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아가리 - 홍세화, 김민웅 시사정치쾌담집 울도 담도 없는 세상 2
홍세화.김민웅 지음 / 일상이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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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의 성원을 받으며 오랜 기간 파업을 한 철도노조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양가적 입장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 지상파TV는 물론 조중동 신문과 종편에서는 연봉 6천만 원을 받는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프레임으로 파업 기간 내내 떠들어 댔고 실제 파업의 주체인 철도노조와 SNS상의 여론에서는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에 대한 반대의 프레임으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 땅 안에서 사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귀족노조가 제 밥그릇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생떼를 쓰는 것으로 인식했고 어떤 사람들은 지난 이명박 정권 때부터 틈만 나면 시도하려던 공기업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를 응원했다. 어떻게 이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완전히 상극의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언론환경의 편향성,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 등 이야기 하려면 많은 원인을 댈 수 있겠지만 속 시원하게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석기 사태로 인해 가뜩이나 발붙일 곳 없던 진보진영이 매물 급으로 넘어가버렸고 현재 대학생들을 위시한 젊은 층의 많은 수는 극도로 보수화되고 파편화되면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안과 굵직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없고 들을만한 시간과 여유조차 허락하고 있지 않는다. 이것이 실정이다.

이 책 「열려라 아가리」를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제목의 말초적 자극에 더해 홍세화라는 이름 때문이다. 한때 많은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드물게 오랜 기간 프랑스의 정치·사상·문화적 추세를 익히고 돌아와 지금은 고유명사가 된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소개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완전히 풍비박산 해 일어설 기운도 없던 진보정당의 당대표가 되었다. 그때도 좀 의아했다. 진보정당의 당원인지도 몰랐고 그가 보여준 활동 자체가 미비(매스컴을 통해 알려진)해서 정당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진보정당의 당대표가 된 홍세화씨를 보면서 당시에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일단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을 당대표에 앉힌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홍세화씨의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았었다.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앞서 말한 철도노조를 대하는 비상식적인 한국인들의 양가적 태도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어 감사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1조가 말하고 있듯이 민주공화국인데, 그렇다면 민주공화국의 공교육의 일차적 소명은 모든 국민을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으로 형성하는 일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해야 할 가치는 질서나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공성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132)

 

이 책은 프레시안의 편집위원이자 진보적 기독교학자로 유명한 김민웅씨와 가진 인터뷰를 엮었다.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얼마나 편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자체를 그대로 고등학교 교과서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가 용이했다. 가장 인상 깊고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주제는 <국가의 공공성>이었다. 헌법 1조에 명시된 대로 한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해방 후 미군정을 거치고 건국을 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국가이념과 국가수립과정을 학습을 학습하지 못했다. 일제식민지 내내 봉건적 사회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고 벼락같이 찾아 온 일제의 패망이후 수십, 수백 개의 이념 투쟁장이 되었던 나라는 몇몇 정치인과 외세에 의해 틀을 짰다. 그 과정에서 일반 백성 혹은 국민들은 단 한 번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 홍세화씨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교육과 학습인데, 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정치이념과 공화국이라는 국가구조에 대해 이미 대한민국민주공화국이 탄생한 지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공화국이 뭐지? 제대로 된 정의가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 보니 초·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조차 헌법 1조가 주창하는 내용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것 같다. 어설프게 타인과 타세력에 의해 국가가 만들어지고 오랜 기간 독재정권 하에서 왜곡된 정치를 경험하게 된 한국인들에게 민주공화국은 낯설다. 특히 홍세화씨가 이야기하는 민주공화국의 가장 핵심 이념인 민주주의와 공공성, 그중에서도 공공성은 아직도 제대로 공론화 되지도 못한 개념이다. 민주주의야 오랜 독재를 겪으며 투쟁하고 싸우며 쟁취했지만 공화국이 지녀야 할 핵심 가치인 공공성은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노조가 그들의 논리대로 6천만 원이나 받는 귀족 노조인데 그 추운 겨울에 길거리로 나와 20일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파업을 했던 이유를 그저 철밥통 지키기 위한 생떼로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귀족 노조가 사측이 민영화를 하건 새로운 KTX를 만들건 상관하지 않고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받으며 일하면 그만인데 왜 거리로 나왔냐는 것이다. 바로 공공성의 확보가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늘 질서유지와 국가를 위한 헌신과 충성뿐이었다.

‘우리나라는 좁은 영토와 빈약한 자원으로 인해 수출에 주력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정부의 주도하게 움직여야 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것은 굳게 다짐하는 일만이 일등국민이 된다.’라고 배웠다.

