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의 문 - 2026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ㅣ 이루리북스 클래식 1
샐녘 그림, 이루리 옮김, 허버트 조지 웰스 원작 / 이루리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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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웰스의 단편을 그래픽노블로 그려내었다.

국내 만화가 샐녘이 그림을 그렸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작가다.

이루리북스 클래식 1권인데 현재 2권까지 나와 있다.

그래픽노블로 시리즈가 구성될 것 같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화자가 자신의 친구가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친구의 이름은 라이오넬 월러스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앞서 나갔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언젠가부터 낯빛이 어두워졌고, 처음으로 초록 문 이야기를 했다.

화자는 그때 라이오넬의 태만한 정치 행보를 비판하고 있었다.

라이오넬은 태만했고 뭔가에 홀려 있었고, 불가능한 욕망만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여섯 살 라이오넬은 아버지와 가정 교사 덕분에 또래보다 조숙했다.

집밖에 나가 노는 것을 허락받고 놀다가 길을 잃었다.

그러다 어느 벽에서 발견한 담쟁이 덩굴이 에워싼 초록 문을 발견한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게 되는 푸른 하늘과 지평선 가득한 정원.

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 고민은 연 후에 사라진다.

이곳에서 만난 동물과 친구들, 함께 즐겁게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을 보면서 머릿속에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다룬 중국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즐겁게 보낸 하루가 현실에서 몇 년 혹은 몇 십년이 지났다는 설정 말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같은 시간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 녹색 문 안에서 보낸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발견하려고 했지만 찾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 문이 그 앞에 나타난다.

가는 발걸음을 돌려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후에도 그는 몇 번이나 이 초록 문을 발견하지만 열지 않는다.

이때마다 그는 더 성공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초록 문을 열고 들어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현실의 지위를 선택한 것이다.

이 일이 어느 순간 그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은 것이다.

이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그 문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동심, 꿈, 상상력, 사랑 등 그 외 많은 것들.

분량이 많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함축된 내용 때문에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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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소원
유은정 지음 / 반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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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또 다른 표현인 불행소원, 그 공포가 소문과 SNS를 타고 번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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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소원
유은정 지음 / 반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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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화 감독 유은정이 쓴 첫 장편소설이다.

공포 영화를 잘 보지 않아 이 감독의 영화가 낯설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가 궁금해진다.

캐릭터와 공포를 조금씩 증폭시켜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불행소원이란 낯선 단어는 조금만 생각하면 저주와 닮아 있다.

이 소원을 바라는 사람들을 여고생으로 잡은 것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성별과 지나온 학교 생활 등이 세부적인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학업 성적 스트레스, 작은 질투, 불안감, 가정불화 등이 조금씩 파열음을 낸다.

이 파열음은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생각하지 못한 규모로 커진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크게 세 명이다.

아티스틱 스위밍을 하면서 뛰어난 실력자인 송혜송과 파트너가 되고 싶는 배주아.

전학 첫날부터 반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뭔가를 꾸미는 전학생 엄혜송.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송혜송의 경기를 보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덕후 구다은.

이 세 명이 돌아가면서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조금씩 풀어낸다.

이때의 시간은 연속적이기보다 약간의 틈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틈이 앞에 깔아둔 상황이 어떤 식으로 퍼지는지 보여준다.

그들의 시선, 심리 묘사 등은 보이는 상황 이면을 드러낸다.

이 이면에서 서늘한 공포가 조금씩 자란다.


실력이 부족하지만 송혜송의 파트너가 되어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배주아.

열심히 노력하지만 송송의 파트너가 되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코치가 이 사실을 지적하고, 더 연습할 것을 알려주지만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수영장을 떠나 집에 가서 다른 운동을 하지만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그녀에게 온 하나의 메시지, 예상하지 못한 실내 수영장 동영상.

더 연습할 곳을 찾았다고 좋아하는 그녀.

그런데 그녀의 실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송송의 파트너는 변함없다.

방법은 하나. 그 파트너가 다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듯 날아온 불행소원의 문자 하나.


읽으면서 가장 많이 오판했고 반전을 바란 인물은 엄혜송이다.

학교에서 티나지 않게 존재하면서 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인데 아직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구다은과 함께 다니면서 불행소원이 번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저주의 행동이 멈출 것 같으면 익명으로 다시 부채질을 한다.

그리고 송송이 사라진 후 반 아이들에게 불행소원을 알려준 구다은.

외할머니가 무당의 기운이 있고, 그녀도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이런 그녀를 완전히 빠지게 한 인물이 바로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송혜송이다.

그녀가 사라진 송혜송 때문에 배주아를 협박하면서 불행소원이 퍼진다.


입에서 시작한 말이 유튜브와 SNS를 타고 퍼져 나간다.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 순간 비틀린 욕망의 실현으로 이어진다.

