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몸 박물관 - 이토록 오싹하고 멋진 우리 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과학이 동동 그림책
레이철 폴리퀸 지음, 클레이턴 핸머 그림, 조은영 옮김 / 동녘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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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와 함께 떠나는 이상한 몸 박물관!

우리 몸의 흔적 기관을 통해 인류의 진화에 대한 호기심에 다가가는 흥미로운 그림책!

 

 

 

  이상한 몸 박물관에 방문한 친구들안녕나는 지혜의 치아라고 불리는 사랑니야그만큼 똑똑하고 튼튼하지내가 너희들의 입속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나를 하찮게 생각하지는 말아 줘지금은 버려지듯 남겨지긴 했어도 한때는 나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고 또 멋진 일을 해냈다구이처럼 한때는 중요한 신체 부위였지만 진화 과정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몸에서 사라졌거나쪼그라들었거나망가졌거나또는 아주 이상한 상태로 남게 된 기관들을 흔적 기관이라 부른단다그런데 그거 아니너희 몸에 그런 부위가 의외로 많다는 거앞으로 내가 소개할 이상한 몸 박물관에는 바로 이러한 흔적 기관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어이제부터 나사랑니가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 너희들과 함께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볼 거야어때재미있겠지얼른 출발해볼까?

 

 

 

한때는 소중했던우리의 흔적 기관들에 대하여

 

 

 

  『이상한 몸 박물관은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혹은 우리 몸에 남아 있으나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 흔적 기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그림책이다비록 지금은 쓸모없는 형태로 남아 있지만 흔적 기관은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인간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역사다시 말해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이 어떻게 두 개의 다리와 열 개의 손가락과 풍성한 머리카락을 지니게 되었는지개와 뱀야자나무와는 다른 생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책에서는 털세움근(소름), 꼬리뼈사랑니딸꾹질사라진 콩팥 등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소개한다친근감 있는 삽화와 사랑니의 유쾌하고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인류의 역사와 진화에 얽힌 과학사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몸에 생긴 작은 변화가 수백만 년 동안 계속해서 쌓이면 생물은 결국 자기 조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 돼그렇게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탄생하는 큰 변화가 바로 진화야그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바로 새로운 종이 되는 것이고하지만 그 종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여기저기 조금씩 변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의 생물이 될 거야.

(하지만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진화의 어두운 뒷이야기를 들려줄게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그린 이야기도 아니지만 본래 무슨 일이든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법이지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흔적 기관의 이야기야진화가 망가뜨리고모습을 바꿔놓고기억에서 지우고사라지게 만든 이야기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죽겠지그럼 이쪽으로 잘 따라와 봐! / 13p

 

 

 



 

 

 

 

  그거 알고 있니? 1만 4000년 전만 해도 사람의 턱은 32개의 치아가 모두 들어갈 만큼 넓었어그런데 옛 조상들이 야생 식물의 씨앗을 채집해서 땅에 뿌리고 키우기 시작하면서(농경생활더 이상 딱딱한 열매나 질긴 고기와 뿌리를 먹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튼튼한 이와 턱뼈강한 턱 근육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거지그래서 점점 턱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었고그 때문에 나 사랑니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하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당장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야아마 우리 사랑니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년 동안 너희들과 함께 살아갈 거야나뿐만이 아니야흔히 소름이라 부르는 털세움근도 진화 과정에서 털이 사라지면서 남게 된 흔적 기관이지지금 너희들의 몸에는 털이 충분히 자라지 않기 때문에 털세움근이 작동해도 몸을 따뜻하게 하지도더 크고 무서워 보이게 하지도 못하지만 이 작은 근육들은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어.

 

 

 

종아리에도 얇은 원숭이 근육이 있어장딴지빗근이라고 부르는 근육인데 아마 발로 나뭇가지를 잡을 때 사용했을 거야열 명 중 하나는 이 근육이 없지만 다리를 사용하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내가 봐도 재미없는 근육이야.

