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논쟁과 한국의료의 미래 - 죽어도 아프지 마라, 아프면 죽는다
이상이 외 지음 / 밈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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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저자 중 한 분이 책을 증정하셔서 종교서적을 읽다가 이 책을 중간에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편집/구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책 앞의 추천사와 머릿말을 제외하면 본문은 위쪽으로 편향되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마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역주를 하단에 둘 자리를 늘상 유지하면서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내용을 다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런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책의 주인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이므로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보는 내내 불편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익숙한 다른 책들과 다른 형태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의 상당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들이 속한 단체가 늘 주장하던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측면은 보편적인 시각과 다릅니다. 아마도 반론을 나열하자면 이 책만큼은 써야 할 것입니다.

초기에 나오는 표를 가지고 봅시다. 31페이지를 보면 표1-1이 있습니다. 여기서 영아사망률을 보면 시종일관 비판의 대상인 미국은 기대하는 수치(6.8)가 나와서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국가(영국-5.1)는 그보다는 낮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훨씬 낮은 수치들(2.4, 3.6, 3.9)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낮은 수치(5.3)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있는 OECD 평균을 보면 5.4로 미국을 제외한 제시된 모든 국가보다 높습니다. 즉 우리는 이 표만 보고도 미국 수준의 나라가 적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평균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평균이기 때문에 낮은 나라가 있으면 높은 나라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편차(1.4)는 다른 낮은 국가(3, 1.8, 1.5)와 비교할 때 대척점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자료만 제시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저도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의료민영화는 사실 두 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민간보험의 참여와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허용입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민간 보험은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액제 도는 실손형이므로 미국식 제도의 단점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방향으로 도입된다면 우리도 단점을 곧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인 영리병원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보험제도의 변화 및 영리병원의 도입 자체를 막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말미에서 조금 언급하고 넘어간 재정부분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즉 누가 돈을 댈 것인가가 의료보장의 촛점입니다. 유럽(특히 서구)은 높은 세금으로 거둬들인 다음 복지후생 지출에서 보건을 보장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개인이 그 지불을 담당하도록 하였기에 의료사각계층이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도 부담하려 하지 않아서 보장비율이 낮습니다. 미국처럼 개인이 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처럼 높은 세금을 일차 부담하고 후에 재분배 형식으로 보장을 받을 것인가가 향후의 방향이 될 것입니다.

영국에서 NHS가 성공한 이면에는 사실 영리병원의 허용이 있습니다. 즉 다수의 보장은 NHS를 통하여 하고 소수의 계층은 영리병원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보장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책을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영국의 NHS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안 나옵니다만) 영리병원을 허용하여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이와 비슷해야 할 것입니다. 즉, 현행 전국민의료보험은 모든 국민에게 일반적인 수준의 보장을 하고, 역잔여주의의 도입으로 민간보험은 전국민의료보험에 추가되는 각 개인의 요구를 보장하도록 하고 또 일부는 영리병원을 통하여 얻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영국의 선례를 보더라도 공공보험이 건재하는 한 영리병원은 10% 수준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제도보다는 운용하는 사람이 더 중요했습니다. 우리도 그 점을 명심하면서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11월 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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