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사고 - 살아남는 콘셉트를 만드는 생각 시스템
다치카와 에이스케 지음, 신희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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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창조를 연결한 아주 획기적인 책!

진화사고란 창의융복합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시대가 유념해야 할 핵심 사고다!

 

 

 

  『진화사고는 일본의 떠오르는 혁신의 아이콘인 다치카와 에이스케가 전하는 창의력을 끌어내는 시스템에 관한 책이다브랜드공간제품공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합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전략가로서 그가 밝히는 창의력의 핵심은 바로 진화생물이 생명의 기원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변해 가는 현상을 우리는 진화라고 하는데놀랍게도 그는 진화라는 자연의 지혜에서 누구나 창의적인 사고즉 창조의 설계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다시 말해 인간이 만든 모든 창조물에는 진화의 원칙이 숨어 있고 이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다보면 살아남는 콘셉트팔리는 아이디어끌리는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진화사고는 이제껏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이자 창조에 관한 한 가장 명쾌하고 본질과 핵심을 꿰뚫는 이론으로창의력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모든 창조는 변이와 선택의 반복으로 탄생한다

 

 

  자연선택설에 의하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우연한 도전과 필연적인 자연선택의 반복을 통해 진화해왔다우연한 에러를 통해 개체 간 차이를 만드는 변이’ 구조와 환경 속에서 자손을 남기는 데 유리한 성질이 자연선택되는 구조가 끝없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종 전체가 상황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이다저자는 이러한 생물의 진화와 창조라 일컫는 인간의 지적 현상이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고 말한다이것을 단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책에서는 나선형의 그림 하나(뒷표지)를 제시한다우측의 변이 프로세스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우연히 발생해 가지처럼 끝없이 뻗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반면좌측의 선택 프로세스를 통해서는 필연적인 선택압력을 통해 가지치기되면서 서서히 유리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이는 진화가 그러한 것처럼창조 역시 변이와 선택이라는 프로세스가 반복·강화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학 주성은 생명이 지닌 지적인 기능 중 가장 초기에 획득한 성질이다화학 주성의 원리는 바보와 수재의 경우와 똑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작위로 움직이는 불규칙성(광인성=변이의 사고)’과 주변의 먹이를 인식하고 행동을 정하는 힘(수재성=선택의 사고)’이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의 최소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이를 통해 무작위적인 변의와 주위에 맞춘 선택적 현상이 동반되면 단순히 과학적 반응일 뿐이더라도 지적인 현상이 출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49p

 

 

창조성은 이러한 변이의 사고와 선택의 사고라는 이항대립 사이에서 자연발생한다생물은 우연한 도전과 필연적인 자연선택이 반복되면서 진화해왔다창조에서도 변이의 사고는 단순한 에러일 뿐이며에러가 필연성으로 선택되어야만 비로소 창조가 이뤄진다반대로 선택의 사고만으로는 기존 물건을 변화시키지 못하므로 창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어느 한 가지 사고만으로는 창조를 이뤄낼 수 없다우연한 변이와 필연적인 선택이 반복되면 마치 자전거가 굴러가듯 창조는 진화하기 시작한다그리고 이 왕복 운동이 수렴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이 자연발생한다. / 470p

 

 

 



 

 

 

 

변이의 사고우발적인 아이디어를 대량 낳는 발상법.

(HOW, 변이의 사고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가?)

선택의 사고자연선택압력을 파악하는 생태학적인 관찰법.

(WHY, 선택의 사고왜 지금의 형태로 존재하는가?) / 62p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창조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진화에서 발견된 변이의 패턴과 선택의 관찰법을 반복·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책은 이를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변이의 사고를 이루는 여덟 가지 패턴과 선택의 사고를 이루는 네 가지 관찰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변량의태소실증식이동교환분리역전융합으로 이어지는 여덟 가지 변이적 사고 패턴은 고정관념을 깨부수고예상 밖의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방법을 이끌어준다특히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에 에러를 적극적으로 일으키는 성질을 불어넣고 일단 해보자변해보자이유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독려하는 변이적 사고는 창조란 이러한 우연을 향한 도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자연계에서 불필요한 형태는 진화 과정에서 점차 사라져 자취를 감춘다진화 프로세스에는 최적화를 위한 선택압력이 있기에 최선의 형태를 갖추어간다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만 남은 자연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꼭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물건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소실의 사고를 활용해 여러 요소를 관찰해보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요소를 제거할 방법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139p

 

 

