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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 수오서재 / 2023년 2월
평점 :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j/hjh8s/IMG_20230306_111.jpg)
모지스 할머니가 전하는 단순하지만 고귀한 깨달음!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야. 계속해서 움직이는 마음이지!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몇 해 전,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녀의 작품을 접한 나는 그녀가 미술 정규 교육을 받기는커녕 70대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붓을 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식대로 그리렵니다. 밝은색을 좋아하니 밝은색을 쓰고 원근법이니 뭐니 하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좋아해서, 뭘 그리고 싶은지 아니까 그리는 거지요.” 소소한 일상의 평화, 삶과 사람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의를 밝고 사랑스럽게, 천진난만한 아기자기함으로 담아낸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 너머로 느껴지는 모지스 할머니의 따스한 정서는 말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는 70대 후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한 말들을 엮은 책이다. 나이 듦과 죽음, 일상과 삶, 사람과 인연, 그림을 그리는 일, 세계와 자연에 대해 남긴 그녀의 말들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 무엇보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삶은 여전히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의 유쾌함과 한평생 오로지 자기 힘으로 삶을 일구어낸 사람 특유의 자긍심은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단순하지만 고귀한 깨달음을 전한다.
“심심할 틈이 없어요. 여든다섯인데도요.”
있잖아요, 저번 전시회가 끝나고 어떤 화장품 회사에서 루주를 선물로 보내줬거든요. 발라보려고 했더니 도로시, 얘가 허락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 나이에 노상 자랑만 하고 다니는 도시 할머니들처럼 되고 싶으냐고요. 또 언젠가 담배나 피워보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절대 안 된대요. 셰리나 스카치위스키에 레몬이랑 물을 타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요. 난 이미 기분이 너무 좋아서 당장 위층으로 올라가 그림을 하나 더 그릴 수 있는 걸요. 그림 그리기가 시시해지면 피아노 레슨을 받아보려고요. 정말 할 거예요, 두고 보세요. /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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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여 무려 1,6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긴 모지스 할머니를 보면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을 그렇게 실감하게 된다. 그녀는 노년층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전한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장일과 가사를 도우며 자란 그녀는 열두 살에 집을 떠나 가정관리사로 일했고, 그 뒤로 남편을 만나 농장 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바지런히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평생을 바쁘게 지냈지만 즐거웠고, 늘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마음과 손을 부지런히 놀리면 불만이 생길 겨를도 없었다고 말이다. 그녀는 어떤 종류의 일이든, 아무리 소소한 일일지라도 우리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마음과 나아가는 삶을 독려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을 더 생각하는 나에게 다가와 모지스 할머니는 슬쩍 등을 밀어주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음을 계속 활기차게 움직여봐요.” “일흔일곱에 은퇴할 수야 없잖아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밖에 없어요.”
나는 백 살이에요. 아직도 기분은 신부인 것 같지만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렇게 할 거예요. / 26p
“수영을 하러 바다로 나갔으니, 이제 헤엄을 치거나, 가라앉거나 둘 중 하나였지요!”
토마스와 나는 작은 농장을 임대하기로 했고 그 주에 바로 이사해서 농장에 살던 사람들과 세간과 가축들, 닭과 고양이까지 넘겨받았어요. 결혼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서 낯선 땅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틀게 된 셈이었습니다. 이제 헤엄을 치거나, 가라앉거나 둘 중 하나였지요! /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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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한정 짓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말썽 필울 힘이 있을 만큼은 건강”하다는 말을 유쾌하게 전할 수 있었다. 70대가 넘어서 그림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잘 그리기’ 위한 데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그릴 수 있음에’ 감사했기 때문은 아닐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기르는 것, 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살게 하리라. 모지스 할머니가 전해준 긍정의 힘을 나 또한 기억하고 믿어봐야겠다.
“할 일과 이루어야 할 일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러니 꼭 포기하지 마세요.” / 21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