대신 더 흥미로운 근육을 소개할게아기들한테만 있는 놀라운 원숭이 근육의 힘이지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은 엄청난 힘이 있어웃지도 못하고 몸을 뒤집지도 못하고 코를 긁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움켜쥐는 힘만큼은 대단하다고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매달릴 수도 있을 정도니까이 힘은 태어나서 몇 달이 지나면 사라져하지만 갓 태어난 사람에게 원숭이가 준 힘은 아주 강력해. / 33p

 

 

충수 만세세상의 편견과 달리 쓸모없는 기관이 아니었어이걸 교훈으로 삼자과학자들이 아직 용도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정말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 53p

 

 

우리는 인간의 아기가 엄마 배 안에서 평생 사용할 두 번째 콩팥을 만드는 동안 그 일을 대신해우리 고대 콩팥들이 비밀의 영웅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피를 청소하고 오물을 걸러내지 않는다면 아기는 그 아름답고 복잡한 인간의 콩팥을 영영 만들지 못할 거야하지만 이 두 번째 콩팥 세트가 완성되어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일은 끝나그래서 마법처럼 사라지지우리가 남기는 것은 볼프관과 난소위체라는 멋진 이름의 몇 가지 관이 전부야그게 우리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기억하게 하지우리는 흔적기관이지만 아주 중요하다고! / 74p

 

 

 




 

 

 

 

  나무를 기어오르던 발이 어떻게 달리기를 하는 발이 되었는지어째서 우리 몸에서 털이 사라졌는지욕조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딸꾹질을 왜 하는 것인지우리 인체에 관한 각종 호기심에 다가가다 보면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발견하게 된다오랜 세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이제는 멋지게 퇴장하는 흔적 기관들문득 지금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관들이 먼 훗날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이처럼 이상한 몸 박물관은 우리 몸의 신비는 물론하나하나의 역할과 그에 따른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우리 아이들에게 인체에 관한 과학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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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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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하고매혹적이다!

이제 우리는 피그말리온의 신화가 아닌갈라테이아의 신화로 읽어야 한다!

 

 

 

 

여신이시여어찌하여 저는 이런 배필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요?

이토록 완벽한 여인이 어찌하여 인간이 아니라 대리석이라야 합니까?” / 16p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에는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된 키프로스의 여성들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상아로 완벽한 이상형을 조각해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바로 피그말리온이다그는 조각상을 마치 자신의 진짜 연인인 듯 여기며 입을 맞추고 어루만지더니 급기야 조각상이 진짜 여자로 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그의 기도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결국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생명의 기운을 얻은 조각상은 마침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기 시작한다이후 아프로디테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여인에게는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실제 원본에서는 이름 없는 조각상이었으나 후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딸에게는 파포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후대의 사람들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혹은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이름을 붙여 피그말리온의 신화를 칭송하고 낭만적으로 해석했다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어떤 식으로 사랑에 빠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신화를 비유로 들기도 했다그런데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로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매들린 밀러는 자신의 짧은 소설 갈라테이아를 통해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류가 조각상을 빚음으로써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세우고 아름다운 육체를 추앙함으로써 여성의 순결과 통제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왔다면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과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속에서 인간으로 탄생한 갈라테이아는 과연정말로 행복했을까어쩌면 피그말리온이야말로 인셀(비자발적인 순결주의자여성혐오자)의 전형은 아닐까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그 어떤 목소리도 부여하지 않았다면그리하여 우리의 머릿속에 피그말리온의 이름만 남겨두었다면 이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목소리를 돌려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하고.

 

 

 

그는 잠시 후에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대고 눌렀다.

살아나라살아나라내 생명내 사랑이여살아나라.”

나는 바로 이 순간이슬을 머금은 새끼 사슴처럼 눈을 떠 마치 태양처럼

나를 내려다보는 그를 보고 경외와 감사가 담긴 탄성을

조그맣게 터뜨려야 한다.

