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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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로스의 글은 진지한 토론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든다. 진지한 주제를 던져주고 사방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흔히 한 문단이 한 페이지를 넘어간다. 그래도 가끔 묻고 싶어질 때 쓴 약처럼 효과가 있다.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모두가 알고 있다니 ...... 어떤 일이 어떻게 해서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지를 안다고? 인간사를 규정하는 사건들, 불확실성들, 사고들, 불화, 충격적인 부조리의 연속인 난맥상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도? 아무도 알 수 없을거요, 루교수. ‘‘ 모두가 알고 있다.‘‘ 라는 말은 상투어를 이용한 호소인데, 경험을 진부하게 만들어버리는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못 견디게 싫은 것은, 상투어
를 내뱉는 자들의 위선적인 진중함과 권위의식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상투적
이지 않은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아는 것도 알지 못 한다. 의도? 동기? 결과? 의미? 모르는 건 전부 놀랍게 느껴진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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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파수꾼
켄 브루언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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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표지에 반해서 조금은 무모하게 선택했다. 호퍼의 그림과 근사하게 어울리기를 기대했다.
요즘 다시 주목받는, 전쟁전후 시기의 불안한 사회와는 다르게 우아하고 근사했던 정장차림의 패션이 거리에 넘쳐나던 시대가 펄쳐질 것 같았다. ‘우아한 여인‘을 읽고 난 후여서 이미지가 겹쳤나 보다.
아일랜드 하드보일러의 지평을 열었다는 책에선 알콜냄새가 진동한다. 아이랜드 경찰 ‘가즈‘는 아이랜드의 역사속에서 그 역활이 비대해졌고 그런 만큼 부패해졌던 모양이다.
아일랜드 최초의 사설탐정이 되어 의뢰 받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보다 알코을의즌증과의 사투를 안타깝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런 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곳곳에 인용되는 다른 책들의 구절은 같은 독자의 입장으로 들여다보는 착각을 일으킨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신은 나를 탐지자로 만드셨다!‘ 이러면서 법석을 떨거나 하진 않았다. 신은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냥 신이 있고. 아일랜드 버전의 신이 있다. 그래서 가끔 신이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참견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빈틈을 보이면 무슨 별자리 태생인지 물어볼 것만 같았다. 숙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그런 술집을 찾았을 때 가장 부탐스러운 건 의욕에 찬 바텐더의 서비스였다. 숙취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 건 바텐더의 퉁명스러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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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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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와우! 한둘도 아닌 커다란 장정들이 복수심에 불타는 여인과 권총 한자루, 정체가 불분명한 니트로글리세린 한 병 때문에 87분서의 한 방에서 옴짝달싹을 못 하는 이야기라니. 그나마 복수를 당해야 할 당사자가 다른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바깥공간이 없다면 답답함에 숨이 막혔을테지.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코르크 마개가 뽑히자 긴장이라는 홍수가 약해진 마음의 둑을 넘어 사라지고 불안이라는 진흙만이 남겨졌다.
오히려 불안감이 더 나빴다. 그는 그게 드러나지 않길 바랬다.‘

‘그에게 있어 용기나 영웅적인 삶은 현실적인 게 아니었다. 그는 이 방에 있는 형사 모두가 숱한 현장에서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기라는 것은 순간적인 필요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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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심리학 - 우리는 왜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신동근 추천 / 반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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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계대전이 사라진 세상엔 오히려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살상과 참혹함이 끊임없이 계속 이어졌다. 영토확장이란 명분도 사라진 세상에 끊임없이 난민의 행렬이 생겨나고 여성학대와 살인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보급이후엔 보복성 사이버테러까지 인간성 상실은 극에 달한다. 종교가 한 몫을 크게 거든다는 것은 식상하기까지한 진실이다.
그런 불행들이 모두 복수심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 더 당황스럽다. 커다란 악행들이 인간의 치졸함으로 진행되어 진다는 사실은 슬프기까지 하다.
책엔 이것을 풀 뽀쪽한 수가 없다. 복수심리를 본능으로만, 그것의 순기능도 있음을 이야기 하기엔 파생되는 문제가 너무 과하다.
인간 세상에 야후의 이상세계가 구현되지 않고서는 해결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결국 제대로 된 지식을 배우고, 올바른 정치가 정의와 공정을 펼쳐 사회의 불균형과 사각지대까지 들여다 보고 치유 해야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집단 심리는 불안에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각국의 모습이 지금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잔혹한 독재 정치가 끝나면 그동안 압제로 고통당한 사람들에게서 복수와 사법정의에 대한 욕망이 뜨겁게 분출된다. 그런데 이 정당한 요구가 찬밥 취급을 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새 정권이 통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지난 정권 지지층의 반발을 피하는데 급급하면 그렇게 된다.‘


‘전쟁은 꾸준히 비인간화 하고, 전쟁이 나면 인정이 가장 먼저 총에 맞아 죽는다......강간은 대개의 군법과 교전수칙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전쟁만 났다 하면 여성 혐오성 폭력이라는 괴물이 뛰쳐 나온다. 적국의 여성은 이중으로 공격대상이 된다. 그들은 적이다. 따라서 더럽혀져도 ‘싸다‘. 거기다 그들은 여성이다. ‘약하고‘ ‘순하다‘는 이유로, 또는 ‘하찮고‘ ‘물러터졌기‘ 때문에 착취되고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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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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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나치가 아니라 루마니아지역의 독일인 가정을 찾아내서 식구중 누군가를 러시아 수용서로 데려가 쓸데없는 노역과 죽을 정도의 배고픔에 매달려 인간의 밑바닥을 보이며 살게 하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으로 돌려보내 또 다시 타인의 처지로 부유하는 삶을 살게 하는 인간의 이 따위 행위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헤르타 뮐러는 이런 상황을 고발문학의 형태로,
이런 상황에 맞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아서 새로 만들어야만 했다는 듯 숨그네, 심장삽, 배고픈천사 등 새로 조합한 단어를 사용한다. 육십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배고픈천사를 식사 때마다 마주하고 숟가락과 포크 사용에 당황하며.


‘배고픈 천사는 입 안에, 내 입천장에 오롯이 매달린다. 그건 배고픈 천사의 저울이다. 배고픈 천사가 내 눈을 제 안경처럼 덧쓰고, 심장삽은 현기증을 일으키고, 석탄은 흐릿하게 보인다. 백고픈 천사가 내 뺨을 그의 턱 위에 끼워 맞 춘다. 그리고 내 숨결을 그네 뛰게 한다. 숨그네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이다.‘

‘그는 나의 대리형제다. 내 생사를 모르는 부모님이 아이를 만들었다. 어머니는 태어났다는 말을 출생이라고 줄여 썼듯, 죽었다는 말도 사망이라고 쓸 것이다. 어머니는 이미 그렇게 했다. 어머니는 하얀 박음질 땀이 부끄럽지 않을까. 내가 그 한 줄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안다면.
너는 거기서 죽어도 돼. 그게 내 입장이야. 집에 입 하나 준 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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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4-1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헤르타 뮐러를 독일 작가로
봐야 할 지 아니면 루마니아 작가
로 봐야 할지 궁금하네요...

2020-04-10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