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코퍼필드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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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고전 문학 시리즈, S 클래식!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책!

 

 

 

 

  어린이 세계명작 시리즈 ‘S 클래식찰스 디킨스’ 편의 세 번째 책은 데이비드 코퍼필드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 중에 주인공인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가장 마음 속 깊이 사랑하는 자식이라 부를 만큼 찰스 디킨스가 애정을 보인 작품이다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아냈기 때문이다산업혁명을 배경으로 가난과 아동학대중산계층의 애환과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 어린이들에겐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주인공인 데이비드가 시련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깊은 감동과 진정한 용기의 힘을 전해준다.

 

 

 

데이비드는 엄마와 친절한 가정부와 함께 서퍽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종종 집을 찾아왔던 머드스톤이란 남자가 새 아빠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어.

머드스톤 씨는 데이비드를 모질게 대했어.

데이비드가 공부할 때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벌을 줬지.

어떤 날엔 지팡이를 들어 데이비드를 때리고 방 안에 가두기도 했어.

이후 엄격하고 열악한 환경의 학교를 다니게 된 것도 모자라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새 아빠의 와인 사업을 돕기 위해 창고에서 일을 해야 했지.

슬플 때마다 데이비드를 위로했던 건 책 속 세상뿐이었어.

과연 데이비드는 새아빠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늘 책 읽기를 좋아했어.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책 속 세상으로 도망치곤 했지.

데이비드는 직접 글을 쓰기로 했어.

자기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은 거야.

자기만의 단어로자기만의 이야기를……. / 53p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책을 읽다보면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간 데이비드를 응원하게 된다여기에 교활한 유라이어 힙으로부터 위크필드 변호사와 사랑하는 아그네스벳시 고모할머니를 구해내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통쾌하고 짜릿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뿐만 아니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늘 밝고 유쾌한 미코버다정하고 충실한 가정부 페고티흡혈박쥐 같은 인상에 뭔가 속셈이 있는 듯한 유라이어 힙과 같은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스푼북의 ‘S 클래식은 찰스 디킨스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학 세계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시리즈다쉽고 간결한 표현등장인물에 흥미를 더하는 그림체로 찰스 디킨스의 문학이 낯선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큼우리 아이에게 권하기 좋은 고전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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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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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읽기란 옛 사람들의 정신적 유물을 매만짐으로써 오늘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일이다!

탁월한 해설자로서 신화와 오늘을 연결하는 책!

 

 

 

 

  “태초에 (가장 먼저 카오스가 생겨났다.”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신화가 그려 주는 세상의 첫 장면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카오스애초에 하품을 뜻하는 이 단어가 태초의 공간을 의미하는 이름을 갖게 된 게 흥미롭다저자인 김헌 교수는 우리가 하품을 하면 입안이 넓게 벌어지면서 텅 비게 되듯카오스를 존재의 세계가 잠에서 깨어나 앞으로 생겨날 모든 존재들을 담아낼 넉넉한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에 주목한다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처럼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새로운 것들이 차곡차곡 들어서는 광경을 열어 보인 고대 그리스인들의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

 

 

 

