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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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64페이지, 20줄, 24자.

 

아주 옛날에 불가사리에 대한 짧은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실은 글을 본 것인지 아닌지 불명확합니다. 아무튼 기억에는 그러합니다. 이 내용은 그걸 길게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똑같다는 게 아니라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30여 년 전에 불가사리에 대한 영화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 본 것이 아닌 모양으로 단편적입니다. 부엌에서 몰래 밥풀을 먹이던 여자(며느리인지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나중에 어설프지만 어떤 흉칙한 괴물(이 세상의 것이 아니니 이렇게 묘사해도 될까요?)이 돌아다니고 난리가 나고, 어쩌다가 (그 부분은 기억 불명) 죽입니다.

 

다시 책으로 와서 생각해 보니 참으로 놀랍네요. 누구나 조각을 보고도 불가사리임을 알아봅니다. 그렇다면 꽤 널리 퍼졌던 모양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조직의 힘'이 느껴집니다. 마을 수령은 금세 불가사리를 죽이는 방법을 어디선가 알아내서 검배에게 시킵니다. 불가살이(不可殺이:죽일 수 없는 것)를 '불로 죽일 수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놀랍고요. 검배는 악한 역할을 맡았습니다만, 이게 인간세상의 진풍경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타인보다 천하게 여겨지면 발끈하는 것이지요. 장이에게 견주어 뒤처진다고 평가를 받았으니(장이가 부쇠의 뒤를 잇거나 연두의 짝이 되도록 안배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검배의 반응이 예상외의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불이를 제거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싹일 때 제거하는 것이 더 커진 다음 제거하는 것보단 쉽습니다. 결말을 알고 판단하는 것과 현재진행형일 때의 판단은 다를 수 있으니까 수령이나 기타인물들의 판단이 꼭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때가 무신정권 시대라고 한다면, 더욱 개연성이 높아집니다.

 

아무튼 오랫만에 옛날에 보았던(또는 보았을지도 모르는) 글을 다시 보아서 반가웠습니다.

 

120219-120219/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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