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결과
정민 지음 / 리브레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래 전 <어둠의 양보>로 만난 적이 있다.

이후 <바다 하늘 바람, 그녀>로 다시 만났다.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사이공 나이트>는 늘 궁금했다.

하지만 수많은 신간 속에서 그의 이름은 조금씩 마모되었다.

책장에서 가끔 보이는 <어둠의 양보> 표지가 아니었다면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신간이 나왔는데 ‘페인팅노블’이란 단어가 보인다.

작가가 직접 그린 12점의 강렬한 회화가 텍스트와 함께 어우러졌다고 한다.

어떤 방식일까? 잠깐의 호기심은 책을 받으면서 혼란으로 가득했다.


크기가 작다. 시집보다 작다.

두께도 하드커버가 아니었다면 두툼한 시집보다 얇었을 것이다.

이런 외형보다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 것은 활자의 배열과 글의 크기다.

키워진 폰트의 크기, 시 같은 단어와 문장들.

가운데 정렬로 표시된 각 쪽의 모습들.

이런 외형적 혼란은 글을 읽으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노골적인 표현, 자극적인 장면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한 편의 포르노그래피 같은 느낌이지만 잠시 고민하게 한다.


편집후기를 보면 음란해 보였던 그 단어와 문장을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갇혀 있던 나의 인식의 벽이 무너졌다.

한 편의 긴 장편시 같은데 왜 글자의 크기를 그렇게 키웠을까?

가운데 정렬은 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가 사랑한 가수 레너드 코언은 한두 곡을 제외하면 잘 모른다.

그의 노래 제목이 작은 제목이 되었지만 낯설다.

이 낯섦과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들은 읽으면서 고민하게 한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열두 점의 강렬한 유화들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멈추게 한다.

그러다 아바나에 대한 생각으로 빠져든다.

<아바나 리브레>란 소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책 속에 나온 여성들과 아바나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읽은 내내 뛰어난 가독성과 함께 밖으로 드러난 형식에 생각이 머문다.

글자의 배열, 크기, 글자의 간격 등이 무슨 의미일까?

그의 출판사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출간이 가능했을까?

약간 부정적이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지도 모른다.

솔직히 책을 다 읽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시집처럼 곁에 두고 한두 쪽씩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드 아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42
우신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42권이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 출간된 소설이 생각보다 많다.

이 시리즈는 거의 읽은 적이 없는데 낯익은 작가들이 생각보다 많다.

읽을 책들이 쌓이면서 기존 출간작들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구작들을 시간내어 한 권씩 읽고 있는데 이 시리즈 몇 권도 눈에 들어온다.

낯선 작가의 소설이지만 혼불문학상과 오컬트 스릴러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얇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예상이 산산조각 났다.

늘 읽기 전 들여다보는 목차의 의미도 잘 모른 채 말이다.

머릿속은 ‘오드 아이’라는 이상 현상에만 집중을 했다.


양 눈의 색깔이 다른 현상을 오드 아이라고 부른다.

요즘처럼 서클렌즈로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런 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같은 색으로 맞추지 다른 색을 잘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과학적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지만 과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물론 이 다름이 어떤 영역에서는 특별하게 포장되는 경우도 있다.

무당인 애기보살의 양쪽 눈 색깔이 다른 경우 같이 말이다.

여기에 그녀의 눈을 보면서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오해할 때도 있다.

학교 선생인 도평이 그런데 나도 그렇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하겠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 읽고 나서 1부와 2부의 화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1부 도평의 눈에 나오는 각 장의 제목은 모두 부적에 대한 것이다.

2부 방울의 눈 편에는 모두 뒤에 살(殺)자가 들어간다.

이 차이를 읽기 전에 알았다면 어땠을까? 아니 몰라서 더 좋았나?

각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내는 것은 스포가 될 수 있다.

간단하게 1부는 현재의 시간을, 2부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다룬다는 것만 말한다.

