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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그리고 아빠
나카가와 미도리 & 무라마츠 에리코 지음, 박규리 옮김 / 로크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추억이 소록소록 자랐다. 내가 아이였던 때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 여백 많은 그림 속의 행동과 대사는 그 추억을 되살려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어쩌면 이 추억들이 나만의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와 친구의 아이들과 조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차곡차곡 쌓였던 추억들이 이 한 편의 간결한 만화 에세이 속에서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공감할 문장들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남자인 내가 이 정도라면 여자들은 어떨까? 마지막에 아빠도 살짝 넣어주었는데 이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나의 아버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책을 펼치면 언제나 역자를 한 번 힐끔 본다. 박규리? 낯익다. 여자 아이돌그룹 ‘카라’의 멤버였던 그녀다. 잠깐 동안 예전에 있었던 번역자 논란이 잠시 떠올랐다. 동시에 ‘카라’의 일본 활동 등을 생각하고 책을 몇 쪽 넘기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몇몇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만 일본어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역에 대한 나의 오만한 생각이 덧붙여진 것이다. 인터넷서점을 검색하니 현재까지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온다면 이 생각은 바뀔 것이다.
가슴에 와 닿은 문장과 장면들이 많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해도 엄마가 아니면 안 되는 일상의 걸들.”, “아마 엄마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육아’ 같은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같은 문장은 정말 공감하게 만든다. 내가 아내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강요된 모성에 휘둘려 이상적인 육아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나도 포함해서) 부모가 바라는 삶을 살지 않는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매일매일의 노력을 알아차리게 되었다.”란 글에서 일상이란 것의 무서움과 힘겨움을 다시금 깨닫는다.
재밌는 장면도 자주 보인다. 힐끔 보다가 놀라 본 장면 중 하나는 엄마가 화장실에 앉아 있고 밖에는 다른 사람들이 대기 중인데 아이가 “엄마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당혹감이 한 컷 속에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아빠가 아이와 놀면서 아이가 삽이 없다고, 벌레 책이 없다고 할 때 아내에게 “어디 있어?”라고 물을 때 ‘나도 그랬지’와 우리의 아버지들이 떠올랐다. 자신들이 물건을 정리하지 않으니 제대로 찾지도 못한다. 늘 놓아두는 곳에 두어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아빠들이 떠올랐다.
‘엄마와 나’과 원래 제목이고 ‘그리고 아빠’ 보너스다. 아빠인 나에게는 엄마와 나만 나와 살짝 불만이었는데 이 보너스로 불만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진에도 영상에도 남아 있지 않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리고 계속 기억하고 싶은 엄마와 나의 많은 순간.”이란 문장을 읽으면서 옛 기억들 몇 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기억들은 추억이 되었고, 아련한 감정을 불러왔다. 잠시나마 추억에 빠져 감정의 늪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내 아이에게도 아주 많은,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