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신혼일기
김지원 지음 / 다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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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tvN에서 방송한 <신혼일기>가 떠올랐다. 사실 나는 이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오상진, 김소영 부부가 나오는 에피소드 중 일부를 꽤 오래 본 적은 있지만 찾아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이 책에 관심을 둔 것은 간단하다. 오키나와 때문이다. 신혼일기라는 제목이 붙었으니 단순한 여행기만은 아닐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이 둘이 머문 곳이고, 방점은 신혼일기에 있었다. 약간 실망할 수도 있었는데 오키나와 맛집이나 그들의 삶을 조금씩 다루면서 이 실망을 지워나갔다.

 

신혼은 달콤하다. 마냥 달콤하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산 두 남녀가 좁은 한 집에서 사는데 다툼이 없을 수 없다. 이 책 속 두 부부도 적지 않게 싸운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 속에는 그 싸움을 다루지 않는다.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이후 해결책을 보여줄 뿐이다. 사실 이때 대부분의 싸움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것임을 감안하면 크게 다룰 필요가 없다. 영리한 선택이자 편집이다. 그 싸움 이후 둘이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신발 벗듯이 내려놓는다는 것인데 참 현명한 해결책이다.

 

남편의 일 때문에 오키나와에 왔다. 3개월 체류기인데 이 짧은 체류 기간 동안 상당히 재미있게 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남편 잭슨이다. 이제는 보기 힘든 머리 모양(나는 머리 모양의 이름을 모른다)을 한 미남인 남편의 행동은 글 그대로라면 열정과 도전의식으로 가득하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자기애도 있다. 이 남편의 말과 행동은 작가에게 영감을 준다. 심쿵 잭슨어록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어록보다 나를 즐겁게 한 것은 그의 행동들이다. 회장놀이를 하고, 겁 많고, 감탄 잘 하는 잭슨은 주변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아침형 인간에 운동까지 열심히 하고 긍정적이기까지 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일상이 아직 신혼인 아내의 눈에 사랑스럽지 않기는 힘들다.

 

오키나와는 늘 여행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관광지인 오키나와를 살짝 기대했는데 동네 맛집과 작은 일상 이야기 외에는 없다. 맛집은 다음에 가면 참고할 만하다. 그렇지만 여행 가이드북은 영 아니다. 정보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목도 신혼일기이지 않은가. 제목만 놓고 보면 결혼하자마자 바로 간 것 같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3개월 동안 머문 것이다. 긴 시간 같지만 하나의 도시에 머물면서 그곳의 삶을 누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시간이다. 일까지 한다면 더욱. 하지만 작가는 주부이자 블로거 삶을 산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한 글이 이렇게 나온 것을 보면 확실하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이 일기는 과장하는 문장이나 감정을 격하게 풀어내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는데 잭슨의 사진과 오키나와 풍경과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이것을 충분히 대체한다. 오히려 읽다가 자주 입가에 미소 짓게 한다. 남편에 대한 찬양과 달달함이 묻어나는 글들은 잘 정제된 문장으로 바뀌어 표현되었다. 길지 않아 읽기 부담 없고 사진도 많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감정을 살짝 건드리는 글들이 많아 다른 곳에 인용하기도 좋다. 살면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세련되게 요약하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잭슨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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