장난처럼 이야기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행소원이 이루어지면서 달라진다.

어느 순간 장난이 아닌 진심이 담긴 불행소원이 계속 생긴다.

학교에 물이 뿌려지고, 정수기에 수영장 물이 담기면서 의심과 공포가 증폭한다.

불행소원이 이루어지면 도착하는 문자는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작은 갈등도, 숨겨져 있던 질투도, 전교 등수 상승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을 보고 문제가 있다고 구다은은 생각하지만 그녀의 성격이 바로잡을 기회를 놓친다.

그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은연중에 의심과 공포를 키우는 엄혜성.


학원 공포물을 물과 연결해서 조금씩 스며들고 잠식하게 한다.

공포는 의심과 자신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이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인 여고생의 팔로우 숫자와 핫한 소문의 빠른 전파.

송혜송의 실종 이후 경찰이 나오지만 단순한 배경 그 이상은 아니다.

어른들이 등장하는 순간들은 드물고, 그들의 행동은 개성이 없다.

이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여학생들의 작은 수다와 갈등의 표현들이다.

그리고 낯선 아티스틱 스위밍이라는 종목과 수영장의 연습 장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뛰어난 가독성에, 기대와 다른 서늘한 마무리 등이 엮여 찜찜한 여운을 남긴다.


#불행소원 #수영장 #물 #여고 #저주 #괴담 #소문 #호러 #오컬트 #공포 #유은정 #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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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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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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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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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의 두 번째 책이지만 처음 번역된 책이다.

BBC 드라마 원작소설이자 실제 발생했던 소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책소개를 읽기 전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윈저 지역에서 실제 발생했던 것을 몰랐다.

출판사와 문학상과 낯익은 작가들의 추천평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음모론, 컬트, 믿음, 광기 같은 단어들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면서 예상과 달라 초반에 고생했다.

내가 예상한 가독성도, 이야기의 시작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고생은 이야기에 집중하고, 이 현실로 인한 갈등이 생기면서 사라졌다.

이 갈등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괜히 ‘나라면?’이란 상상을 하게 했다.


클레어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고 남편 폴과 딸 애슐리와 잘 살고 있었다.

이 삶이 깨어진 것은 어느 날 그녀에게만 들리기 시작한 어떤 소리 때문이다.

웅웅거리고 진동처럼 느껴지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 들린다.

새벽에 집안에서 소리의 원인을 찾다가 집밖으로 나간다.

어디에서 울리는 소리일까? 다른 사람에게도 들릴까?

이른 새벽 전기가 끝어졌고 아내를 찾으러 나온 남편은 듣지 못한다.

이 소리가 24시간 그녀의 귀에 울리고, 코피까지 터진다.

두통이 극심하지만 소리는 크지도 않고 거슬리지도 않는다.

다만 잠을 못 자는 불면증과 그녀를 지속적으로 마모시킨다.

의사들도 이 소리의 원인을 모르고, 단순한 스트레스 등으로 치부할 뿐이다.


혼자만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했을 때 나타난 학생 카일.

그도 그녀처럼 이 소리를 듣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같은 소리를 듣는 사람을 발견한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강한 친밀감을 느낀다.

여선생과 남학생이 둘이 함께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이 소리의 원인을 찾으려고 마을 근처를 돌아다닌다.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 것을 주변에서 본다면 오해하기 충분하다.

그러다 늦은 밤 카일과 전화하는 것을 딸 얘슐리가 듣는다.

카일이 전화한 이유는 자신들 같은 사람들의 모임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딸이 카일에게 남긴 메시지를 카일의 엄마가 보면서 문제가 커진다.


클레어와 카일만 듣는다고 생각한 소리를 듣는 다른 사람들.

이 사람들의 모임을 주도한 대학 교수 출신 하워드.

여러 명이 모였을 때 하워드가 말한 인간의 가청 범위 밖의 소리 이야기.

나중에 이들이 모여 공명하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왠지 동양적이다.

소리가 공명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강렬한 감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런 그들을 사람들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클레어가 듣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녀의 가족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망상을 믿고 있다고 말할 때 그녀가 내놓은 반론은 굉장히 반기독교적이다.

이것을 소리를 듣는 사람 중 한 명의 음모론으로 넘어가면 더 이상해진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나누어진다.

분명한 것은 그녀와 몇 사람이 소리를 듣고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모인 것도 이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고 범위에서 제단하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점점 심해지지만 그 바닥에는 가족애가 깔려 있다.

물론 이 가족애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읽으면서 수없이 나의 입장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클레어도 자신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남편이나 딸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을 짚은 부분과 그녀가 실제 경험한 것들이 생각을 복잡하게 한다.

딸 애슐리가 엄마에게 욕하면서 말하는 대목은 끝까지 적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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