부적의 힘으로 서울대 의대도 합격하고, 대학 교수도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잘되는 일 뒤에 몇 가지 사실을 숨겨 놓고 있다.

이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생략되고, 숨겨져 있던 모습이 밝혀진다.


영아의 처절한 복수극이란 설명이 책소개에 나온다.

영아가 누군지 몰랐고, 도평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긴장했다.

원하는 대학에 보내 놓은 아들, 이 아들이 바라는 것은 뭐든 해주는 부모.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뭐든지 하는 엄마.

서로의 욕망이 뒤엉키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분노한다.

성공과 신분 상승의 욕구는 자연스레 차별과 혐오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런 행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잔혹한 복수극.

보통의 복수극이라면 통쾌할 테지만 이 복수는 연민과 아픔으로 가득하다.

보지 않을 수 없고, 피할 수 없었던 일들이 빚어낸 삶의 왜곡.

곳곳에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민낯과 더러운 욕망들.


상당히 뛰어난 가독성은 좋은 자료 조사로 더 빛난다.

늘 학교를 무대로 한 소설을 읽다가 마주하는 나쁜 선생들.

훌륭한 선생이 자신들의 무리에 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몰아내는 그 모습.

이 과정에 의지할 곳을 잃은 소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지는 학교 폭력과 그 폭력을 눈감는 학교.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부를 쌓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

이것과 대비되는 사람들이 가진 무당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감정.

하지만 필요할 때가 생기는 숭배와 그 이면의 감정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한 가지 사실은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그 치밀하고 지속적인 복수심을 보면서 복수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장강명.정명섭.정해연 지음 / 빚은책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북강녕 단편집이다.

가운데 북은 BOOK을 뜻하고, 이 단편집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작가의 몫이었다.

그 작가는 김자영 변호사이고, 암으로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나머지 세 글자 수(壽), 강(康), 녕(寧)은 세 작가의 단편으로 채워진다.

BOOK장은 빈 여백이고, 두 작가가 김자영 변호사에 대한 단상을 실었다.

김자영 변호사는 잘 모르지만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빈 공간이 괜히 아쉽다.

그리고 각 단편들에는 책방 수북강녕이란 공간이 들어가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활용하는데 이것도 재밌는 점이다.

은평구에 있던 서점이 경복궁 옆으로 이전했는데 이전 장소를 다루기도 한다.


세 작가의 특징들이 잘 묻어나는 단편집이다.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선호하는 단편이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오랜만에 읽는 장강명의 <벡사시옹의 밤>은 전체가 창작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티의 ‘벡사사옹 2번’이란 연주가 실제 있다는 것도 검색으로 알았다.

이 연주보다 연주회를 보기 위해 참석한 존재들이 더 흥미롭다.

화자인 고양이, 한강 인어, 영혼 등이 열여섯 시간 연속 연주회에 참석한다.

단순히 연주회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주자 수현의 삶도 같이 녹였다.

이 곡의 연주를 둘러싼 해석과 실연은 현학적인 부분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현학적인 부분들이 비현실적인 존재와 엮이면서 더 흥미로워진다.

피아니스트 수현의 병이나 불멸에 가까운 존재들과의 대비도 눈길을 끈다.


정명섭의 <하루>는 AI 앱 하루에 우리의 삶을 맡긴 사람의 이야기다.

앱의 알람으로 깨고, 앱이 알려주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일을 한다.

연애도 앱이 알려주는 말과 방향을 그대로 따라간다.

일상을 모두 하루라는 앱에 의존하다가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떠받치는 존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부작용과 문제들.

하루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걷게 되는 시간.

걸으면서 보게 되는 공간, 여유, 장소 등

그리고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는 공간에서 마주한 책방 수부강녕.

이곳에 읽은 책들과 시간,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 성장.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부드럽게 읽히고, 나의 반복되는 하루를 돌아보게 한다.


정해연의 <결백>은 여동생의 무죄를 위해 뛰는 언니 진희의 모습을 그린다.

엄마의 살해당한 죽음과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동생 서희.