  반면태초의 카오스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혼돈의 상태로 그려놓은 이도 있다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에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씨앗들이 서로 밀쳐 대고 얽히고설켜 정돈되지 않은 무더기의 상태로 묘사한다이런 혼돈의 카오스에 어떤 신비로운 조화의 손길이 닿으면서 질서가 생겨났고 땅과 하늘바다가 생겨났다는 것이다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신화는 단순히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카오스(혼돈)에서 코스모스(질서)세상이 나름의 질서를 확보해가는 과정을 담은 대서사시 같다낯선 세계와 세상의 수많은 현상들에 대한 놀라움과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고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믿을 만한 이야기를 찾아 나서며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정립해나갔던 옛 사람들신화 읽기란이러한 옛 사람들의 정신적 유물을 매만짐으로써 오늘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일이 아닐까.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뜻에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 까닭은 신화가 놀라운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 제 1) / 8p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신화의 세계로 문을 열어준다면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화와 오늘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다시 말해 이윤기가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 신화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면고전학자인 김헌은 탁월한 해설자로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신화를 재해석하여 신화와 오늘을 연결한다이를 테면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그리고 제우스로 이어지는 친부 살해 신화를 통해기성세대의 권위와 모순에 겁먹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시대와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특히 기존 체제에 억압받고 소외되었던 형제들에게 적절한 권력을 나눠줌으로써 협업과 협치를 보여준 제우스에게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들여다본다무엇보다 제우스의 바람둥이 이미지를 두고 권력을 확장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믿을 만한 협력자를 얻으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는 그의 해석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읽힌다.

 

 

 

이런 신화를 자식들에게 들려주던 그리스인들의 교육을 상상하면 놀랍습니다. ‘엄마나 아빠어른들이나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그래야 성공한다.’ 이런 식이 아닙니다기존의 질서를 절대적인 것으로지고의 가치로 고집하는 대신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젊은 세대를 독려하고 응원하는 교육이지요물론 기존의 질서와 전통을 소중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하지만 젊은 세대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독려하고 응원하는 자세 또한 절실하게 필요합니다그리고 우리 자신이 새로운 도전을 할 젊은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스스로에게도 독려해야겠지요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는 자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입니다. / 53p

 

 

우리도 에로스처럼 두 가지의 화살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에로스처럼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 사랑의 금 화살을 쏘거나 미움의 납 화살을 쏘는 것 같습니다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그것이 상대의 마음속에 사랑을 싹트게 하는 금 화살이고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무시하고 배척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그것이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고 노여움과 앙심혐오를 낳게 하는 납 화살인 겁니다우리가 어떤 화살을 쏘면서 사람들을 대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할 때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랑과 평화로 가득 찰 수도 있고반대로 미움과 다툼으로 어지러울 수도 있는 거지요. / 164p

 

 

 



 

 

 

 

  신들로 가득 차 있던 세상에 언제부터 인간들이 나타난 걸까이 책에서는 여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본 적이 없는 최초의 인간을 조명한다헤시오도스는 일과 나날에서 다섯 종족의 인간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그중 일부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최초의 인간은 황금 종족이었다고 한다불멸의 신들처럼 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풍요와 자유를 누렸다두 번째 인간은 은의 종족이었다황금 종족에서는 볼 수 없었던 범죄 행위와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권리만을 누리려했던 어리석음이 그들을 파멸시켰다세 번째 인간은 청동 종족으로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해야 했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침략과 전쟁을 일삼았다네 번째인 영웅 종족은 반신반인의 존재였지만 테베와 트로이아 전쟁 이후 신들의 외면을 받아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마지막 다섯 번째 종족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철의 종족이다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인간들보다 훨씬 더 사악하며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속이고 고통스럽게 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표현된다저자는 이를 인간들의 품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우화로 해석한다어떤 사람은 황금 종족처럼 선량하며 고귀한 품격을 지키며 살고 있지만어떤 이는 청동이나 철을 품고 포악하게 살 수 있기에 우리는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살고 있는지나는 어떤 종족으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이다그러면서도 우리는 신의 본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한계를 살아가는 반신반인의 존재일수 있음을 자각하며내 안에 깃든 영웅적 본능을 깨워 세상을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튀폰의 자식들 가운데 스핑크스는 테베의 영웅 오이디푸스에 의해 퇴치되고멧돼지 파이아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고대의 그리스·로마인들은 농부들이 일구어 놓은 농토를 망가뜨리고 가축을 습격하는 야생 들소나 야생 염소멧돼지사자호랑이 등의 맹수들이나 칼과 창으로 무장한 산적 떼야만족들을 튀폰이나 그의 자식들과 같은 괴물로 상상했던 겁니다그리고 이 괴물들을 힘과 지혜로 물리친 전사들을 영웅으로 숭배했는데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신화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입니다아울러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이런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을 했던 것이죠. / 239p