엘리샤 오티스는 1852년 최초로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했다그가 창업한 오티스는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회사가 되었다엘리베이터가 발명되면서 건축물은 수직으로 높아졌다큰 건물을 만들려면 수평으로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우리를 해방시켰다고층 빌딩이 늘어서면서 도시의 풍경은 확 바뀌었다엘리베이터의 출현 덕분에 탄생한 초고층 빌딩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도시의 모습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역전시킨 발상의 결과물이다. / 196p

 

 

 

  앞서 변이의 사고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면필연적인 선택의 반복은 실제로 팔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콘셉트로 연결 짓는 역할을 한다책에서는 내부의 구조와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해부과거의 계보를 탐구하기 위한 계통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살피며 상생을 이끌어내는 생태미래를 희망으로 연결하기 위한 예측으로 나뉘는 네 가지 관점을 통해 창조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그 중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생태는 지구 환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자신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우리 시대가 가장 강조해야 할 창조 철학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해부적으로 내부를 철저히 파악해 가능성을 살펴보는 관찰은 이해.

계통적으로 과거로부터의 흐름을 따라 염원을 받드는 관찰은 경의.

생태적으로 상대의 관점에 공명하는 관찰은 공감이다.

미래 지구와 인류를 사랑하는 관찰은 희망이다. / 466p

 

 

 




 

 

 

 

  『진화사고는 생물의 진화로부터 창조의 구조를 밝혀낸 최초의 저작으로참신한 발상과 사고의 깊이가 남다른 책이다단순히 한 사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천재성이 아닌거시적인 관점에서 창조성을 바라보며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이자 우리 모두가 지닌 본연의 힘이라는 것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아울러 뜻밖의 발상은 그저 한순간의 우연이 아니라 평소에 실수의 쓸모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끊임없이 주변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유의미하게 다가온다삶에 늘 변이를 갖추고, ‘호기심’ 앞으로 선택의 방향성을 이끌어가는 태도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이 책이 창조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그 해답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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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여름호 - 78호
전현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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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의 미스터리 전문 계간지계간 미스터리!

다양한 단편소설과 연작소설르포르타주미스터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획 시리즈까지!

 

 

 

  ‘여름’ 하면 미스터리, ‘미스터리’ 하면 여름이 아니던가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이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오싹한 미스터리 장르 문학을 두어 권 쟁여놓았다 휴가지에 챙겨들고 갈 계획을 미리미리 세워두어야 한다마침 봄호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계간 미스터리 2023 여름호의 주제가 휴가라니 참 절묘하고도 반갑다.

 

 

 

  마치 표지의 그림이 복선이기라도 한 듯김영민의 <휴가 좀 대신 가줘>는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코믹 현실 미스터리다지옥 같은 회사를 탈출하기 위해 아끼던 후배를 후임자로 두고 퇴사한 이린아는 1년 뒤후배로부터 회사 휴가를 자기 대신 가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받는다철천지원수 장덕범 부장을 다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그 휴가지라는 게 바다낚시를 위해 어선을 타야하는 거였다니거기다 퇴사를 하고서도 옛 상사에게 라면을 끓여서 대령해야 하는 신세에 어쩐지 억울해지려던 찰나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부장이 바다에 빠졌다그것도 누군가의 살의에 의해사내 갑질과 만행이 몰고 온 희비극, <휴가 좀 대신 가줘>는 추리라는 장치와 위트를 적절히 버무린 산뜻한 작품으로 미스터리라는 장르도 이처럼 발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박소해의 <불꽃놀이>는 추리소설의 전형을 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새 신부이자 재벌가의 막내딸이 신혼여행지인 호텔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이벤트가 있던 밤에 사망한다갓 결혼한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담담했던 새 신부와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던 신랑의 싸늘한 분위기마치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징조신부의 죽음과 함께 드러나는 재벌가의 어두운 가족사가 사건의 동기와 디테일을 꽉 채운다개인적으로 서귀포 경찰서 수사 1팀의 좌승주 형사의 덤덤하고 우직한 수사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좌승주 형사의 활약상을 또 다른 소설을 통해서 계속 만나고 싶다.

