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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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로스팅이 어쩌고 원두, 생두가 어쩌고 하는 것은 전혀 모르고 연아가 광고한 커피믹스를 좋아하고 늘씬한 남자 탤런트가 광고한 원두커피를 즐기며 커피전문점에 가서 가끔 카푸치노를 마시고 하는 정도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에 가면 커피원두의 산지가 이름으로 정해진 메뉴를 보기도 하지만 몇 번 마셔 본 결과 내 입에는 맞지 않아 두 번째 갈 때에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다. 고등학교 때부터 커피를 마신 것 같다. 당시 캔커피가 대유행이었고 저녁을 먹은 후 친구들과 운동장을 거닐며 매점 자판기에서 산 캔커피를 마시는 게 고3시절 낙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아 마셨지만 나는 달달한 게 맛있어서 마셨다. 캔커피 하나를 싹 비워도 야간자율학습시간에는 어김없이 잠이 쏟아졌다. 군시절에도 많이 마셨다. 밤샘근무가 주요 업무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결혼한 후부터는 하루 2-3잔 정도로 엄격하게 아내에게 관리를 받고 있다. 많이 마시지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커피를 마신다. 맛있다. 커피를 마셔서 잠을 쫓아내 본적은 없지만 왠지 피로도 풀리는 것 같고 무엇보다 맛있으니까^^

이제는 커피가 아주 일반적인 기호 식품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커피전문점이 넘쳐 나고 한 건물에도 여러 개 상호의 가게가 입점 되어 있는 현실이다. 정확한 통계치는 모르겠지만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상상은 해본다. 2000년대 초반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커피전문점이라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군 제대 후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것 같다.

 


“최고의 에스프레스였다. 천천히 조금만 마시려고 했는데 입을 댄 순간 그냥 벌컥해버렸다. 시합용이나 특별한 접대용이 아닌 매장의 하우스 에스프레소가 이 정도로 좋다니 정말 놀라웠다. 현재까지 마셔본 에스프레소 중 최고였다.” (p.50)

 

에스프레소는 딱 한번 마셔 봤다. 체인점 형태의 커피전문점이 생기기 전이던 대학 1학년 때 학교 앞 [첼로]라는 커피숖이었다.

“에스프레소?? 이거 뭐고? 함 먹어 보까?”

친구와 에스프레소 두 잔을 주문했는데, 이런. 간장종지에 담긴 시커먼 커피였다. 일단 양이 너무 적어 실망했는데 맛은 더 가관이었다. 무슨 이런 걸 파는가 싶을 정도로 썼다.^^

 

이 책 「카페마실」의 저자는 승무원이면서 바리스타인 사람인 듯 하다. 아직 매장을 오픈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승무원인 직업 특성 상 외국에 많이 나가게 되는데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일본 등지의 유명한 커피전문점을 다니며 매장의 독특한 커피의 맛에서부터 인테리어 주 고객층, 바리스타와의 짧은 인터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가 최고의 에스프레소라고 칭송한 사진의 에스프레소를 보니 [첼로]에서 호기심에 주문했다가 낭패를 봤던 간장종지 에스프레소가 생각 나 한참을 웃었다.^^

최고의 에스프레소라고 하지만 나는 전혀 마셔보고 싶지 않다.

 

 

“세계 3대 커피 강국 중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 그 오스트레일리아 내에서 1등인 카페의 커피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p.118)

 

호주가 세계 3대 커피 강국 중 하나인지 몰랐다. 관심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국은 몇 위쯤 되는 지 문득 궁금했다.

바리스타 세계대회 같은 것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대회인 듯 했다. 유럽, 미주, 호주를 다니며 바리스타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바리스타를 만나며 저자가 굉장히 기뻐하는 내용이 책에 많이 담겨 있는데 커피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있거나 바리스타 일을 하거나 혹은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엄청나게 반가울 것 같았다.

물론, 내게는 상당히 어려웠다. 두꺼운 인문서적을 읽는 것보다 어려웠다. 나오는 단어들이 일단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메카 에스프레소에서는 콜롬비아 세라로 아줄이라는 커피를 마실 예정이었다. 콜럼비아가 슬레이어와 궁합이 잘 맞는다면 오늘은 클로버와의 궁합이었다. 프렌츠 프레스의 질감을 구현하는 클로버의 특성상 마일드한 콜롬비아와도 아주 잘 맞을 것 같았다.” (p.126)

“가장 어렵다는 에티오피아 블렌딩 에스프레소라 그런지 산미가 독특했다. 후미에서 독특한 향미가 감지되기도 했는데 아마 강배전에서 기인한 향미가 아닐까 싶었다. 에티오피아 블렌딩과 카푸치노는 워낙 어려운 궁합이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가볍고 경쾌한 뉘앙스를 잘 포착한 듯했다.” (p.99)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수학과 물리 전공서적을 보는 것 같았다. 허허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나 아내와 주말 데이트를 하며 마시는 커피만으로 사실 나는 충분하다. 콜롬비아 세라로 아줄이 어떻고, 에티오피아 블렌딩 에스프레소를 강배전으로 어쩌고 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다만 저자가 전문적인 내용을 담으면서도 직접 촬영한 사진이 많이 담겨 있어 어렵게 읽히지는 않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커피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바리스타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해가며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인 것 같다.