 

 

실제로 옛 그리스·로마인들은 파에톤의 무모한 도전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았고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의 도전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공감을 표했습니다비록 비참하게 추락했지만명예를 지키려고 했던 그의 의지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했던 용기를 높이 산 셈이지요그러나 파에톤에 대해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자신의 분수를 아는 지혜와 중용의 미덕 또한 용기 있는 도전 못지않게 삶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파에톤의 비극적인 추락을 보면서 그런 멋진 도전에는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준비를 통해 적절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 놓게 됩니다. / 315p

 

 

 




 

 

 

 

  <벌거벗은 세계사>, <신들의 사생활_그리스 로마 신화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양고전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김헌 교수의 책이라 관심 있게 읽었다단순히 이야기로만 풀어낸 게 아니라 신화를 엮어낸 당대의 문화를 비롯해 인간은 왜 이런 신화를 만들었을까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어 특별했다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 깊이 있게 읽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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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 수오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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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가 전하는 단순하지만 고귀한 깨달음!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야계속해서 움직이는 마음이지!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몇 해 전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녀의 작품을 접한 나는 그녀가 미술 정규 교육을 받기는커녕 70대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붓을 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실제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식대로 그리렵니다밝은색을 좋아하니 밝은색을 쓰고 원근법이니 뭐니 하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그저 좋아해서뭘 그리고 싶은지 아니까 그리는 거지요.” 소소한 일상의 평화삶과 사람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의를 밝고 사랑스럽게천진난만한 아기자기함으로 담아낸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 너머로 느껴지는 모지스 할머니의 따스한 정서는 말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는 70대 후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한 말들을 엮은 책이다나이 듦과 죽음일상과 삶사람과 인연그림을 그리는 일세계와 자연에 대해 남긴 그녀의 말들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무엇보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삶은 여전히 재미있고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의 유쾌함과 한평생 오로지 자기 힘으로 삶을 일구어낸 사람 특유의 자긍심은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단순하지만 고귀한 깨달음을 전한다.

 

 

 

심심할 틈이 없어요여든다섯인데도요.”

있잖아요저번 전시회가 끝나고 어떤 화장품 회사에서 루주를 선물로 보내줬거든요발라보려고 했더니 도로시얘가 허락을 안 해주는 거예요그 나이에 노상 자랑만 하고 다니는 도시 할머니들처럼 되고 싶으냐고요또 언젠가 담배나 피워보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절대 안 된대요셰리나 스카치위스키에 레몬이랑 물을 타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요난 이미 기분이 너무 좋아서 당장 위층으로 올라가 그림을 하나 더 그릴 수 있는 걸요그림 그리기가 시시해지면 피아노 레슨을 받아보려고요정말 할 거예요두고 보세요. / 10p

 

 

 



 

 

 

 

  101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여 무려 1,6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긴 모지스 할머니를 보면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을 그렇게 실감하게 된다그녀는 노년층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전한다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장일과 가사를 도우며 자란 그녀는 열두 살에 집을 떠나 가정관리사로 일했고그 뒤로 남편을 만나 농장 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바지런히 살았다고 한다그렇게 평생을 바쁘게 지냈지만 즐거웠고늘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마음과 손을 부지런히 놀리면 불만이 생길 겨를도 없었다고 말이다그녀는 어떤 종류의 일이든아무리 소소한 일일지라도 우리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마음과 나아가는 삶을 독려한다나이가 들어갈수록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을 더 생각하는 나에게 다가와 모지스 할머니는 슬쩍 등을 밀어주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음을 계속 활기차게 움직여봐요.” “일흔일곱에 은퇴할 수야 없잖아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밖에 없어요.”