 

 

 

윤후는 새벽에 꾼 악몽이 현실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꿈속에서 윤후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 알몸의 여자를 올려다봤다여자는 벽에 박힌 거대한 못에 목이 꿰뚫린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리고 그는 밑에서 입을 벌리고 여자의 피를 받아 마셨다피를 삼키며 입맛을 다시다가 잠에서 깼다. / <불꽃놀이> (박소해중에서 52p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불꽃놀이를 한다누군가는 사랑을 쏘아 올리고 누군가는 욕망을 쏘아 올린다이현주와 정찬욱이 쏘아 올린 복수의 불꽃은 이제 다 타버렸다인생도 어쩌면 저런 것이 아닐까불꽃처럼 타올라 덧없이 사라지는 것그러니 불타오를 땐 기왕이면 제대로 불타오르는 것이 좋다남김없이 사라지는 편이 좋다. / <불꽃놀이> (박소해중에서 90p

 

 

 



 

 

 

 

  ‘죽일 생각은 없었다란 독백으로 시작하는 정혁용의 소설 <KIND OF BLUE>는 가해자와 수사관의 팽팽한 심리 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언젠가 다른 곳에서 또 한 번 활약할 우경정의 이야기가 기대된다한편 류성희의 <머나먼 기억>은 현재에서 가까운 시간부터 기억을 지워가는’ 치매에 걸린 엄마가 느닷없이 전남편과 함께 살던 곳에 다녀오겠다며 사라지자엄마를 찾기 위해 나선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나는 엄마를 반만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알고 있는 엄마와 내 엄마가 되기 이전의 엄마하긴 한 인간과 평생을 같이 살지 않는 한 그 사람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던 문장처럼미스터리란 기괴한 범죄와 기발한 트릭추리 과정뿐만 아니라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서나마 인간적 영역을 복원하고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아주는’ 애도의 행위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우 경정의 태도에 마일수는 입이 떡 벌어졌다말귀를 못 알아먹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희한하게 자기 불리한 것만 못 알아먹는 척한다고 할까아니묘하게 자기 편한 쪽으로 상대를 유도한다고 할까당하는 사람은 알면서도 홧김에 그리 끌려간다고 할까알면서도 끌려가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할까그렇다고 확실하게 상대의 잘못을 꼬집을 수는 없으니 화가 나면서도 화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화를 내는 당사자만 바보가 되는 꼴이라고 할까. / <KIND OF BLUE> (정혁용중에서 98p

 

 

현재에서 가까운 시간부터 기억을 지워가는 병에 걸린 엄마엄마는 이제 막 엄마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직면했다이제는 어린 딸과 행복했던 시간으로 들어갈 순서다어찌 어미가 딸을 무서워만 했을까때로는 방긋방긋 웃는 모습에 같이 웃음 지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서로를 알아보는 찰나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엄마는 이제 그 기쁨의 순간으로 가야만 한다그리고 또 그보다 더 이전의 시간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겠지.

그러고 보면 인간은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서야 끝이 나는 참으로 독한 존재이면서 또 모든 것을 기억하고그 기억들을 잊어야 끝이 나는 참으로 가여운 존재 같다. / <머나먼 기억> (류성희중에서 133p

 

 

 

  네 편의 단편소설을 비롯해 백휴 작가가 쓴 정통 역사 미스터리 탐정 박문수〉 역시 강렬하다백정 신분의 한 여인이 감히 임금의 행차를 막아 아뢰니성균관의 권호철 색장과 이문환 학록이 자신을 겁탈하여 아이를 가졌기에 그 죄를 물어 달라 청하자 이를 수사하라는 임금의 교지가 내려졌다하지만 권 색장과 이 학록은 그런 일이 없다며 딱 잡아뗐고하는 수 없이 적혈지법(같은 핏줄이라면 서로 피가 엉기어 하나로 합쳐질 것이고혈육이 아니라면 두 피는 그릇 안에서 제각기 따로 놀 것이라고 생각함)으로 친자를 확인하였으나 두 사람 모두 아이의 피와 끝내 엉겨 붙지 않았다이에 도리어 무고죄를 물어 여인이 옥에 갇히니 일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다음 해 초가을한 성균관 태학생이 술국집에서 비명횡사한 사건이 벌어지며 한성부 관원들이 출동한다사인은 독살선비의 이름은 권호철이다이미 이문환 역시 자택에서 독 중독으로 급사한 일이 있어혹시 두 사람의 사인에 과거의 일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려는 찰나이를 수사하던 하석기가 영문도 모른 채 관아에 잡혀 들어간다하석기는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는 것은 물론 저를 대신해 두 성균관 태학생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쳐줄 사람으로 박문수를 지목한다박문수는 후일 발군의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려 영조의 사랑을 받은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그 박문수다작가 백휴는 박문수가 암행어사로 활약하기 이전아직 어리고 학문에 큰 뜻을 두지 않았던 때라는 설정을 활용해 3회에 걸쳐 완성도 높은 정통 역사 미스터리를 전개할 예정이다박문수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려는 때에 1회가 끝나버렸으니벌써부터 다음 가을호가 기다려진다.

