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경제사 - 돈과 욕망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역사
최우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열세 편의 소설 속에서 저자는 숨겨진 경제 이야기를 찾아낸다. 이 경제사가 과연 맞는가 하는 부분은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의문이다. ‘동화’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15편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걸리버 이야기>를 동화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실제 어린 시절 세계 명작 동화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들 속에 이 소설이 있었으니까.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동화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내가 읽지 않았다고 해도 여기저기에서 본 것들이라 내용들이 낯설지도 않다.

 

이 책은 사실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왜 이런 표현을 하느냐 하면, 확실한 증거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쓴 논문이나 그 작가의 이력 등을 조사한 것을 참고해서 그 시대상과 더불어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가 분명하게 인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 물론 이것이 평론가의 역할이자 영역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려면 좀더 정밀하고 분명한 분석과 자료가 있어야 한다. 저자가 글 중간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하나의 추정일 뿐이라고 하는 대목을 볼 때는 조금 힘이 떨어진다.

 

어린 시절 동화를 좋아해서 아주 열심히 찾아 읽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이전처럼 잘 읽지 않지만 가끔 동화를 읽는다. 한때 그림 동화의 원전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와 다른 버전을 몇 편 읽었다. 더 잔혹하고 다른 결말들이라 낯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경험을 조금 느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행복하게 재밌게 읽었던 동화의 이면에 이런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두 개의 이야기는 다른 책 등에서 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체계적인 책은 처음이다. 저자의 여는 말에 나온 것처럼 약간의 환상이 깨어진 부분도 아주 조금은 있다.

 

첫 이야기는 쥘 베른의 <80일간 세계 일주>인데 읽으면서 과연 이런 행운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계획한 운송매체를 계속해서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시대에 벌어졌던 수많은 토목건축을 알려주고, 그 건설 현장에 있었던 무수한 이름 없는 인민을 보여준다. 이런 무명의 인민들을 동화 속 뒤쪽에서 찾아내어 앞에 나란히 놓아두는데 이것이 그 시대의 단면을 아주 잘 보여준다. <플랜더스의 개>나 <엄마 찾아 3만리> 같은 작품을 보여줄 때 그 아름다운 이야기 뒤에 이런 삶들이 있을 것이란 상상도 못했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움파룸파의 열악한 노동 상황은 단 한 번도 생각조차 못했다. 영화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 탓일까?

 

동화와 경제란 키워드에 덧붙여야 할 단어는 자본주의와 인종 문제다. 경제만 놓고 보면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생긴 수많은 모순과 실패와 욕망 등이 엮여 있지만 그 옆에 놓은 인종 문제 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피노키오>와 <꿀벌 마야의 모험> 등이 파시즘과 연결되고, <아기 노루 밤비>가 유대인 문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흑인 노예 문제와 직접 연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반 독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렇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우리가 그냥 단순히 재밌게 읽은 소설 너머의 이야기를 아주 잘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런 경제사를 동화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논쟁이 되거나 기사화된 것들의 조사가 필요하다. 확실한 결론이 없다는 아쉬움이 완성도란 표현으로 나왔지만 한 편의 동화가 어떻게까지 해석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