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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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블랙 코미디가 주는 재미와 기후 위기가 초래한 근 미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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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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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만났고, 소설도 처음 번역된 작가다.

책 제목과 표지를 대충 봤을 때는 소설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고기 한 마리와 멸종을 사고 판다는 말에 환경 관련 인문학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좀더 보니 출판사와 장편소설이란 글이 보였다.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했다니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기후 위기로 완전히 변한 근 미래의 지구를 만났다.

멸종과 이것을 거래하는 경제 행위를 엮은 이야기 속에서.

이것은 다시 현실 속 탄소 배출권 문제와 엮어 사고의 범위를 확장한다.

독자가 아는 만큼 소설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멸종과 멸종 크레딧. 멸종된 종에 대한 데이터 보관.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멸종이 아닌 멸종 크레딧이다.

하나의 생물종을 멸종시키기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혀가증 같은 것이다.

이 크레딧은 국가와 기업에 할당된 수량 안에 있고, 거래가 가능한다.

거래 가능한 크레딧은 시세가 존재하고, 시세 차이를 노리는 개인 혹은 단체가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핼야드는 회사 돈을 이용해 멸종 크레딧 공매도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회사가 독쑤기미의 마지막 서식지를 해저 채굴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독쑤기미가 지능이 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래서 독쑤기미를 조사하는 카린을 억류하고, 평가서를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다.

당연히 카린은 반대하지만 다른 곳에서 독쑤기미를 먹는 영상을 발견한다.

이제 이 둘은 새롭게 발견된 독쑤기미의 서직지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디스토피아 세계는 기후 위기로 사람들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식재료가 되는 것들이 모두 망가지면서 맛을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핼야드는 젊은 시절 일본 장인이 만든 스시의 맛을 본 적이 있다.

이 기억은 형편없는 음식에 대한 그의 심한 거부 반응으로 이어진다.

물론 부자라면 이전처럼 그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쌀 뿐이다.

그가 불법을 저지르게 된 데는 이런 경험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카린은 여러 직업을 거친 후 현재 생물종 지능 감별사가 되었다.

이번 독쑤기미 조사는 그녀가 바라는 바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저 채굴로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그 희망은 사라졌다.


이 둘이 함께 움직이면서 서로 다른 희망을 품을 때 사건 하나가 터진다.

멸종된 생물종을 스캔한 데이터 보관소의 데이터가 삭제된 것이다.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때문에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폭등한다.

이제 핼야드에게 단순히 독쑤기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둘은 자연보호구역 같은 곳으로 가서 독쑤기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산업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비리와 현실이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때 핼야드가 발견한 영상은 그 희상을 다시 되살려준다.

은둔왕국에서 일하러 온 뒤 곰팡이 균 때문에 수송소에 갇힌 한 소녀가 올린 영상이다.

독쑤기미 전문가가 볼 때 그것은 분명한 독쑤기미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목적지로 향해 움직이고, 이것은 다시 반복된다.


독쑤기미의 서식지에 대한 기대, 멸종 크레딧이 의미하는 바가 엮여 있다.

이 둘이 독쑤기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은둔왕국의 정체가 밝혀질 때 영국의 EU 탈퇴가 떠올랐다.

고립과 통제로 가득하고, 경제는 점점 낙후된 나라가 은둔왕국이다.

안면인식 기술은 축산업도 인공지능 관리가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세균 감영병 캡차의 존재는 이 기술을 무력화시킨다.

인간의 기술 개발과 자연의 반격이 서로 엇갈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한 생물종의 소멸이 단순히 한 생멸종의 소멸이 아니라고 말할 때 우린 사실의 일부를 깨닫는다.

멸종 크레딧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때, 멸종된 생물종 데이터가 사라졌을 때 현실의 문제가 드러난다.

그리고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가볍고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현실과 근 미래에 대한 블랙 코미디가 재밌고 인상적이다.