나는 백 살이에요아직도 기분은 신부인 것 같지만요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밖에 없어요그렇게 할 거예요. / 26p

 

수영을 하러 바다로 나갔으니이제 헤엄을 치거나가라앉거나 둘 중 하나였지요!”

토마스와 나는 작은 농장을 임대하기로 했고 그 주에 바로 이사해서 농장에 살던 사람들과 세간과 가축들닭과 고양이까지 넘겨받았어요결혼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서 낯선 땅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틀게 된 셈이었습니다이제 헤엄을 치거나가라앉거나 둘 중 하나였지요! / 81p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한정 짓지 않았다그래서 아직 말썽 필울 힘이 있을 만큼은 건강하다는 말을 유쾌하게 전할 수 있었다. 70대가 넘어서 그림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잘 그리기’ 위한 데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그릴 수 있음에’ 감사했기 때문은 아닐까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기르는 것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살게 하리라모지스 할머니가 전해준 긍정의 힘을 나 또한 기억하고 믿어봐야겠다.

 

 

 

할 일과 이루어야 할 일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러니 꼭 포기하지 마세요.” / 21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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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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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하는 게임의 총합이다!

지위 욕구를 주제로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탐구한 매력적인 책!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는 물질만능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허망한 꿈을 좇는 윌리 로먼이 등장한다번쩍이는 차와 새 집전도유망한 아들 둔 그는 세일즈맨으로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대공황 이후 미국 전역에 퍼진 불황이 그의 목을 죄어온다그의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방금 왕이 걸어 나가시는 걸 본 거요고난을 겪는 훌륭한 왕이죠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왕이요무슨 말인지 알아요?” 직업적 성공은 경제적으로는 부를가정에서는 왕으로 군림할 수 있는 지위를 주었지만 그것을 잃으면 실패는 곧 죽음이라는 자본주의 시대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윌리 로먼이라는 옷을 껴입고 산다직업적 성공뿐만이 아니다명성을, ‘좋아요영향력을 지위의 상징으로 삼는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이에 대해 지위 게임의 저자 윌 스토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위를 얻으려 한다집단에 수용되고 집단 안에서 지위를 얻으려 한다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이것이 인생의 게임이다.”고 말한다대체 우리는 왜 이토록 열심히 지위를 좇는 것일까지위로 평가받는 데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남들을 지위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이 책은 지위가 인간의 기본 욕구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서 지위 욕구의 속성을 면밀히 탐구해보고자 한다나아가 지위 게임이 우리의 일상을 비롯해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되어왔는지 살펴본다이는 지위 게임에 휘둘리지 않음으로써 인생을 보다 균형감 있게 살아가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게임의 총합이다

 

 

  지위란사람들이 우리를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주는 상태를 일컫는다이런 상태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하며 이것을 좇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윌 스토는 인간이 어디서든 상징적인 지위 게임을 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존재라 정의한다그도 그럴 것이 인류가 수렵채집의 생활 방식과 부족 집단을 형성된 이래로 생존 가능성과 번식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더 높은 사회적 지위가 요구된 것은 물론집단이 커질수록 타인의 인정과 칭찬으로 얻은 명성 또한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이는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으로 살아남아 우리의 잠재의식과 뇌 속에, DNA양육방식에문화에 새겨져 지위 게임은 그 자체로 우리의 정체성이 된다.