그러면 그가 나를 따먹는다. / 19p

 

 

 



 

 

 

 

피그말리온의 신화가 아닌갈라테이아의 신화로

 

 

 

  『갈라테이아라는 제목을 본 순간나는 단박에 미녀와 야수’ 이야기의 원형이라 불리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 바다 님페 갈라테이아의 신화를 떠올렸다이 신화 속에서 갈라테이아는 우윳빛 살결의 아름다운 모습의 전형으로 등장한다그런데 첫 장을 읽는 순간내가 생각했던 신화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이 또 있었던가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사전을 통해 피그말리온이 사랑에 빠진 조각상에게 이 신화 속 님페에서 따온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윳빛 살결모두가 이상향이라고 여길만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염원하며 만들어진 조각상그로부터 탄생된 인간 갈라테이아이 모든 맥락이 가리키는 곳에서 갈라테이아가 자신만의 온전한 이름으로 설 자리는 애초에 없다.

 

 

 

나는 누워서 알맞은 자세를 취했다식은 죽 먹기다워낙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데다 내 머릿속 한구석돌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곳이 내가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반기기 때문이다딱 한 군 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 13p

 

 

 

  이를 보여주듯 갈라테이아에서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온종일 누워 있는 채로 주변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만을 순종적인 태도로 기다리고 있기를 원한다또 임신을 했을 때 그녀의 배가 튼 살 자국을 보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인다마찬가지로 그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딸 파포스의 태도를 보며 이를 간다그에게 있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손길로 빚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에 불과하다이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결말 뒤에 묻혀진 진실은 우리가 꿈꾸는 것만큼 결코 아름답지 않다따라서 메들린 밀러는 이 결말을 뒤엎을 것을 제안한다피그말리온의 세상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두 발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새로운 갈라테이아의 신화를 우리에게 선사하려 한다.

 

 

 

얼굴아빨개져라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 33p

 

 

 




 

 

 

 

  문고본만한 크기에 49쪽에 불과할 만큼 짧은 분량임에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따라 신화는 달리 쓰이고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매들린 밀러는 또 한번 증명해냈다. ‘지배자의 연장으로는 지배자의 집을 부술 수 없다던 오드리 로드의 말처럼새로운 목소리와 언어로 전통이라는 이름의 신화를 깨부수는 매들린 밀러의 이야기를 나는 계속해서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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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진짜 공부 -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강원국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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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성적이 아닌, ‘평생 공부를 위한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는 책!

 

 

 

  아이와 마주앉아 공부하다보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곤 한다그런데 그때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꼭 그런 말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어쩔 수 없이 이 아이도 점수와 성적에 희비가 엇갈리고소위 번듯해 보이는 직업과 자신이 원하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테지만공부를 하는 과정과 목표의 방향이 그 누구도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그건 단순하게 설명하기도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번번이 내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곤 한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에서는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공부라 정의한다내가 누구인지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나를 키우는 진짜 공부를나아가서는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함께하고 협력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까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이자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은 이 책을 통해 10대 청소년에게 진짜 공부의 의미는 물론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아울러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도 우리 자녀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려 한다.

 

 

 

공부할 이유를 찾고공부 근육을 만들고,

공부 역량을 키우고공부의 범위를 확장하라

 

 

 

  ‘진짜 공부를 위한 첫 단추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공부할 마음 준비하기다무슨 일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자신이 공부하려는 목적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나는 이제껏 무엇으로부터 동기를 얻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기를 제안한다그 중에서도 부모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혼나지 않기 위해서즉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부에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또 공부 근육은 물론 마음 근육을 기르는 데도 꼭 필요한 자기 존중감’, ‘자기 효능감’, ‘애호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공부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우선 배우고 익히는 학습(學習)’이 온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울 학()’만 있고 익힐 습()’이 없으면 공부라 할 수 없습니다배우기만 한 것은 내 것이 아니고그것을 익혔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그런데 나의 학창 시절 공부는 배움만 있었어요익힘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지요배운 것을 내재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교육이었습니다나는 배움보다 익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익힘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 18p

 

 

우선 자기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니까 자기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쓸 만한 사람이라고 보는 거죠그뿐 아니라 자기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자아 효능감은 높은 거죠이런 사람은 회복 탄력성도 좋습니다실수를 하거나 실패했을 때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았을 때도 훌훌 털고 일어서는그걸 정리해 내는 힘이 세지요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고어려운 정도가 높은 일에 대해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도전하고그런 결과로 좋은 성과가 나오면 그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는 거죠. / 49p