   


“찾아보니 환경을 생각하고 생산지 농부의 생계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 의식 있는 변호사의 창업에서 시작된 커피 하우스였다.” (p.190)

 

책 중간에 반가운 사진이 있었다. 뉴욕에 있는 [think coffe]였다. 무한도전에서 한 번 나온 적이 있는 커피 매장이었다. 맛은 물론 경영에 있어서도 다른 커피전문점들과는 다른 특유의 방식이 있는 곳이었다. 워낙 무도빠 이다 보니 ‘역시 무한도전이야~! 잠시 촬영이지만 뭔가 의미를 담으려 했구만~!’ 혼자 만족해하며 한참 사진을 들여다봤다.

 

 

“현재 커피 시장의 흐름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에스프레소와 베리에이션 추출 커피에서 스페셜티와 레어 스페셜티를 아우르는 고급 생두와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커피 추출 중심의 새로운 스페셜티 커피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p.246)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주도하는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타운의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 (p.246)

 

현재 커피 시장의 흐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 부분이 사실 가장 재미있었다. 베리에이션 추출, 스페셜티 이런 것은 잘 모르지만 스타벅스에서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타운으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에 눈길이 갔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해서 좀 더 그 곳의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시장의 흐름이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니까 뭐. 미국에서는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타운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워낙 커피를 많이 마시는 한국 사람들이기에 세계 커피 시장의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갈 것이 분명한데 두 회사의 커피도 한 번 마셔보고 싶다.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고역만은 아니다. 커피야 나도 워낙 좋아하고 사진이 많이 책에 담겨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연아양이 광고한 커피믹스 한 잔을 마시며 리뷰를 쓰는 이 밤이 더 달콤한 듯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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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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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미 유명하다. 나만 몰랐다고 생각하는 편이 그나마 마음 편할 것 같다.^^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책으로 출간되어 또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십여 년 만에 보완, 수정되어 재출간되었다. 책의 부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다.

역사의 중요성은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더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야스쿠니 신사’가 뭔지 물어보니 “예? 신사요? 젠틀맨이요?”라고 했단다. “예? 야쿠르트요?”라고도 했단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저지른 교유 정책 중 가장 어이없고 심각한 일이었는데 5년이 지나 그 부작용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우익 정권은 연일 그들의 과거를 각색하고 왜곡해 떠들고 있는데 역사 공부가 뒤안으로 사라진 한국의 청소년들은 3.1운동을 ‘삼 점 일 운동이요?’라고 알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되돌리고 제 자리를 찾게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교수, 학자라는 인간들이 정권에 빌붙어 저지른 만행은 반드시 심판해야 하고 당장 역사 수업의 비중을 높이고 멀리 있는 역사보다 구한말부터 일제 침략시기 역사를 자세하게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역사의 중요성을 얘기하려다 보니 또 흥분했다. 이 책은 그리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이 최초 출간된 90년대만 해도 역사 교육은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역사 공부야 당연히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기에 이 책처럼 우리가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역사의 뒷이야기나 재미있는 역사의 내용들은 담은 책이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를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으니 답답한 현실이다.

한편으론 수 년 동안 없었던 역사교육을 갑자기 다시 시작해서 딱딱한 역사 이야기를 주저리 늘어놓는 것보다 이 책에 실린 내용처럼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령비와 장순화는 같은 중국인이면서도 조국이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대만으로 분단되어 있는 까닭에 적대국가 국민이 되어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사이였다. 마치 북한 총각과 남한 처녀가 머나먼 외국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것과 같다.” (p.75)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여·야의 남녀정치인이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허무맹랑한 스토리다. 이것보다 더 심각하고 복잡한 연애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사회주의 중국의 총각과 자본주의 대만의 처녀가 일본에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제3국인 일본에서 공부하던 중에 서로의 태생과 국적에 상관없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서로의 확고한 믿음과 사랑뿐이었다. 언론도, 여론도, 양가의 부모님도 안 된다고 할 게 뻔한 일이었다. 그들은 중국의 주석과 대만의 총통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들의 결혼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결국 대만에서 결혼 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다.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북한 총각과 남한 처녀가 만나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일이 이미 예전에 일어났다. 개성공단에서 완전히 철수해 버린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영화 같은 일이다. 주령비와 장순화처럼 서로 사랑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완벽한 베르사유 궁에는 이상하게도 화장실이 없었다. 때문에 성장(盛裝)을 한 선남선녀들이 정원 아무 데서나 용변을 보았다. 너무 가리지 않고 볼일들을 보자 정원사는 골치를 앓았다.”