 

 

 

연구자들은 지위를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궁극적’ 추동이라고 부른다말하자면 일종의 동기의 어머니로서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으로 살아남아 뇌에 새겨진 다른 많은 하위 신념과 행동의 기원인 셈이다. / 19p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평가와 판단의 대상이 된다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가 우리에게 중요하다어떤 심리학 연구든 지위와 안녕감이 강력히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123개국 6만 명 이상을 조사한 연구에서 안녕감은 항상 남들에게 존중받는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지위를 얻거나 잃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이었다. / 29p

 

 

신경학자 소피 스콧 교수는 지각에는 제로 지점이 없다세계에 대한 절대적 진리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므로 모두 상대적이라고 말한다따라서 지위 탐지 체계는 경쟁 방식으로 작동한다연구에 따르면 뇌의 보상 체계는 절대적 보상보다 상대적 보상이 주어질 때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우리는 그냥 더 많이 얻을 때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얻을 때 가장 행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48p

 

 

 



 

 

 

 

  책은 지위 게임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이를 테면 국가의 지위가 개인의 행복에 끼치는 사례는 영국 작가 로리 리가 1920년대의 교실을 회고한 글에서 엿볼 수 있다그 시절 자신들은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교실 벽에 붙은 세계지도 속에 그들 제국이 점령한 식민지가 붉게 표시된 것을 보며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집단이 지위 경쟁에서 승리하면 우리도 승리하고우리 집단이 패하면 우리도 패한다.” 우리 집단이 많이 가질수록 우리에게 돌아오는 상도 크다는 이러한 인식은 집단 이기주의나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위 게임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한편 영국 내전이나 프랑스 혁명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혁명과 시위는 게임에 기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 여파로 혼란의 역사가 시작되는 현상을 확인시켜준다사이비 종교마녀사냥나치 역시 가장 경직된 형태의 지위 게임으로게임이 경직되면 그 게임이 세상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도 경직될 수 있음을 또렷이 보여준다지위 게임의 위력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SNS에서도 나타난다. 2019년에 미국의 스마트폰 이용자 약 2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96대략 10분에 한 번꼴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그만큼 우리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SNS의 좋아요’ 수를 확인하며 의식적으로 피드를 장식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그렇게 우리는 매일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SNS의 지위 게임에 노출되어 있지만 더 많은 팔로워 수와 높은 인지도를 좇으며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이게끔 연출하는 일에 소홀하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 군중은 희생자를 설득해서 자기네 쪽으로 포섭하려 하지 않는다희생자의 지위와 상징을 최대한 제거하려 하고가장 이상적인 목표로 평판을 죽이려 한다명성의 게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살인 방법이다말소의 궁극적인 표적은 그 당사자가 아니라 그의 신념이다. / 242p

 

 

우리는 지위 게임의 기준이 될 만한 규칙과 상징을 찾으려 한다적합하고 올바르게 보이는 기준을 발견하면 그 안의 이야기가 아무리 난폭해 보여도 순순히 받아들인다악마 사냥꾼들도백신을 반대하는 어머니들도폰페이섬에서 참마를 기르는 남자들도, ISIS온라인 군중도세계 각지에서 종교를 믿는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 269p

 

 

앞서 보았듯이 인생의 게임에는 숨은 규칙과 함정이 있다우리가 사회적 존재로 살면서 마주하는 온갖 문제는 결국 현실과 환상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발생한다뇌의 속임수로 우리는 우리 집단의 신화와 편견을 믿고스스로 게임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이야기의 도덕적 영웅이라고 믿는다그래서 인간은 오만하고 공격적이고 쉽게 착각에 빠진다우리는 끝없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우리 자신과 게임을 위해 성자와 악마와 비이성적 신념이 요동치는 자기중심적이고 동기를 자극하는 꿈을 만들어낸다. / 394p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승리하든 지위 게임에서 절대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다만 저자는 우리가 지위를 얻는 방식을 관찰하면 우리의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거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내가 참여하는 게임이 게임 안에서든 밖에서든 사람들에게 게임의 규칙과 상징에 순응하라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내가 참여한 게임이 자기 집단만 신성시하고 공동의 적을 악마화한 것은 아닌지나의 게임이 대체로 남의 불행에 기뻐하는 마음을 동반하며 타인의 삶을 해롭게 하거나 파괴하려 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나는 남들을 판단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그래서 얻은 지위라는 게 얼마나 허황되고 얄팍한 것인지 점검하며새로운 지위의 상징이 출현할 때마다 그것을 의식하며 누구도 세상의 모든 사람과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떠올려보는 거다.

