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현대사 - 하나의 땅, 두 민족 커리큘럼 현대사 5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3.3

 

439페이지, 25줄, 31자.

 

옮긴이의 설명에 의하면 저자는 친팔레스타인 유대인이라고 합니다. 저자 자신의 서문과 서론에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서론이 지나치게 현학적입니다. 그래서 서론 20페이지를 읽는데 걸린 시간이 본론 100페이지와 맞먹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책의 최대 약점이지요. 사실상 그 내용 자체는 어렵지도 않고 별난 것도 아닙니다만, 처음으로 책을 들고 접할 때에는 독자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가면 말 그대로 현대(modern)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견해, 즉 '땅이 민족에 우선한다'를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땅이 거주자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 땅이라고 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땅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땅입니다.

 

저자는 오스만 투르크에 큰 영향을 준 크림전쟁 이후의 역사를 팔레스타인의 현(근)대사로 봅니다. 그 때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기독교도가 6만, 유대인이 2만, 유럽인이 1만,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병사와 관리가 5만이 있고 나머지 36만 정도가 아랍어를 쓰는 무슬림(팔레스타인 원주민이 되겠지요)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인구 이야기는 1차세계대전 직후에는 무슬림 65만, 기독교도 8만 그리고 유대인 6만으로 변화합니다. 1948년의 시점에는 팔레스타인인이 85만, 유대인이 66만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두어 페이지 뒤에 '100만의 팔레스타인인이 150만의 유대인과 함께 살고', '나머지 100만은 난민촌에 산다'고 합니다. 앞에 나온 인구는 150만 정도가 인구인데 그 뒤엔 무려 350만이 언급되기 때문에 좀 당혹스럽습니다. 아마 챕터가 바뀐 것은 저자의 논문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인용한 자료가 다른지 인구에 너무 큰 편차를 보이네요. 실질적인 팔레스타인 인구는 250만이 맞을 것도 같습니다. 밖에 산다는 '100만'은 그냥 정치적인 이유로 난민으로 등록된 사람들로 보입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이주한 유대인이 30만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유대인 100만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요?(150-30=120. 20은 그 사이 증가한 숫자로 추정할 때.)

 

저자는 1948년 독립전쟁 때 이스라엘 측이 잘 준비되고 훈련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어디서 그런 준비를 했었는지는 언급이 없고, 주변의 아랍국은 준비가 안되었다고만 합니다. 2차세계대전 때 주변 아랍국은 연합국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했을 텐데 말입니다. 다른 이(역사학자)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서 독자는 답답할 따름입니다.

 

최초 독립과정(영국의 철수와 팔레스타인 문제의 국제연합 의제 선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치밀한 준비가 된 유대계와 준비가 안된 팔레스타인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걸 말해 줍니다. 인간세상에서 수없이 반복된 것이거든요.

 

저자가 팔레스타인계에 우호적인 것은 차치하고 이주민(대부분의 유대인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니까요)과 토착민 간의 갈등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우리가 인지 못하는 세상(고대라든지 먼 외국이라든지)에 대해서는 같은 갈등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정복'. 그러나 우리의 이해가 미치는 부분에서는 이렇게 말하지요. '침략'. 징기스칸의 활동이 정복입니까, 침략입니까?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승자가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또는 승자를 기념하는 게 통사이기 때문에) 정복이라고 하지요. 우리랑 이해관계가 없으니까 정복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광개토대왕의 정복도 피침략국 입장에서는 침략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복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현대에 이스라엘에서 사는 저자가 그런 시각을 갖는 것은 일종의 죄책감입니다. 현대에서는 어느 시점에서의 고착화를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뭐,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그걸 제재할 힘이 없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예를 들어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점령한 것을 (전쟁기간 중에는) 반대하다가 끝나면 '통일'이라는 미명하에 용인하는 것이지요. 남북예멘도 비슷할 것이고, 중부 아프리카에서의 변화들도 뭐라 말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혼재된 현실에 사는 저자가 책에 나온 주장을 하는 게 별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아 참, 책은 개정판인 모양입니다. 초판이 2003년에 나왔었다고 하는 대목이 뒷부분에 있습니다. 출간일은 2004년인데 '2005년 현재'라는 글도 두어 번 나오고요. 한글화 번역 작업 중 문제가 있었는지 엉뚱한 조사가 사용된 게 좀 있고요, 어떤 문장은 단어나 구가 누락된 것 같습니다. 번역자의 다른 번역서를 감안하면 특정 계통의 언어가 다수 사용된 것이 이해됩니다.

 

130323-130324/1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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