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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몸 박물관 - 이토록 오싹하고 멋진 우리 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ㅣ 과학이 동동 그림책
레이철 폴리퀸 지음, 클레이턴 핸머 그림, 조은영 옮김 / 동녘주니어 / 2023년 8월
평점 :

사랑니와 함께 떠나는 이상한 몸 박물관!
우리 몸의 흔적 기관을 통해 인류의 진화에 대한 호기심에 다가가는 흥미로운 그림책!
이상한 몸 박물관에 방문한 친구들, 안녕! 나는 ‘지혜의 치아’라고 불리는 사랑니야. 그만큼 똑똑하고 튼튼하지. 내가 너희들의 입속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나를 하찮게 생각하지는 말아 줘. 지금은 버려지듯 남겨지긴 했어도 한때는 나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고 또 멋진 일을 해냈다구. 이처럼 한때는 중요한 신체 부위였지만 진화 과정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몸에서 사라졌거나, 쪼그라들었거나, 망가졌거나, 또는 아주 이상한 상태로 남게 된 기관들을 ‘흔적 기관’이라 부른단다. 그런데 그거 아니? 너희 몸에 그런 부위가 의외로 많다는 거? 앞으로 내가 소개할 ‘이상한 몸 박물관’에는 바로 이러한 흔적 기관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어. 이제부터 나, 사랑니가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 너희들과 함께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볼 거야. 어때, 재미있겠지? 얼른 출발해볼까?
한때는 소중했던, 우리의 흔적 기관들에 대하여
『이상한 몸 박물관』은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혹은 우리 몸에 남아 있으나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 흔적 기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그림책이다. 비록 지금은 쓸모없는 형태로 남아 있지만 흔적 기관은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인간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역사’다. 다시 말해,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이 어떻게 두 개의 다리와 열 개의 손가락과 풍성한 머리카락을 지니게 되었는지, 개와 뱀, 야자나무와는 다른 생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털세움근(소름), 꼬리뼈, 사랑니, 딸꾹질, 사라진 콩팥 등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소개한다. 친근감 있는 삽화와 사랑니의 유쾌하고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인류의 역사와 진화에 얽힌 과학사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몸에 생긴 작은 변화가 수백만 년 동안 계속해서 쌓이면 생물은 결국 자기 조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 돼. 그렇게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탄생하는 큰 변화가 바로 진화야. 그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바로 새로운 종이 되는 것이고. 하지만 그 종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여기저기 조금씩 변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의 생물이 될 거야.
(…) 하지만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진화의 어두운 뒷이야기를 들려줄게. 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그린 이야기도 아니지만 본래 무슨 일이든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법이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흔적 기관의 이야기야. 진화가 망가뜨리고, 모습을 바꿔놓고, 기억에서 지우고, 사라지게 만든 이야기.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죽겠지? 자, 그럼 이쪽으로 잘 따라와 봐! / 13p


그거 알고 있니? 1만 4000년 전만 해도 사람의 턱은 32개의 치아가 모두 들어갈 만큼 넓었어. 그런데 옛 조상들이 야생 식물의 씨앗을 채집해서 땅에 뿌리고 키우기 시작하면서(농경생활) 더 이상 딱딱한 열매나 질긴 고기와 뿌리를 먹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 튼튼한 이와 턱뼈, 강한 턱 근육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거지. 그래서 점점 턱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나 사랑니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당장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야. 아마 우리 사랑니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년 동안 너희들과 함께 살아갈 거야. 나뿐만이 아니야. 흔히 소름이라 부르는 털세움근도 진화 과정에서 털이 사라지면서 남게 된 흔적 기관이지. 지금 너희들의 몸에는 털이 충분히 자라지 않기 때문에 털세움근이 작동해도 몸을 따뜻하게 하지도, 더 크고 무서워 보이게 하지도 못하지만 이 작은 근육들은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어.
종아리에도 얇은 원숭이 근육이 있어. 장딴지빗근이라고 부르는 근육인데 아마 발로 나뭇가지를 잡을 때 사용했을 거야. 열 명 중 하나는 이 근육이 없지만 다리를 사용하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 내가 봐도 재미없는 근육이야.
대신 더 흥미로운 근육을 소개할게. 아기들한테만 있는 놀라운 원숭이 근육의 힘이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은 엄청난 힘이 있어. 웃지도 못하고 몸을 뒤집지도 못하고 코를 긁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움켜쥐는 힘만큼은 대단하다고.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매달릴 수도 있을 정도니까. 이 힘은 태어나서 몇 달이 지나면 사라져. 하지만 갓 태어난 사람에게 원숭이가 준 힘은 아주 강력해. / 33p
충수 만세! 세상의 편견과 달리 쓸모없는 기관이 아니었어! 이걸 교훈으로 삼자. 과학자들이 아직 용도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정말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 53p
우리는 인간의 아기가 엄마 배 안에서 평생 사용할 두 번째 콩팥을 만드는 동안 그 일을 대신해. 우리 고대 콩팥들이 비밀의 영웅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피를 청소하고 오물을 걸러내지 않는다면 아기는 그 아름답고 복잡한 인간의 콩팥을 영영 만들지 못할 거야. 하지만 이 두 번째 콩팥 세트가 완성되어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일은 끝나. 그래서 마법처럼 사라지지. 우리가 남기는 것은 볼프관과 난소위체라는 멋진 이름의 몇 가지 관이 전부야. 그게 우리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기억하게 하지. 우리는 흔적기관이지만 아주 중요하다고! / 74p



나무를 기어오르던 발이 어떻게 달리기를 하는 발이 되었는지, 어째서 우리 몸에서 털이 사라졌는지, 욕조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딸꾹질을 왜 하는 것인지, 우리 인체에 관한 각종 호기심에 다가가다 보면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세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이제는 멋지게 퇴장하는 흔적 기관들! 문득 지금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관들이 먼 훗날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이상한 몸 박물관』은 우리 몸의 신비는 물론, 하나하나의 역할과 그에 따른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 우리 아이들에게 인체에 관한 과학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