“보다 못한 정원사는 여긴 정말 안 되겠다. 싶은 장소에 ‘대소변 금지’라는 팻말을 붙였다. 이런 팻말을 프랑스어로 ‘에티켓’이라 한다. ‘예절’, ‘예의’를 뜻하는 에티켓의 어원이 바로 이러하다.” (p.110)

 

이 이야기는 이미 다른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지금은 인도에 접한 차도에서 여성을 안쪽으로 들어가게 해서 보호하는 것이 에티켓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2층 집에서 밖으로 내던지는 오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악세사리를 달고 다닌 시대에 화장실이 없었다니 글자로만 읽어도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다.

 

 

“비너스상은 두 팔이 없다. 어깨 바로 아래쪽에서 잘려나간 것이다. 하지만 밀로 섬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분명 두 팔이 다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p.164)

 

비너스상... 정말 아름답다. 학교에서 처음 본 사진에 그녀의 두 팔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없는 줄 알았다. 처음부터. 학교 선생님도 그녀의 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그런데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그녀의 두 팔이 온전하게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완벽한 그녀를 봤다면 더욱 그녀를 좋아했을 텐데...^^

 

 

“‘지리상의 발견’후 유럽 바깥 세계로 진출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현지의 주요 문화재와 국보급 보물들을 본국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니 루브르나 대영 박물관은 프랑스인, 영국인 들이 세계 도처에서 거둬들은 수집품의 진열장이요 제국주의의 상징인 셈이다.” (p.170)

 

제국주의는 전 세계에 생채기를 냈다.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그들의 발이 닿은 곳에서 진귀한 것들을 모조리 싹쓸이 해 갔다.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야 먼 나라 이야기할 것도 없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으로 인해 한반도 전체가 수탈을 당하고 귀한 것들은 모조리 빼앗겼다. 당시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은 조선의 보물을 가져갔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대로 된 친일파 청산조차 못한 지경이니 제대로 파악 해 되돌려 받을 길은 요원하다.

당시 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의 위세가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대영제국은 영원히 해가지지 않을 것이고 그 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자로 재어 직선으로 나눈 후 나눠 먹는 야만적인 행동도 별로 대수롭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까지 가서 보는 것도 귀찮으니 영국으로 들여와, 프랑스로 들여와 수시로 편하게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한두 건이 아니었겠지. 값나가는 것이라고는 모조리 쓸어갔을 테니까.

원래 있던 곳, 그 자리에서 더욱 아름다웠을 더 많은 비너스들이 팔이 잘려나가고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머리가 날아가는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두 팔이 잘려나간 비너스 사진이 오늘따라 더 안쓰럽다.

 

 

“방정환은 ‘어린이’란 말을 널리 보급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전까지는 아동 혹은 소년이란 말을 썼다. 방정환은 늙은이, 젊은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동을 한 인격체로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다.” (p.210)

 

소파 방정환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그가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 널리 보급한 것에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본다. ‘어린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나이를 구분 짓는 명칭이 아니라 한 인격체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이다. 어린이날에 대한 부침이 많았지만 여전히 어린이는 소중한 존재다. 어린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청소년으로 성장해 청년으로 장성해 가는 과정이 고난하고 힘든 현실이기에 어린이를 잘 성숙시키는 것은 시대의 화두이다. 이미 부모가 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전부 그런 걱정들뿐이다. 이민을 갈수도 없고 어린 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으로 유학을 보낼 형편이 되지 않는 부모들은 어린이기 되기 전부터 자신들의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우리의 어린이들을 처음 소파 방정환이 의미부여 했던 본래의 소중한 뜻을 온전히 담아 어린이들이 밝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보통 인디언 하면 야만스럽고 미개한 종족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수천 년에 걸친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지리고 있었다.” (p.223)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가야 역사를 매우 소홀히 다루고 있다. 가야를 별도 항목으로 세우지 않고 신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곁들여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야에 관한 옛 기록은 일연의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짤막한 기록 ‘가락국기’가 고작이다.” (p.317)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일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미 사장된 역사는 패배의 역사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승자의 편에서 기술되고 전해진 역사의 기록은 사장된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리 아메리카 대륙 인디언의 역사도, 가야국의 역사도 전해지는 역사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역사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평가 절하되고 있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잠시만 소홀히 해도 지금과 같은 “예? 신사요? 젠틀멘이요?”, “삼 점 일 운동이요?”, “야스쿠니요? 야쿠르트요?”라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소중한 것을 제대로 지켜내지 않으면 후대에 물려줄 것이 별로 없어진다. 제대로 역사 교육을 받지 못한 지금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된 후가 더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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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들
김도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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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의 신경과 근육, 세포까지도 완전히 이완되어 마치 구름 저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이 찌릿찌릿 해지며 머리털 끝까지 따뜻하고 짜릿하며 흥분되는 감각이 전해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다. 일부러 연출하기 위해 짜낸 상황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경험했던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후에도 그 찰나의 쾌감을 다시 설명할 수 없다. 상황을 재연해 볼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말과 상황으로도 설명할 없고 묘사할 수 없는 그 순간을 나는 경험했다는 것이다.