그래서 어설픈 질문과 국가에 대한 혈기어린 비판은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확립된 민주주의 아래서 자유로운 표현이 허락되고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개인들의 무한한 능력을 개발하고 발전하며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국가다. 이것이 공공성이다.’라고 가르쳤다면 철도노조를 보고 귀족노조 타령하는 이야기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공공성의 담보와 보장은 <민주공화국>이라 간판을 내건 국가라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너무 늦었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민영화는 흔히들 민간이 경영하는 방식이라고들 알고 있지만 여기에는 ‘자본에 의한 공공재산의 사유화’라는 본질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p.76)

“그야말로 공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데, 사적인 이익을 우선해 민족이라는 ‘공동체’를 배반한 세력이 실제적인 지배 세력이 되었기 때문에” (p.83)

 

민주공화국에 속한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공공재를 다루는 공기업의 적자운영에 대해 국가와 보수언론, 보수정당은 비판한다. 적자운영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민영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물, 전기, 도로, 철도, 가스 등의 공공재산을 운영하는 공기업이 왜 흑자가 나야 하나? 적자가 나더라도 최소한의 생활과 보호를 위해 공적인 영역으로 놔두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아주 기본적인 셈법부터 혼란을 심으니 <KTX적자 몇 백억>, <한전 성과급 잔치>라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제목에 넘어가는 것이다. 방만한 경영과 경영과정에서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공공재산조차도 자본의 힘에 그대로 놓이게 되면 결국 이득을 취하는 것은 자본이다. 그리고 그 자본에 기생하는 정치인과 언론, 특정세력과 인간들이다. 어차피 돈 있는 사람들에게야 KTX요금이 몇 배 더 오르고 가스요금, 전기요금 더 오르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본질적 원인 중 하나는 역사청산의 문제이다. 한 번도 공공의 영역과 공공성에 대한 담론이 공론화 되지 못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과 세력에 의해 대한민국민주공화국은 이어져 왔다.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앞서도 말했듯이 홍세화씨는 교육과 학습을 수차례 강조한다.

 

지난 대선 전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부르짖었다.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1년이 지난 지금,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세수의 부족과 글로벌 경제상황의 어려움이라는 하나마나한 변명 하나로 싸그리 집어 던졌다.

 

“복지는 사회적 부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금의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증세하게 되면 분명히 개인에게는 부담의 증가라고 여겨지지만 복지 문제를 생각하면 이익입니다.” (p.66)

 

복지에 대해서도 철도노조를 바라보는 시각만큼 양가적 태도를 갖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대선 전후로 수많은 책과 언론에서 복지에 대한 설명과 예가 쏟아졌는데 이 책에서만큼 확실하게 증세와 복지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100만 원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 지금까지 10만 원의 세금을 냈다가 20만 원의 세금을 내면 당연히 증세의 부담이 커집니다. 그런데 주택, 의료, 교육에 지출했던 비용이 각기 10만 원으로 총 30만 원이었는데, 이것이 만일 복지혜택에 따라 반으로 준다면 15만 원이 되고 세금까지 포함해서 35만 원이 되겠지요? 그러면 기존의 40만 원보다 5만 원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p.66)

 

 

‘세금을 더 내고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리게 되면 중요한 삶의 변화가 오게 되고 이것이 바로 복지’라고 말한다. 당장 증세를 하게 되면 바로 다음 달 추가로 지출되는 세금이 많아지고 이것에 대한 일시적인 불편함과 불만은 당연하다. 그런데 책에서의 설명대로 생활을 영위하는 데 쓰던 비용이 늘어난 세금에 포함된다면 가계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일부 자치단체의 시범적 시행으로 달성할 수 없는 담론이다. 국가 전체가 공공의 영역을 담보하고 보장한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장 내 돈 몇 십만 원을 더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억울함과 손해 보는 것 같은 생각이 아니라 다 같이 더불어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공론이 확보되어야 한다.

쉽지는 않은 일로 보인다. 암울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20년을 근속하며 죽어라 일해야 1년에 6천만 원을 연봉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귀족노노 운운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취업준비생 내지는 20대 청춘들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미래 모습이 될지도 모를 노조를 향해 비난을 던지는 청춘들의 암울함과 사적욕망이 비록 국가의 책임이라 할지라도 ‘공공성의 보장과 공론화’는 그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보고 누구하나 방향을 권해주는 이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사적욕망으로 구조화된 체제를 분쇄시키고 떨치고 일어나야 할 청춘들이 자기계발에 함몰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릴 힐링에 책잡혀 있다. 아무리 수구보수진영이 강하고 기울어진 언론환경이 심각하다 해도 제대로 된 진보진영이 자리 잡아 저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를 확대시키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면 ‘아! 저런 길도 있구나~’ 숨 쉴 틈이라도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런 것을 기대할 수조차 없다.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창조경제 등의 프로그램은 이름만 그럴싸하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진보 진영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p.27)

