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중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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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윤선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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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을 배워가는 것

쓸쓸함을 견뎌내는 것

끝내

쓸쓸함 그 자체가 되는 것

삶이란,

 

                              2015.2.13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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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껓밥 튀겨 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 갈 일이다

 

눈 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 뜨면,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불라우수에 그 꽃 그늘 밟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이 세상 한 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장사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여기서 더 물다 가고 싶다/황지우

 

'책은 도끼다 ' 읽다가 좋아서 옮겨온 시...

올 봄,튀밥처럼 터지는 벚꽃 아래서 아마 이 시를 생각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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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10-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책을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주인공세계에 완전 동화되는 권리

아무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 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내어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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