 

 

 

자네 이름이 박.”

박문수라 하옵니다박문수.”

박문수는 후일 발군의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려 영조의 지우를 입고 사랑을 받았다영조 4(1728) 이인좌의 난 때 종사관으로 전공을 올려 죽은 뒤에는 충헌이라는 시호까지 얻었다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박문수는 어렸고 아직 학문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있었다그가 석달 전부터 성균관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외삼촌(이태좌)의 뜻이었다일찍 아버지를 여읜 박문수는 외삼촌 밑에서 자랐는데외삼촌은 혈육이기 이전에 지엄한 스승 같은 존재였다.

크게 될 인물은 본디 어릴 때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법이다한 인간이 평생을 두고 펼칠 도량의 크기를 어찌 어른의 눈으로만 잴 수 있으랴. /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사건 > (백휴중에서 160p

 

 

 



 

 

 

 

  그 외에도 이번 호에는 이야기 논픽션이라는 장르를 활용한 르포르타주 특집이 눈에 띤다첫 번째 결과물로 팩트스토리와 공동으로 기획한 전현진 기자의 <길고양이 킬러를 추적하다>는 실제 고양이 학대범과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한 여성의 집념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미스터리가 단순히 장르 문학을 넘어서서 사회의 가장 어두운 이슈들을 조명하는 적극적인 매개체로 발돋움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색다른 시도로써앞으로 이러한 기획들이 더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전화번호를 알아냈으니경찰에 고발도 가능하다하지만 김미나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려고 했다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면 관할을 어디로 할지를 두고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VPN테스트를 지켜보고 논두렁 게이를 추적하면서 경찰은 쉽게 나서지 않으며추적이 늦어질수록 또 다른 고양이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배웠다수사 같은 건 몰랐지만집요함을 무기로 학대범을 추적하며 몸소 배운 감각이다빨리 붙잡아야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 <특집-르포르타주길고양이 킬러를 추적하다중에서 16p

 

 

범인은 이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자료를 보면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0년 78명에서 2019년 962명으로 증가했다. 10년간 3345명이 검거됐는데 재판에 넘겨진 건 304(9퍼센트)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수사와 기소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사안이 워낙 잔혹하기도 했지만김미나가 이 일을 여기저기 알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리면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 <특집-르포르타주길고양이 킬러를 추적하다중에서 18p

 

 

 




 

 

 

 

  지난 호에서 읽은 신인상 수상작 <설곡야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탓일까이번 호에서는 당선작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대신 심사위원이 남긴 당부가 마음에 와 닿는다여전히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작품이 많다는 점장르를 넘어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많다는 점무엇보다 최소한의 문장과 맞춤법조차 갖추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는 지적이 그러하다장르 문학일수록 기본기와 치밀함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예비 장르 문학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그런 마음을 담아 다음호에는 더 참신하고흥미롭고 재미있는 미스터리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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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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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뼈가 달리 보일 것이다!

다재다능하고 때로는 불가사의한뼈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로이 밀스의 책 숨겨진 뼈드러난 뼈』 표지 속에는 우리의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뼈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가운데 한 사람은 가장 높은 곳에서한 사람은 아래에서 의기양양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869북아메리카 대평원에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되면서 철도 산업은 물론정착민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대륙 전체의 농작물에 비료를 공급하기 위해 어떤 산업이 활발하게 육성되기 시작했는데그것이 바로 뼈 줍기 산업이었다표지 속 사진은 이 산업의 실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무렵들소 떼가 걸핏하면 기관차를 향해 돌진해 철도가 수일 동안 마비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여기에 뼈 속에 있는 인산이 식물의 생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들소 몰살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훌륭한 구실이 되어주었다그렇게 대평원에서 수집된 뼈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고수천 마리의 들소들이 살상되어 그 뼈대가 수많은 산봉우리를 이루었다사진 속의 모습처럼 말이다나는 이 사진 한 장이야말로 책을 관통하는 뼈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주인을 섬기고 보호하는 자신의 임무를 완료한 후 수많은 장소에서수많은 목적을 위해 또 다른 쓰임새로 사용되어온 뼈의 역사가 매만져지는 까닭이다또한 그러한 쓰임새 때문에 살아 있는 것까지 탐하고야 마는 인류의 끝없는 욕심에 대한 경고까지.

 

 

 


 

 

 

 

  이렇듯 뼈는 인체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로써 우리 몸에 숨겨진 상태로 제1의 삶을 유지하다가2의 삶을 통해서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숨겨진 뼈드러난 뼈는 이런 다재다능하고 때로는 불가사의한뼈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기본적인 뼈의 구조와 기능뼈 질환과 치료법뼈에 얽힌 다양한 풍습과 인류의 역사에 이르기까지신비롭고 경이로운 뼈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다.”

