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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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활이란 인생을 마무리 짓지 위한 활동의 줄임말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 영정사진을 말한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바로 영정사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미스터리들이다. 모두 네 편이고, 가벼운 미스터리에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특별히 꾸미지 않고 소소한 미스터리 구성되어 있다. 어떤 이야기의 트릭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것이라 쉽게 알 수 있었고, 다른 이야기들도 진실이 밝혀지려는 순간 바로 전에는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만약 이 책을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했다면 아쉬움이 더 컸겠지만 이 미스터리들이 한 가족의 사연을 재밌게 풀어내기 위한 설정이다 보니 그 아쉬움은 그렇게 커지 않았다.

 

하나가 외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들고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마작의 중을 들고 영정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재밌지만 그보다 할머니의 유산 상속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마음이 더 컸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의 코디네이터 유메코를 만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쉽게 단서가 풀리지 않는 와중에 그녀의 연애사와 가정사가 조금씩 풀린다. 제목과 사진관 이름을 생각하면 아마리가 아주 큰 역할을 할 것 같지만 그는 사진사로 있으면서 가끔 그 존재감을 보여줄 뿐이다. 실재 중요한 역할은 유메코와 카메라와 상담 보조인 도톤보리가 다 한다.

 

하나가 이 영정사진을 들고 찾아온 이유는 엄마가 유산 상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단지 돈 때문이라면 소송으로 자신의 지분을 찾을 수 있지만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이 더 강하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품은 하나가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찾아와서 상담 내용을 뒤돌아보고, 자료를 내놓고, 추억을 더듬다가 숨겨져 있던 미스터리를 해결한다. 이 미스터리는 너무 유명한 것이라 쉬웠지만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할머니의 삶과 하나의 최근 연애사가 엮이면서 재밌게 풀려나왔다. 매년 손자들을 위해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던 할머니다운 삶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가 이 사진관의 일원이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아들과 손자와 함께 찍고 싶다고 하면서 생긴다. 어린 손자가 그린 그림과 불행했던 과거사가 풀려나온다. 손자보다 자신의 명성에 더 신경을 쓴 과거가 나오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이 이야기부터 도톤보리의 공감 능력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매력이 폭발한다. 오해와 이해 부족과 뒤틀린 가족 관계가 엮이고 꼬이면서 만든 현실이 단 하나의 단서로 너무 쉽게 풀린다는 느낌은 있지만 짧은 단편 속에 잘 버무려진 상태다. 영정사진이 꼭 한 사람만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재밌고 신선한 발상이다.

 

방송국 감독이 화제성으로 종활 사진관을 다루려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경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메코는 반전을 노리지만 감독의 마음을 끄는 사진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임신한 여자와 남자가 찍은 사진이 발견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엄마나 아빠의 시한부 삶이지만 그렇게 쉬운 미스터리가 아니다. 방송 출연을 목적으로 과거 연락처로 전화를 하면서 설정이 하나씩 깔린다. 연락이 닿아 풀린 이야기는 기대와 다르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고, 조사가 진행되면서 그 영정사진의 비밀이 밝혀진다.

 

한 남자와 두 번 영정사진을 찍었다. 한 번은 미인과 함께 왔고, 다음은 아내가 있는 집으로 불러서 찍었다. 뭔가 이상하다. 영정사진임을 감안하면 한 번으로 충분할 텐데. 물론 이런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 모두 읽고 난 후다. 하나의 과거사가 또 하나 흘러나오면서 두 번의 영정사진을 둘러싼 하나의 감정이 섞인다. 일과 개인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미스터리는 그 대상이 다가오는 순간 풀린다. 생각도 못한 반전이다. 다른 작품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너무 잘 녹아 있다. 물론 결국 다른 이야기처럼 가족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하나의 결심이 만든 결과를 생각하면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아마리가 어떤 모습을 계속 보여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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