힘든 일을 끝내고 늦은 시간 귀가하여 따뜻한 물로 씻은 후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大자로 누워 있을 때의 그 기분, 그 느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경험하고 있는 편안함이다. 혹은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편안한 공간 내지는 시간,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런 것이 있다. 일상에 찌들어 힘들 때 그 곳(상황)을 찾는다. 다른 것은 다 내려놓고 온전히 그 곳(상황)에 집중한다. 마치 나를 제외 한 모든 것이 암흑인 것처럼 상황이 조성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고 싶어 한다. 상황도, 기분도, 몸도, 마음도, 미래도……. 하지만 편안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 이다. 당장 해야 할 업무가 쌓여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사람을 오늘도 마주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군다나 나를 둘러싼 세상이라는 존재는 이것을 더욱 심화시킨다. 일어나는 일들이란 모조리 편안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아침 뉴스와 저녁 뉴스에서는 온통 불편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다. 요즘은 하루 종일 뉴스를 내보내는 곳도 있는데 그 채널만 고정시켜 놓고 있다가는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도무지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언짢은 것들 투성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오늘과 내일로 점철될 삶이라는 것도 알지만 때로는 편안함, 내 몸과 영혼이 완전히 편안해지는 상태를 경험해 보고 싶다. 그 보석과 같았던 경험이 언제 또 한 번 나를 부지불식간에 찾아올지 모르지만 지쳐 있는 요즘과 같은 때가 적절한 타이밍 인 듯싶다.

 


이 책 「악취미들」의 저자는 작가 김도언이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그의 책은 처음이다. 일단 제목과 책의 표지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싶었는데, 내용은 더 불편했다. 전혀 편안하게 볼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찬 소설집이다. 지난 주 업무가 과다하여 밤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천근만근 같은 몸을 추슬러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두 권이 더 있고 내가 평소 더 선호하고 좋아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거무튀튀하고 기괴한 표지의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에 더 심한 채찍질을 가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책에 실린 10편의 악취미를 단숨에 읽었다. 이른 더위로 온 몸은 찐득찐득하고 밤공기는 불쾌했다. 책상 건너편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아파트가 나를 덮칠 듯 웅웅거렸다. 이렇게 불편한 책을 단번에 읽어 내리고 나서 속이 매스꺼웠다. 맛있게 먹은 된장찌개를 모조리 게워내고 싶었다. 온 몸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 책상에 앉아도 불편하고 섬뜩하고 매스꺼웠다.

김도언 작가의 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김훈의 글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듯 했다. 두 사람의 글은 공통적으로 불편하다. 읽기도 버겁다. 두 사람의 글이 완전히 다르기는 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하게 글의 색깔과 무게, 냄새가 다른데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냥 두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 한다.

 


“청은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의 시는 단정하고 순정한데, 그는 순정한 시인인데,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다. 그가 만진 자리는 모두 폐허다.” (p.31)

“‘더러운 변태들. 더러운 시인들.’ 라는 미친 사람처럼 킬킬거리며 웃었다. 수는 순결한 시인의 더러운 정부였다. 아니 더러운 시인의 깨끗한 정부였다.” (p.33)

 

<권태>에 나오는 청은 주인공의 동생이다. 요절한 천재 시인에게 세상과 대중은 찬사와 안타까움을 함께 보낸다. 어려서부터 동생의 그늘에서 질투와 시기를 동시에 품어 왔던 주인공은 동생의 요절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다. 홀로 남겨진 아름다운 제수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한 갈무리를 하지 않는다.

세상의 칭송과 사랑을 받는 천재 시인에게도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더러운 시인의 깨끗한 정부’ [수]가 남긴 일기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인이던 동생 청의 악취미를 들여다보게 된다. 청산하지 못한 동생에 대한 질투와 시기를 그대로 마음속에 가두고 짐짓 놀란 척 하는 모습이 경악스럽지 않았다. 김도언의 글로 표현된 주인공과 순결한 듯 보인 시인 청의 작태는 더럽기 짝이 없지만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다. 그의 어깨엔 별이 두 개. 그는 사령관이고, 나는 그의 전담 당번병이다.” (p.46)

“운행을 나가는 나를 뒤쫓아 나와서 뒷좌석에 타고는 합승을 하는 남자 손님을 꼬드겨 매춘을 하는 행위를, 아내는 스스로에 대한 학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73)

 

<B시 오후, 비 오고 흐림>에서 나는 군 복무 시절 나를 성노리개로 전락시킨 사령관을 찾아 B시로 향한다. 그를 죽이기 위해 편의점을 털고 칼을 준비하고 켜켜이 묵혀 둔 분노를 끄집어낸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나는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으로 이상해진 아내를 뒷좌석에 태우고 매춘을 하는 택시 드라이버다. 어딘지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괴물과 같은 도시의 어둠속을 질주한다.

