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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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 목욕탕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담고 있나요?

이 책 덕분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목욕탕의 온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목욕탕 도감은 도쿄지바교토미에 등 지역 내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일본 목욕탕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한때 건축가였던 저자는 번아웃이 오자 친구와 의사의 권유로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했고그때부터 목욕탕이 가진 특별한 매력과 온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목욕탕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이때부터 목욕탕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친구에게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해 목욕탕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책을 펼쳐보다 보면 목욕탕을 향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이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아이소메트릭이라고 하는 건축도법을 사용해 대중목욕탕 건물 내부를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한 것은 물론, 24곳의 목욕탕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다른 풍경을 구석구석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다정다감한 그림체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숨에 목욕탕의 세계로 퐁당 빠져들게 한다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릴 적부터 주말마다 찾아갔던 우리 동네 목욕탕의 풍경이그 안에서 메아리쳤던 어른들의 수다가목욕탕을 나오면서 꼭 마셔주었던 바나나 단지우유 같은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당장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목욕탕에는 확실히 사람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다.”

 

 

 

  JR고엔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1933년에 창업해 9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고스기유를 만날 수 있다이곳은 실제 건축사를 그만두고 목욕탕 지배인으로 이직한 저자가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이 흔히 냉탕과 열탕으로만 구분된 것과 달리이곳은 우유탕제트탕열탕 외에도 맥주탕이나 영귤탕과 같은 신선한 소재의 욕탕을 자주 기획한다고 한다또 정기휴일이나 영업시간 전에는 댄스이벤트라이브공연토크이벤트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대합실과 갤러리에서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전시가 항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이다.

 

 

 




 

 

 

 

  고스기유만이 아니다책을 넘기다보면 일본은 정말 목욕탕 문화에 진심인 곳이구나!’ 하고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그 정도로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목욕탕이 상당히 많다목욕 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아사히 맥주에서 맥주 마이스터 공인을 받기도 한 도쿄 닛포리 사이토유’, 나무데크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천정 저편으로 스카이트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노천탕 도쿄 오시아게 다이코쿠유’,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온천과 벚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되는 기상천외한 지바 나라시노 구아팔레스’, 호박탕이나 보졸레 누보 와인탕똠양꿍탕과 같이 특색 있는 욕조를 운영하는 도쿄 스미다 야쿠시유’ 등 일본 곳곳에서 목욕탕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도고시 긴자 온천은 빌딩형 목욕탕으로 1960년에 창립했다. 2007년 건축가 이마이 겐타로의 설계로 리뉴얼하면서 질리지 않는 목욕탕’ 콘셉트로 여탕과 남탕이 매일 바뀌는 츠키노유(달의 탕)와 히노유(해의 탕)를 만들었다두 욕탕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전혀 다른 목욕탕에 온 기분이 든다. / ‘도쿄 도고시 긴자 온천 치키노유’ 편 중에서 37p

 

 

발끝으로 깊이를 확인해가면서 욕조 안의 계단을 내려가 안쪽 벽에 등을 가져다 댄다기분 좋은 온도에 몸의 긴장이 스르륵 풀린다천장을 올려다보니 조금 높은 위치에 창문이 활짝 열려 있고 벚꽃이 만개해 있다바깥에서 실내까지 뻗어 들어온 나뭇가지에서 벚꽃 잎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검은 온천수에 내려앉는다몽환적인 광경이다바깥에서 들어온 바람 소리사람들이 몸에 물을 끼얹는 소리조용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아하게 벚꽃놀이를 즐겼다. /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편 중에서 59p

 

 

 





 

 

 

 

  책을 읽다보면 목욕탕을 공동체의 커뮤니티이자 도심의 문화공간으로목욕탕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해낸 그들의 마인드가 참 인상적이다감각적인 현대 문화와 과감하게 융합하는 모습도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우직하게 살아남아 역사와 전통을 맥을 이어가는 모습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참신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열의에 감탄하게 된다무엇보다 일본에는 목욕탕 벽화 장인이나 목욕탕 전문 건축가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목욕탕에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느낄 수 있다덕분에 일본에 간다면 한 번쯤 목욕탕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발가벗은 채로 대화를 나누는 이 커뮤니티가 소중하게 여겨집니다서로 발가벗은 채라면 나이도 직업도 상관없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무엇보다 욕실에서만 주고받는 대화니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얕은 것도 아니예요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만큼 따스하고 견고한 관계가 형성됩니다그래서 대중목욕탕의 커뮤니티는 남다른 점이 있어요이런 얕으면서도 견고한 관계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평소 SNS를 통해 익명성 커뮤니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여러분도 다정하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독자적이고 특별한 대중목욕탕만의 커뮤니티를 경험해보세요. / 104p

 

 

 

  이 외에도 책에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욕탕을 즐기는 방법들을 만나볼 수 있다목욕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일본의 독특하고 특별한 목욕탕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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