 

 

 

  우리는 를 흔히 죽음이나 해골 같은 기괴한 이미지와 연관시키곤 한다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뼈를 직접 본 적이 있거나 다른 사람의 뼈를 보고 싶어 하는 이도 별로 없을 것이다저자는 우리 인체에 있어서 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없음에도 그것이 다른 장기에 비해 생과 사를 다룰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요성을 간과하는 현실에 개탄한다비록 생과 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치지는 않지만개인적인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있어서 뼈는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그런 의미에서 1장 숨겨진 뼈 편에서는 뼈의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구조 등 생물학적인 특징을 통해 뼈에 대한 각종 호기심을 해결해본다.

 

 

 

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제조될 뿐 아니라가볍고 내구성이 있으며 변화하는 조건에 즉각 대응한다강철로 만들어진 교량은 길이나 정격 하중을 두 배로 늘릴 수 없지만뼈는 성장할 수도 있고 압박에 반응할 수도 있다한 걸음 더 나아가손상된 뼈는 스스로 복구한다그러나 부서진 벽돌이나 부러진 숟갈은 그럴 수 없다뼈는 세계 최고의 구조적 버팀대인 데다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인 칼슘을 저장하는 은행 역할도 한다. / 10p

 

 

기둥이 모든 방향의 힘에 저항하려면수많은 형강을 동그랗게 배치하여 합성 기둥을 만들어야 한다만약 합성된 기둥들의 가장자리가 맞닿는다면가운데 부분을 제거해도 구조가 별로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가운데 부분이 제거되면 남는 것이 뭘까바로 원통이다원통은 모든 부분에서 오는 굽힘력 및 비틂력에 저항할 수 있다원통의 텅 빈 내부는 무게와 재료를 절약해주며동일한 치수의 고형 막대를 사용해봤자 구조의 강도는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자전거 프레임스키의 폴그리고 뼈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우리의 긴뼈는 기본적으로 텅 빈 관이므로가볍고 모든 방향의 굽힘에 저항한다. / 25p

 

 

 



 

 

 

 

  뼈의 재생과 회복 능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물론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의 충격에 비해 몇 주 간의 깁스만으로도 회복이 된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대체 우리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토록 빠른 회복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책에는 부러진 팔을 예로 들어 뼈가 재생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준다일단 파열된 모세혈관에서 즉시 누출된 피가 골절로 인한 간격을 메우고그 후 2주 동안 핏덩이 속에서 새로운 모세혈관과 콜라겐 그물이 형성된다고 한다한편뼈가 부러진 직후 다양한 화학적 경보가 인근의 세포들을 깨워 연골을 생성하게 하고조골세포가 약간의 가골을 보태 퍼티의 경도를 높인다이로써 1차 작업이 3~6주 만에 완성되면서 부러진 뼛조각들이 잠정적으로 연결되면커팅콘이 가골이 보내는 압전기 신호에 맞춰 수천 개의 구멍을 뚫고 마시 메워 강력하고 성숙한 뼈를 들어앉힌다이렇게 되면 4~6주에 스포츠와 수공 일을 할 수 있을 정도 회복이 된다고 하니다른 인체 조직과 비할 수 없는 뼈의 재건 능력은 정말이지 칭찬받아 마땅한 듯하다.

 

 

 

 

고고학자들은 이집트 미라에서 골절 치료의 흔적을 발견했다내용인즉 접골사들이 부러진 팔에 나무껍질로 만든 부목을 댄 후 리넨으로 둘러싼 것이었다기원전 약 2900년의 파피루스 기록에 따르면부목에 소석고와 꿀을 칠해 강화했다기원전 약 500인도의 수스루타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골절 부위를 나무·대나무·납판 조각으로 고정하고실이나 리넨 조각으로 둘러싼 후돼지비계·밀랍·피치·달걀흰자로 강화한다라고 기술했다붕대를 감은 후 피가 엉겨 굳어지도록 방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 102p

 

 

르네상스기 동안 대학에서 훈련받은 의사들은 외과 수술을 얕잡아봤다그들은 수술을 이발사들에게 떠넘겼다이발사들도 엄격한 도제 훈련을 받았지만, ‘가장 예리한 칼을 쓰는 칼잡이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파레는 그런 이발사 겸 외과 의사’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16세기에는 한 명의 전문직 종사자에게 면도와 사지 절단을 동시에 받는 해프닝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그 후 외과 의사는 이발사와 갈라져 별도의 면허를 취득했다그럼에도 그들이 하는 일은 천시되었다.