#장편소설 #경제블랙코미디 #기후SF #디스토피아 #독쑤기미 # 네드보먼 #황금가지 #최세진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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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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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톤 허’라고 하면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번역한 작품들을 말하면 아! 하고 금방 안다.

이 소설의 재밌는 부분 중 하나 그가 번역했던 작가가 그의 소설의 번역한 것이다.

이전까지 잘 몰랐던 부분 중 하나는 정보라가 번역한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최근 번역된 소설에 관심이 가지만 쉽게 손이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는 자신이 왜 영어로 글을 썼는지 앞부분에 말한다.

어린 시절 영문 소설가의 꿈이 있었다고 하니 축하 먼저 해주고 싶다.

그리고 유명 작가들의 추천과 역자 이름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앞부분에서 설정 때문에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

내가 본 sf소설에서 나노봇 치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나노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죽거나 특이한 상황에 마주한다.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황과 현재를 하나의 노트 속에 문자로 기록해서 전달한다.

시간은 근미래, 미래, 먼 미래, 아주 먼 미래로 흘러간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 인류에 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놓여 있다.

인류가 생산해낸 안드로이드, 나노봇의 적용, AI 문제 등이 뒤섞여 풀려나온다.

이 진행은 기존의 디스토피아와 닮은 부분들이 많다.


첫 화자인 말리는 이 나노 치료를 진행하는 연구자이자 첫 기록자이다.

갑자기 연구실에서 사라진 용훈에 대해 기록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용훈은 남편을 잃고, 19세기 영미 문학을 인공지능 프로젝트 파닛과 연구한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후 그는 이전의 자신과 다른 것을 느낀다.

이것은 다음 화자이자 첼로 연주자 앨렌이 경험한 특수한 일과 연결되어 있다.

엘렌은 자는 동안 어린 시절 자신의 연주가 녹음된 파일을 발견한다.

연주회에서 자신과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나간 것도 이런 현상과 관계 있다.

이런 특이한 상황들을 다음에 이어질 사건들과 연결된다.


파닛은 말리가 자신의 연구소를 매각하는 과정에 나노봇 안드로이드에 정착시킨다.

파닛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기에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나노봇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났을 때 감각 등을 경험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런 그가 불멸자로 긴 세월 세상을 떠돌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이 삶은 인간의 삶이고, 그 과정에 몇 번의 사랑도 경험한다.

어느 날 자식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여자와 결혼까지 한다.

임신에는 성공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유산된다.

그런데 파닛을 늘 뒤쫓고 있던 조직이 있었다.

자본과 인간의 탐욕은 파닛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고 한다.


화자들은 새로운 나노봇 안드로이드로 이어진다.

미래에 나노봇이 가진 문제와 기이한 현상이 드러나는데 섬뜩하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군인으로 태어난 이브란 나노봇 안드로이드.

이름은 없고 알파벳으로 그들을 구분한다.

재밌는 점은 닮은 얼굴이지만 키가 다른 존재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 명령에 따라 움직일 것 같은데 갑자기 시가 떠오르는 이브도 나온다.

오랜 옛날 용훈과 파닛이 공부하고 연구했던 영시의 문구가 떠오른다.

단순한 안드로이드라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나노봇 속 기억이 이것을 불러온 것이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안드로이드가 생각을 하고, 어느 정도 자아를 가진다.

현재의 우리 같은 인간이 거의 사라진 먼 미래를 생각하면 그들이 새로운 인류다.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나노봇들이 어느 순간 의식을 가진 것처럼 움직인다.


언어와 시, 기록과 기억. 인간과 나노봇 안드로이드.

나노봇 안드로이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시어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의 상황을 기록할 뿐 시를 짓지는 못한다.

시가 사라진 세계이기에 시란 것도 알지 못하니 창작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음악은 또 어떤가?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조차 드물고, 악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와 음악. 인류가 발전시켜온 문화다.

이 두 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인간의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불멸의 시대가 되었지만 불멸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인류와 개인을 구분한 장면과 순간들, 그 사이를 채우는 감정들.

