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 목련꽃이 곱게 피었구나
제주도 어느 성황당엔
글 모르는 할머니들이 흰 천을 가슴에 쓱쓱 문질러서
나무에 매달아 놓았더라...
저마다의 소망이 바람에 하얗게 나부끼더구나...
그 해녀할머니들의 흰 천과
네 지갑속의 해독이 힘든 부적과
오늘 아침 목련꽃 아래서의 나의 마음이 어찌 다를까..
내 사람들이 아프지않기를..
내 사람들이 안녕하기를...
어릴 적 뛰놀던 골목길..
깡통차기하던 친구들 모두 어디로 숨었을까..
술래가 되어 대낮에 나 홀로 남겨진 듯 하네.
떡장수 미아 고모네 집 앞,
둑에는 꽃술이 노오란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었는데..
아무리 달려도 리어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미아 아버지 목마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참 넓어 보이던 고향집 앞 골목길..
울 엄마 손목처럼 가늘어졌구나.
골목도 나이를 먹나보다.
당신이 기뻐하거나,
당신이 슬퍼하거나,
당신이 행복해하거나,
당신이 불행해하거나,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겠지만,
나에게 전부인 당신
<어쩌면,어쩌면,어쩌면/박광수>중에서
절벽
사람은 누구나
절벽 하나씩 제 등에 매달고 다니지
아득하거나
아찔한 낭떠러지
뒤를 돌아보면 너무 무서워
그래서
인간은 앞만 본단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감정수업/강신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