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망고 아일랜드
이진화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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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집이다. 마음먹고 읽으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을 보고, 간 곳의 추억을 더듬고, 가고 싶은 곳의 이미지를 떠올리다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나의 경우는 전자와 후자 사이다. 여덟 곳의 섬과 도시들 중 내가 가 본 곳은 겨우 세 곳이다. 홍콩, 마카오, 방콕. 다른 곳은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최근에는 다낭과 호이안을 다녀온 지인들이 많아지면서 관심이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이 사진집은 그곳의 삶을 담아내기보다는 예쁜 풍경과 잘 차려입은 여행자를 보여줄 뿐이다. SNS나 가이드북에 올리면 좋을 듯한 사진들이다.

 

보라카이에서 시작하여 발리로 끝나는 사진들은 내가 가본 곳조차 낯설게 느끼게 만든다. 일상의 여행자가 자신의 눈으로 본 것과 다른 빛의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낯설음이 여행지에서 현실로 가끔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그때의 반가움과 즐거움이란.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 속 뒤에는 더럽고 짜증나는 여행의 순간들이 숨겨져 있다. 굳이 이런 사진까지 실어야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여행을 하는 순간과 돌아와서 되돌아보는 순간은 언제나 어긋난다.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순간과 장면들일 것이다.

 

사진들 사이에 짧게 쓰인 글들은 그 당시의 감정과 상황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추억이 덧씌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떤가. 아름다운 바다와 뜨거운 태양과 그 사이에서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있는데. 하지만 어떤 사진은 나의 상상과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다낭의 바닷가는 내가 상상한 이미지와 달랐다. 작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지인들이 이곳을 다녀왔던가. 그들이 왜 호이안을 더 칭찬했는지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래도 이 사진과 다른 다낭의 풍경과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렇게 이 사진집은 나의 기억과 추억과 상상으로 비록 짧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안겨주었다. 올해가 가기 전 한두 곳은 다녀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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