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집 - 니 맘대로 내 맘대로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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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실키라는 작가의 다른 책 제목들도 낯설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단어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집이란 한글도 집(集)이자 집(house)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책 구성도 집 모양 속에 여덟 구역으로 나누었다.

현관에서 다락방까지 이어지는 공간 속에 자신의 단어를 풀어낸다.

사람마다 각자의 단어 사전이 있다는 인식 속에서 만들어진 단어집이다.

일정 부분 공감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작가는 한국을 떠나 여러 나라에서 머물렀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거의 20년을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이 오랜 세월 동안 외국에 머문 사람이 느끼는 감각들이 단어를 통해 드러난다.

집(house)에 대한 글에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이 단어를 새롭게 보게 한다.

읽으면서 수많은 단어의 정의에 고개를 끄덕인다.

간결하게 표현되고, 도치된 문장은 한 박자 늦게 동의한다.

그림으로만 표현된 단어에서는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다.

작가가 이해하고 표현한 것과 나의 이해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이런 경우 더 오랫동안 그림을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하나의 단어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랑데뷰’의 경우 그가 생각한 것과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

길게 설명이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이해를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산책’을 “명상, 다리를 움직이며.”라고 할 때 칸트가 떠올랐다.

실제 나에게 산책은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는 시간이다.

안부’를 읽고 보면서 오랜만에 전화를 한 친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매주 만났던 사이가 이제는 몇 개월에 겨우 한 번 전화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잘 지내지?” “잘 지내”란 단어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는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보다 삶의 조건들이 바뀌었다.


김치’의 정의를 읽다가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아내가 중국 여행 갔을 때 한국에서 김치를 먹지 않던 아이들이 김치를 먹었다는 것이다.

중국 음식이 맞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한 것이다.

당연하지 않게 되고 나서야,”란 문장은 ‘공기’란 단어로 떠올려주었다.

배움’이란 단어에서 나의 현실을 그대로 느낀다.

그리고 배움 대신 ‘신간’을 넣으면 나의 탐욕과 불안감이 드러난다.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사 모은 나의 탐욕.

책 광고에 혹해 빨리 읽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읽는 내내 숨을 고르면서 나의 단어장을 돌아본다.

도서관이라고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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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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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시리즈 1권이다.

시리즈 4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권만으로 다음 이야기를 예측하는 것은 힘든데 두툼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이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확자 시리즈를 구해 놓고 묵혀두고 있는데 빨리 시간을 내어야겠다.

그리고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언와인드 1권이 다른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다.

이 시리즈가 최근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2007년에 첫 권이 출간되었다.

작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가끔 이런 사실을 발견하게 한다.

낯선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언젠가 한 번 찾아 읽어야겠다.


굉장히 충격적인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육질은 부드러워> 이후 가장 충격적이다.

언와인드는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을 소급해서 중절할 수 있는 법률이다.

미국 내전 이후 두 계파가 합의한 내용이다.

임신 중절을 소급해서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태어난 아이들이 13세와 18세 사이가 되면 부모가 이들을 언와인드 시킬 수 있다.

언와인드는 산 아이들을 낱낱이 분해해서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장기이식 과학의 발전이 이 법률을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언와인드에 아이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게 세 아이가 화자로 등장한다.

부모 속을 썩여 몰래 언와인드 신청된 코너.

보호 시설에서 자라 비용 때문에 언와인드 대상이 된 리사.

태어나면서부터 신에게 몸을 바치는 것이 축복이란 세뇌를 받은 십일조 소년 레브.

이들은 코너의 탈출에서 시작해 연쇄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자신이 리와인드 될 것이란 것을 우연히 알고 집에서 도망치는 코너.

하지만 휴대폰을 끄지 않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계속 알려주고 있었다.

청소년 전담 경찰이 코너를 데리러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코너는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달아난다.

그의 질주가 고속도로에 혼란을 가져온다.


보호시설에서 언와인드 장소인 하비스트 캠프로 이동 중이었던 리사.

코너의 질주가 자동차 사고를 불러온다.

언와이드 당하기 않기 위해 그녀는 차에서 도망친다.

코너가 질주할 때 멈춘 차에는 십일조 레브가 타고 있었다.

코너는 레브를 인질 삼아 달아나려고 한다.

하지만 레브가 언와인드 대상이란 것을 안 후 데리고 달아난다.

경찰들은 언와인드 대상인 아이들에게 총을 쏠 수 없다.

아이들이 너무 비싼 물건이라 진정탄을 쏘아 잠들게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좀더 쉽게 준다.


세 아이의 탈출이 있지만 레브는 십일조로 자라면서 세뇌된 상태다.

코너와 리사처럼 도망이 절실하지 않고, 오히려 언와인드를 바란다.

몰래 숨어든 학교에서 레브가 보여준 행동은 세뇌된 아이의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이후 아이들은 헤어지고, 다른 방식으로 도망치고, 살아남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히는 일들이 서로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코너와 리사는 함께하면서 언와인드 대상 아이들을 구해주는 조직의 도움을 받는다.

이 부분은 미국 흑인들이 인종차별을 피해 도망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와 닮아 있다.

십일조로 자란 레브가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 과정도 흥미롭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그를 도와주는 사이파이의 존재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법률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 현재 트럼프의 미국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와인드된 장기들은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 팔려나간다.

뇌조직 일부를 이식한 사이파이의 괴상한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

코너의 탈출을 도와주었던 트럭 운전수의 마술은 이식된 손 덕분이라고 한다.

