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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소설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작가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진 작가이고, 이번에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길래 색다른 기대도 하였다. 역시 초능력하면 영화 X맨의 능력자들을 생각하지만 소설 속 현실에서는 그런 거대한 능력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또한 주변국 사람으로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헌법에서 자위대와 관련된 부분이다. 일본 작가이니 당연하게 생각할 부분이지만 역시 한국인으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소설은 주인공 형제 중 형 안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느 날 자신이 정신을 집중하면 집중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 능력은 30보의 거리를 벗어나거나 실물을 보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가 발견한 능력을 실험하고 이를 조금씩 사용하지만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누카이라는 정치인이 나타나고 그가 주장하는 이론들이 파시스트를 떠올리면서 그와의 대결을 결심한다. 하지만......
두 번째 장에서는 동생 준야와 5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후의 이야기다. 하지만 화자는 준야가 아닌 그의 아내다. 그가 지닌 능력은 가위 바위 보에서 무적이라는 것이다. 열자리 이내의 선택에서 필승이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능력을 어느 곳에 사용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전장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이누카이는 총리대신이 되어서 강한 일본을 만들려고 한다. 헌법 개정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장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헌법 개정에 대한 작중 인물들의 반응은 상당히 위험하면서 무비판적이고 무관심하다. 일본 국민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책을 덮는 이후조차 왠지 껄끄러운 느낌이 계속 지속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왕은 누굴까 생각한다. 이누카이일까? 아니면 우리자신일까?
소설을 새롭게 읽고 내가 놓친 부분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도 이 소설이다. 민감한 사안이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하는데 독자인 나는 그만의 글을 읽고 싶다. 주변의 상황이나 바람으로 왜곡된 그의 글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와 문장을 읽고 싶은 것이다.
이 소설 “마왕”에서 마왕에 대한 충분한 실체를 찾지 못했지만 이전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의 특징은 살아있음을 느꼈다. 다시 출간되는 그의 신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