 

 

 




 

 

 

 

  대한민국의 대표 사상가였던 고 신영복 교수는 담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참된 공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공부는 먼저 머리로 하지만 그다음에는 가슴으로 함으로써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그리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자신을 향한 사색이나 성찰이 없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라 할 수 없다또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손발로 실천함으로써 가슴에서 발까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다시 말해 자기 자신은 좋은 사람이 되고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부의 의미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이처럼 담론의 글귀를 빌어 진정한 공부의 의미와 교육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 이 책의 메시지를 늘 잊지 않고평생 공부의 길잡이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류만큼 먼 거리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동물은 드물다고 합니다빠르지도 힘이 세지도 않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보니 얻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우선 그 일에 정통해집니다연륜도 쌓입니다또 오래 하다 보면 우연히 얻어걸리는 행운도 맛보게 됩니다그뿐 아니라 그 분야 사람들과 교류가 쌓이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집니다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지속하는 것 자체가 성공입니다계속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습니다. / 80p

 

 

 

  이 외에도 책에는 공부 철학으로 삼을 만한 귀한 메시지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100점 맞을 욕심으로 덤벼 들어 98, 96, 94점으로 점수가 깎이는 것이 아닌, 0점에서 출발해 2, 4, 6점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도전을 해볼 것’, ‘부진과 침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공부가 읽기와 듣기라면 최종적으로는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기가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공부 마인드를 전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공부 잘 하는 법을 강조하는 책들은 넘쳐나지만 그 전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이라 청소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성적표에 낙제 점수를 쓸 때 실패를 뜻하는 ‘F(Failed)’로 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그 대신 아직이란 뜻의 ‘NY(Not Yet)’라고 쓴다고 한다당장 잘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교육실패하고 실수했을 때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교육 문화가 보다 절실해진 지금나의 아이에게도 틀렸다가 아니라 아직이라는 말을 더 자주 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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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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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 목욕탕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담고 있나요?

이 책 덕분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목욕탕의 온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목욕탕 도감은 도쿄지바교토미에 등 지역 내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일본 목욕탕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한때 건축가였던 저자는 번아웃이 오자 친구와 의사의 권유로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했고그때부터 목욕탕이 가진 특별한 매력과 온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목욕탕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이때부터 목욕탕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친구에게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해 목욕탕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책을 펼쳐보다 보면 목욕탕을 향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이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아이소메트릭이라고 하는 건축도법을 사용해 대중목욕탕 건물 내부를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한 것은 물론, 24곳의 목욕탕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다른 풍경을 구석구석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다정다감한 그림체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숨에 목욕탕의 세계로 퐁당 빠져들게 한다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릴 적부터 주말마다 찾아갔던 우리 동네 목욕탕의 풍경이그 안에서 메아리쳤던 어른들의 수다가목욕탕을 나오면서 꼭 마셔주었던 바나나 단지우유 같은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당장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목욕탕에는 확실히 사람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다.”

 

 

 

  JR고엔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1933년에 창업해 9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고스기유를 만날 수 있다이곳은 실제 건축사를 그만두고 목욕탕 지배인으로 이직한 저자가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이 흔히 냉탕과 열탕으로만 구분된 것과 달리이곳은 우유탕제트탕열탕 외에도 맥주탕이나 영귤탕과 같은 신선한 소재의 욕탕을 자주 기획한다고 한다또 정기휴일이나 영업시간 전에는 댄스이벤트라이브공연토크이벤트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대합실과 갤러리에서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전시가 항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이다.