이 장기이식이 이식자와 언와인드 대상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언와인드된 아들의 각 신체 부위를 이식받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괴담은 또 어떤가.

이 괴담의 실체가 드러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발전한다.

놀랍고 잔혹한 발상과 뛰어난 가독성과 구성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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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익스포저 (포토에세이) 듄 시리즈
그레이그 프레이저.조쉬 브롤린 지음, 채효정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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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과 <듄: 파트2>의 포토 에세이다.

촬영 감독 그레이그 프레이저의 사진과 배우 조시 브롤린의 에세이 글이 함께 실려 있다.

두툼한 분량과 몽환적이면서 사실적인 사진들은 잠깐 동안 영화 속 이미지를 떠올린다.

만약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사진 속 몇몇은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시 브롤린의 글 중 몇몇은 원작에서 발췌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집중하면 원작자의 글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패브릭 커버는 묵직함과 비싼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필름 사진으로 찍은 감도 높은 인쇄 사진은 대상에 집중하게 한다.


영화는 수많은 CG로 채워져 있다.

이 CG들은 이 포토에세이에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을 비롯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정면 사진과 촬영 현장을 찍었다.

영화 속에서 본 스쳐 지나가듯 본 얼굴과 다른 느낌이다.

카메라를 보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배우도 보인다.

이 배우의 표정은 영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다.

사진 속 인물을 보고 영화 속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순간들도 있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출연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듄 : 파트3>이 나온다면 달라지려나?


조시 브롤린의 글을 통해 촬영 현장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이 보여주지 못하는 일상을 그는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딸의 시선으로 풀어낸 글들은 처음에는 의문으로 가득했다.

왜 갑자기 딸들이 아버지의 생활을 말하는 것일까? 하고.

조금씩 촬영 국가나 현장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온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실제 촬영 현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재밌다.

요르단, 7성급 호텔, 방으로 들어오는 모래. 수영장.

전쟁터 같다는 촬영장. 그 현장의 일부를 포착한 사진들.

영화를 봤기에 더 몰입하게 되는 사진들.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에서 사라진 소설 내용이 궁금해졌다.

어느 날 알고리즘을 타고 본 유튜브 영상도 같이 생각난다.

두툼한 원작이나 그래픽노블을 볼 날을 생각하면 괜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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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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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제목, 실연의 고통, 연대와 성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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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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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2년 처음 출간된 이후 두 번에 걸쳐 개정판을 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두 번의 개정판을 거치면서 바뀐 곳은 어디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정판들은 문장의 일부를 손보고, 가감하는 것에 그친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문단을 다듬고, 문장 일부를 삭감하고, 단어를 시대상에 맞추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오탈자나 큰 문제가 있는 대목이 아니라면 그대로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마 영화화가 되면서 개정판도 같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처음 이 소설의 제목을 읽고 조금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길고, 입에 잘 달아 붙지도 않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머리 한 곳에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늘 하고 있었던 수많은 소설 중 한 권이 되었다.

그러다 기회가 왔고, 읽으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실연의 아픔, 상처, 고통과 치유의 시간들.

그 사이를 채우는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각자의 사연들.

이 기발한 조찬모임이 만들어진 이유 등이 시선을 끌었다.

그 조찬모임이 끝난 다음 두 남녀의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각자의 연애사와 헤어지게 된 이유까지.


소설 속 두 주인공, 사강과 지훈은 어딘가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이 만난 장소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나온다.

사강이란 이름은 <슬픔이여, 안녕>의 작가 이름에서 가져왔다.

이 이름을 보고 프랑스 작가와 여배우가 동시에 떠올랐다.

사강의 아버지는 아내와 딸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자식을 하나 낳았다.

사강은 스튜어디스로 살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몇 번의 연애, 차는 쪽이 아니라 늘 차이는 쪽이었던 그녀.

그녀가 먼저 찬 이유가 흘러나오고, 그녀는 더 큰 실연을 안고 있다.

SNS에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을 보고 신청한 것도 이 실연 때문이다.


이 조찬모임은 조찬을 먹고 실연의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실연의 기념물을 들고 와서 서로 교환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조찬모임에 참석했고, 물건을 교환했다.

사강의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흘러나오는 도중에 지훈의 연애사가 나온다.

10년 동안 현정과 사귄 긴 연애의 시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별.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교육을 담당하는 지훈.

뛰어난 강의 실력은 스타 강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강의가 끝난 후 여성들이 그에게 애인 있는지 물을 정도의 외모도 겸비했다.

하지만 실연의 고통은 그의 삶을 뒤흔든다.

수많은 과속 딱지와 집안에 쌓인 수많은 라면 봉투들.


이 조찬모임을 기획한 미도의 이야기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녀의 과거사는 간결하지만 힘든 청춘의 극한의 보여준다.

이 모임의 의도는 결혼정보회사의 비밀 프로젝트다.

하지만 모든 모임은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소설의 재미는 이 의도와 각자의 연애사가 엮이고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이다.

뻔한 로맨스가 아닌 실연의 상처와 그 극복의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다.

그리고 자신들이 잘 몰랐던 실연의 기념품이 지닌 의미가 새롭게 되살아난다.

실연을 극복하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들의 성장을 다루는 시간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도쿄의 시간이 동일본대지진 이후란 부분이다.

영화에서 암흑에 둘러 쌓인 도쿄의 풍경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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