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 - 15년 만의 재취업 코믹 에세이
노하라 히로코 지음, 조찬희 옮김 / 꼼지락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의 대부분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퇴사했다. IMF 이후 삶이 힘들어지면서,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가족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으로 나가는 엄마들이 늘어났다. 몇 십명 되지 않는 현재 직장에도 직장맘들이 몇 명이나 있고, 또 몇 명은 임신을 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아이를 낳고 출산 휴가 3개월을 사용하면 회사로 복귀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아이들을 시댁이나 친정에서 돌봐준다. 그렇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사용해야만 한다. 인원이 많지 않은 회사에서 이런 경우가 생기면 그 인원을 보충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를 거부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 만화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맘들이다.

 

이 만화의 도입부는 두 아이를 누가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남편의 호기로 시작한다. 전업주부로 계속 살아온 그녀가 점점 자라는 아이들과 늘지 않는 혹은 줄어드는 남편의 급여 걱정을 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현실의 불만족과 미래의 불안감이 아르바이트라도 구하라고 말한다. 어릴 때 아이들은 엄마들의 손길과 관심이 필요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서 그것이 필요 없어졌다. 직장 구하는 것을 막던 남편도 이제는 은근히 바란다. 이 변화가 그녀로 하여금 구직활동하게 만든다. 이때부터 쉽게 생각했던 일들이 높은 벽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만화를 보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다.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의 전업주부화와 이 아이들이 성장한 후 재취업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15년 만의 재취업인 것도 쉽지 않은데 이전의 경력도 특별한 것이 없다. 전문직이었다고 해도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떤 경력도 특별한 능력도 없다. 당연히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만화에서 핵심을 짚어주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엄마가 원하는 직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젊고 아이가 없는 엄마를 더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비록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니 매번 면접에서 떨어진다. 그래서 요구 조건을 조금 바꾼다. 재취업에 성공한다.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바로 행복 시작이 아니다. 첫 직장은 그녀의 적성도 능력도 맞지 않는 회사였다. 남들이 볼 때 너무 쉽게 선택했다고 할 수 있지만 수없이 면접에서 떨어진 그녀에게는 한줄기 빛과도 같은 일이다. 나름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현실을 인정한다. 그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료칸의 청소부다. 이전 직장이 자판을 두드리면서 책 편집하는 회사였다면 이번에는 몸을 빨리 놀려야 하는 일이다. 이 두 직장에서 모두 열심히 일하지만 그 스트레스 강도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전 직장이 온갖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번 직장은 육체적인 힘은 들지만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즐거움이 있다. 놀라운 변화다.

 

이런 변화가 화자의 관점이라면 부록에 나오는 딸의 관점은 또 새롭다. 일상이 가정에 한정되었을 때 엄마와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엄마의 모습은 다르다. 말이 더 많아졌고 내용도 다르다. 이전에는 엄마에게 집안 일 모두를 맡겼다면 이제는 가족들이 조금씩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보너스 컷에서 보여주는 문장은 관점의 차이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이런 것들이 많은 부분 공감하게 만들었다면 현실 속에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직원을 보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많은 부분 개인의 열정과 노력을 요구하는 부분도 약간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인지 료칸의 할머니 청소부들이 일을 빠르게 끝내고 칼퇴근하는 모습이 아주 멋지게 보인다. 하지만 경력단절 문제나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어떻게 보면 현실 만족을 다룬 판타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구하기 전이나 구하는 과정이 아주 현실적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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