“전체 노동자의 약 5%에도 이르지 못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전체 노동자로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진보 정당이 민주노총 위에 서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p.31)

 

아무리 집권세력이 헛발질을 해도 집권세력을 견제하고 흔들 수 있는 세력은 물론이고 대안도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겁도 없고 뻔뻔하게 주무를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쏟아져 나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되었다. 통진당 이석기 사태를 통해 진보진영은 이석기처럼 종북세력이라는 프레임이 이전보다 더 확고해졌다. 진보 개혁적 이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조차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의 관계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가장 큰 개별노조라는 것 정도? 전체 노동자의 5%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 놀랍다. TV에서는 맨날 민주노총 이야기만 하니 일반인들은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그렇지 않습니다. 95%의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노동자가 아닙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진보 정당 혹은 진보 세력이 없으니 알 수 없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노동자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 노동자면서 자신을 노동자라 취급하면 싫어한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노동자는 OO이다 라는 물음에 ‘노동자는 거지이다, 노동자는 되기 싫다.’등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국가가 심어주고 그간 노동자들 특히 노동운동 세력이 보여준 모습이 긍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조차 노동자가 환영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 모순을 낳은 것이다. 진보 정치 세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봉합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저 선거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책에서는 강하게 비판한다.

 

 

“총선과 대선 당시 진보 정치 세력이 통합논의에 매몰되지 않고 의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했어야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간단히 말해, 세력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의제를 내걸고 연합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p.41)

“진보 진영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연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제가 현실적으로 부닥치고 경험한 모습은 진보는 모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p.116)

 

홍세화씨는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연합을 주장한다. 매번 선거를 위해 후다닥 통합하고 이기면 국회 몇 자리 확보하고 지면 또 다시 사분오열 되는 현실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왜 통합이 막무가내 식으로 주장되었을까요? 하나는 조급증 때문이라고 봅니다. 진보의 미덕중의 하나로 저는 기다림을 꼽습니다. 물론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펼쳐나가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p.117)

 

그런데 홍세화씨의 주장을 읽으며 밀려오는 답답함은 감출 수 없다. 그의 시각에 나도 동의한다. 조급하고 무리하게 통합에 목을 맨 후 겪은 후폭풍은 늘 아팠다. 그런데 그가 진보의 미덕으로 꼽은 기다림이 서구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좋다. 맞는 말이다. 그냥 넋 놓고 기다리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라고. 갑자기 자기계발서적인 친절한 자기합리화를 권유하시면 어쩌자는 건가? 이명박 정권 후기 나는 생각했다. ‘이명박 정권이 싸 놓은 똥이 너무 많고 광범위해서 다음 정권은 분명 그 똥 치우기에 급급할 것이다. 야당이 차 차기 대선을 노려야 한다.’ 라고. 그런데 이거 웬걸!! 박근혜 정권은 폭격기에서 미사일을 쏟아 붓듯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똥을 투하하고 있다. 그런데 더 기다려야 한다고? 앞으로의 4년도 암울한데 도대체 언제 진보 정치 세력이 제대로 힘을 길러 수구보수 세력과 맞설 수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 것인지 홍세화씨가 너무 낙관적인 것인지 아니면 포기한 것인지 모르겠다. 막무가내 통합은 이제 집어치워야 한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한다. 각자의 의제를 가지고 유연한 연합을 해야 한다는 것에도 천 번 동의한다. 그러데, 그런데 기다림이라는 진보의 미덕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하며 산다.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다. 이른바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 활동을 하고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공염불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저들의 허구성을 끊임없이 비판적인 눈으로 읽어내는 힘을 길러야 하겠죠. 그래야 그들의 허구성이 무력화되겠죠.” (p.84)

 

홍세화씨의 말대로 끊임없이 비판적인 눈을 가지고 현실을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일마저 우리의 책임이라면 너무 버겁다. 좋은 글, 멋진 책, 설득력 있는 말. 다 좋다. 제대로 자리 좀 잡아서 학습해주고 교육해주며 설득해 주면 더 좋겠다. 예전처럼 무지몽매한 대중을 일깨워 선도하겠다는 구린 방식도 다들 각자 잘 하라는 샌님 같은 방식도 일반 국민과 대중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대중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세를 낮추고 공감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이 반드시 확보하고 보장해야 할 공공성의 개념조차 낯선 대다수를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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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즉ㄷ 2014-11-1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