두 작품 모두 ‘나’는 방향이 없다. 방향성도 없고 지향하는 바도 불분명하다. 군 복무 시절 내내 그의 성노리개가 되었다고 하지만 동시에 ‘나’를 향한 사령관 그자의 사랑에 탐닉하기도 한다. 전역해 B시의 시장 선거에 출마한 그를 죽이기 위해 B시로 향하는 ‘나’의 심리적 상태 또한 다면적이고 불확실하다. 정말 주인공이 당한 것인지 그와 사랑을 나눈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시장에 당선된 그를 죽인 것인지 죽였다고 상상한 채 자살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주인공이 직접 운전하는 택시에 아내를 태운 채 매춘을 감행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진 ‘나’는 판단을 포기한다. 그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아내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향한다. 물론, 최소한 아내를 위협하고 해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외모의 남자 승객을 고르는 최소한의 책임은 행사하지만 그것으로 엉망진창인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불편하고 불편하다.

 


<나쁜 교육>. <너의 형에게 말해야겠다>, <지붕위의 날들>, <잔혹>, <밤하늘은 호수다>

<톱스타 살인사건 전말기>

6편 모두 불편한 내용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고통의 관리>였다.

주인공은 소설가다. 이름은 박성호.

 

“십사 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네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올해 삼십 구세의 중견 소설가” (p.99)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직후 주변 지인들과 가진 전화 통화 내역이 이 작품의 전부다. 23:06분을 시작으로 03:11분까지 스무 번의 전화를 걸고 계속해서 술을 마신다. 마지막 발신 전화 이후 잠이 들었고 이후 04:52분에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통의 수신 음성메시지를 받게 된다.

스무 전의 발신 전화 내용을 보면 주인공 박성호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술에 취해 있지 않을 때는 중견 소설가로서 품위를 유지한 채 예술가적 자세를 보여 주려 애쓰는 모습일 텐데 술에 취해 전화기를 통해 내뱉는 주인공 박성호는 소설가고 예술인이고 필요 없이 출세와 성적 욕망, 인정받으려는 욕구로 가득찬 성인아이일 뿐이다. 동생과 누가 어머니에게 전화해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고 이혼한 자신의 처지를 개탄하면서도 그런 중에도 다달이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있는 자신을 알아주기를 구걸한다.

또 자신보다 더 출세한 친구를 질투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 친구 뒷담화를 한다. 그리고 직접 그 친구에게 전화까지 해서 진상을 부린다.

나이는 먹고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냈음에도 속된 말로 더 이상 뜨지 않고 책도 팔리지 않는 평범하고 곧 한물 갈 소설가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의 무능함과 무관심으로 투영 한다. 출판사 사장에게 전화하고 문단 원로에게 전화해 또 진상, 진상을 떤다.

그러면서도 여자에 대한 속물적 근성은 버리지 못한다. 이제 갓 등단한 어린 여작가에게 전화해 추파를 던지고 이미 이혼한 전처에게 전화해 추억을 게워내며 구걸에 구걸을 한다. 전처와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이 이혼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정부(아내와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랑은 순수했느니, 진심이었다느니 지랄을 한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욕을 누르며 읽은 작품이었지만 뭐 내 본심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구나 ‘안 그런 척하지만 속내는 속물적이다. 원초적인 욕망과 욕구를 아슬아슬하게 다스리며 살지만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알 수 없는 미약한 존재들이다. 박성호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당신은 아닌 것 같나?

주인공 박성호는 분명 늦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밤새도록 한 진상과 지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전화하는 내내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통화 하는 사람마다 술을 줄일 것을 끊을 것을 주문했지만 그 충고가 끝나자마자 또 한 잔 꼴깍!

 


“선성님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생님 깊이 존경해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 (p.125)

 

시원한 물 한 잔 들이키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쥔 채 배터리가 나가 버린 핸드폰을 충전하며 쭈그린다. 핸드폰 전원을 켜고 발신 전화 목록을 보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며 욕을 내뱉지만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젠장, 선생님(문단 원로), 희수씨(갓 등단한 어린 여 작가), 정태(출세한 친구), 윤희씨(바람피웠던 아내의 친구)한테까지 전화했네. 씨발 내가 미쳤지 미쳤어. 에이~! 어... 근데 이건 뭐야? 뭔 메시지지?’

지끈거리는 머리에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진상에 후회할 틈도 없이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 엥? 어린 여자 목소리?

 

그의 작품을 읽고 팬이 된 젊은 여자 독자가 새벽에 문자를 남겼다. 너무 감명 깊게 박성호의 책을 읽고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가의 아픔과 상처를 읽어 내 오지랖 넓게도 작가의 아픔과 상처를 껴안아 주고 싶어 만나고 싶단다.

박성호의 숙취에서 단번에 깼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자신을 동경하는 어린 여자 독자를 만나 위세를 떨고 허세를 부릴 것이다. 한 번 안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 흐흐...

 

재밌었다. 그나마 다른 9편의 작품들 보다 덜 불편했다. 그렇다고 편하지는 않았다. 인간이 가진 속내를 너무 질펀하게 펼쳐 놔서 내가 옷을 다 벗고 오장육부를 꺼내 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피식 웃으면서도 살벌했다.

앞서 말한 대로 김훈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김도언이란 작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마음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조속히 읽어 볼 요량이다.