이발사 겸 외과 의사’ 시대의 잔재 중 두 가지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하나는 이발소의 상징은 빨간색과 하얀색 띠 기둥인데여기서 빨간색은 피를하얀색은 붕대를 의미한다. / 104p

 

 

 

  2장 드러난 뼈 편에서는 인류의 진화와 생태계를 이해하는 문화유산에서부터 패션과 예술건축 등 다양한 비즈니스 상품에 이르기까지 뼈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그 중에서도 오래된 뼈의 소유를 둘러싼 호사가와 전문가 사이의 대립을 다룬 뼈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화석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콜로라도 동부와이오밍캔자스네브래스카다코타에서 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을 무렵두 고생물학자와 발굴팀을 둘러싸고 양측 간에 신분 위장절도돌팔매질총질상대방의 발굴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는 일이 난무했다고 한다지구 최고의 전리품인 공룡화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소유권 분쟁은 지금까지도 불법 발굴을 성행시키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화석은 지구의 역사와 그것의 잠재적인 미래를 이해하게 해줄 주요한 열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가치로 전락해버린 작금의 현실 앞에서자연유산을 둘러싼 우리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이러한 메시지들이 더 많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발견의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오래된 뼈의 소유를 둘러싼 호사가와 전문가 사이의 대립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일각에서는 국립공원이나 세계 문화유산 지정을 통해 비옥한 화석 출토지를 보호하자고 제안한다그렇게 된다면 이미 알려진 종의 더욱 완벽한 골격이 발굴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종의 발견이 극대화되어 지구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증진될 것이다바라건대코끼리의 상아가 그랬던 것 언젠가 화석의 상업 거래도 금지되었으면 좋겠다. / 354p

 

 

그 당시 인류학자들(모두 백인 남성이었다)은 정도를 완전히 벗어나자신들이 선호하는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라는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엉터리 과학자들은 수만 개의 두개골을 수집하여 용량을 측정한 다음그 결과를 뇌의 크기와 인지능력의 우월성의 지표로 사용했다병리학자겸 인류학자인 폴 브로카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뇌가 여자의 뇌보다 크고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의 뇌가 평범한 사람보다 크고우월한 인종의 뇌가 열등한 인종의 뇌보다 크다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지능의 발달과 뇌의 용량 사이에 현저한 상관관계가 있다.” / 273p

 

 

 



 

 

 

 

  ‘라고 하면 의학 전문가나 고고학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특수 분야라고 여기기 쉽지만숨겨진 뼈드러난 뼈는 복잡한 용어 설명을 빼고 의학적 소양이 부족한 독자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는 점에서 뼈에 관한 가장 대중적인 책이란 생각이 든다아울러 뼈에 대한 각종 지식과 인문학적인 통찰까지 아우를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꼭 권장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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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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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오늘의 모습을 보듬는 시간!

아이의 언어를 듣고마음을 읽는다는 건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일이다!

 

 

 

  “엄마내가 이거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다섯 살이라서 그래.”

  “엄마내가 이거 어떻게 들 수 있는 건지 알아다섯 살이라서 그래.”

  오늘도 둘째 아들의 다섯 살’ 부심은 끝이 없다. “대단한데우리 아들 열 살 되면 힘이 어마어마해지겠는데?” 하고 맞장구치면 단숨에 아이의 얼굴에 기대감이 넘쳐흐른다엉뚱하지만 재기 넘치고무람없지만 편견 없는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언어를 마주하는 순간은 육아의 큰 기쁨 중에 하나다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하고 크게 웃다 보면 하루의 시름과 고단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누그러진다.

 

 

 

  때때로 아이의 언어를 듣고마음을 읽는다는 건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내가 이 작은 아이였을 때도 주변 어른들의 아낌없는 박수 속에서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기대 속에서 무럭무럭 컸겠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당장의 칭찬을 즐기기 보다는 더 잘 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감에 시달리고현실이라는 무게와 가능성 사이를 저울질하곤 했겠지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나를 향해 보여주셨던 한결 같은 믿음의 크기가 세상 그 무엇보다 컸음을 잘 알고 있기에 나의 아이들에게도 꼭 그러한 믿음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리라 다짐해본다.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일이며,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오늘의 모습을 보듬는 일일지도 모른다. / 10p

 

 

 

