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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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페터 회를 만난 것은 그 유명한 <스말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었다. 우연히 이 작품에 대한 엄청난 호평을 보고 사서 읽었다. 솔직히 표현해서 어려웠다. 재미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역 탓으로 돌리기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인물들이 너무 낯설었다.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책이었다. 그러다 다른 책이 나와 또 읽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역시나, 였다. 그러다 이 책을 봤다. 소개글을 보면서 매혹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 곳에서는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왔지만 말이다. 모두 읽은 지금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더 느린 속도로 읽고, 복잡한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아주 조금씩 재미의 문을 열어주었다.

 

수잔 이펙트는 수잔이란 여성이 지닌 능력을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초능력이다. 그녀가 곁에 있으면 누구나 진심을 말하고 싶어진다. 범죄자라면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단순히 이것만 놓고 보면 최고의 심문자가 되면 좋겠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물리학이다. 뛰어난 물리학자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쌍둥이의 엄마다. 이런 그녀가 꿈꾼 것은 평범한 삶이다. 언제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자신의 능력을 남용하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다.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두 장소는 이후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칼스버그 재단의 명예 저택에서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미얀마 국경 근처의 감옥으로 금방 넘어간다. 이 저택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대목은 수잔의 직업적 능력과 관심사를 의미한다. 감옥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처했던 상황을 말해준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 하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수잔은 이 도움을 얻기 위해 하인의 바라는 것을 얻어줘야 한다. 그것은 미래위원회의 마지막 보고서다. 처음에는 이 미래위원회라는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슨 의미인지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연쇄살인이 벌어지면서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속도감과 긴장감도 같이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미래위원회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 헤매는 수잔의 좌충우돌 모험담이지만 그 속에는 수잔의 개인사와 감정의 미세하면서 거대한 변화가 계속해서 흐른다. 그녀가 보고서를 얻기 위해 만난 사람들은 그 후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이 미래위원회란 조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들의 보고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금씩 알려준다. 놀라운 것은 이 보고서의 예측가능성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잔의 조사가 지속되면서 이 보고서를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분명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들이 어떤 이익을 취했는지도.

 

간단한 이야기가 점점 거대해지는 구성이다. 종말론과 음모론이 겹쳐지고, 한 사람에서 시작한 것이 전 지구로 확대된다. 이 와중에 수잔은 자신의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노력을 결코 놓지 않는다. 자신이 포기하는 순간 자신을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감옥 등으로 가서 헤어져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조금 놀랍게 다가온 것이 있다. 바로 쌍둥이 남매에 대한 감정이다. 매년 바람을 피웠지만 이 두 남매가 자라는 동안 그녀가 보인 관심과 행동 등은 보통의 엄마와 별 차이가 없다. 차이라면 두 남매가 가진 독특한 능력과 성격일 것이다. 실제 그녀가 온갖 위험 속에서 미래위원회를 조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읽기가 쉬운 책이 아니다. 당연히 번역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독어판 중역이란 것을 제외한다고 해도 이야기 속에 나오는 수많은 물리학과 물리학자들은 단숨에 읽기 힘들게 한다. 제과제빵을 표현하는 것도 우리가 흔히 보는 요리법과 다르다. 이 다른 점들이 곳곳에 나오면서 낯섦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 장면도 꽤 있다. 그 한 장면은 한 편의 코미디다. 어쩌면 이 소설의 구성은 소설 속 빵을 만드는 장면과 같을지도 모른다. 한겹 한겹 쌓여 맛있는 빵으로 변하는 것처럼 이야기들이 쌓이고 관계가 드러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든다. 여기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수잔 이펙트는 그녀의 삶이 결코 평범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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