도입부만 보면 육아에 지친 엄마의 일상이 나올 것 같았는데 빠르게 분위기가 바뀐다.

경찰 수사에 의하면 그날 서희 이외 다른 사람이 그 펜션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희가 자신의 휴대폰이 물에 떨어져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수상하다.

하지만 언니는 서희가 자신과 엄마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대학 진학 때문에 여상을 가서 빨리 사회로 나간 동생.

암에 걸린 엄마를 옆에서 병수발하고 비용을 다 지불한 동생.

그녀가 볼 때 동생이 엄마를 죽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당연히 결백하다고 생각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이 노력과 마지막 반전은 왠지 살짝 어긋난 듯한 느낌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이란 말에 먼저 눈길이 갔다.

작가의 책 몇 권을 읽었지만 SF란 느낌은 크게 없었던 것 같은데.

아!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이 코믹 SF 느낌이 있었다.

최근에 읽었고, 재밌었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의 출간작들을 찾아보면 책과 축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누군가 이 작가의 작품을 파고든다면 이에 대한 답이나 해석을 내놓지 않을까?

이 책도 화자를 누군가 찾아와 종이 책을 기증해달라고 요청한다.

강림 이후 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에서 책은 중요한 지식의 원천이다.

그리고 화자는 처음 노먼을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종말 이후의 삶을 다른 수많은 책들이 있다.

최근에 유행했던 것 중 하나는 좀비이지만 이 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강림과 프라임에 대해 말하지만 그의 존재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마지막에 가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림과 프라임의 정체가 드러난다.

문명이 파괴되었지만 과거의 유적이나 장비까지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기존 장비들을 수리하거나 고장날 때까지 사용한다.

현재와 같은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도로 위에 차들이 다닌다.

화자의 최초 기억이 망가진 버스이자 이 근처에서 노먼을 만났다.

노먼은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방랑자다.


중년의 노먼, 어린 여자 아이, 낡은 자전거.

낯선 이들이 보기에는 딸과 함께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보인다.

여자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면 딸이라고 말해도 될 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힘들게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세상에 대해 하나씩 알려준다.

소녀는 말하지 않고, 노먼은 작은 수리 일로 돈을 번다.

예쁜 소녀를 보고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노먼에게 거래를 제안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하지만 그 몰래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사람도 있다.

인류 대부분이 전멸했지만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들은 아직 적지 않다.


노먼과 노먼이 서브라는 이름을 붙여준 소녀의 여행.

어떤 대목에서는 다른 소설의 한 장면이 떠오르고, 종말 이후의 생활도 생각하게 된다.

이때 프라임을 추종하는 종교 무리가 등장해서 그에 대한 숭배를 보여준다.

그를 제2의 예수처럼 생각한 종교인들, 그들만의 공동체 생활.

노먼은 화려했던 과거의 한때를 재현했던 박람회를 보러 간다.

이 박람회가 열리는 지텍으로 가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다룬다.

생략된 설명과 간결한 전개, 빠른 진행은 가독성을 높여준다.

그러다 마주하는 예상하지 못한 장면과 프라임의 정체는 혼란스럽다.

이 장면을 여러 번 읽지만 자세한 설명이나 해설은 없다.


제목인 ‘에케 호모’는 성서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문장이라고 한다.

“이 사람을 보라”라고 번역되고, 예수를 가리키는 대중의 조롱이 담겨 있다고 한다.

니체는 ‘스스로 선택한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을 조명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사실 이런 해설이나 설명은 책을 모두 읽기 전에는 잘 몰랐다.

니체의 책에 나온다는 것 정도만 알았고, 이것이 어떻게 연결될지도 예상 못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읽은 후 작가의 말에서 재밌는 설정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프라임과 에케 호모를 같은 선상에 놓고, 인간의 탐욕과 윤리도 같이 다룬다.

선의와 믿음, 사랑과 책임 등도 보여주지만 마지막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을 떠올리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복되는 대화, 이해할 수 없는 자살의 사유, 일상의 비틀린 모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