 무한히 확장하는 데 써버린 파멸적 후과로 사람도물건도에너지의 흐름도 멈춘 도시는 존재의 이유를 잃고 마멸되어 사라졌다이것은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소멸되어간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다.

 

 

 

이동의 위기로부터 납치된 도시 구하기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는 기후위기의 시대 속에서 도시와 인간의 삶을 사유하기 위한 시도로 쓰인 책이다그 중심에 이동’ 즉 교통이 있다교통철학 연구자인 저자는 어째서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에의 욕구를 실현하려 하는지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는 어떠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그로 인해 야기된 기후위기의 문제점과 극복방안을 모색해본다도시계획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한국 현대사인간의 이동 욕구를 반영한 서양철학자동차 지배 시대의 도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각종 통계와 보고서에 이르기까지이동의 위기로부터 납치된 도시를 구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아주 특별한 저작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자동차가 우리 삶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자동차 지배라고 이름한다.

자동차 지배가 관철되고 있는 도시에서

우리는 납치된 처지다. / 18p

 

 

 

  우리가 이동하거나 멈추기 위해서는 여러 차원에 있는 존재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저자는 이 존재자들을 크게 세 차원으로 분류하며 이들이 일정한 체계를 이루어 교통하는 과정 속에 우리의 교통도 존재한다고 설명한다첫 번째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이동성이다각 개인은 자신의 목적에 알맞은 수단과 경로를 구성하고 이동을 수행한다이는 각각 이동할 수 있는 범위이동에 동원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나 지불 능력 등의 자원이동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에 대응한다.

 

 

 

  두 번째는 물리적 차원에서 물질과 에너지 흐름이다인간은 근육을 넘는 대규모의 동력을 통해 교통 체계의 변화를 가져왔다수로를 만들어 고대 제국을 성립했고범선을 통해 대양을 넘는 항로를 개척했다철도는 증기기관의 동력에서 시작되었고자동차는 내연기관의 확산과 함께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이에 사용되는 대규모의 금속인 철알루미늄구리 등은 교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문명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세 번째는 사회적 차원에서 마련한 이동 시스템 구성과 사용 권리 보장이다이동은 개인의 과업을 넘어서 사회적 과업과 다름없게 되었다과거 보다 더 효과적인 이동 수단과 경로를 개발하고 제시하는 사회적 차원의 도움이 없다면적극적인 이동에의 목표를 실현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이처럼 우리가 계획하는 모든 이동은 세 차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현실에 구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이동에의 열망과 교통 개발의 결과는 사람들의 몸과 생각이 뻗어갈 가능성의 공간을 넓혔지만앞선 200년 동안 팽창한 이동은 인류를 역설적인 상황 속에 데려다 놓았다자동차 지배 시스템지구적 항공망이 번영하는 사이 기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도리어 도시를 무너뜨릴 조짐을 보인다더 많은 교류를 위해 이동을 활성화하면 더 많은 탄소 배출이 유발될 것이고길은 결국 무너질 것이다이동의 힘을 확대하는 것이 곧 인간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며 교통수단을 무한히 확장한 결과우리는 2100년의 문명을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때문에 전 세계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다른 분야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저자는 교통만큼은 사실상 요지부동이라 지적한다기후 대응 문제에서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가진 유럽조차 에너지 변환산업건물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상당량 감축해 냈음에도 교통은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1가구 2자동차 시대대규모 주차장을 요구하는 건조 환경더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은 탄소 절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조차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신도시 개발의 역사적 변천의 결과 형성된 혼종을 나는 신도시의 도시 조직이라고 부르고 싶다이는 대규모 주차장을 확보한 아파트 단지 그리고 신도시를 둘러싼 고속도로망을 두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지배의 세포라고 규정할 수 있다. ‘재개발’ 과정지속적인 시가지 내부 도시고속도로와 간선도로 확장지하 고속도로의 개통을 통해 기존 시가지 속에도 이 조직이 유입되면서자동차는 시가지를 녹여 자신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변형하고 있는 중이다. / 98p

 

 

경부고속도로·고속도로망과 신도시의 도시 조직이 진행한 자동차의 도시 지배는 SUV를 필두로 하는 변화에 의해 한 단계 더 심화되었다. 2000~2010년대 SUV 시대의 개막과 동시에 세컨드 카즉 한 가구에서 용도에 따라 두 대 이상의 차량을 구입하여 활용하는 경우도 늘었다이에 따라 정부는 도로만이 아니라 추가 주차장까지 공급해야 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신도시 주변의 교통축을 따라 생긴 난개발’ 지역고속도로와 주차장에 의존하는 대규모 몰 같은 혼종들 또한 나타났다. / 101p

 

 

 

  공간은 더욱 귀해지는데 차량과 건조 환경은 자동차에 더 많은 공간을 할당해 달라는 요구는 여전히 높은 지금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동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까저자는 이 역시 도시의 삶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오늘의 교통은 도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이에 우리는 먼저사람들이 이동을 선택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그리고 그 가운데 어떤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어떤 부분은 애써 극복해야 하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개인에게 참조할 수 있는 숫자와 계산방법을 제안하여 개인이 탄소 배출량을 점검할 수 있게 하고전 사회의 탄소 지출을 줄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더불어 사회는 탄소 흡수(수입)를 늘리는 방법을 개발하고이 방법과 정합하는 선택을 개인에게 장려해야 한다또한 공공교통이 저소득층을 위한 분배에만 쓰이는 열등한 수단에 머물지 않도록 만들면서, ‘걷기를 장려하는 도시를 만드는 수많은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걷기로 돌아오자시민들이 도시를 이루는 자발적 질서를 창출하는 기반이자탄소 배출은 물론 토지 소비량에너지 소비량 또한 매우 적은 수단인간이 지금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종인 이상 결국 걷기가 이동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도시를 이루고 살기 위해서는 자동차에만 의존할 수 없고 결국 걷기를 장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그리고 이렇게 걷기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은 비로 미흡하거나 왜곡된 형태일지라도 우리의 도시 속에 살아 있는 아이디어다. / 171p

 

 

현실의 교통수단에서 반드시 필요한 균형감은 이것이다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없다면그것은 위험한 상황이다이 위험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더라도적어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멈춤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보다 우선이다그렇게 하지 않으면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는 반드시 찾아온다브레이크 먼저이동의 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 교통 기술을 계속해서 일종의 모형으로 활용하려 한다면속도감에 취할 것이 아니라 이 균형감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 231p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치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삶과 이유 속에서기후위기와 이동의 위기를 곱씹을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교통개발로 야기된 이동의 위기납치된 도시의 현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맥락 속에서 정보를 적용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작업은 결국 개인이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이다기후위기에 관한 경고를 자각한다고 해서 그간 습관처럼 해왔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이러한 글을 부단히 읽고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연속된 경험들은 곧삶의 방향성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기후 위기의 격변 사태를 불러일으킬 마지막 탄소 1kg이 바로 나의 배출일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말자나의 편의를 앞세워 인류의 미래에 눈감지 말기를 되새기고또 되새기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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