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1
울라브 하우게 지음, 임선기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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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정원사시인. 세상에 이렇듯 딱 아귀가 맞는 일을 찾아 누린 사람이 쓴 시는 보지 않고도 마음에 들것 같았다. 역시 받아든 책 사이에선 정원사 같은 바람, 비, 눈. 나무 냄새가 흠뻑 배어 있다.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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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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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드 포드의 서문은 거짓없이 이 책을 반영한다.
‘가벼운 나날은 비교적 길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소설이 그러하듯, 인간에 대한 견해가 아주 미묘하고 그 소설적인 효과는 너무 풍성하고도 다양하며, 의도하는 바는 거대해서 요약하기 쉽지 않다.‘
‘이 문장들은 너무나 정교하게 선택된 단어들로 구성되고 너무나 절묘해서 우리는 이 소설이 지알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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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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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과 괴도루팡에 빠져있을 때 집안 어른들은 007시리즈를 돌려 보며 ‘스파이 소설의 매력에 빠짐 헤어나기 어렵지‘ 하셨다. 영화관에서 본드걸을 동반하는 뻔한 냉전시대의 산물로만 치부해버리곤 어느날 그 책들이 사라져 버렸을 때도 아쉬움이 없었다. 그러다 입소문으로 듣고 보게 된 영화 속 게리 올드만은 우아했다.
책과 영화를 번갈아 세 번쯤 반복해 보고서야 인물들을 이해한 나의 모자람을 볼 때마다 더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음과 읽을 때마다 과하게 빨라지는 속도감으로 대신했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첩보전의 마지막 단계쯤를 그리고 있어서 고문의 끔직함이나 체포 작전의 긴박함 없이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매력이 있다.
첩보소설을 전통소설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찬사에 호응하며 이제사 사라진 책들에, 그 때 넘겨보지 못 한 아쉬움에 알싸했다.

‘결국 일정한 시기가 되면 누구나 선택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물러설 것인가? 현대풍이라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 모든 바람에 떠밀려 기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명예로운 것이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붙들고 딱 버티는 것., 그 시대의 참나무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스파이 훈련학교의 교장 스티드-에스프리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실들을 알아내라. 그런 다음 그것들이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지 옷처럼 입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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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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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기의 러시아는 늘 궁금했다. 볼세비키 혁명과 스탈린의 숙청이 휩쓸던 공포의 시대에, 봉건주의에서 모든 것을 바로 건너 뛴 그 혼란의 시대를 그들은 어떻게 건넜을까 싶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나 익히 읽은 시베리아 유배나 KGB의 공포 뿐이었을까?
작가도 이렇게 시작했는지 모른다. 모든 지위를 빼앗긴 귀족들이 모두 유럽으로 빠져 나가진 않았을테니. 호텔 안에 유배된 백작. 이 한계 많은 삶을 백작은 유유히, 제분수껏 살아낸다. 우리도 지구 안에 갇힌 건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두께로 러시아소설을 읽은듯한 뿌듯함을 얻은 건 덤이었다.

인생에서 정 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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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하는 돌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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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난 옛 탐정소설 패턴.
휴양지, 부유한 집안, 자식들이 재산을 탕진할까 염려한 아버지와 그런 부모의 사랑을 갈망한 자식들의 불화가 야생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오래 되었으나 정겨운 호텔을 배경으로 혼란스런 살인사건을 야기한다.
사려깊고 통찰력과 품위마저 갖춘 가마슈 경감은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 독자마저 지나쳐 간 듯한 인물상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지역과 영어권 지역의 차이를 이용한 대화가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한 몫 하는 재미도 있다.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거의 그렇지요., 가마슈가 말했다. ‘너무 작아서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조차 안습니다. 너무 작아서 다가오는데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사람 속을 파고들어 박살 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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