묵직하지만 어느 순간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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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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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권이다.

생각보다 세계문학 시리즈가 오랫동안 나오고 있다.

이 소설은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다.

자세한 책 내용은 몰랐지만 작가 이름 때문에 그랬다.

지금 읽으라고 하면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창시절 <모비 딕>을 재밌게 읽었다.

이 기억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로 당연히 이어졌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의 다른 번역 소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소설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는 다른 장르에 빠져 이전 같은 강한 바람은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 책 제목을 보면 늘 잊고 있던 기억들이 살아났고, 기회가 왔다.


<필경사 바틀비>도 상당히 많은 판본들이 나와 있다.

단권도 있고, 두 편 이상을 묶어 낸 책들도 있다.

이 책은 다섯 편으로 가장 많은 단편이 실려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민음사는 두 편을 담고 <필경사 바틀비. 선원 빌리 버드>로 내었다.

다른 판본과 하나씩 번역을 비교할 수 없지만 아쉬운 번역본들도 있었다.

문장의 가독성은 현대적이지만 내용을 너무 삭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문장이 삭제되거나 의역이 심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비교를 하게 된 데는 우연하게 한 문단을 비교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 번역에 대한 글을 읽은 탓도 있다.


표제작 <필경사 바틀비>는 내가 기억하는 내용과 달랐다.

월 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필경사 일을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이야기의 화자도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였고, 그가 고용한 기간도 길지 않았다.

먼저 그의 사무실 현황과 왜 바틀비를 고용하게 되었는지 말한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필경사 이야기는 코믹하고 조금 황당하다.

하지만 이들도 바틀비에 비하면 조금 독특한 정도에 불과하다.

바틀비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도 않고, 퇴근도 하지 않는다.

필경사들이 자신들이 필사한 것에 오타가 없는 지 검토하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란 거절과 함께.

이 문장은 이후 변호사가 다른 일을 요청할 때마다 등장한다.


처음 이 문장을 읽고 어리둥절했다.

피고용인이 고용주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다른 필경사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사는 바틀비를 우연히 발견한 변호사.

그를 내보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그가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후 일어나는 사건들은 바틀비의 괴팍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바틀비의 과거 일 하나를 알려주면서 생각이 바뀐다.

쉽게 해석하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월 스트리트와 해고된 노동자의 관계 등으로.


<총각들의 천국, 처녀들의 지옥>은 두 지역과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남녀 이야기다.

천국은 영국 런던에서 변호사인 남자들이 누리는 부유한 식사 장면이다.

반면에 지옥은 산속 추운 분지 속 제지 공장의 기계 부속처럼 일하는 여성들의 노동현장이다.

<빈자(貧者)의 푸딩, 부자(富者)의 빵 부스러기>도 두 지역과 다른 상황으로 풀어낸다.

친구의 말을 듣고 가난한 집을 방문해 듣게 되는 사연과 푸딩의 맛.

부자들이 자선을 베푼다고 한 현장은 음식물 처리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자선과 그 행동은 실제 이면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행복한 실패>는 한 발명가의 주장과 실패가 황당하게 다가왔고, 왠지 울림이 없었다.

<필경사 바틀비>를 포함한 이 단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기에 쓴 것이리고 한다.


<빌리 버드>는 멜빌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한다.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고, 멜빌의 유고를 정리하는 과정에 생긴 오류를 담고 있다고 한다.

버드가 탄 배의 이름이 번역본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다.

버드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조각 미남 그 자체다.

사람들의 사이의 분쟁을 해소하는 데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군 함선에 강제 징집되면서 그의 장점은 조금씩 가두어진다.

여기에 그의 외모와 행동을 질시하는 장교의 등장은 군함 생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어린 빌리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노선원에게 질문하는 장면과 그 결과는 예상 외다.

노련한 선원의 적절한 대답은 없고, 작은 감탄만 있을 뿐이다.

