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1
울라브 하우게 지음, 임선기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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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정원사시인. 세상에 이렇듯 딱 아귀가 맞는 일을 찾아 누린 사람이 쓴 시는 보지 않고도 마음에 들것 같았다. 역시 받아든 책 사이에선 정원사 같은 바람, 비, 눈. 나무 냄새가 흠뻑 배어 있다.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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