 

 

 

  아울러 인간을 지위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비롯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수많은 근거들을 마련할 수 있다이기주의차별배제혐오가 만연하는 세상에서 그 안에서 지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순응이 아닌 거리 두는 법을 선택할 수 있다어쩌면 현대인에게 있어서 지위 게임은 매일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르겠다중요한 것은 지위 게임의 승자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보듬어주는 일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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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뷰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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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지만 이 묵직함이 좋다!

스파이 소설의 대가가 쓴 유작이자 전직 요원 출신이 쓴 굉장히 사실적인 느낌의 스파이 소설!

 

 

 

  마감을 앞둔 시각챙이 넓은 홈부르크 모자를 쓴 60대 사내가 서점 안으로 들어선다잘 나가는 증권 중개인이었던 줄리언이 런던에서의 화려한 도시 생활을 접고 작은 해변 마을에 서점을 연 지 두 달쯤 된 어느 날이었다목소리가 중후한억양에서는 살짝 이국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은발의 사내는 줄리언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서점 이곳저곳에 관심을 보인다그는 자신의 이름을 에드워드 에이번이라 소개한 뒤 지금은 은퇴한 영국이 남긴 잡동사니’ 쯤으로 해두자는 엉뚱한 말을 남긴 뒤 사라진다그저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네 노인이겠거니 했던 줄리언은 다음 날 다시 그와 만난 자리에서 돌아가신 부친과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친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는 그의 선의에 마음이 움직였던 걸까실버뷰라 불리는 집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돌보고 있다는 그의 처지가 신경 쓰였던 걸까줄리언은 비어있는 서점 지하에 대중을 위한 문화 공화국을 마련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에드워드의 의견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를 의지하게 된다그러던 어느 날런던으로 가서 한 여성에게 자신의 편지를 전해달라는 은밀한 부탁을 받는다.

 

 

 

벨사이즈파크 지하역 맞은편의 에브리맨 극장.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 한 권으로 신분을 확인할 것.

제발트를 보고 접근하면 자연스레 편지를 건네주고 나올 것.

 

 

 

  아내 몰래 관계를 유지했던 여성에게 편지를 전해주라니죽어가는 아내를 두고 이게 웬 터무니없는 일인가 싶으면서도 줄리언은 에드워드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다하지만 이날을 계기로 자신도 모르게 에드워드의 비밀스러운 일에 가담하게 된 줄리언은 국가안보 수장이자 스파이캐처 팀장인 스튜어트 프록터의 주시를 받게 된다이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줄리언은 에드워드의 가족과도 가까워지고한편에서는 스튜어트가 에드워드의 과거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모든 인물과 접촉하며 포위망을 좁혀 온다플로리안테디에드바르… 이름도직업도 분명치 않은 에드워드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어째서 국가안보 수장인 스튜어트가 에드워드를 쫓는 것일까그렇게 소설은 온통 의문투성이인 남자 에드워드를 둘러싼 비밀에 서서히 다가가고마침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에드워드의 기분이 요동칠 때마다 목소리도 들쑥날쑥했다낭랑했다가 가벼웠다가 때로는 소위 신사 계급의 전통적인 억양까지 오락가락했다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진짜 모습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저런 억양은 어디에서 배운 걸까저렇게 말할 때는 누굴 흉내 내는 거지물론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지금 고통받는 사람에게 도움과 위로를 제공하는 중이 아니던가그가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듯이 도시에서 온 청년이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얘기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보답으로 에드워드 또한 줄리언에게 무료로 전문적 조언과 가르침을 전해주었다더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 100p

 

 

에드워드는 홈부르크모자 아래 은발을 휘날리며 다시 한번 폭풍우 속으로 떠나버렸다줄리언은 카운터로 향했다.