 

 

 




 

 

 

 

  고스기유만이 아니다책을 넘기다보면 일본은 정말 목욕탕 문화에 진심인 곳이구나!’ 하고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그 정도로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목욕탕이 상당히 많다목욕 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아사히 맥주에서 맥주 마이스터 공인을 받기도 한 도쿄 닛포리 사이토유’, 나무데크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천정 저편으로 스카이트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노천탕 도쿄 오시아게 다이코쿠유’,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온천과 벚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되는 기상천외한 지바 나라시노 구아팔레스’, 호박탕이나 보졸레 누보 와인탕똠양꿍탕과 같이 특색 있는 욕조를 운영하는 도쿄 스미다 야쿠시유’ 등 일본 곳곳에서 목욕탕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도고시 긴자 온천은 빌딩형 목욕탕으로 1960년에 창립했다. 2007년 건축가 이마이 겐타로의 설계로 리뉴얼하면서 질리지 않는 목욕탕’ 콘셉트로 여탕과 남탕이 매일 바뀌는 츠키노유(달의 탕)와 히노유(해의 탕)를 만들었다두 욕탕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전혀 다른 목욕탕에 온 기분이 든다. / ‘도쿄 도고시 긴자 온천 치키노유’ 편 중에서 37p

 

 

발끝으로 깊이를 확인해가면서 욕조 안의 계단을 내려가 안쪽 벽에 등을 가져다 댄다기분 좋은 온도에 몸의 긴장이 스르륵 풀린다천장을 올려다보니 조금 높은 위치에 창문이 활짝 열려 있고 벚꽃이 만개해 있다바깥에서 실내까지 뻗어 들어온 나뭇가지에서 벚꽃 잎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검은 온천수에 내려앉는다몽환적인 광경이다바깥에서 들어온 바람 소리사람들이 몸에 물을 끼얹는 소리조용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아하게 벚꽃놀이를 즐겼다. /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편 중에서 59p

 

 

 





 

 

 

 

  책을 읽다보면 목욕탕을 공동체의 커뮤니티이자 도심의 문화공간으로목욕탕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해낸 그들의 마인드가 참 인상적이다감각적인 현대 문화와 과감하게 융합하는 모습도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우직하게 살아남아 역사와 전통을 맥을 이어가는 모습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참신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열의에 감탄하게 된다무엇보다 일본에는 목욕탕 벽화 장인이나 목욕탕 전문 건축가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목욕탕에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느낄 수 있다덕분에 일본에 간다면 한 번쯤 목욕탕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발가벗은 채로 대화를 나누는 이 커뮤니티가 소중하게 여겨집니다서로 발가벗은 채라면 나이도 직업도 상관없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무엇보다 욕실에서만 주고받는 대화니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얕은 것도 아니예요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만큼 따스하고 견고한 관계가 형성됩니다그래서 대중목욕탕의 커뮤니티는 남다른 점이 있어요이런 얕으면서도 견고한 관계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평소 SNS를 통해 익명성 커뮤니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여러분도 다정하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독자적이고 특별한 대중목욕탕만의 커뮤니티를 경험해보세요. / 104p

 

 

 

  이 외에도 책에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욕탕을 즐기는 방법들을 만나볼 수 있다목욕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일본의 독특하고 특별한 목욕탕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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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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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이 뜨거운 역사가 우리에게 건네는 목소리!

형용할 수 없는 이 통증의 기록이 더 이상 돌림노래가 되지 않기를!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9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역에 진도 7.9급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했다관동 지역 일대가 궤멸되다시피 했다사망자를 비롯해 행방불명자만 해도 14만 명이재민이 340만 명에 달하는 국가 초유의 재난이었다그런데 이 혼란스러운 상황과 사회 불안 속에서 이상한 유언비어가 퍼지기 시작했다조선인이 밭에서 작물 훔쳐 갔다상점 약탈했다여성들을 강간하는 것도 모자라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낭설이 불길처럼 일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이민자나 유학생을 제외하고서도 그해에만 대략 2만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노동자로 이주해 있던 때였다지진이 발생한 당일경찰이 주도해 유언비어를 공식적으로 확산시키기 전부터도 조선인을 공격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목격되었다다음 날에는 간토 지역 전체에 급조된 자경단과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간토 지역에서만 무려 1,593개의 자경단이 일제히 활동을 개시했다. “좋은 조선인도 나쁜 조선인도 죽여라.” 그들은 조선인과 마주치기만 해도 무기를 들었다조선인으로 의심받았던 중국인이나 조선인을 도운 일본인까지도 학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을 무참히 죽였다무간지옥이 따로 없었다.

