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VS 옴진리교 - 일본 현대사의 전환점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
네티즌 나인 지음 / 박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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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XSFM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방송한 내용을 책으로 옮겼다. 이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저자의 이름은 바뀐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쉘 번호를 따서 그때마다 다르게 불렸다. 나의 희미한 기억력의 의하면 네티즌 나인은 처음 방송에 나왔을 때 불렸던 이름일 것이다. 아니면 그것과 비슷하거나. 그가 방송에서 말한 내용들은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조리 있고 흥미로운 부분을 아주 잘 찔렀다. 약간 중성적인 목소리로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다른 출연자와 다른 모습으로 다른 시각을 잘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가 방송한 부분은 다른 방송보다 더 집중한다.

 

이 책의 순서는 대부분 방송과 비슷하지만 결론 부분만은 제일 앞으로 빼놓았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우리의 세월호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준 두 사건을 둘러싼 처리방법도 두 나라는 달랐다. 일본의 옴진리교 사린 살포 사건은 1995년에 발생했지만 아직도 사후 처리가 진행중이다. 이것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마지막에 다른 사건에서도 나왔던 “자식 팔아서 돈 번다”라는 댓글과 언론 기사가 나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 이상이다. 물론 이 두 사건을 같은 위치에 놓고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사건 발생과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옴진리교 사린 사건만을 다루지 않고, 옴진리교가 어떻게 발생하고 성장했는지를 먼저 보여준다. 이 신흥종교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에서 그 당시 유행했던 몇 가지 사회 현상도 같이 보여준다. 마쓰모토 치즈오가 공중부양에 성공했다고 찍은 사진이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그 시절은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었다. 아니 디카조차 없던 시절이다. 나중에 옴진리교 신자를 탈퇴시킬 때 한 변호사가 똑같은 사진을 찍어서 설득했다는 대목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신흥종교에 빠진 연령대가 20대란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 살인 행동에 직접 가담한 간부들의 나이도 20대였다. 오컬트 붐이나 마쓰모토 치즈오의 대외적인 활동(?)이 만든 이벤트 등만으로 이렇게 빠져들었다는 것은 조금 의외다. 하지만 언제나 종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바꾼다.

 

사이비종교란 단어가 일본에 없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다. 이단이나 사이비종교란 단어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한때 이단이라고 불렸던 교회가 지금은 많은 목사가 원하는 교회가 되지 않았는가. 이것을 보면 이단과 사이비란 표현보다 일본의 신흥종교란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옴진리교처럼 종교의 탈을 쓴 테러집단은 구분해야겠지만. 그리고 종교단체로 인정받기 위해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테러 이후 이 단체를 해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는지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문명국가에서 법이란 이름으로 모든 사안을 다루어야 한다는 분명한 전제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많은 부분을 옴진리교의 살인과 생화학 무기 제조 등에 할애한다. 무수히 많은 살인 사건들과 실패한 살해 사건까지 다루는데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일본 경찰이 몰랐다는 점은 조금 의외다. 옴진리교가 언론을 이용해 교세를 확장했고, 옴진리교의 폐해를 지적한 변호사 등의 인적 사항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 등은 다시 한 번 언론의 역할이나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옴진리교가 핵무장까지 기획했다는 사실과 생화학 무기를 직접 제조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실제 이 생화학 무기를 살인과 테러에 이용하려고 했고, 그 결과 중 하나가 지하철 사린 살포 테러다. 이 사건까지 오는 과정 속에 벌어진 수많은 살인과 살해 등은 상식을 초월한다.

 

테러가 벌어진 후 사후 처리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인물이 한 명 있다. 고(故) 아베 사부로 변호사다. 그가 보여준 놀라운 정치력은 피해자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배상금이 돌아가게 만들었다. 흔히 우리가 정치 혐오에 빠져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후 처리 과정 속에 파산관재인이었던 아베 사부로 변호사와 일본 정부와 언론 등이 합작한 반격은 옴진리교를 끝까지 옭아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수많은 것들을 던져준다. 후속 단체의 활동이나 그 자산들에게까지 생각이 다다른 것은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이다. “길고 지루하고 촘촘하고 세밀한, 그리고 결코 멈추지 않는 반격”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내 책임을 지워야 할 개인과 단체에게는 무거운 법적 책임과 정치적인 책임, 사회적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와 “사회 내부에서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방치한 자들에게 엄격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으로 이런 시도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 ‘이 문제’는 세월호 사건이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안전 불감증과 후속 대처 방안 미비를 개선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친일부터 시작해서 과거를 파헤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이런 철저한 조사와 책임 지우기는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송에 나왔지만 생략된 몇 가지 에피소드는 분량 탓인지, 이야기의 전개 상 핵심이 아닌 탓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아쉽다. 그리고 열심히 들었던 방송에서 내가 놓친 부분들이 곳곳에 보여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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