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전장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4

 

548페이지, 25줄, 29자.

 

막연한 거부감으로 읽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일단 두께도 만만치 않고, 오래 전에 쓰여진 것이라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48년전에 출간된 작품이고 우리보다 한 세대 전의 사람이 역시 한 세대 전의 사건을 배경으로 쓴 것이니 간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들자 약간의 언어적 유격 외에는 읽는데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뭐 장길산이나 토지 등을 읽다 보면 그런 유격이 금세 무마되는 걸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이야기는 대략 세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남지영, 하기훈 그리고 이가화. 책 뒤의 설명엔 각자가 어떤 것을 상징한다고 되어 있는데 일단 무시하고 셋만 보면 뭔가가 부족하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대의 작품들을 보면 다 그렇습니다. 일상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걸 가지고 좀 더 복잡한 관계나 뒷이야기를 끄집어 내라는 것인데, 쉽지 않은 말입니다.

 

남지영이 처음 등장하는 책의 앞부분은 일견하기엔 마치 짝사랑하는 남자(기석)를 버려두고 떠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상은 남편이 자리잡아준 중학교 교사로 떠나는 것인데 말이지요. 워낙 무정하게 그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글 전체에 걸친 지영의 태도입니다. 기훈과 가화가 만나는 2장도 이 두사람의 관계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구도입니다. 조금도 벗어나지 않지요. 그래서 읽기 시작하면 죽-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장덕삼은 조금 모호한데 그래서 마지막이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에 시장이 있으니 시장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데,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 외에도 많은 상품이 있으나 막상 살 게 없는 (또는 살 수 없는) 게 노골적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지영의 본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리 어색하지는 않고요.

 

130927-130927/1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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