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2016년 콩쿠르상 수상작이다. 이 프랑스 문학상은 가끔 나에게 혼란을 안겨준다. 놀랍거나 흥미롭거나 무미건조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놀랍고 무섭고 가슴 아픈 이야기다. 이야기 중에 루이즈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셋째를 임신하려고 했다는 어느 주부의 말과 달리 루이즈가 벌인 사건은 너무 참혹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그 아이들의 엄마였다면 육아 스트레스와 출산 후 우울증 등으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녀는 보모였다. 그것도 너무나도 유능한 보모 말이다. 소설은 사건 현장에서 시작하여 과거로 돌아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따라간다.

 

미리암. 두 아이의 엄마다. 둘째를 낳고 그녀의 삶은 육아 스트레스로 망가지고 있다. 남편이 음악 프로듀스로 점점 성공하는 것에 반해 그녀는 육아로 지친다. 이 부분에서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프랑스 육아의 성공 사례는 간단히 지워지고,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삶이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보여준다. 변호사로 성공할 수도 있는 그녀가 동창을 만나고 난 후 잊고 있던 경력을 다시 되살리기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유능한 보모를 채용해야 아이를 두고 직업으로 떠난 자신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 아니 더 열심히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선택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너무나도 유능한 보모가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그녀를 사로잡는다.

 

루이즈가 보여준 행동들은 모든 부모가 원하는 그것이다. 아이 돌보기와 청소와 요리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 때도 루이즈는 완벽한 준비를 한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부부에게 이보다 더 좋은 보모는 없다. 하지만 이 의존성은 어느 순간 독이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문제의 발생은 이때 생긴다. 이 완벽함 뒤에 가려진 이 세 남녀의 욕망과 삶이 뒤섞이면서 조용히 하나씩 풀려나온다. 만약 처음에 나온 살인 장면이 없었다면 전혀 이 파국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 때문에 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하면서 그 이유를 계속 찾는다.

 

미리암과 루이즈의 이야기다. 둘은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다. 루이즈에게는 딸도 있었다. ‘있었다’라는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현재 그녀의 생존도 사는 곳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암은 변호사고, 루이즈는 보모다. 흔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갈등으로 이 사건을 보려고 했다면 큰 오산이다. 갈등은 가끔 생기지만 루이즈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현재 속에서 미리암은 자신의 경력을 쌓아간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높아진다. 자신이 집에서 애들만 볼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폴도 점점 자신의 경력을 쌓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루이즈의 역할이 아주 크다. 루이즈와 함께 여름 휴가를 간다. 이 경험은 루이즈에게 아주 새롭다. 과거 다른 고용인과 함께 간 휴가와 분명히 다르다.

 

작가는 두 여인의 시간을 다르게 사용한다. 미리암은 현재를, 루이즈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재가 변화를 알려준다면 루이즈의 과거는 현재의 삶이 어떤지 알려주는 역할이다. 이 과거를 단편적으로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너무나도 완벽한 루이즈의 오늘이 얼마나 불안하고 외롭고 불안정한지 알려준다. 하지만 미리암 등은 이것을 알 수 없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부채 때문에 독촉장이 자신들의 집으로 날아왔을 때도 도와주겠다고만 말하지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루이즈의 삶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읽다보면 루이즈의 삶은 영혼이 사라진 기계와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읽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 미리암의 시어머니가 아들이 바쁠 때 미리암이 출장 간 것을 탓하는 장면과 미리암이 북아프리카계를 보모로 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장면 등이다. 사건이 터진 후 루이즈가 일한 가족들을 찾아가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나온 몇 가지 에피소드는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뒤섞일 때 우리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이유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 루이즈의 내면과 과거를 결코 제대로 좇지 못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드러난 것은 내면의 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말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살인 이유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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