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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 개정판 ㅣ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흉가>보다 먼저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시리즈로는 두 번째다.
오래 전부터 이 시리즈를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집에 있는 <흉가>를 생각하면 빨리 읽고 싶은데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
당연히 주인공이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할 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첫 장면부터 기시감과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나를 빨아들인다.
한 노인의 인사, 기묘한 이야기, 서늘하게 시작한다.
무나카타 코타로는 이사 전 살던 치바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동급생 레나를 만나 이 마을에 대한 간단한 소식을 듣는다.
친절한 이웃 주민들은 이사를 도와주고, 할머니와 둘이서 마지막 정리를 한다.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넓은 집이고, 새로운 학교 생활을 앞두고 있다.
이 마을에 이사 온 이유는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두 분 다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함께 살기에 이전 집은 좁았고, 넉넉하지 형편에 비해 넓은 집을 얻었다.
보통의 아이와 상황이라면 이런 넓은 집을 보고 기뻐하고 좋아해야 한다.
하지만 첫장에서 만난 노인의 말과 기시감이 이 감정을 사라지게 했다.
서늘한 공포의 시작은 마을의 끝에 있는 숲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숲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길,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 길에 발견한 작은 섬 위의 작은 사당.
카즈사 가의 수호신을 모시는 사당인 듯한데 파괴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누가, 왜 이렇게 수호신을 모신 사당을 파괴한 것일까?
작가는 사실을 그대로 나열하면서 다음 이야기의 복선을 조금씩 깔아둔다.
그리고 숲을 나오려고 할 때 코타로를 따라오는 듯한 안개.
안개에서 도망치려고 노력하고, 찰팍 찰팍 하는 의성어가 공포를 북돋운다.
이 소설에서 이런 의성어는 영화의 효과음 같은 역할을 한다.
힘겹게 숲을 벗어났지만 할머니의 귀가 늦은 밤은 더 문제다.
그의 눈에 보이는 그 뭔가의 존재는 명확하지 않아 더 무섭게 다가온다.
언제나 공포는 그 정체가 분명할 때 많이 사라진다.
알 수 없는 존재의 등장과 의성어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존재가 단순히 하나가 아니기에,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기에 더 무섭다.
빛이 있으면 나오지 않고, 눈을 감으면 또 보이기에 힘들다.
뭔가가 나오는 욕실에서의 장면은 초등학생의 처절한 생존 본능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사 온 첫날부터 작가는 코타로를 공포감에 휩싸이게 한다.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채.
독자들은 가장 먼저, 쉽게 할머니에게 말하면 되지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죽고 힘든 시기를 보낸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뭐 어쩌면 이런 상황들은 모두 코타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문제를 풀기위한 장치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옆집 레나의 존재는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말하고 의논할 수 있는 돌파구다.
이 두 소년 소녀가 이 마을의 괴담과 사실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보통 때라면 단순한 괴담일 수 있지만 코타로에게는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자신 앞에 나타난 검은 형체는 사람에 따라 심장 마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코타로가 살던 집에 대한 정보는 어른들도 레나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둘은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에서 정보를 찾기로 한다.
옛 기사 속에서 참혹한 한 사건과 코타로와의 관계가 밝혀진다.
이 집 시리즈의 다른 소설을 읽지 않아 서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공포 소설과 대비된다.
어른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대지주의 몰락과 한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적인 죽음을 연결했다.
이 연결은 섬기는 수호신의 존재가 가진 신의 두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지의 존재, 특별한 조건에서의 등장, 마을에 있었던 사건들과 그 이면의 사실.
호러가 미지의 존재에서 시작했다면 진상은 사람에게서 드러난다.
마지막 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장면들은 서늘함과 광기로 가득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작중에 깔아둔 설정을 잘 활용하는 작가의 모습에 감탄한다.
아! 늦은 밤 한 장면은 서늘함에 낮에 읽었는데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