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받아든 후 작고 아담한 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목차를 보니 참으로 많은 것들이 나와 있다. 그냥 한 번 휙~ 읽고 지나간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대충 본 책은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오만이자 착각이다. 겨우 한 줄 뿐이 페이지도 그냥 대충 읽고 지나갈 수 없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그의 생각이, 감상이 전체 흐름 속에서 훅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잠시 머물다 저자의 다른 기록으로 넘어간다.

 

밝고 희망찬 글은 분명 아니다. 힘들어 보이고 실연으로 아파하는 마음들이 곳곳에 보인다. 20대를 지나 30대로 넘어오면서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살아온 길은 어느 20대와 다르지 않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리워하고, 잊고, 잊은 척하고, 다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 이 과정 속에서 친구와 나눈 대화가 정제된 글로 표현되기도 한다. 가끔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온 20대에도 이런 말을 했던가, 하고 의문을 품는다.

 

책 제목은 한 제목의 순서를 뒤바꾼 것이다. 원래는 ‘이불안에서 이 불안에서’가 제목이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목차를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은 단숨에 읽는데 왠지 모르게 흐름이 뚝뚝 끊기면서 천천히 읽었다. 집중을 하지 못한 것은 나의 경험과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자가 말한 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글로 표현되었기 때문일까? 그가 읽은 책에서 인용한 문장들이 쉽게 이해되지도 다가오지도 않는 것은 나의 이해력이 떨어져서일까? 또 잠시 머물면서 그 문장을 노려본다.

 

글 속에서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것이 자주 보인다. 사랑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세상 어디에, 누가 사랑을 과거와 쉽게 단절시킬 수 있겠는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미래로 이어진다. “혼자 있던 것과 혼자가 되는 것은 너무도 달랐다.”고 했을 때 고독과 외로움이 다르다는 어느 글이 떠올랐다. 저자는 자신의 쓰는 글이 실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차이와 거리감이 읽을 때 힘겨웠는지도 모르겠다.

 

한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새벽 6시면 끝난다. 이 긴 밤으로 여행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질 수밖에 없다. 이 기록이 한두 동안 쌓였던 것도 아니다. 2008년부터 무려 9년간 기록한 것을 묶었다. 이 긴 시간 동안 그에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은 이불 안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견뎌내고, 흘러 보내고,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다. 불안도 외로움도 이별의 아픔도 그냥 이 시간 속에 흘러간다. 책을 묶는 순간 그는 평온한 모양이다. 다행이다. 왠지 각 글을 쓴 날짜가 궁금하다. 알면 그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조금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욕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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