 

 

“어쩌면 내 소설은, 내가 시로 쓰지 못한 것들의 장황한 알리바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막역한 표현이지만 시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소설을 쓰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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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 - 시간산책 감성 팟캐스터가 발로 쓴 인도이야기
김지현 글.사진 / 서교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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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20대 아가씨의 인도 여행기다. 여행은 내가 직접 가야 가장 좋은 것이지만 원한다고 다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런 여행기를 잘 골라 읽으면 물론 내가 직접 가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고, 또 언젠가 그곳을 직접 여행할 때 참고할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해외여행은 4개국을 했다. 독일, 체코, 네팔, 몽골 이렇게 4개국이다. 몽골 여행 때에는 이미 알고 있었던 몽골 현지인의 집에 홈스테이를 하며 여행을 했었고, 네팔 여행 때에는 현지에서 NGO관련 일을 하고 있던 친구가 가이드 겸 여행 동반자가 되어 주어서 한결 수월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일단 현지인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과 같이 여행을 하니까 바가지요금 폭탄을 맞을 염려도 없고 여행 책자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알고 있는 현지인들만 가는 여행 포인트와 식당에 갈 수도 있었다.

원래 나는 여행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이었다. 굳이 큰돈을 들여가며 수박 겉핥기 식 여행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책을 보면 더 큰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것이 몽골 여행을 통해 한방에 깨졌고 이후에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한 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책 수백 권을 읽어도 얻지 못하는 것이 그곳에는 있었다. 뭐 그렇다고 전문 여행꾼이 된 것도 아니다. 수십 개국을 여행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것이 우연히 집어 든 책 한권에서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지금은 책을 좋아하는 만큼 여행도 좋아하는 정도가 되었다.

독일과 체코를 여행할 때에는 오로지 아내와 둘이서 모든 것을 찾아보고 예약하고 결정해야 했다. 현지에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교포 친구도 없었다. 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자세한 자료들이 널려 있어 잘 찾기만 하면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 비행기에 오를 수도 있는 실정이다. 아내와 5개월 전쯤부터 하나하나 처리를 해가며 준비하고 계획했다. 여행은 찾아보고 준비한 만큼 얻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도 그랬다. 일단 준비하고 계획하는 그 자체도 너무 재미있었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5개월 동안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하고 예행연습까지 했지만 모 출판사의 여행 관련 책자 ‘∼시리즈’를 구입했다.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여행하고자 하는 도시를 이미 여행 한 사람이 자신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었는데 여행 내내 책을 옆구리에 끼고서 온 도시를 휘저으며 다녔다. 돌아올 때 쯤 되어서는 책이 너덜너덜 해졌다. 하도 들고 다녀서.

그 때 경험 이후 이 책과 같은 여행기를 담은 책도 가볍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라서 글이 서툴 수도 있고 뭔가 뒤죽박죽 인 것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었지만 20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혼자서 배낭을 둘러메고 미지의 세계로 날아갈 수 있었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원래 여행 후 책을 출간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던 것인지, 우연치 않은 기회에 책을 출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꾸준히 메모를 하고 스케치를 한 것도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나의 경우를 뒤돌아보면 체코 프라하를 여행할 때 4일 정도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프라하 온 시내를 아내와 둘이서 걸어 다녔다.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 이라 이런 저런 파티가 많았고 그해 겨울 동유럽에 30년 만에 큰 눈이 와서 도시 전체가 들뜬 분위기 였다. 그런 것에 우리도 완전히 젖어 들고 싶어 4일을 통째로 쏘다녔다.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았고 평생 잊혀지지 않을 장면도 많았는데 이런, 돌아다니고 보고 먹고 분위기에 젖는 것에 온 신경을 쏟다 보니 사진도 많이 못 찍고(주머니에서 손을 뺄 수 없을 만큼 춥기도 했다) 포인트 마다 메모를 하지도 못했다(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여행 스케치를 남기고 싶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는 데 정말 찍고 싶었던 것은 찍지 못해서 얼마나 아쉽고 통탄스러웠는지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녀의 눈에 담고 싶고 인상 깊었던 순간과 사람과 일들을 잘 남겨두고 스케치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아메바가 되었다. 아메바가 된 이후로는 아무런 편견과 선입관, 잣대 없이 사물이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고, 어떠한 이상함이나 의문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졌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시작 했다.” (p.52)

 

저자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정해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20대를 뒤돌아보고 정리하고자 인도로 떠났다. 사실 인도라는 곳이 신비롭기는 하다. 흔히 인도 여행자들은 인도를 여행한 후 두 가지 반응을 한다고 들었다. 너무 좋아서 조만간 다시 가거나 아예 인도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너무 힘들고 너무 더럽고 너무 피곤해서 다시는 인도를 가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저자는 아마 전자 쪽인 것 같다. 내 친구 하나도 대학 시절 인도 여행 이후 완전히 인도를 사랑하게 되어서 대학원 공부를 인도에서 하고 졸업 후에는 인도 무역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인도 발리우도 영화를 수입하는 회사의 사장님이 되었다. 지금도 1년의 1/3정도는 인도에 들어가 살고 있다.

