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씽크_오래된 생각의 귀환
스티븐 풀 지음,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된 생각의 귀환’이란 부제를 출판사에서 붙였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의 놀라운 역사 정도로 직역할 수 있을 것이다. <리씽크>란 제목에서 나오듯이 이 책은 과거의 이론이나 생각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현재에 발전시킨 것들을 다룬다. 저자는 “재고와 재발견의 기술은 권위, 지식, 판단, 옳고 그림 그리고 생각 자체의 절차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자료를 하나씩 풀어서 보여준다. 부제가 지닌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명제, 반명제, 예측의 3부로 나누었다. 사실 이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모르겠다. 모르는 것은 넘어가고, 아는 것만 본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이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에 대한 이론들은 쉽지 않다. 그냥 전체적인 개요는 알겠는데 세부적으로 과학에 들어가면 나의 한계가 금방 드러난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 그대로다. 그리고 몇몇 이야기는 나에게도 그렇게 낯설지 않다.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이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손을 씻는 이야기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것이 그 당시 의사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이 의사들의 반대가 과학의 발전을 도왔다는 것이다. 반대를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이유가 명확해지고 과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블랙박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효과가 분명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행동이나 과학을 풀어낸다. 블랙박스를 해석하는 것이 당시 과학으로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재 혹은 미래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정을 모른다고 결과를 무시하는 행동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블랙박스 이론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리고 과거에 무시되었거나 한계가 분명했던 이론과 과학이 새로운 과학 등의 발전과 다른 아이디어에 의해 다시 조명 받는 일이 생긴다. 실제 이런 사례들을 엮어서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로 엮어서 풀어내려고 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 부분이 광고 문구에 따르면 통섭의 천재라는 말에 부합할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흔히 말한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것도 과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책에서 ‘기마대의 부할’이란 유쾌한 제목을 붙인 장도 실제 읽어 보면 별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대륙에서 특공대가 말을 타고 옮겨 다녔다는 것이다. 당연히 현대의 최신장비들을 지니고 말이다. 이처럼 상황과 현실에 맞게 기존의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연한 사고와 지식과 경험이 왜 현장에서 필요한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범신론과 좀비 아이디어의 부할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다. 특히 좀비 아이디어 부분은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몇 가지 선입견에 그대로 적용된다. 비과학적이고 사실과 너무나도 다른 정보가 감정에 호소하고, 아니면 말고 같은 말로 왜곡하면서 지속된다. 저자는 이것과 과거의 이론의 문제를 다르게 분류하고 있다. 아니 이런 것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이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낙수효과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좀비 아이디어다. 우리 주변을 떠돌고 다니는 수많은 이론 아닌 이론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범신론은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기독교의 전파와 더불어 저문 이론이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와 과학의 발전 등이 엮이면서 이 이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론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 아마 여기저기에서 본 내용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곤마리 정리법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일본 만화나 영화나 소설 등에 익숙한 나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용성 측면에서 틀린 아이디어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할 때 고개를 끄덕였다. 틀렸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행동하거나 실험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시대와 과학의 발전에 의해 바뀔 수 있다.

 

개인적으로 눈길을 많이 끈 부분은 기본소득과 우생학이다. 최근에 자주 나오는 기본소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사회배당’이란 말로 바꾸니 새로운 가능성이 조금 보인다. 인종대청소의 원인 중 하나였던 우생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원래 학문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을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는 나쁜 습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곱씹으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말의 남용에 대한 버트런드 러셀의 답변은 더욱 그렇다. 이런 리씽크의 힘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일단 알아야 한다. 모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조금 힘들게 읽었지만 차분히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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