아이들의 언어 속에서 나의 마음을 길어 올리다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어린이들의 문장은 23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쓴 에세이다오랫동안 교단에 몸담으며 아이들의 보석 같은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저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오늘을 보듬어보게 되었다고 한다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의 자신을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이다때문에 앞만 보며 뛰어가느라 지쳐버린 어른들성장통을 겪고 있는 어른들이 어린이의 글과 문장을 만나 스스로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줄 수 있기를 전한다궁금한 것투성이인 아이들의 유쾌 발랄한 호기심과 나름의 분투로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모습때로는 아저씨가 수염을 깎은 냄새’ 같이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는 엉뚱한 표현들까지밤하늘의 별빛처럼 책을 가득 수놓은 아이들의 반짝이는 문장들을 대하다 보면 어느 새 진솔한 언어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돌려 말하지 않는 단순함그것에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신비주의를 사양하는 어린이의 문장에서 투명한 어린이의 마음을 읽는다어린이의 생각이 솔직하게 일어난 자리그곳이 어른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아야 할 곳이다. / 193p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힘겨울 때가 있다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이 작은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나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어제아홉 살 된 나의 아이는 하필이면 잠시 컨디션 난조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눈물을 보였다. “한 번 더 할 수 없을까?”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에게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회는 공평해야 하고 오늘의 결과를 밑거름 삼아서 다음 대회에서는 좀 더 보완해서 도전하면 되는 거라고 설득시키는 게 참 어렵지만 부모인 나는 그렇게 말해주어야 한다그렇게 아이는 눈물을 삼키며 또 다른 종목에 도전하기 위해 일어섰다최선을 다했는데 모든 것이 일시에 어그러져버린 것 같은 순간도대체 잘못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답답한 마음공들인 시간이 무색해지는 허탈한 마음을 삼키고 또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아이는 일생을 통해 배워나가겠지.

 

 

 

아침에 조금 늦은 시간 때나는 어린이날 비행기 대회에 참여했다내 종이비행기가 대회 전에는 잘 날아갔는데 대회에서는 조금 날아가서 아쉬웠다. ] / 33p

 

 

 

  책 속의 별이도 어린이날 비행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평소에는 잘 날아가던 종이비행기가 하필이면 대회에서는 조금만 날아가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100시간을 연습했더라도 20분 남짓한 시간의 결과만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것이 어린이날에 어린이를 위한다고 열린 대회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모두를 격려해주는 방식일 수는 없었던 것인지 어른들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저자의 말처럼모든 과정은 공들인 사람 본인만이 아는 법이지만 그렇게 애쓴 노력의 결과가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지라도모든 작고 기특한 애씀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회의 시선이 보다 더 필요한 때인 듯하다.

 

 

 

의심해야 할 것은 어떤 일에 대한 내 재능의 유무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데 내가 재미를 느끼는가이다정세랑 작가도 시선으로부터,에서 말하지 않았나.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 37p

 

 

 



 

 

 

 

  광석을 캘 때 광물이 섞여 있지 않아 쉬이 버려지는 잡돌을 버력이라 한다저자는 안희연 작가의 산문집 단어의 집에서 만난 이 버력이라는 낱말에 주목한다하지만 버력에는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또 다른 뜻도 있다. ‘물속 밑바닥에 기초를 만들거나 수중 구조물의 밑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돌멩이를 버력이라 하는 것이다저자는 우리 아이들이 버력이라는 단어를 통해 세상엔 광물 같은 존재도버력 같은 존재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아울러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버력 같은 존재로 여기곤 하는 청춘들의 지친 마음에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너무 모든 전투에 다 싸워 이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어느 하나 쓸모없는 분투 따위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나도우리 아이도.

 

 

 

의학 박사이자 미국놀이연구원의 창설자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다놀이의 반대는 우울증이다.”라고 했다제대로 놀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정신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뜻일 것이다어른에게도 놀이가 필요한 이유다.

무엇을 할 때 가장 신나는가어떤 것을 하며 놀 때 몰입하는가어떤 것에 미치는지좋아 죽겠는지그것을 먼저 살펴보고 제대로 놀도록 돕는 것어린이에게도어른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 121p

 

 

[ “엄마한테 혼나서 방 안에 혼자 들어가 울고 있었어요엄마가 미워서 밥도 안 먹고 방 안에서 안 나갔는데 오빠가 자꾸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하리보를 줬어요하리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거든요.” (좀 전에 오빠 때문에 억울했던 일을 호소하던 아이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모르는 애가 저한테 막 뭐라고 나쁜 말을 했어요그때 누나가 그 애한테 큰소리로 혼내줘서 그 애가 울면서 집에 갔어요.” (사춘기에 접어든 누나가 평소에 자신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던 아이다.) ]