저자는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녀도 출국 전 인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찾아 복 알아볼 만큼 알아봤겠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책에 쓰인 대로 또는 남들이 한 여행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인도 특유의 냄새부터 사람들 환경 모두 처음에는 자신이 인도에 온 것을 후회할 정도였으나 하루, 이틀 지나며서 아메바가 되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지혜로운 자세다. 굳이 여행지까지 가서 한국에서 살던 습관과 기질대로 살 이유가 없다. 여행은 또 다른 내가 살아가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도 그랬다. 프라하를 여행할 때 국내에서 출간된 프라하 관련 여행책자를 들고 다녔는데 어떤 식당을 소개하면서 ‘웨이터가 불친절하고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한다.’라고 쓰여 있다. 그 식당 음식이 너무 유명한 곳이라서 꼭 먹어 보고 싶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책에 적혀 있는 소개 글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웨이터들은 너무 너무 친절했고 팁으로 지폐 두 장을 올렸는데 한 장은 돌려주기 까지 했다. 식당의 규정이라면서. 그 책의 저자가 프라하를 여행한 것이 나보다 1년 반 정도 빠른 시기였는데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여행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더라.’ ,‘∼카더라’ 하는 것들은 그 사람들이 겪은 여행이고 내가 겪을 여행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 설레는 것이다. 어떤 일이 생길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근 반 세근 반하는 그 마음.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시간마다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 말, ‘여긴 인도니까!’ (p.118)

“인도에서는 기차만 제대로 타도 인도 여행의 절반은 먹고 간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타기가 복잡하고 연착도 심하고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힘든 것이 인도 기차다.” (p.198)

 

나는 비록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여행지에서는 될 수 있으면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이라는 것에는 그곳만의 특별한 문화와 가치, 습관과 기질이 완전히 배어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된장찌개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이 우리가 여행하는 그곳에서도 그곳만의 특별한 음식이 있을 것이다. 똑같은 메뉴라도 식당마다 맛이 다를 것이고 분위기도 다를 것이다.

저자가 ‘여긴 인도니까!’ 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 인도 여행에 대한 더 큰 오픈마인드가 생긴 것처럼 여행지에서는 철저하게 그곳에 맞춰야 한다. 출장을 간 것이나 아주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 이상 로밍 서비스도 하지 않은 채 완전히 그곳에 젖어야 하는 것이다.

체코 여행 때 우연히 만난 현지인을 따라 간 벼룩시장이 정말 인상 깊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곳이었다. 현지인들만 아는 벼룩시장에 가보니 그들이 집에서 직접 쓰는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었고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볼 수도 있었다. 책에도, 인터넷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

여행지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완전히 젖어드는 것이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지름길이다.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도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진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글이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인도의 매력을 담아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여행했던 네팔과는 인접해 있지만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인도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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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루 다른 행복 - 부처 핸섬,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지음 / 이지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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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쓴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베스트셀러인 혜민 스님의 책은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읽지 않았고 예전에 불경을 공부해 보려고 읽은 책 몇 권이 전부다.

이 책의 첫 장도 큰 기대 없이 넘겼다. 책을 쓴 스님의 법명이 원빈인 것이 특이 했고 ‘부처 핸섬’이라는 카피 문구를 보며 ‘센스 있으시네~’ 정도였다.

 


“영천 삼사관학교로 가는 길. 마치 삼청교육대에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완전 암울했죠.”

 

책의 앞부분 이 문장을 보며 원빈 스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동질감과 함께 이미 나는 바운스를 타며 오른 손을 들고 스님의 박자에 맞춰 책을 읽었다. ‘부처~ 핸섬~!!’

나도 영천 삼사관학교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학사장교 임관을 위해 후보생 훈련을 받던 곳이 영천 삼사관학교 였다. 6월 말에 입소해 한 여름 뙤약볕 속에서 16주간 훈련을 받는다. 3사관학교(앞에 ‘3’자를 붙이는 것이 바른 표기다)에는 3사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학사장교 후보생, 원빈 스님처럼 군종사관 후보생, 군의관으로 임관하는 군의관 후보생 등 수많은 사관후보생들이 훈련을 받는 곳이다. 아! 사관후보생은 장교가 되기 전 붙는 직책인데 아직 장교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사람을 말한다.

입소하는 후보생들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에 거의 1년 내내 입소와 퇴소, 훈련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훈련을 받던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는 나와 같은 학사사관 후보생들만 입소해 훈련을 받았는데 여러 교관과 조교들의 말을 빌리면 일반 장교후보생들 훈련이 제일 빡세고 그 다음이 군종사관후보생, 가장 당나라 부대같이 훈련하는 사람들은 군의후보생들이라고 했다.

군종사관후보생으로 입소한 사람들은 성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혹은 성직자로 이미 생활하다가 입소한 사람들도 있었다.

 


“입소 첫날 목사님, 신부님, 스님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체력 테스트!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p.28)

 

하지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예비역, 현역 모두가 공감하는 한 가지 사실은, 내가 근무하는 곳이 제일 힘든 곳이라는 것이다. 왜 남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군대 얘기하고 또 하고, 또 하는지, 저번에 했던 얘기를 왜 또 다시 반복해서 하는지……. 자신이 했던 군 생활이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거 없다.