 

 

 

새롭게 쓰인다는 것에 대하여

 

 

  마침 올해가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가 되는 해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나는 부끄럽게도 관동 대지진은 알았으나 조선인 대학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지진이라는 거대한 이미지에 경도되어 있었던 것인지학살의 피해자들을 위한 조직적인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미처 미치지 못한 것인지나는 어째서 까마득하게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을까실제로 공권력이 독려하여 덮어버린 사건이었으며 대부분이 불문에 부쳐져 아직까지도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하니 학살의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줄 길이 사라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다.

 

 

 



 

 

 

 

  이에 작가 황모과는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껏 묵인되고지워지고은폐됨으로써 무수하게 사라진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한다그러나 단순히 기술적인 재건을 의미하는 것이 복원이라면황모과는 단순히 광기와 혐오의 역사를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용할 수 없는 이 통증의 기록이 더 이상 돌림노래가 되지 않도록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연거푸 제안한다. ‘타임 루프(주인공 및 주변인물들이 특정 시간대에 갇혀서 똑같은/비슷한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라는 소설적 장치를 통해 과거를 바꾸고 싶은 욕망과 끝내 바꿀 수 없는 역사의 괴리 사이에서 고뇌하고 환기하고 침묵을 부수어 회복을 모색하는 심리적 토대를 마련해나간다.

 

 

 

싱크로놀로지 채널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현장을 관찰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다일어난 현상을 되돌릴 수는 없다과거의 현상 사이를 탐험할 수 있을 뿐 과거 자체에 변형을 가할 수는 없다하지만 민호는 기대했다시스템을 통해 당대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면그 순간 말을 전할 수 있다면최소한 도망치라고 소리라고 지를 수 있다면 한두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는 건 아닐까자신이 간 곳에서라도 학살을 막아낸다면 그건 진상을 밝히는 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 19p

 

 

민호는 사료의 신빙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다 자주 나가떨어지곤 했다증거를 가져오라는 사람일수록 진상을 알고도 외면하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민호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검증된 증거가 있어야만 증면된다면 100년쯤 지나 생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기억조차 희미해지면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일도 없던 일이 되리라는 기대 섞인 믿음과 닿아 있다모두의 기억이 퇴색되어 자신들의 죄악까지 희미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 68p

 

 

다카야는 이번 생에도 목격했다그해 일본인을 살해한 자 몇몇이 지극히 가벼운 형 집행을 받았을 뿐조선인을 살해한 자들은 대부분 무죄로 석방되었다공권력이 작정하고 공문서를 소멸하는 것을생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유족들이 영영 찾을 수 없도록 치밀하고 오나벽하게 유해를 은닉하는 것을어린이들의 수기까지 꼼꼼하게 삭제하는 것을 보았다철저하게 기획된 은폐였다전부 똑똑히 지켜보았다. / 182p

 

 

 




 

 

 

 

  순사들이 동네를 돌며 확성기로 조선인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선동된 광기와 위협에 교육받지 못한 하층민들뿐 아니라 지역 유지대학 교수아름다운 글을 쓰던 작가들도 무기를 들었다이에 저항하기 위해 백정 출신인 조선인 달출은 죽을 줄 알면서도 저들에게 달려들며 속으로 외친다. ‘끈질긴 놈들이라 그냥은 안 죽었다고 알려줘야 허니께앞으로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큰일을 저질렀다고 기억하게 해줘야제죽어가면서도 눈을 부라려줘야제!’ 그의 울분에당시 조선인들이 겪었을 분함과 애통함에 눈물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그럼에도 도무지 누구의 묘비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능욕의 흔적들을 뒤로 하고새로 새워진 달출의 추모비가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역사는 바뀌지 않아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리라이것이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며 이 불온한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미더운 이유다.

 

 

 

약자에 대한 혐오가 조장되고 장려되는 한민중의 민중에 대한 학살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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