오믈렛이 맛이 없었나 봐요.”

정말 최고였습니다양이 많았을 뿐이죠그런데 죄송하지만 두 분이 조금 전 어느 나라 말로 대화를 하셨죠?”

에드바르하고?”

에드바르.”

폴란드어예요에드바르착한 폴란드인몰랐나요?” / 39p

 

 

 



 

 

 

 

  『실버뷰는 영국 첩보원 출신이자 스파이 소설의 대가인 존 르 카레의 유작이다첫 장편소설 죽은 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비롯해 이어지는 여러 편의 소설에서 주로 동서 냉전기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의 활약상과 그들의 내밀한 세계를 담았던 작가는 이번 마지막 작품에서도 스파이들을 주인공으로 한다한때는 학자였지만 지금은 죽어가는 아내를 돌보는 평범한 노인인 줄 알았던 남자가 실은 전직 요원 출신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며 그가 지닌 비밀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다만 이 소설은 거대한 사건을 둘러싼 스파이의 활약상이나 스릴러 같은 전형적인 스파이 소설과는 다소 결이 다른 듯하다냉전 직후 일관된 외교정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스파이 조직은 정당성을 위협받고 내부에서는 잦은 와해와 알력 다툼이 빚어진다한편에서는 조직과 조국을 향한 충성심만으로 늘 감시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요원으로서의 삶에 회한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이렇듯 소설은 우리가 이제껏 그려왔던 스파이가 아닌비밀과 배신 그리고 음모에 노출되어 있는 삶과 자유롭게 살며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스파이들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나는 이 소설이 스파이를 둔 가족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평생을 비밀 속에서 살아야했던 부모를 둔 자녀는 부모가 죽어서도 마음대로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훈장 하나 걸지 못하는 처지에 마냥 슬퍼할 수밖에 없다집에 도청 장치가 없는지 늘 신경을 써야 하고부모가 서로 제대로 된 진실을 단 한번이라도 나눈 적이 있을지 의심스럽다설령 가족일지라도 스파이들의 세계는 서로 공유하는 비밀이 아니라서로 감추는 비밀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줄리언의 말에서우리는 그 어느 소설에서도 본 적이 없는 가장 현실적인 스파이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지역 분과위원회가 두어 개 있네구소련 러시아가 하나를 운영하지예전엔 동남아시아가 있었지어느 시점까지는 중동도 계속 돌렸어.”

어느 시점?”

부시-블레어 시대그땐 최고였지그러다가 미국 대통령이 순한 맛으로 변한 다음부터 지지부진해졌네.” / 83p

 

 

아빠 말이 엄마가 무덤에 오지 말라고 했대내가 그랬어아빠가 안 가면 나도 안 갈 거야줄리언도대체 두 사람이 왜 저렇게 된 걸까? / 226p

 

 

다들 짐작하는 대로라네부국장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중동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미국의 결단자기들이 벌인 전쟁의 결과를 마무리하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벌이는 미국의 습관냉전의 유물로서의 나토와 그 폐해배짱도 지휘관도 없이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영국영국은 위대함을 꿈꾸지만 그건 달리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묘사했더군.” / 250p

 

 

 




 

 

 

 

  사실 장르 소설임을 감안하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암호화된 듯 난해한 대화스파이 조직 내부에서 사용할 법한 표현은 몇 번이고 되짚어 읽게 된다보스니아 전쟁을 비롯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하지만 스파이 소설의 대가가 쓴 유작이자 전직 요원 출신이 쓴 굉장히 사실적인 느낌의 스파이 소설로비슷한 소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긴 여운과 남다른 감흥을 준다그리고 계속해서 그의 전작들을 거슬러 올라가고픈 욕심이 생긴다존 르 카레의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지금이라도 존 르 카레의 작품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여담이지만에드워드가 추천한 토성의 고리가 자꾸 생각날 것 같다얼른 읽어봐야겠다.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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