원빈 스님에게도 3사관학교 훈련은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일반 후보생들은 ‘우리가 제일 힘들게 훈련받고 있다.’라며 툴툴대면서도 자랑스러워했지만 원빈 스님도 훈련을 받을 때는 제일 힘들었을 것이다.

군대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원빈 스님도 내가 훈련 받았던 3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것 하나로 이만큼 주저리주저리 하는 거 보니 나도 군대 얘기하는 거 좋아하나 보다.^^

 

이 책은 원빈 스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앞서 길게 말했듯이 원래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끝까지 정성 들여 책을 읽고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한 선입견을 다소나마 깨게 된 것은 원빈 스님이 나와 같은 3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책들과 다르다. 이미 훈련소에서 수많은 청춘들과 직접 소통하고 수년 때 페이스북을 통해 귀중한 나눔과 소통을 하고 있는 내공이 글에서 느껴진다. 주로 상대방과 타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내가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나’에 대한 문제라서…….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너무 중요한 일이지만 일상에 치여 살다 보면 늘 우선순위가 저 뒤로 밀리는 일이다. ‘나’를 돌아보는 일.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만은 않은 일이다.

 


“모든 재앙의 근본은 부딪힘입니다. 나와 너의 부딪힘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내가 옳다.’라는 생각이 숨어 있죠.” (p.41)

“두려움을 버리세요. 그럼 그 사람을 밀어내는 나의 벽이 사라집니다. 그럼 져줄 수 있습니다. 져주면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p.80)

 

‘내가 옳다.’라는 생각.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양심을 속일 수 없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늘 부딪힌다. 부딪혀야 한다. 부딪힘의 정도가 사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오늘 하루도 몇 번이나 부딪혔는지 모른다. 때론 가볍게 툭툭 털고 지나갈 부딪힘도 있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완전히 뚜껑이 열려 폭발 직전에 이르는 부딪힘도 있다. 나와 우리는 늘 이 부딪힘의 원인을 ‘너’에게서 찾는다. 이미 ‘나’를 합리화한 상태에서 ‘너’를 본다. 니가 잘못 했고, 니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니가 먼저 화를 냈기 때문이고……. 원빈 스님의 말대로 ‘내가 옳다.’, ‘나는 옳다.’, ‘내가 뭐!!’라는 생각이 온통 ‘나’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맞는 말이다.

어딜 가나 트러블메이커가 존재 한다.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 중 한 명도 그런 이다. 자기가 다 옳고 독불장군처럼 밀어 붙인다. 칭찬하는 듯 하면서 빙빙 둘러 비꼰다. 일일이 참견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말 나보다 그 사람이 옳다면?’ 머리가 멍해졌다. 나는 늘 내가 옳고 그 사람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트러블메이커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트러블메이커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나와 그 사람 사이에서는 무조건 ‘내가 옳다.’라고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져주는 것. 이것도 어렵다. 말은 정말 쉬운데 어렵다. 직장에서도 어렵고 가족에게는 더 어렵다. 친한 지인들에게도 어렵다. 승부를 벌여서 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어설프게 져주다가는 오히려 상대방을 더 화나게 만들 수도 있는 노릇이다. 스님의 말대로 내 안의 두려움을 버리고 밀어내는 것이 져주는 것이다. 문장은 간단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그 트러블메이커에게 져 줄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아직 그 사람을 보며 평정을 찾을 만큼의 수양이 덜 된 탓이다.

 


“나는 포커페이스다. 포커페이스다……. 그러니 내 마음을 들키지 않겠지?”

지나가던 친구가 한마디 던집니다.

“너, 화났니?”

멍~. (p.114)

 

나는 절대 도박을 할 수 없다. 나는 완벽한 언포커페이스다. 딜러가 던져 주는 카드를 모조리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고 나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혈기가 왕성하던 때(물론 지금도 왕성하지만^^)에는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 싫었다. 이미 내 마음을 들켜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타고난 것은 꾸준한 노력과 습관으로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내 감정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불편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원빈 스님보다는 낫다. 나는 일반인이라 굳이 포커페이스를 해야 할 때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스님은 성직자인데 포커페이스를 못하신다니, 어지간히 힘드시리라 짐작 된다. ^^ 절에서 만나는 스님들은 늘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계실 때가 많은데 법복을 입고 언포커페이스하는 원빈 스님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자신을 가치보다 높게 생각하는 것, 오만입니다.

자신을 가치보다 낮게 생각하는 것, 역시 오만입니다.

행복해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겸손을 가장한 오만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세요.” (p.199)

 

겸손을 가장한 오만의 향기…….

할 말이 없다.

정확하게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의 가치를 높게도 낮게도 생각하지 않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나도 상대방도 피곤하게 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나는 원빈 스님이 나와 같은 3사관학교 출신이라 급호감이 갔지만 이 책은 원래 내용 만으로도 참 좋다. 가볍게 쓰인 글들이 아님은 금방 알 수 있다. 다른 것보다 ‘너’, ‘세상’ 보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스님의 글귀와 생각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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