그 시절 군함이 중요시한 것들이 무엇인지 말하고, 그 결과가 만들어낸 죽음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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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 개정판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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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흉가>보다 먼저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시리즈로는 두 번째다.

오래 전부터 이 시리즈를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집에 있는 <흉가>를 생각하면 빨리 읽고 싶은데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

당연히 주인공이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할 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첫 장면부터 기시감과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나를 빨아들인다.

한 노인의 인사, 기묘한 이야기, 서늘하게 시작한다.


무나카타 코타로는 이사 전 살던 치바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동급생 레나를 만나 이 마을에 대한 간단한 소식을 듣는다.

친절한 이웃 주민들은 이사를 도와주고, 할머니와 둘이서 마지막 정리를 한다.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넓은 집이고, 새로운 학교 생활을 앞두고 있다.

이 마을에 이사 온 이유는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두 분 다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함께 살기에 이전 집은 좁았고, 넉넉하지 형편에 비해 넓은 집을 얻었다.

보통의 아이와 상황이라면 이런 넓은 집을 보고 기뻐하고 좋아해야 한다.

하지만 첫장에서 만난 노인의 말과 기시감이 이 감정을 사라지게 했다.


서늘한 공포의 시작은 마을의 끝에 있는 숲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숲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길,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 길에 발견한 작은 섬 위의 작은 사당.

카즈사 가의 수호신을 모시는 사당인 듯한데 파괴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누가, 왜 이렇게 수호신을 모신 사당을 파괴한 것일까?

작가는 사실을 그대로 나열하면서 다음 이야기의 복선을 조금씩 깔아둔다.

그리고 숲을 나오려고 할 때 코타로를 따라오는 듯한 안개.

안개에서 도망치려고 노력하고, 찰팍 찰팍 하는 의성어가 공포를 북돋운다.

이 소설에서 이런 의성어는 영화의 효과음 같은 역할을 한다.


힘겹게 숲을 벗어났지만 할머니의 귀가 늦은 밤은 더 문제다.

그의 눈에 보이는 그 뭔가의 존재는 명확하지 않아 더 무섭게 다가온다.

언제나 공포는 그 정체가 분명할 때 많이 사라진다.

알 수 없는 존재의 등장과 의성어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존재가 단순히 하나가 아니기에,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기에 더 무섭다.

빛이 있으면 나오지 않고, 눈을 감으면 또 보이기에 힘들다.

뭔가가 나오는 욕실에서의 장면은 초등학생의 처절한 생존 본능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사 온 첫날부터 작가는 코타로를 공포감에 휩싸이게 한다.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채.


독자들은 가장 먼저, 쉽게 할머니에게 말하면 되지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죽고 힘든 시기를 보낸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뭐 어쩌면 이런 상황들은 모두 코타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문제를 풀기위한 장치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옆집 레나의 존재는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말하고 의논할 수 있는 돌파구다.

이 두 소년 소녀가 이 마을의 괴담과 사실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보통 때라면 단순한 괴담일 수 있지만 코타로에게는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자신 앞에 나타난 검은 형체는 사람에 따라 심장 마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코타로가 살던 집에 대한 정보는 어른들도 레나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둘은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에서 정보를 찾기로 한다.

옛 기사 속에서 참혹한 한 사건과 코타로와의 관계가 밝혀진다.


이 집 시리즈의 다른 소설을 읽지 않아 서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공포 소설과 대비된다.

어른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대지주의 몰락과 한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적인 죽음을 연결했다.

이 연결은 섬기는 수호신의 존재가 가진 신의 두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지의 존재, 특별한 조건에서의 등장, 마을에 있었던 사건들과 그 이면의 사실.

호러가 미지의 존재에서 시작했다면 진상은 사람에게서 드러난다.

마지막 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장면들은 서늘함과 광기로 가득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작중에 깔아둔 설정을 잘 활용하는 작가의 모습에 감탄한다.

아! 늦은 밤 한 장면은 서늘함에 낮에 읽었는데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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