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쓰지무라 나나코 지음, 박수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라이트노벨을 오랜만에 읽었다. 읽다 말다 한 책을 빼면 몇 년만이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호하기에 예전에는 자주 읽었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빠지면서 한동안 뜸했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하면서 한 가지 기대를 했었다. 빠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말이다. 하지만 휴가지에서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다 보니 그 재미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고, 시끄러운 비행기는 독서에 방해만 되었다. 그러다 늦은 밤 차분히 읽으면서 처음 바란 속도와 재미를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석들과 관련된 사연을 다룬다. 이름은 한 번씩 들어보았고, 오다가다 본 보석들이지만 실제 그 보석을 놓아두고 구분하라고 하면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 가장 유명한 다이아몬드조차 인조와 천연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외한이다. 각각의 보석의 가치는 당연히 모른다. 다이아몬드가 비싸다는 것과 이 다이아몬드에 얽힌 슬픈 역사의 단편 정도를 알 뿐이다. 하지만 이 보석들이 보통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면 그 가치와 상관없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화자는 세기라는 대학생이다. 취객에게 피해를 입은 외국인을 도와주는데 이것을 인연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 외국인은 리처드라고 불리고, 보석상이다. 이 사실보다 먼저 눈길을 끄는 설명은 그가 지닌 미모다. 절세미남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쉽게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리처드가 보석상이란 사실을 알고 감정을 의뢰한다. 이 짧은 단편 속에 그 시대의 한 단면이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작가의 뛰어난 부분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끌어나가는 부분에서는 조금 선명하지 않은 대목들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나의 이해도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핑크 사파이어, 루비, 자수정, 다이아몬드 등은 흔히 듣는 이름이다. 가격은 솔직히 잘 모른다. ‘자수정의 가호’란 에피소드에서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저렴한 보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잘 생각해보면 아주 싼 보석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만 보석에 관심이 없고 살 일이 없다 보니 그 가격을 모를 뿐이다. 단순히 다이아몬드가 제일 비싸다는 상상만 할 뿐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가격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 보석과 그 보석의 주인에 집중한다. 이야기를 만든다. 복잡하지도 않다. 조금만 집중한다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약간은 뻔한 설정도 보이지만.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세기의 출생에 관한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외할머니 이야기다. 소매치기였던 그녀의 삶이다. 핑크 사파이어의 감정을 한 이유도 이 보석의 가치보다 이 보석 때문에 일어난 사고와 그 사고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산 할머니의 마음이다. 그리고 이 소매치기 어머니와 대립하고 살았던 세기의 엄마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면 좀더 깊은 곳까지 이 사연을 파고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세기와 리처드의 알쏭달쏭한 관계에 대해서도. 검색하니 시리즈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한두 권 더 읽어보고 싶다. 이번에는 좀더 차분하게 앉아 더 집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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