 

부정은 쉽고 긍정은 어렵다그래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애쓴다면 못 찾을 리 없다그렇게 한 뿌리와 줄기에서 나와 다른 가지로 자란 이들은 자주 서로를 못 견뎌하면서 또 자주 서로의 양분을 나누며 살아간다. / 129p

 

 

 

  한때는 나의 문장이었을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의 문장을 읽으며어른들의 세계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던 나의 작은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졌다오늘 내가 내딛는 자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때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다정한 언어로 내 여린 마음에 말을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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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풀면 넌 연산스타 초등수학 2-2 (2023년) 이것만 풀면 넌 연산스타 초등수학 (2023년)
김영사 수학연구팀 지음, IPX 주식회사 캐릭터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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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연산 교재는 안녕라인프렌즈 캐릭터와 함께 하면 이제 넌 연산 스타!

재미와 학습 모두를 만족시키는 초등 연산 교재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주목해주세요!

 

 

 

  “엄마이 책 뭐야?”

책상 위에 이것만 풀면 넌 연산스타 초등수학 2-2(이하 연산스타)를 올려놓았더니 아이가 금세 반응을 보였다귀여운 라인프렌즈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눈길을 주더니 몇 페이지 훑어보기가 무섭게 당장이라도 풀어보고 싶어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러다 갑자기 수학책 하던 거 멈추고 이 책부터 먼저 해도 돼대신 다음 주까지 다 풀 거야.” 하고 호기롭게 외쳤다연산스타는 하루에 4쪽씩 40일차면 완성되는 공부계획표로 구성되어 있지만 진도가 나갈 때마다 스티커 붙이는 재미에기존의 연산책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책의 구성에 흥미가 생겼는지 2주 안에 다 풀겠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웠다그렇게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아이는 매일 연산스타와 함께 했고 어느 덧 마지막 단원에 이르렀다.

 

 

 

  이제 5일차 정도를 남기고 아이에게 이 교재 어떤 것 같으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계속 하고 싶게 만들어서 좋아. 3학년 1학기 연산책도 이 책으로 하고 싶어!” 하고 답했다비슷한 문제를 계속 반복해서 풀어야 하는 연산 교재는 자칫 지루할 수도그래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고 싶게 만든다니 엄마로서는 참 반가운 교재를 만난 것 같아 기뻤다.

 

 

 




 

 

 

 

초등수학 2학년 2학기 학습 목차는_

 

 

(1) 네 자리 수천의 개념과 네 자리 수의 자릿값뛰어 세기수의 크기를 비교해보아요.

(2) 곱셈구구: 2단에서부터 9단 곱셈 구구를 비롯해 1단 곱셈과 0의 곱을 배우고곱셈표를 완성해보아요.

(3) 길이의 합과 차: m와 cm 사이의 관계와 받아올림이 없는 길이의 합과 차받아올림이 있는 길이의 합과 차를 익혀보아요.

(4) 시간의 길이시간과 분 사이의 관계하루의 시간일주일의 날수년과 개월 사이의 관계를 배워보아요.

 

 

 

이것만 풀면 넌 연산스타 초등수학 2-2』 책의 구성과 특징은_

 

 

(1) 하루에 4매일 연산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구성으로붙임 딱지를 붙여서 진도 체크를 하다보면 자기 주도 학습이 저절로 완성돼요.

(2) 핵심은 한눈에꼭 필요한 핵심 개념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게 연산스타의 장점이랍니다.

(3) 같은 개념은 2연산력은 반복 연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같은 개념은 한 번 더 연습하되 지루하지 않게 풀 수 있어요.

(4) 머리가 말랑말랑집중은 쏙쏙연산을 풀기 전에 라인프렌즈와 함께 하는 말랑 체조로 시작해보아요아이와 엄마가 함께 쭉쭉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즐거워져요마무리 할 때마다 미로 찾기 문제가 수록되어 있으니 재미와 집중력까지 모두 잡을 수 있어요.

 

 

 




 

 

 

 

    『이것만 풀면 넌 연산스타 초등수학 2-2는 진도 나가는 재미에스스로 계획을 세워 자기가 원하는 만큼 목표를 성공시키는 재미에아이가 주도해 적극적으로 임한 특별한 교재였다그만큼 알찬 구성에 학습과 흥미를 두루 갖춘 교재로 매 학기 첫 교재는 쭉 이 시리즈를 구입해볼 생각이다다가오는 2학기를 맞이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연산 교재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재미있는 연산 교재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선택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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